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라이저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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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엘탄
작품등록일 :
2019.11.03 23:55
최근연재일 :
2022.03.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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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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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와일드카드 (5)

DUMMY

알제리는 몇 번의 찬스를 내줬지만 전반적으로 수월하게 대한민국의 공격을 넘겼다.

아민 리세인이 의외로 주변 공간을 잘 장악하기도 했고, 수적 우위가 여실히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83분, 공을 가진 파리드 암르난이 왼쪽에서 플레이를 이어나갔다.


-굳이 돌파를 시도하지 않고 다른 선수에게 돌립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긴 해도 주도권은 알제리에 있습니다.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대한민국은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하며 이젠 승점 1점만이라도 건지기 위해 필사적인 수비를 펼치고 있었다.

암르난은 특유의 템포 조절로 안동우와 교체해 들어온 신기호에게서 벗어나 전방으로 패스를 보냈다.

아이마드 탈라가 돌아서며 사민재를 전방에 두었다.

경기 동안 그렇게 큰 존재감은 없었지만 얕볼 수만은 없는 선수였다.


-간격을 좁히며 수비를 견고히 하는 대한민국. 알제리도 뚫기 어려워 보입니다.

-사이 공간이 없으니 다이렉트 패스나 크로스 정도의 선택지만이 남게 되었군요.


확연히 그 모양을 확인할 수 있는 4명의 수비수와 4명의 미드필더의 두 줄 수비.

10년 전으로 돌아가 현대 축구의 기초에 충실하는 대한민국이 금방 공을 탈취해냈다.

사민재는 좌우를 살피고선 현재 좌측 미드필더로 있는 권승아에게 패스했다.


“하필이면.”


최근 들어 경기가 막판으로 접어들 때면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일이 생겼다.

볼 터치와 함께 찾아온 어지럼증에 권승아가 얕은 신음을 내뱉으며 백패스를 내줬다.

시야가 점점 흐려지는 게 평상시보다 심한 증세다.


-권승아 선수가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힌 것 같습니다.

-교체 카드가 없는 지금 상황에서 좋지 않은 징조인데요.


압박을 받고 있는 이진수는 권승아가 얼굴을 찌푸리자 의아해하면서도 다시 그에게 공을 내줬다.

급기야 비틀거리기까지 하면서도 공은 정확히 잡아낸 권승아가 급히 띄운 스루 패스를 날렸다.

뒤이어 그는 후들거리는 다리가 진정되지 않아 필드 위에 무릎을 꿇었다.


-윤태우가 침투합니다! 또다시 찬스 얻어낸 대한민국!

-부담감이 큽니다, 윤태우!


백3를 사용한 알제리는 언제나 인원이 여유로워 윤태우를 밀착 마크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미리 대비하고 있던 미흐디 벤젤로울과 칼리드 부스아르가 윤태우의 앞을 막았다.

둘 사이를 비집고 슈팅을 우겨넣는 건 승산이 없는 상황.

윤태우는 전방을 주시한 채로 공을 뒤로 보냈다.

전방으로 죽어라 달리는 신기호가 얼떨결에 공을 건드리며 횡으로 패스하니, 그곳에 이호가 있었다.


콰앙!


순간, 희비가 교차했다.

몸을 던진 아민 리세인보다 살짝 높은 고도를 유지한 토 킥이 골대의 경계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골대에 맞을 것이 자명해지는 상황.

골대에 튕긴 공이 아민 리세인에게 날아가자 대한민국은 마지막 희망을 품었다.

리세인의 등에 맞고 골인을 한다면 알제리로썬 그만큼 불운한 일이 또 없을 것이다.

그것은 현실이 되어, 바닥에 막 쓰러진 리세인의 등으로 공이 날아들었다.


-잡았어요! 잡았습니다! 리세인 골키퍼가 잘 대처하면서 알제리가 살 떨리는 대한민국의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곧바로 뒤를 돌아 공을 회수하는 아민 리세인. 이건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공이 몸에 맞음과 동시에 돌아선 리세인은 골라인에 다다르기 직전에 손을 뻗어 공을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85분. 아직 5분이나 남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완전히 허탈한 상태였다.


-권승아 선수가 결국 필드를 빠져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2명이 빠진 상태에서 경기를 진행하게 되는 한국입니다. 상당히 불리한 지점인데요.


