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라이저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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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엘탄
작품등록일 :
2019.11.0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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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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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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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만남 (3)

DUMMY

-왼쪽 윙으로 나온 이호 선수의 포지션 변경을 스트라스부르가 잘 활용해볼 여지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어떤 포지션으로 나오든 이호 선수는 열정 넘치는 모습으로 수비와 공격 모두 적극적으로 가담하겠죠. 그게 이호 선수의 가장 큰 장점 아니겠습니까?


다소 이른 중계 재개에 해설과 캐스터가 진땀을 흘리는 동안.

마르세유는 하프타임에 승부수를 던졌다.


-스베토슬라프 얀체프 선수가 나오고 나비 케이타가 들어옵니다!

-리그 경기를 위해 출전하지 않았었습니다만 마르세유가 강수를 둡니다!


35세.

권장훈과 동갑인 나이에 제 2의 전성기, 그 끝자락을 한창 달리고 있는 나비 케이타였다.

라이프치히, 리버풀, 인테르 등을 거쳐 마르세유에 정착한 그는 리그 1에서 아리에타와 함께 쌍두마차로서 활약하고 있었다.

아리에타가 전반적인 공격을 책임진다면 케이타는 교체로 나와 변수를 창출하는 조커.

커리어 말년으로 접어들며 공수양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케이타가 등장하자 스트라스부르 선수들은 다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만나보지 못한 레벨의 선수다.


“뭘 겁먹고 있냐?”

“들켰네요.”


대답은 그렇게 하면서도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권승아.

태연한 기색의 둘을 보며 다른 선수들도 긴장을 풀었다.

그렇게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


뱅상 가르니에는 초조한 눈빛으로 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오리아 수석 코치는 다소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 불리하던 흐름도 타이밍 좋게 끊겼고, 지금은 한창 몰아붙이는데 왜 그러십니까?”

“권승아.”

“권? 은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솔직히 실망이네. 시즌 시작부터 지금까지 별로 발전하지 못했어.”


틀린 말처럼 들린다.

80분마다 득점을 올리고 62분마다 도움을 기록하는 권승아는 단연코 스트라스부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뱅상이 불만스러운 점은 다름이 아니었다.


“킥은 점점 더 날렵해지고, 몸싸움에는 더 능숙해졌지. 그런데 그 능력을 100% 활용하지 못해.”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필드에서 마르세유의 프리킥이 선언되었다.

뱅상이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이게 안 된다고. 직감에만 의존할 뿐이야.”


뻐엉-.


케이타가 쏘아올린 공은 금방 스트라스부르에게 넘어갔다.

그의 목표였던 아리에타의 장기는 킥이지 제공권 장악이 아니다.

뱅상의 눈이 공을 쫓아갔다.

레지스 포이리에가 2대 1 패스로 전진한 후 공을 줄 선수를 찾고 있다.


“권.”


권승아가 공을 받아주러 나오자 포이리에가 그에게 패스했다.

뱅상은 혀를 찼다.

공을 많이 만진다고 능사가 아닌 것을.

골문 앞에서 받아줄 선수가 없다 보니 직접 드리블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을디즈의 깔끔한 태클에 소유권을 잃고 만다.

권승아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 선수들을 전방에서 압박하고, 공격 시에 연계하는 데에도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위치 선정에서 무작정 공쪽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있다.

가끔은 그로 인해 뱅상이 구상한 전술을 어그러트리기도 한다. 여태까지 그런 흠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 가려왔지만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개선이 필요하다.


“오늘 경기 끝나고 권을 감독실로 부르게.”

“예.”

“그러면···.”


웨슬리 포파나가 연속된 출장으로 힘겨워하는 기색이다.

이브스 클라라를 투입할까?

변해가는 상황을 살피며 뱅상이 거듭해서 고민했다.


“······수석 코치.”

“네. 어떻게 할까요?”

“이브스랑 포파나를 바꾸고 이호를 중앙 수비수로. 포이리에 중앙으로 내려서 5-3-2로 전환한다.”


바로 플랜 B로 넘어가기로 했다.

마르세유의 공격이 아리에타 하나로 모인다.

안으로 접고 들어오는 측면 공격수인 그가 중앙으로 움직이면 중앙엔 스트라이커까지 2명이 된다.

