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라이저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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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엘탄
작품등록일 :
2019.11.03 23:55
최근연재일 :
2022.03.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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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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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결승전들 (11)

DUMMY

예상보다 훨씬 짧은 패스.

후안 카를로스 아드리오가 중간에 가로챈다.

과감하게 긴 터치로 치고나가 당황한 콜롬보와 거리를 유지하는 아드리오.

다소 떨어져있는 사민재로썬 그를 따라잡을 수 없다.

위험하다.


-베날리 골키퍼가 뛰어나옵니다!

-빠른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


무언가 기시감이 느껴진다. 다른 말로 데자뷰가.

사민재는 아드리오를 향했던 방향을 살짝 틀었다.


-아드리오! 쏩니까!

-슈우웃!


베날리가 서둘러 각도를 좁혔으나 그 바람에 아드리오의 기습적인 슈팅을 놓치고 말았다.

옆구리 부근을 지나쳐 골대 중앙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공.

사민재가 슬라이딩을 감행했다.


***


와아아아아아-!!


-0대 0 승부 지켜냅니다! 사민재의 슈퍼세이브!

-스트라스부르와의 개막전에서 보여줬던 플레이가 이곳에서 다시 한 번 재현됩니다!


경기는 연장전에 돌입했다.

가슴을 쓸어내린 리옹의 서포터들은 El Geta(엘 게타)와 첨예하게 맞서는 팀의 선수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장전은 후안 카를로스 아드리오, 그의 독무대였다.

마치 그는 게임 캐릭터이고 수비진을 뚫어야 하는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듯했다.


-그러나 리옹,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슈팅 벗어나면서 코너킥 돌입합니다!

-연장전도 채 5분이 남지 않았거든요? 승부차기가 되면 승부는 정말로 알 수 없게 되버립니다!


힘이 빠진 라스 세브레츠 대신 들어온 케빈 디디에가 실수를 반복하며 리옹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방금 장면도 빌드업 과정 중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뺏겨버리는 바람에 사민재가 순간 튀어나가 중거리 슈팅을 차단하지 않았다면 골로 연결될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다.

다행히 제공권 싸움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헤타페.

2미터에 가까운 아드리오가 있다지만 그에게 철저히 붙어 차단하니 나머지 선수들은 그다지 좋은 활약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리옹의 중앙 수비수들이 역습에 대비해 후방에 내내 대기하니 헤타페는 코너킥에서 활로를 찾아낼 수 없었다.


-소유권 가져가는 리옹! 바로 역습 이어집니다!

-디디에 선수가 찔러줍니다···만 성급했습니다.

-미구엘 알론소가 중간에서 차단합니다.

-바로 압박 들어가는데요. 로모 선수에게 연결합니다.


그 때였다.


삐이이익-!


“아···.”


이제 양 팀 모두 두 손을 마주 잡고 행운을 빌게 되었다.

리옹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치진과 감독까지 모두 나와 팀의 결속력을 다졌다.

라키티치가 사민재를 호명했다.


“민재, 5번 키커.”

“잠깐만요. 제가요?”

“그래.”

“아시잖습니까. 저-”

“오늘 훌륭했어.”


사민재가 입을 열었다가 그대로 천천히 다물었다.


-선수들에게 물을 전달하는 모습입니다.

-득점 없이 이렇게 재밌는 경기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그렇죠? 사실 한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허무하게 끝나지 않을까 했는데, 두 팀 모두 포기 없이 계속해서 경기를 뒤집는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네. 지금부터 페널티킥 시작됩니다!


리옹 vs 헤타페, 1번 키커가 나섰다.


-헤타페의 첫 번째 키커는 후안 카를로스 아드리오 선수입니다.

-오늘 대단했죠? 거의 혼자서 리옹을 몰아세웠습니다.

-하지만 승부차기는 그와 별개죠. 베날리 골키퍼가 막을 준비를 합니다.


왼쪽 하단으로 꽂아 넣은 아드리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어진 후안 로메로의 슈팅도 골망을 흔들며 균형을 지켰다.

2번, 3번까지도 모두 성공했다.

헤타페의 4번 키커, 엘리에르의 차례.


-엘리에르가 준비합니다.

-오늘 유효슈팅은 저조했지만 여기서 만회할 수 있습니다.