이제 윤태우도 한 라인 내려와 중원 싸움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이는 수비의 선순환을 도왔지만, 뒷공간 공략의 두려움이 없어진 알제리는 후방에서 공을 돌리며 대한민국의 약점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보다 못한 윤태우가 단독으로 수비진 압박에 들어갔지만 알제리는 리세인 골키퍼에게 공을 연결하며 오히려 그를 유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세인 골키퍼의 공.

-알제리가 무승부로 만족하려는 걸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확실한 하나의 기회를 노리는 거라고 볼 수 있겠죠.


공을 질질 끌며 페널티 박스 라인까지 가지고 온 아민 리세인은 공을 정지시키고 골킥을 하듯 힘껏 차올렸다.

신기호와 볼 경합을 펼치는 라흐다르 메지아니가 몸싸움에서 승리하며 공을 가져왔다.

그는 곧바로 우측으로 파고드는 이슬람 압델로이를 향해 발을 휘둘렀다.

9명으로까지 줄어든 대한민국은 측면 미드필더들을 중앙으로 집결하여 중원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그 반동으로 측면 수비는 수비수인 청하람과 이진수 둘이 홀로 감당하게 되면서 취약점을 드러냈다.

방금 다흐만과 교체되어 팔팔한 압델로이가 속도를 살려 일직선으로 침투하자 이진수는 크로스 이외의 선택지를 없애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이슬람 압델로이 크로스!

-탈라 선수의 점프력이 살짝 아쉬웠습니다! 반대쪽으로 흐르는 공!


순간적으로 마크를 떨쳐낸 아이마드 탈라가 점프했지만 살짝 부족해 슈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청하람이 잡으려고 한 공을 낚아챈 암르난이 다시 한 번 중앙으로 공을 연결했다.

방금 상황을 되새겨 탈라를 집중적으로 묶어놓은 가운데, 공을 잡고 슈팅까지 연결한 건 히샴 부아다였다.


-골입니다! 2대 1 역전하는 알제리!

-많이 아쉽네요. 불리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지금까지 스코어를 유지했지만 무너지고 마는 대한민국 대표팀.


힘겨웠다.

좋은 경기력을 보였으나 그 한계를 맞이하고 실점했다.

양 팀에서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은 채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되었다.

한편, 멕시코가 2-0으로 독일을 누르고 조 1위로 발돋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른 조도 무사히 경기를 마치며 첫 번째 경기가 끝났다.


D조 (팀 / 승패 / 득실차 / 승점)

1. 멕시코 U-23 / 1승 0무 0패 / +2 / 3

2. 알제리 U-23 / 1승 0무 0패 / +1 / 3

3. 대한민국 U-23 / 0승 0무 1패 / -1 / 0

4. 독일 U-23 / 0승 0무 1패 / -2 / 0


***


25일 예정된 두 번째 경기.

멕시코를 상대로 한 경기에 박창현은 출장하지 못하게 되었다.

한 경기 출장 정지기에 독일 전에서는 이름을 올리겠지만, 그가 없는 상황에서 중원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수행해줄 선수는 이호뿐이다.

이호의 멀티 포지션을 활용하지 못하고 중원에 둬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 오태호였다.


「독일 0-2 멕시코··· 권승아, 멕시코 전 출장 여부 불투명」

「‘권승아는 90분 뛸 체력이 있는 선수’ 권승아 혹사 파문 일어」

「[칼럼] 박창현의 퇴장,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지치지도 않는지, 경기가 있은 후로 오태호를 쪼아대는데 온 힘을 다하는 언론.

멕시코 전에 대한 관심도는 그와 같이 올라가 알제리 전을 보지 않은 인원이 대거 유입되었다.


-일요일 날 가족들이 다함께 모여앉아 이 경기를 보겠네요. 2032 하계 올림픽 조별예선 D조, 대한민국 대 멕시코의 경기입니다!

-지난 알제리 전에서 고군분투를 했지만 결국 패배했기에 ‘가장 약한 팀에게 지는 게 말이 되냐’는 식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던 대표팀이었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아직 결과를 단언해서는 안 되죠. 알제리는 본디 강팀들을 잘 잡기도 했고, 멕시코와 독일을 상대로도 충분히 선전할 수 있는 스쿼드를 가진 대한민국 U-23입니다.

