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라이저의 파편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판타지

완결

엘탄
작품등록일 :
2019.11.03 23:55
최근연재일 :
2022.03.18 20:05
연재수 :
180 회
조회수 :
21,401
추천수 :
528
글자수 :
940,812

작성
21.11.16 20:05
조회
98
추천
3
글자
12쪽

15. 정상 (6)

DUMMY

리옹의 라인업은 조금 의아했다.

있는 중앙 수비수 3명을 모두 투입한 3-4-3 전술은 리옹이 쓰지 않던 전술이었다.

언제나처럼 골문을 지키는 아누아르 베날리 골키퍼의 위에 페르스틀, 루즈리, 사민재가 섰다.

젊은 선수인 후안 페드로 카사스를 오른쪽 윙백으로 올리고 서른둘을 맞이하는 루이스 안토니오가 왼쪽 윙백이었다.

카사스는 공격을 하고자 한다면 곧잘 해내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가 공격적으로 나설 때 안토니오가 반대쪽에서 수비를 펼치는 편이다.

중원에서 전방과 후방을 이어줄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선수는 파페 디아우와 라스 세브레츠.

주로 2선에 서는 디아우의 활력이 기대된다.


“흐읍!”

“좀만 더, 아직 일어나지 말아봐.”

“나 죽어···!”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건 우측 공격수로 나선 니키 두드만.

볼 컨트롤의 귀재인 왼쪽 공격수 후이 아제베두가 그의 반항을 억제하고 있었다.


“옳지. 다음으로 양 발바닥 마주 붙이기. 시선은 대각선 앞.”

“어?”

“그 상태에서 허리 숙여.”

“어······?”


후안 로메로.

리그, 컵, 유럽대항전 포함 올 시즌 48경기 째 출장에 나서는 그가 공격의 중추를 맡았다.


-리옹은 오늘 공백을 깨고 모습을 드러내는 선수들이 몇 있습니다. 그동안 감독과 불화가 있다는 논란과 함께 내내 벤치에 있던 아제베두 선수가 선발로 나섰습니다.

-또한 사민재 선수가 복귀를 했죠. 로메로 선수에게 가려졌던 두드만 선수도 오른쪽에 나왔습니다.


중요한 무대인만큼 이번 시즌 말고도 그동안 크게 공헌해온 선수들을 출전시켰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전술적 노림수, 스트라스부르에 대비해서 준비해온 전술에 잘 녹아든 선수들을 기용한 것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음은 뱅상 가르니에 감독의 전사들입니다.


골키퍼는 막시밀리언 부이어.

가장 자신 있는 4-2-4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스트라스부르는 모두가 동의하는 베스트 일레븐을 동원해왔다.

수비라인에는 조르당 타르디, 이브스 클라라, 프랑수아 라베르뉴, 피에르 에벨레가 실로 오랜만에 다시 뭉쳐 수비를 도맡는다.

미드필드에는 로렌조 로메로와 아우렐리안 마샹.

비록 둘 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팀을 떠날 거란 이야기가 맴돌았지만 지금은 엄연한 스트라스부르의 일원.

늦은 나이에 수비적인 재능을 개화한 마샹과 다른 키워드가 필요 없는 ‘플레이메이커’ 로메로가 중원에서 리옹의 미드필더진과 대결한다.


와아아아-!


-화려한 네 명의 공격진입니다. 오른쪽부터 권승아, 율리안 헤르겔류드, 폴 두마스, 르네 모린입니다!

-각각의 선수들이 괴물 같은 스탯을 보유하기도 하고 모두 젊습니다. 18세의 권승아 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 한 살 위인 두마스, 스물셋의 르네 모린과 가장 나이가 많은 헤르겔류드 선수도 스물다섯이에요.


리옹 수비진을 조율하는 사민재가 옆을 돌아봤다.

오늘은 절대 공격으로 나가지 않는다. 중앙 수비수가 나가더라도 사민재는 아닐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스트라스부르의 공격력을 경계하고 있었다.

사민재가 시스템을 불러왔다.


[200% 발휘]

[전후반 90분 동안 유효합니다.]


정신이 차가워진다.

수치를 측정했다면 100을 훨씬 넘었을 심장의 고동이 가라앉는다.

지금부터 이 상태를 90분 동안 유지한다는 결심과 함께 시야가 한층 넓어지는 기분이 들고, 차분한 마음과 달리 몸은 고양되어 다가올 경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관중들 하나하나의 목소리가 그의 피부에 각인되는 느낌이다.