거기서 패스플레이든 뭐든 해보려는 게 현재 마르세유의 유일한 공격 루트.

그렇다면 쓰리백으로 전환해서 중앙 수비를 강화하고 측면 수비수에게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지시하는 게 적절하다.

후반 63분, 전술 교체가 이뤄지기 전.


-이호의 깔끔한 태클.

-한 번에 타르디에게 연결합니다. 타르디 잠시 멈춥니다. 스탠딩 크로스!

-권승아 헤더! 훌륭한 선방입니다.


공은 골키퍼 장갑에 막혔지만, 완전히 잡히지 않고 옆으로 흘렀다.

이호가 쇄도했다.


-이호가 살려내는 공. 풀백 제치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권승아에게, 슛!

-역전해냅니다. 이호와 권승아가 만들어낸 귀중한 골!


슈팅 각도가 나오지 않는 상태로 페널티 박스에 들어선 이호는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로 공을 찔러줬다.

권승아가 한 건 발을 가져다 대는 것뿐이었다.


-뱅상 감독이 의외의 선택을 합니다. 포파나 선수와 함께 권승아 선수가 나오는군요?

-이브스 클라라 선수와 엘리아스 아추리 선수가 들어갑니다.


컵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좋지만 더 중요한 건 승격이다.

1부 리그로 돌아가는 게 최우선 목표인 만큼 권승아는 다음 경기를 위해 불러들였다.


“감독님이 끝나고 보자고 하신다.”

“네.”


권승아는 스포츠음료로 목을 축였다.

남은 경기는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전반 때처럼 아리에타가 중거리 슛을 때렸는데, 하필이면 그것이 이호의 손에 맞아버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PK를 성공시킨 마르세유는 공세를 끌어올렸다.

2-2인 상황에서 두 팀 다 각성하기 시작했다.


삐비익!


-모허 선수에게 옐로카드 주어집니다.

-지금 선수들 굉장히 흥분한 것처럼 보입니다. 침착할 필요가 있어요.

-어쩌면 퇴장당할 수도 있었다고 보이는데 일단 옐로카드 선에서 상황이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고···.”


뱅상이 권승아를 불렀다.


“이제 우리 실력이 슬슬 올라올 거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럴 거다.”


확신에 찬 말투에 저도 모르게 감정이 고조된다.

스트라스부르가 코너킥을 얻어내는 순간 뱅상이 권승아에게 말했다.


“마무리로 몸 풀고 와라.”

“예.”


와아아아아-!!


걸음을 옮기기 전에 운동화 끈을 묶던 권승아의 고개가 급히 마르세유의 골문으로 향했다.


-다시 한 번 우위를 점하는 스트라스부르! 막아낸 헤더를 우겨넣는 아추리!

-노련하게 기회를 포착하다 달려들어 마무리하는 모습입니다.

-골키퍼가 이호의 헤더를 훌륭하게 쳐냈지만, 넘어지면서 아추리의 슛은 막지 못하네요.


***


마르세유 입장에선 고맙게도 권승아가 빠졌는데, 이상하게 스트라스부르에 끌려 다니기 시작했다.

스트라스부르는 패스에 강한 선수들을 모두 척추 라인에 배치하고선 수시로 방향전환을 하며 수비를 흔들었다.


-아추리가 나와서 받아줍니다.

-원래 수비가담이 많은 선수기에, 예.

-이호를 봤습니다.


이호는 공을 받으며 생각했다.

왜 얘가 여기 있지?


툭, 툭-


아리에타를 상대로 헛다리를 짚은 이호는 그가 의외로 수비에 내공이 있음을 알아챘다.

그가 아리에타의 얼굴을 직시했다.


[엔리케 아리에타 (189/184)] 최대 300

데드볼 37

킥력 44

속도 39

신체 32

볼 컨트롤 37


“제기랄, 수비를 얼마나 잘 하는지 안 나오잖아.”


애초에 능력치가 그다지 높지도 않은데.

자유로운 아추리에게 공을 내준 이호는 중앙수비수 위치로 되돌아갔다.

이제는 반코트 경기가 되어 수없이 얻어맞는 마르세유였다.


-아추리가 오숙스에게.

-오숙스, 다시 공을 내주고 달려 나갑니다만 란크펠트 맞고 나가는 공.