엘리에르의 눈길이 잠깐 동안 오른쪽을 향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직감이 선 아누아르 베날리가 그 눈길의 목적지를 향해 몸을 던졌다.


-막았습니다! 아누아르 베날리!

-이렇게 되면 리옹에게 있어 찬스입니다!


리옹의 네 번째는 교체로 들어온 펠릭스 로베르트였다.

그는 대담하게 정중앙으로 찼다.

아로요 골키퍼의 발에 걸려 순간 아찔했지만 살짝 빗맞아 골라인을 넘어섰다.

그 다음, 헤타페의 5번은 에두아르도 팔로메케.

지난 킥을 막았다는 희열 때문에 섣불리 몸을 날린 베날리를 따돌리고 유유히 골인시켰다.

이렇게 되면 리옹의 5번 키커의 발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킥을 사민재 선수가 가져갑니다.

-원래 케빈 디디에 선수가 찰 게 아니었나 싶은데 오늘 불안한 모습에 바꾼 것 같습니다.


중앙선 라인에 서있던 사민재가 걸어 나갔다.

호흡이 약간 가빠진다.

37미터.

라키티치 감독을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도 고개를 저으며 가라고 손짓했다.

그때였다.


짝짝짝-,


-관중들이 일어나 박수를 쳐줍니다.

-리옹 팬 헤타페 팬 할 것 없이 모두 일어나 격려를 해주는 모습입니다.


“무슨 일 있어요?”

“그런 게 있어.”


어리둥절한 권승아를 뒤로 한 이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율리안, 윤태우, 체칠리아, 오리온도 동참했다.

헤타페의 영건이 세상을 떠난 15년도 더 된 시절의 이야기.

이 관중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마침내 사민재가 발을 뗐다.


-사민재 선수와 아로요 골키퍼가 마주 섰습니다.

-2030/31 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전 승부차기 4대 4 상황···!


사민재가 천천히 속도를 올렸다.


콰앙-!


왼발로 공이 터져라 찼다.

측면 중단으로 가다 반대쪽으로 급격히 말아 올라가는 슛.

아로요가 사민재의 눈빛을 잡아내 방향에 맞춰 다이빙했다.

힘껏 뻗은 그의 손은, 허망하게 허공을 갈랐다.

당연한 일이었다.

공은 정반대로 날아갔으니까.


-아아!! 들어갔어요! 들어갔습니다!

-경기 끝납니다! 리옹이 1997년 UEFA 인터토토컵 이후 30년 만에 이룩한 국제 대회 우승입니다!


비록 패배했지만, 헤타페도 축제 분위기였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권승아만 이해하지 못한 채, 모두 활짝 웃었다.

사민재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


“하아···.”

“와아~ 주인공이다!”


무수히 많은 악수의 요청에서 빠져나와 간신히 약속 장소에 도착한 사민재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특히 헤타페 측 사람들이 연신 친근감을 표해 사민재로써는 여러 감정들이 혼재한 상황이다.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괜찮아요?”

“오늘 새벽까지도 한대. 완전 괜찮아.”


윤태우가 자리를 권하며 대답했다.

밤이 정말로 깊었다. 자정에 가까운 시각.

허기진 일행을 위해 음식들이 줄줄이 테이블에 놓였다.

한동안은 말없는 식사가 이어졌다.

어느 정도 배가 채워지자 윤태우가 말문을 열었다.


“오늘 모이자고 한 건 다른 게 아니야.”

“나 챔스 직관 못하게 하려고? 결승 영국에서 하잖아.”


제이크 오리온이 능청맞게 얘기하자 자연스레 풀린 분위기에서 대화가 진행되었다.


“파편으로 나뉜 셋이 질문을 여럿 하는데, 차라리 이번 기회에 싹 다 설명하고, 궁금증도 다 해결하고 가면 좋지 않을까 해서 모인 거야.”

“잠깐만. 그럼 나는 왜 불렀어?”


오리온이 자신을 가리킨 손가락을 꼼지락댄다.


“그냥.”

“아 저기요. 장난하십니까?”


윤태우가 시야 우측 상단에 시선을 두고 시스템 메뉴를 열람했다.


[도움말]

[내 능력치]

[타인 능력치 : ON]

[업적]

[부스트]

[커뮤니티]


비교적 단출한 글자들을 바라보며 위에서부터 설명을 시작한다.

도움말은 말 그대로 시스템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담겨져 있는 곳이다.