그는 라키티치 감독에게 엄지를 들어올렸다.

준비 완료.


-무표정으로 일관하면서 엄지를 세우는 사민재 선수가 카메라에 잡힙니다.

-허허, 저렇게 어색한 따봉이 있을 수가 있네요.


빠르고 역동적인 스트라스부르의 공격진이 자리에 서서 다가올 경기에 대기하고 있었다.

풀백 타르디와 함께 오른쪽 공격을 진두지휘할 권승아가 시스템을 불러왔다.


[200% 발휘]

[전후반 90분 동안 유효합니다.]


정신이 맑아진다.

마치 세상이 그가 경기에 집중하길 바라는 것처럼 사위의 관중들은 그의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반대로 공과 21명의 선수들의 존재감은 더욱 커져 그의 몸을 진동시키고 있다.

심판이 휘슬을 입에 문 순간이 뇌리를 스쳐지나가고.


-경기 시작됩니다! 스트라스부르 대 리옹, 리옹 대 스트라스부르. 31/32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전입니다!

-두 팀 모두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확정이지만 트로피가 탐나지 않을 리가 없죠! 선축을 잡고 공격하는 스트라스부르의 진영이 오른편에 위치합니다!


긴 시간을 기다려온 사람들이 TV 앞에 모여든다.

한국의 해외축구에 대한 관심은 현재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다.

훗날 챔스 결승에서 코리안 더비가 성사되기라도 하면 이를 넘어서겠지만, 독보적인 실력으로 2부 리그에서 2년 만에 1부 리그 우승으로 팀을 이끈 권승아와 국내에서부터 인지도를 착실하게 쌓은 반칙 없는 수비수 사민재의 경기는 단연코 뜨거운 감자였다.


-르네 모린이 뛰어듭니다! 경합에서 공을 따낸 모린!

-바로 태클이 들어와 걷어냅니다. 스트라스부르의 스로인.


스트라스부르는 시간을 끄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허리가 홀쭉하다는 전술 본연의 단점에도 겁먹지 않고 과감한 롱패스와 방향 전환을 구사하면서 공격을 전개했다.

더군다나 오른쪽 공격으로 나온 권승아가 가끔씩 내비치는 천재성이 극초반부터 계속 발휘되며 그의 컨디션이 건재함을 증명했다.

전반 8분.


-사미르 루즈리가 공을 잡습니다.

-리옹 수비진이 아무래도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스트라스부르의 거센 압박에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네요.


루즈리가 페르스틀에게 패스하며 다가온 두마스를 떨쳐냈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몇 발짝 뒤로 물러난 두마스가 루즈리의 의표를 찔렀다.


“긴장했어요?”

“뭐?”


-루즈리 선수에게 다시 돌려줍니다.

-어어! 공 낚아채는 두마스 선수!

-두마스 치고 나가서 바로 슈웃!


아쉽게도 잘못 맞았는지 골문을 한 뼘 차이로 벗어난 공에 스트라스부르 서포터들이 아쉬워했다.

떡하니 벼르고 있는 두마스가 있는 걸 봤으면서 다시 패스한 페르스틀도 그렇지만 벙찐 탓에 굴러온 패스를 놓친 루즈리도 참 아쉬운 경기력이었다.

이반 콜롬보, 하다못해 사실상 2군인 후보 선수 프란시스코 산티스테반이라도 기용할 수 있으면 한결 나을 텐데.

둘 다 부상이니 속만 타들어간다.

사민재가 알렉산더 페르스틀과 자리를 바꿔 중앙에서 빌드업을 진행하면서 최대한 문제를 봉합했다.


-스트라스부르와는 달리 공격을 천천히 전개하는 리옹.

-사실 지금은 상대편의 전술을 살피는 단계이기 때문에 빠른 공격도 좋지만 이렇게 약점을 파악해나가는 것도 괜찮습니다.


수비가 불안하지만 사민재가 돌아왔고 중원은 결코 스트라스부르에 밀리지 않는 리옹이다.

오히려 압도하고 있다.

마샹이 체력 안배를 위해 활동량을 줄이자 상대편 선수들을 견제하는 데에는 약한 로메로만 덩그러니 중원 싸움에 끼어들었다.

리옹은 어설픈 로메로의 압박은 무시하다시피 넘겨버리고 파페 디아우가 거의 2.5선에서 활약하고 세브레츠가 뒤에서 받쳐주는 식으로 플레이를 만들어갔다.


