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라이저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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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엘탄
작품등록일 :
2019.11.03 23:55
최근연재일 :
2022.03.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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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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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50% 득점 행진 (1)

DUMMY

“오숙스! 측면으로 더 벌려!”

“디아즈!”


디아즈는 패스 요청을 한 권승아에게 공을 넘겼다.

곧바로 들어오는 압박.

포이리에를 경기장 밖으로 보내버린 조리스 졸리였다.


-권승아, 버티고 있습니다.

-주변에 선수가 없어요.


아추리는 지쳐서 걷는 중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더 득점을 해보려는 마음이 없어 보인다.


“이익···!”


유려한 턴 동작으로 조리스 졸리를 벗겨낸 권승아가 질주하기 시작했다.

동선을 예측하고 자리를 잡은 요안 마르텔랏은 한 번의 터치로 따돌렸다.

중앙 수비수 토마스 하라다와 조수에 하마우가 그를 둘러쌌다.

잠시 공을 정지시킨 권승아.

공을 향해 조수에 하마우가 발을 뻗은 순간, 그의 다리 사이로 공을 보내고 다시 달렸다.

중앙으로 합류한 란드리 투레가 슬라이딩을 해도 막을 수 없었다.

권승아는 페널티 박스에 들어서자마자 반대쪽 포스트로 공을 감아찼다.


파앙!!


그물 안으로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들어가는 공.

골키퍼는 미처 반응하지도 못했다.


-우와악! %#*!%($

-5명을 제치고 마무리하는 권승아! 해트트릭 달성합니다! ···괜찮으십니까?


6번의 터치로 5명을 따돌리고 이어진 마지막 슈팅.

권승아가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순간이었다.


***


집에 가는 길에 권승아는 자신의 에이전트와 마주쳤다.

주로 포르투갈에서 자신의 동생인 이호 선수를 봐주는 이시현이 경기를 직관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어여! 클라이언트!”

“에이전트님!”


권승아가 그녀에게 달려갔다.


“경기 완전 잘하더라. 긴장되지는 않았어?”

“네. 별로.”

“역시 강심장이네. 이거 봐. 네 기사가 벌써 떴어.”


이시현이 내민 핸드폰 화면을 바라본 권승아는 헛웃음을 지었다.


「특급 유망주 출현! 권승아, 데뷔전에서 해트트릭」

「권승아, 황금 세대의 마지막 조각?」

「권장훈 曰 ‘권승아를 필드에서 만날 날이 기대된다.’」


권승아가 이시현에게 집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제목을 왜 그렇게 오글거리게 짓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무렴 어때. 이제 한국의 모든 축구 팬들이 널 알게 됐는데.”


핸드폰을 보며 안으로 들어오는 이시현에게 물었다.


“동생분은 어쩌고 여기에?”

“네 데뷔인데 당연히 여기 와야지. 평상시엔 영상 통화로만 봐도, 이런 날 안 와주면 에이전트 자격 없는 거다.”


이시현은 권승아의 집에서 저녁을 신세졌다.

유럽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닭볶음탕이라 둘은 끓는 소리에 군침을 흘렸다.


“1군 훈련은 어때? 너무 과하진 않아?”

“괜찮아요.”

“흠···.”

“왜요?”

“아니, 생각해봤는데. 브라이언 베르호프 복귀하면 너 밀려나는 건가?”

“그렇겠죠.”


19세에 네덜란드 성인 국가대표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브라이언 베르호프.

그에겐 유감스럽게도 훈련 중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이적이 무산되었다.

무려 바이에른 뮌헨이었는데, 아쉽게도 됐다고 권승아는 생각했다.


“아니야. 그건 또 모르지. 내일 네 감독하고 얘기해봐야겠다.”

“포르투갈엔 언제 돌아가세요?”

“빨리 갔으면 좋겠어?”

“그건 아니에요.”

“다음 경기까진 보고 갈 거야.”


더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했지만, 닭볶음탕이 다 되었다.

나머지 얘기는 일단 먹고 하는 걸로.


***


[125% 발휘]

[전후반 60분 동안 유효합니다.]


“연습 경기도 되네.”

“나한테 뭐 말했니?”

“···아니요.”


삐이익-.


“전후반 30분씩 간단하게 뛰고 마치자!”


2029년 8월 9일. 라발 전 승리로부터 6일.

다음 날 경기인 아자시오에 대비한 연습 경기가 시작되었다.