-그러면 잠시 후에 라인업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중계진이 라인업을 읊어주진 않았지만 이미 확정되었기에 인터넷으로 들어가면 명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선발> 4-4-2

GK 이영호

DF 안재환, 김진호, 사민재, 정동재

MF 청하람, 이호, 신기호, 권승아

FW 윤태우, 권대원


교체 : 김용석, 이효진, 한영석, 이진수, 안동우, 김동혁, 임구성


<멕시코 선발> 4-3-3

GK 브란돈 가르사

DF 호세 다니엘 수아레스, 크리스티안 메디나, 브라이언 코르테스, 후안 알베르토 에르난데스

MF 라파엘 산타나, 알란 리코, 엑토르 마투라노

FW 에우게니우 데 라 로사, 헤수스 올베라, 알렉시스 벨트란


교체 : 프란시스코 브라보, 힐베르토 로페스, 오마르 멘데스, 파비안 두란, 호세 루이스 발데스, 세르히오 크루즈, 헤수스 마야


멕시코는 정말 운이 좋았다.

대부분의 23살 선수들이 올림픽 이후에 생일을 맞이하기에 수많은 젊은 23세 자원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리버풀의 파비안 두란이나 울버햄튼의 힐베르토 로페스, 멕시코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호세 루이스 발데스 등이 그 명단에 포함된다.

비록 셋 모두 오늘 경기에서는 교체 명단이지만 다른 선수들도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다.

팀을 이끄는 주장은 라파엘 산타나.

토트넘의 핵심 자원인 그는 28/29시즌에 멕시코 리그에서 곧바로 토트넘에 입성했다.

4시즌 동안 99경기를 뛴 산타나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토트넘의 공격을 지휘하며 22골 14도움을 기록했다.

득점 포인트가 적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는 토트넘의 특성상 그럴 뿐이고 결코 저평가될 선수가 아니다.


-경기가 곧 시작되겠습니다.

-지난 경기의 패배를 만회하려면 열심히 뛰어야 하는 대표팀입니다.


[200% 발휘]

[전후반 90분 동안 유효합니다.]


전차군단을 상대로 완승을 거둔 멕시코.

복병 알제리에게 당한 대한민국.

둘의 대결 구도는 일순간 허무하게 끝이 났다.


[부스트 종료]

[유효기간이 지났습니다.]


꿈을 꾼 듯한 90분이 지나고, 전광판이 스코어와 조별예선의 뒤바뀐 양상을 보도했다.


알제리 1 : 1 독일

-선데이 이브라힘 (24)

-아이마드 탈라 (35)


축 늘어진 권승아가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멕시코 0 : 3 대한민국

-권승아 (13, 45+2, 82)


D조 (팀 / 승패 / 득실차 / 승점)

1. 알제리 U-23 / 1승 1무 0패 / +1 / 4

2. 대한민국 U-23 / 1승 0무 1패 / +2 / 3

3. 멕시코 U-23 / 1승 0무 1패 / -1 / 3

4. 독일 U-23 / 0승 1무 1패 / -2 / 1


마지막 대결은 독일 vs 한국과 알제리 vs 멕시코의 경기.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는 다른 조들과 다르게 누구든 탈락하고 누구든 토너먼트로 진출할 수 있는 D조의 상황에 4국 이외의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알제리는 독일을 상대로도 선전, 강팀 사냥꾼의 면모를 확실히 내비쳤다.

멕시코는 권승아의 단독돌파로 두 골이나 내주며 집중력 문제가 대두되었다.

라파엘 산타나 혼자서 해결하려는 경향까지 나타나 불협화음을 빚고는 있지만 그래도 강호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독일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자국에서 많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무리 밑바탕을 장악해 수비가 원활하더라도 골을 넣지 못한다는 결정력의 문제가 뼈저리게 다가왔다.

와일드카드를 공격 쪽에 몰아넣은 그들로썬 이해할 수 없는 부진.

대한민국은 멕시코를 잡고 지난 경기의 결과를 만회했다.

이제 조별예선만 통과한다면 비판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던지게 될 것이다.


작가의말

66화 너무 불길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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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33. 전반기 (22) 22.03.03 31 3 12쪽
161 33. 전반기 (21) 22.03.02 34 3 12쪽
160 33. 전반기 (20) 22.03.01 3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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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33. 전반기 (9) 22.02.18 43 3 11쪽
148 33. 전반기 (8) 22.02.17 39 3 12쪽
147 33. 전반기 (7) 22.02.16 34 3 12쪽
146 33. 전반기 (6) 22.02.15 3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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