-수비상황에서는 깊게 내려앉는 스트라스부르입니다.

-그러면서 공격진은 호시탐탐 라인브레이킹을 노리고 있죠. 대등한 숫자를 상대로 한 수비에 통달했다는 게 리옹 입장에서는 무서울 겁니다.


공격진들끼리의 침투와 패스플레이를 통해 득점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스트라스부르의 주된 득점원은 사실 뻥축구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롱킥 전술은 예로부터 상대방에게 허무함을 선사하는 재미가 있는 전술이었다.

단 한 번의 패스에 공들여 준비한 모든 수비 전술이 무너져 내리고, 빠른 발에 뒤처져 1대 1 찬스를 내주고 마는 기분은 어느 축구선수라도 느끼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 기분에 대한 전문가들이 바로 스트라스부르다.


-터치 실수가 나왔습니다. 망설임 없는 클라라 선수의 롱패스!

-모린이 차분하게, 디아우 선수가 어느새 다가가 있습니다!


와아아아아─!


-재치 있는 개인기! 따돌리고 전방으로 질주하는 모린 선수!

-르네 모린 거침없습니다! 길게 차올립니다!

-반대쪽의 권승아가 잡아냅니다!


윙백들이 내려와 5백을 형성하는 리옹.

루이스 안토니오가 권승아의 등 뒤에 딱 달라붙었다.

시야를 넓혀 필드를 훑다가 무언가를 포착한 그가 뒤를 돌면서 공을 뒤로 뺐다.

계속해서 후진하던 그가 어느 순간 안토니오의 다리 사이로 공을 흘렸다.


-침투하는 로메로! 공격형 미드필더 경험을 살립니다!

-로메로 크로스!


율리안 헤르겔류드와 폴 두마스.

사민재, 루즈리, 그리고 페르스틀.

수적으로나 신체조건으로나 리옹이 살짝 앞선다.

하지만 변수의 등장으로 경합이 엎어지고 만다.


-마샹 헤더!

-넘어지면서 쳐냅니다! 아누아르 베날리!!

-당황한 리옹 수비진이 쇄도해오는 마샹 선수를 상정하지 못하면서 위협적인 찬스를 내줬습니다!

-아직 공격 안 끝났습니다. 르네 모린이 잡아놓은 공!


마샹은 가끔씩 중요한 경기가 되면 공격에 소극적인 자신의 기질을 영리하게 이용하곤 한다.

방금 장면도 그런 종류의 허를 찌른 공격.

낮게 날아간 공은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기다리던 모린의 품으로 들어왔다.

오른쪽 측면에 둘이 있고 페널티 박스 안에 둘이 있으니 선택지는 두 개로 좁혀진다.

잔뜩 올라온 왼쪽 풀백 피에르 에벨레에게 주는 것도 방법이지만 현재 좌측은 주변에 아무런 선수도 없는 고립무원.

외통수로 공을 끌고 갈 이유는 없다.


-로메로 선수까지 수비에 가담합니다.

-좌측으로 전개하는 르네 모린.

-크로스 외엔 마땅한 공격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페널티 박스 안에 리옹 선수들이 똘똘 뭉쳐있는 현 상황에서 적절한 선택은 아닌데요.


에벨레가 공과 함께 여유롭게 필드를 활보했다.

공격 재능도 평범하고 수비도 그럭저럭.

그는 익히 색깔 없는 선수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금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상대 선수의 심리를 꿰뚫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전방으로 계속해서 몰고 옵니다. 리옹이 막아서야 할 선수가 한 명 더 늘었습니다.

-사민재 선수가 앞으로 나가 막습니다.


라스 세브레츠는 아크서클 근처에서 헤르겔류드를 견제하고 있다.

마땅히 막을 선수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민재가 그의 수비에 나섰다.


“하아···.”


예견하고 있었던 에벨레가 길게 호흡했다.

연습이 빛을 발하길 바라며, 첫걸음을 옮겼다.


-사민재 선수, 섣불리 발 뻗지 않습니다.

-기습적으로 오른쪽 치고나갑니다! 피에르 에벨레!


자신의 포지션을 이탈해 중앙 부근까지 온 에벨레.

자리를 잡고 있던 파페 디아우까지 합세해 에워싸기 좋은 곳으로 자처해서 들어갔다.


-디아우 선수의 태클에도 공을 사수한 에벨레 선수!

