화상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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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판다
작품등록일 :
2019.11.03 22:21
최근연재일 :
2020.03.03 09:56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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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9
글자수 :
321,001

작성
19.11.1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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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추천
9
글자
8쪽

5. 미용실 그녀

본 글은 작가의 심심풀이를 목적으로 합니다. 뇌를 거치지 않는 척수반사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DUMMY

**




위이이잉. 위이이잉.


“으으으···. 누구야···.”


턱!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유인원입니다. 현재 귀하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이용돼···”

“응. 맘대로 해.”


전화를 끊어버리고 시간을 확인한다.


“으음···. 벌써 11시네. 아침부터 보이스피싱을 하고 지X이야. 하아아암···.”


오랜만에 늦잠을 잔 화상은 샤워하고 간단한 식사를 한 뒤 외출준비를 한다.

계속되는 게임 폐인 생활에 집에 잔뜩 쟁여 뒀던 식자재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으아~ 춥다. 낮인데 영하 8도라니···.”


총총총.


집에만 있다가 밖에 나오니 영 적응이 안 되는 화상.

벌벌 떨며 총총거리는 발걸음으로 길을 재촉한다.


“나온 김에 머리도 잘라야겠다. 조금만 더 기르면 박완규 따라 하는 줄 알겠네.”


안 그래도 길었던 머리가 한 달 사이 너무 길어졌다.

거리에서는 마침 익숙한 노래가 들려온다.


-불꽃처럼~ 꺼지지 않는 사랑으로~ 영원히 내 가슴 속에~ 타오를 테니~~↗↗


‘그러고 보니 천년의 사랑이 이맘때 나온 곡이었구나.’


잠시 전생의 추억에 잠긴다.

새삼 다시 주어진 인생에 감사함을 느낀다.


“이 느낌. 정말 오랜만이네. 책임질 게 아무것도 없는 자유로움.”


그저 즐겁게 놀아도 될 나이.

가장의 무게를 벗어던지니 홀가분한 화상이지만, 한편으로는 시원섭섭한 감정도 든다.


“원래 세계에서의 나는 어떻게 됐을까? 평소대로 살고 있을까? 우리 가족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전생에 살았던 그 세계의 근황을 좀 알아봤으면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


‘이상해는 뭐 하는 사람이었을까? 진짜 마법사인가? 애초에 사람이 맞나?’


한쪽으로 치워놨었던 고민이 새록새록 올라온다.


“됐다. 답이 안 나올 문제로 고민하는 것만큼 시간 낭비인 것도 없지.”


생각에 잠겨있던 사이, 어느새 단골 미용실에 도착한 화상.



-삐약 삐약 삐약!


미용실에 들어가기 전, 타이밍 좋게 걸려오는 전화.

이 시대에 스마트폰이라니 아직도 어색한 기분이 든다.


‘하긴···. 가상현실까지 나온 마당에.’



“여보세요?”

-아들~. 밖에서 잘 지내지? 밥은 잘 챙겨 먹고?


밥에서 약간 뜨끔했지만 바로 대답하는 화상.


“그럼요. 잘 지내고 있사옵니다 어머님. 밥도 잘 해 먹고 있어요.”

-그래. 건강 챙기고. 감기 조심하고. 요즘 많이 춥더라. 빙판길도 조심해. 미끄러질라.

“네네. 지금 머리 자르러 왔으니까 끊을게요~.”

-오냐~. 집에는 언제 올 거니? 아들 보고 싶은데.

“음···. 지금은 하는 일이 있어서 바빠요. 시간 되면 찾아뵐게요.”

-알았다~.

“네. 끊어요.”


뚝.


‘차마 게임 하느라 바쁘다는 말은 못 하겠다. 나중에 게임으로 돈을 벌게 되면 당당히 밝혀야지.’


부모님들이 자식으로부터 게임으로 돈을 벌겠다는 말을 들으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화상조차도 40살 즈음에서야 사회가 바뀌는 것을 보고 깨달은 것이지, 예전의 자신이었으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 세대의 부모님들이란 안정적인 직장을 매우 중시하신다. 회사 다니면 4대 보험도 되고 퇴직금도 나오는데, 그 생각을 게임으로 뒤집으려면 확실한 비전을 보여드려야 할 것이다.


‘부모님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익을 올려야 한다.’


딸랑딸랑


미용실 문을 열고 들어가 대기하는 화상.


“후아···.”


소파에 앉아 고개를 젖힌다.


‘페널티만 없었어도 이렇게 골치 아플 일이 없었는데···. 무소유인지 뭔지 원래 그 뜻이 맞긴 한가? 사람이 돈 없이 어떻게 살아.’


시름이 깊어져 가는 화상.


‘얼마나 기다려야 하려나···.’


“흡!”


손님들의 자리를 둘러보던 화상의 눈이 한 곳에 고정된다.

그리고 그곳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더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져 있다.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지?’


전생에 마누라였던 여자가 앉아있었다.




**




‘이 근처에서 살았었나? 20살 때 자취했다고 듣긴 했었는데.’