아자시오는 4-3-3에 측면지향 전술을 애용하는 팀이다.

이에 팀은 아자시오 역할의 야광 조끼와 그에 맞서는 파랑 조끼로 나뉘었다.

권승아는 야광 조끼의 스트라이커 역할이었다.


“왼쪽으로 돌려! 파노스! 뭐하는 거야!”


아자시오 역할을 맡으니 현재 팀의 허점이 보였다.

스트라스부르는 레지스 포이리에의 부재로 두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첫째. 공수 연결고리의 부재.

이는 엘리아스 아추리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오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다음 문제로 연계된다.

두 번째. 오른쪽의 붕괴.

아추리가 중앙으로 오면 오른쪽 윙을 맡을 선수가 없다.


“타르디 나가서 압박! 붙어줘야지!”


게다가 기존 우측 수비수 시릴 은데가 맹장염으로 이탈한 상태고, 대체자 조르당 타르디는 1군 경기를 뛸 역량이 되지 않는다.

이적 자금이 있어 보강할 예정이지만 당장 오른쪽 자원이 전멸한 상황.


“권, 잘했어.”


아자시오가 이 약점을 알아채고 우측을 공략하면 많은 기회를 내줄 것이다.

방금 권승아가 타르디를 가볍게 떨쳐내고 크로스를 올린 것처럼.


“하아···.”


공격의 중추를 맡아줄 아추리와 권승아가 연습 경기에서 훨훨 날아다닌다.

하지만 뱅상 감독의 얼굴에는 근심이 어려 있었다.


“10분만 쉬고 후반전 들어가자!”


뱅상이 프레데릭에게 다가갔다.


“시험해볼 게 있는데.”

“네. 어떻게 할까요?”


야광 조끼팀을 가리키며 프레데릭에게 지시한 뱅상은 다시 팔짱을 낀 자세로 돌아갔다.


“다들 이리로 와봐!”

“예, 코치님!”


그의 지시는 금방 선수들에게 전달되었다.


“일단 권. 후반전에 2선에서 뛰어라.”

“예?”

“감독님이 어제 테스트하신 전술이야.”

“아, 네.”


후반전은 파랑 조끼팀이 아자시오 역할을 맡게 되었다.

야광 조끼에 선발진이 몰려있으니 여전히 야광 조끼가 압도하는 형세였지만.

야광 조끼가 4-1로 파랑 조끼를 대파한 연습 경기가 끝났다.

마무리 훈련을 코치에게 맡긴 뱅상은 감독실로 향했다.


“하아···.”


한쪽 벽에 있는 화이트보드를 응시했다. 저번 경기의 포메이션과 선발 라인업이 있었다.

뱅상은 그것에 다가가 일단 레지스 포이리에의 이름이 적혀 있는 자석을 뗐다.

그러고선 자석들을 이리저리 옮겼다.

아까 훈련장에서 시험해 본 포메이션이었다.

이적과 부상으로 주축 선수들이 몇 명 빠진 명단.

그럼에도 뱅상은 권승아의 이름이 적힌 자석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150% 발휘]

[전후반 90분 동안 유효합니다.]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스타드 드 라 메노에서 펼쳐지는 리그 2 2라운드 경기, 스트라스부르 대 아자시오입니다.

-네. 오늘 스트라스부르는 예상치 못한 전술을 들고 왔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단 3-4-2-1이라는 포메이션도 예상치 못했을 뿐더러 선발진도 상당히 의외입니다.


중계진의 말대로 오늘은 모두가 의아해하는 구성을 가지고 온 스트라스부르였다.

많은 이들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올 것이라 예상했던 엘리아스 아추리가 오른쪽 윙백으로 나오고 정작 권승아와 크리스토프 모허가 2선에서 뛰었다.


-스트라이커로 나온 닐 오숙스 선수에게 양질의 공을 몰아주겠다는 전술로 보이거든요?

-말씀드리는 순간 모허 선수가 공 잡습니다.


크리스토프 모허는 피지컬을 앞세운 드리블에 강한 선수.

오늘 경기에서 공을 앞으로 전진시키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었다.


-모허 반대쪽으로 패스. 부스토스 선수가 있습니다.

-부스토스 크로스··· 잘못 겨냥한 듯 관중석으로 날아갑니다.


전반 30분이 되어가도록 권승아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저번 경기에서의 활약과 오늘 스트라스부르의 진형을 지켜본 아자시오의 감독이 대인 마크를 지시한 탓이다.