-슈팅 하나요?!


잘 감아찰 자신이 있다면 사민재를 우회하는 슈팅도 괜찮은 선택지다.

분명 들어간다면 원더골이 되겠고 그렇지 않더라도 준수한 공격을 뽐낸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인식될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뒤꿈치로 힘껏 공을 강타해 그의 후방, 좌측으로 공을 보내는 에벨레였다.

공은 이내 뒷사람의 논스톱 킥으로 리옹의 골문을 향해 날아가 파공음을 형성했다.


콰앙─!


작가의말

가슴에 슈팅을 맞고 호흡곤란이 온 적 있었는데, 그때 축구공의 파괴력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퀄라이저의 파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 작품은 리메이크입니다 21.09.26 452 0 -
180 40. 이퀄라이저의 파편 (5) 22.03.18 100 3 12쪽
179 40. 이퀄라이저의 파편 (4) 22.03.18 39 2 11쪽
178 40. 이퀄라이저의 파편 (3) 22.03.17 30 3 12쪽
177 40. 이퀄라이저의 파편 (2) 22.03.17 32 3 12쪽
176 40. 이퀄라이저의 파편 (1) 22.03.17 30 3 12쪽
175 39. 트레블 22.03.16 32 3 12쪽
174 38. 문지기 (4) 22.03.15 28 3 11쪽
173 38. 문지기 (3) 22.03.14 29 3 12쪽
172 38. 문지기 (2) 22.03.13 31 3 11쪽
171 38. 문지기 (1) 22.03.12 34 3 12쪽
170 37. 제이크 오리온 (2) 22.03.11 33 3 12쪽
169 37. 제이크 오리온 (1) 22.03.10 31 3 12쪽
168 36. 16강 (4) 22.03.09 35 3 12쪽
167 36. 16강 (3) 22.03.08 31 3 11쪽
166 36. 16강 (2) 22.03.07 48 3 12쪽
165 36. 16강 (1) 22.03.06 31 2 12쪽
164 35. 올드 트래포드 22.03.05 37 3 12쪽
163 34. 후반기 22.03.04 31 3 12쪽
162 33. 전반기 (22) 22.03.03 31 3 12쪽
161 33. 전반기 (21) 22.03.02 34 3 12쪽
160 33. 전반기 (20) 22.03.01 37 3 12쪽
159 33. 전반기 (19) 22.02.28 31 3 12쪽
158 33. 전반기 (18) 22.02.27 33 3 12쪽
157 33. 전반기 (17) 22.02.26 38 3 12쪽
156 33. 전반기 (16) 22.02.25 34 3 11쪽
155 33. 전반기 (15) 22.02.24 34 3 12쪽
154 33. 전반기 (14) 22.02.23 35 2 12쪽
153 33. 전반기 (13) 22.02.22 34 2 12쪽
152 33. 전반기 (12) 22.02.21 35 2 12쪽
151 33. 전반기 (11) 22.02.20 32 2 12쪽
150 33. 전반기 (10) 22.02.19 37 3 11쪽
149 33. 전반기 (9) 22.02.18 43 3 11쪽
148 33. 전반기 (8) 22.02.17 39 3 12쪽
147 33. 전반기 (7) 22.02.16 34 3 12쪽
146 33. 전반기 (6) 22.02.15 33 3 11쪽
145 33. 전반기 (5) 22.02.14 39 3 12쪽
144 33. 전반기 (4) 22.02.13 35 3 12쪽
143 33. 전반기 (3) 22.02.12 36 3 12쪽
142 33. 전반기 (2) 22.02.11 40 3 12쪽
141 33. 전반기 (1) 22.02.10 41 2 11쪽
140 32. 프리시즌 (3) 22.02.09 35 2 12쪽
139 32. 프리시즌 (2) 22.02.08 37 3 12쪽
138 32. 프리시즌 (1) 22.02.07 42 3 12쪽
137 31. 두 번째 7번 22.02.06 40 3 12쪽
136 30. 코르도바에 온 호랑이 (17) 22.02.05 47 2 12쪽
135 30. 코르도바에 온 호랑이 (16) 22.02.04 44 2 11쪽
134 30. 코르도바에 온 호랑이 (15) 22.02.03 43 2 11쪽
133 30. 코르도바에 온 호랑이 (14) 22.02.02 39 2 11쪽
132 30. 코르도바에 온 호랑이 (13) 22.02.01 42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