복구중이란 말이 떴을 때 윤태우를 비롯한 다른 시스템 사용자들이 설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데엔 이 도움말의 존재가 컸다.

내 능력치는 자신의 능력치를 볼 수 있는 란으로, 사민재가 파편으로 부여받은 것이었다.


“질문이 있는데요.”

“뭔데?”

“능력치 옆에 숫자가 두 개 있는데 왜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


이호의 질문에 윤태우가 권승아를 바라보았다.


[권승아 (270/244)] 최대 300

데드볼 46

킥력 57

속도 58

신체 50

볼 컨트롤 59


왼쪽은 능력치의 총합이다.


“그리고 오른쪽은 당사자가 생각하는 자신의 능력치의 총합이다. 체감 능력치라고 할 수 있으려나.”


권승아가 자신감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체감 능력치가 실제에 비해 터무니없다.

자신의 능력치를 볼 수 있게 되면 저 부조화는 고쳐질 것이다.

시스템 사용자들은 자신들의 능력치를 객관적으로 수치를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체감 능력치와 실제 능력치가 같을 수밖에 없다.

타인의 능력치는 다른 사람의 능력치를 볼 수 있는 능력으로, 이호가 부여받은 파편이다.

상대방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할 수 있으니 그에 대응하거나 팀원으로써 받쳐주기에 적합하다.

ON/OFF로 변환해 무의식적으로 남의 능력치 창을 열고 다니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업적은 일정 조건을 만족해 개수를 채우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메뉴다.


“업적 151개 달성자로써 이건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의기양양하게 나선 체칠리아 다니엘레가 50개마다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렸다.

50개 달성 시에는 부스트를 적용하지 않아도 기본 110% 보정이 생긴다.

100개 달성 시에는 각 능력치의 최대가 1 상승하여 총 최대 305가 된다.

150개 달성 시에는 능력치를 볼 때 세부 능력치까지 파악하게 된다고 한다.

그 이상은 아무도 채우지 못해서 아직 모른다고.


“151개? 다니엘레 씨가 대단하긴 하시네요.”

“그렇죠?”


싱글벙글한 그녀가 옆자리의 윤태우를 툭툭 치며 장난을 걸었다.

어쨌거나.

부스트는 경기력을 높여주는 부스트를 받을 수 있다.

적용 시 한 경기 동안 지속되며,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적용하겠다고 하면 알림 뜨잖아, ‘전후반 90분 동안 유효합니다.’ 그게 말 그대로 전후반만 적용된다는 소리야. 연장전 들어가면 효과가 없어져.”

“아··· 그건 생각도 못했네요. 후반 추가시간은요?”

“추가시간까지는 유효해.”


마지막으로 커뮤니티.

커뮤니티는 시스템 사용자들 간의 소통의 공간이다.

상단에는 몇 명이 커뮤니티 메뉴에 들어와 있는지 알려주며 여느 메신저와 같이 채팅을 치면 된다.


“여태까지 다섯 명이었는데 갑자기 총 정원이 늘어나서 깜짝 놀랐었다.”

“그래요?”

“은퇴하면서 여러 명한테 계승할 수 있을 줄은 몰랐어.”

“···저희한테 파편을 물려주신 분은 누구세요?”

“비밀.”


모든 설명과 질문이 끝나고 나서는 평범한 모임 자리였다.

시스템 설명에는 끼지 않았던 제이크 오리온과 율리안 헤르겔류드가 저들끼리 대화를 하고 있었다.

체칠리아 다니엘레는 술 몇 잔을 들이키고 피곤했는지 윤태우의 어깨에 기대 잠에 들었다.

이호는 저번 시즌 코앞에서 우승을 놓친 리버풀에 대해 실없는 농담을 던지며 낄낄 웃었다.

그를 바라보는 사민재는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그렇게 웃고 떠들다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있었기에 관대했던 주인조차 눈을 부라리며 손님을 내쫓는 시간이 되자 그들은 밖으로 나왔다.

새벽이 깊어가자 재빨리 해산했다.


“아안녕! 모두 잘 있어요! 잘 있어요, 동네 사람들!”

“취했네. 데려다 줘요.”

“그럴까.”

“그럴까라 말하실 게 아니라 저기 넘어지잖아요.”


그렇게 시즌이 끝났다.


작가의말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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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33. 전반기 (6) 22.02.15 3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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