-지금 점유율이 63대 37로 스트라스부르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세가 죽어있어요. 공격진이 더 분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호가 슬슬 올라가 공격 작업에 참여했다.

중앙 수비수 기질은 아닌 듯싶다.

사실 그것보다도, 있어야 할 곳에 선수들이 없고 다들 뭉쳐있는 꼴이 훤히 보이기 때문이었다.


“여기요!”

“줄게!”


로빙 패스로 이호에게 공 넘겨주는 포이리에.

뒤에서부터 압박이 느껴졌다. 나비 케이타다.

힘에서 점점 밀려난다. 지금의 시야로 동료들의 위치를 어림짐작한다.

조금만 더 버텨야 한다.

···지금.


파앙!


돌아서며 올려 찬 공이 오숙스에게 정확히 향했다.

이을디즈의 방해만 없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몸싸움에 밀린 오숙스.

그래도 슈팅까지는 연결된다.


-힘없는 슈팅. 골키퍼가 잡아내 빠르게 내줍니다.

-후반 85분이 지나고 있는 상황.


케이타가 침투하라고 손짓했다.

존재감도 없던 공격진이 일제히 뛰어들고, 그 중 마틴 카르모나가 선택받았다.


-카르모나 빠릅니다! 부스토스가 비운 공간으로!


우측으로 전진해 크로스를 올린 카르모나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리에타가 헤더를 성공시켰고 골키퍼도 반응을 못했건만 골대를 맞고 나가버린다.

스트라스부르의 골킥.

멀리 날릴 준비를 하는 렌스 페이먼스 골키퍼에게 이호가 손짓했다.


“저 좀 주세요.”

“어?”


렌스는 맘대로 하라며 어깨를 으쓱이는 라베르뉴를 보고선 이호에게 공을 내줬다.

이호는 공을 잡으며 전방을 단번에 훑고,


“흡!”


-아주 멀리, 이호.

-오숙스가 잡아냅니다! 엄청난 패스!

-아무도 막지 못합니다! 질주하는 오숙스에게 주어진 찬스!

-그대로 오숙스 슛!


끝까지 공을 보던 오숙스가 관중석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우승 가즈아!”

“리, 일로 와!”

“무적의! 스트라스부르!”


***


완전이적조항이 달려있지만 희박한 가능성이기에, 이호는 구단 숙소 대신 호텔에서 묵고 있다.

한창 폰을 만지던 이시현이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야!”

“어?”

“몽펠리에가 이겼다.”

“몽펠리에가 리옹을 이겼다고?”


리그 순위는 12위로 2위에 있는 리옹에 비해 떨어지는 몽펠리에가 무려 5-1로 리옹을 이겼다고 한다.


“···장태영 만나겠네.”


***


“권.”

“예, 감독님.”

“훈련 끝나고 집에 가서 뭐하지?”

“보통··· 축구경기를 보거나 책을 읽습니다.”

“무슨 책?”

“무협, 오리엔탈 판타지? 라고 하시면 아시려나요···.” “······앞으로는 훈련 세션 끝나고 남아라. 직접 봐줘야겠다.”

“네?”

“여태까진 괜찮았지만, 축구지능을 길러야 승격해서도 잘하지 않겠냐. 1시간씩만 남아라.”


의아하긴 하지만, 추가적으로 코칭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할 필요는 없었다.


“네!”


***


「권승아 vs 장태영 코리안 더비, 접전 끝에 스트라스부르가 3-2 승」


스트라스부르와 몽펠리에의 코리안 더비는 권승아의 경이로운 3도움 덕에 스트라스부르가 승리했다.

이로써 프랑스 컵 8강전에 진출해 올 시즌 같이 리그 2로 미끄러진 툴루즈와 경기를 벌일 예정이었다.

리그 2에서도 스트라스부르는 종횡무진이었다.


「이호 훈련 중 부상··· 발랑시엔 전 불참」

「‘조커’ 권승아, 후반 75분 교체 후 동점골」


비록 이호는 잔부상이 이어지며 여러 경기를 못 나왔다.

현재도 마찬가지로, 몇 시간 후에 주치의에게 상태를 보이러 가야 하는 이호였다.


작가의말

마치 길거리에서 철 지난 말춤을 추는 기분입니다. 아주 부끄럽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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