심정이 매우 복잡해진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반가운 감정이 크다.


‘언젠가 만날 거라 예상하긴 했는데···.’


막상 보니 말을 건네야 할지 말아야 할지부터 고민이 된다.

지금의 마누라는 화상을 모르고 있는 데다가, 추측하기로 여기는 원래의 세계와는 다른 평행세계이지 않은가? 부모님은 같은 분들이었으나, 지금의 마누라에게는 다른 인연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건 고민할 게 못 된다. 말이라도 걸어보자.’


반응을 살펴보고 다음 행동을 정하면 될 일이다.

화상이 기억하기로, 마누라는 첫 만남부터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다.

잘 될 사이라면 뭔가 느낌이 오지 않겠는가?


‘지금도 그때랑 똑같네. 이렇게 귀여운 사람이었는데.’


마침 그녀는 매직 스트레이트를 하는 중간에 약을 바르고 잠시 기다리는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이 근처 사시나요?”

“네. 무슨 일이세요?”


대답하는 그녀는 매우 피곤해 보인다.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고 화장으로 가리지 못한 짙은 다크서클이 눈에 띈다.


“제가 이 동네 원룸촌에 사는데,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서 친구가 없어서요. 친하게 지내실래요?”


그녀를 보니, 잠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는 중인 모양이다.

다행히 자신을 꺼리는 듯한 느낌은 아니다.


‘내가 한 얼굴 하지. 나를 꺼리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


또다시 밑도 끝도 없는 자만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화상.

그런 화상에게 마누라가 대답한다.


“좋아요. 몇 살이세요?”

“저 올해 스무 살 이화상이라고 합니다. 동갑인 것 같은데, 맞나요?”

“아 진짜요? 저도 스무 살이에요. 최지윤이예요.”

“이야~. 우리 그러면 말 편하게 할까요?”

“그래. 넌 여기 머리 자르려고 온 거야?”

“응. 집에서 게임에 빠져 살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자랐네. 하와이라고 알아? 가상현실게임.”

“알지! 나도 그거 해. 요즘 게임하느라 잠을 못 자. 히히.”


‘이 부분은 달라졌구나. 원래 게임은 안 하고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진짜? 레벨이 몇이야? 직업은?”

“레벨 47 마법사야. 높지?”

“와···. 진짜 높네. 나는 이제 20레벨인데. 전직도 어제 했어.”

“후후. 내가 많이 도와줘야겠네. 지금 어느 마을이야?”


선뜻 도와준다는 걸 보니, 화상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내심, 괜히 결혼한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화상.

자신에게 친절한 지윤을 보니 옛날의 감정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 판스 왕국이야. 파튼 마을에서 하루 정도 거리에 있어.”

“음···. 생각보다 많이 머네. 나는 장 제국 쪽에 있어. 거기에 괜찮은 사냥터가 있어서 며칠째 사냥 중이야.”

“그렇게 멀면 어쩔 수 없지. 게임 친구 추가할 테니까 심심하면 종종 대화하자.”

“응. 미용사 언니가 기다리는 것 같은데 머리 자르러 가봐.”

“그래. 또 보자.”




**




흥얼거리며 집에 가고 있는 화상.

머리를 깎고 노래방까지 들렀다 나오니 하늘이 어둑어둑하다.


“길에서 천년의 사랑을 들었는데 안 부르고 그냥 들어갈 수야 없지.”


그러면서 지윤의 얼굴이 생각난다.


‘지윤이랑도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 이렇게 화기애애하다니···. 내가 진짜 제정신인가? 그렇게 바가지를 긁히고도 부족했냐 화상아!’


그래도 막상 어린 시절의 지윤을 보니 싫지는 않다.


“설마 마누라랑 2번 결혼하게 되는 건 아니겠지?”


아직은 모를 일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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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61. 전투(4) 20.02.16 104 3 4쪽
95 61. 전투(3) 20.02.15 91 3 6쪽
94 61. 전투(2) 20.02.14 114 3 5쪽
93 61. 전투 20.02.12 96 3 4쪽
92 60. 사장 보고 20.02.11 88 3 5쪽
91 59. 돌첸 가바나 20.02.09 100 3 5쪽
90 58. 풍자크 성에서의 전투(3) 20.02.09 106 2 6쪽
89 58. 풍자크 성에서의 전투(2) 20.02.08 105 2 5쪽
88 58. 풍자크 성에서의 전투(1) 20.02.08 96 2 6쪽
87 57. 예언/ 목표물 20.02.05 103 2 5쪽
86 56. 예언자 소년 (추가 완료) 20.02.05 121 4 7쪽
85 55. 유괴범 20.02.03 107 4 5쪽
84 54. 풍자크 성 20.02.01 114 4 5쪽
83 53. 베라/ 풍자크 20.01.30 126 4 8쪽
82 52. 가바나 20.01.28 121 6 5쪽
81 51. 비타스 20.01.27 140 6 8쪽
80 50. 수호자 20.01.25 120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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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46. 도망자 20.01.18 134 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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