양쪽 윙백으로 나온 아추리와 부스토스는 둘 다 은퇴를 고려해볼만한 나이라 체력적인 부담이 있다.

그들이 매번 공격에 참여할 수 없으니, 권승아만 틀어막으면 최전방의 오숙스도 지워지는 셈이다.


“크윽!”


삐빅-!


아자시오의 반칙이 선언되었다.

뒤에서 밀려 넘어진 권승아에게 아자시오의 미드필더 제이크 오리온이 손을 내밀었다.


“미안. 괜찮아?”

“그럼요.”


툭툭 털고 일어난 그에게 아추리가 다가왔다.


“괜찮아? 네가 찰래?”

“···네.”


-본래 이런 상황은 아추리 선수 전담인데, 양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골대까진 약 30미터. 직접 슈팅하기엔 조금 먼데요.


“큰 거 하나!”


목청 좋은 팬의 호통에 권승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권승아 찹니다! 정확한 공!

-모허의 헤더!


공을 귀 근처에 맞히며 왼쪽 눈을 찡그린 모허.

살짝 굴절된 공이 구석으로 들어가나 싶었지만 골대를 맞히고 만다.

관중들이 탄식했다.


-수비수 걷어냅니다!

-아자시오의 역습. 수비수와 공격수 숫자가 동일합니다!


기회 이후에 순식간에 위기가 찾아왔다.

제이크 오리온이 헛다리를 짚으며 오른쪽을 바라봤다.

그것을 따라간 프랑수아 라베르뉴를 반대쪽으로 제친 그가 훌륭한 땅볼 패스를 구사했다.

그리고, 휘슬 소리가 울렸다.

골키퍼 렌스 페이먼스가 심판에게 다가가 강하게 어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레드카드입니다. 웨슬리 포파나 선수의 위험한 태클이었습니다.

-페널티킥까지 주어지는군요.


스타드 드 라 메노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침착하게 성공시킵니다. 제이크 오리온!

-아스날에서 온 임대생이 경기를 지배합니다! 스코어는 1대 0!


전반이 거의 막바지로 치닫는 순간에 터진 선제골은 남은 시간동안 스트라스부르 선수들을 곤란하게 했다.


-모허에게서 공 뺏어내는 발레리 코네.

-스트라스부르 선수들 지금 마음이 급해요.


공격적으로 나서는 건 스트라스부르지만 아자시오가 좋은 기회들을 만들어냈기에 스트라스부르의 팬들은 전반전이 종료될 때까지 가슴을 졸여야만 했다.

심판의 휘슬이 울리고, 선수들이 라커룸에 들어오자 뱅상 감독은 일단 권승아를 불러 그의 위치를 변경했다.

감독의 지시에 의아하긴 했어도 따르는 게 맞지 않겠는가.


“네.”

“그래. 자, 다들 주목!”


선수들이 뱅상을 바라보았다.

퇴장당하고 풀이 죽어있던 웨슬리 포파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45분이나 남아있는데 벌써 포기했나?”

“언제 역전할까 시나리오 구상 중이었습니다!”


프랑수아 라베르뉴의 농담에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

뱅상도 선수들을 격려해주곤 후반전을 위해 내보냈다.

선수진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

아니, 실은 컸다.


-하프타임에 선수를 교체하는 스트라스부르입니다.

-부스토스 선수 대신에 조르당 타르디 선수가 나오네요?

-우측 풀백 자리의 유망주인데, 이러면 위치 변화가 있겠네요.


엘리아스 아추리는 익숙하지 않았던 수비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했다. 당초 평론가들의 예상대로 된 것이다.

아추리의 빈자리에 들어간 조르당 타르디.

정작 교체아웃된 부스토스는 왼쪽 수비수인데, 3명이 된 공격형 미드필더 중 하나를 왼쪽 수비수로 기용해야 할 판이다.


-권승아가 왼쪽 윙백으로 이동했습니다. 의아한데요?

-이렇게 되면 권승아와 타르디, 두 젊은 선수들 덕에 측면 공격이 살아날지도 모릅니다. 가르니에 감독의 선택을 지켜봐야겠습니다.


두 윙백이 공격에 소극적이니 공이 중앙에 몰려 덩달아 아자시오의 수비도 중앙으로 뭉칠 수 있었다.

그 점을 눈여겨본 뱅상이 젊고 빠른 선수들을 측면에 투입한 것이다.


작가의말

오늘은 두 편 올라오고, 앞으로 매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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