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라이저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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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엘탄
작품등록일 :
2019.11.03 23:55
최근연재일 :
2022.03.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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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0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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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코르도바에 온 호랑이 (17)

DUMMY

결착이 나려고 했다.

안서륜은 달려온 반대 방향으로 돌파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다가 돌연 그 반대로 선회했다.

중심이 쏠려있던 타르디로선 뒤집을 수 없었다.

그래보였다.


-태클!

-밖으로 나갑니다.


반사신경의 덕택이라고 해야 할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판단을 마친 타르디가 한쪽 다리를 뻗으며 공을 바깥으로 걷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자세가 무너지면서 무리한 자세를 취했지만, 어쨌든 한 차례 수비한 셈이다.


-굳이 따지자면 무승부일까요. 오늘 경기가 아주 팽팽합니다!

-월드컵 결승다운 긴장감이에요.


프랑스는 조르디 베니투까지 박스 안으로 불러들였다.

안서륜의 믿을 수 없는 스로인 리치를 확인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들어가!”


그리 호언하며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안서륜.

팔을 올리며 공을 힘껏 움켜쥐는 그의 손에 힘줄이 돋아났다.


-스로인 전개합니다.

-박스 안으로 떨궈주려는데요!


전반 35분이 지나려는 시각.

사민재는 중앙선보다 훌쩍 위에 올라와 냉정히 관망하고 있었다.


‘너무 많아.’


박스 안에 집중된 인원이 너무 많았다.

저 상태라면 바로 헤더를 연결하지 않는 이상 득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사민재는 프레데릭 르클레르크를 돌아 이동했다.


“흐읍─”

“형, 여기로!”

“─뭐?”


가공할 악력으로 쥐고 있던 공이 빠져나올 정도로 안서륜은 당황했다.

하지만 전개된 공이 사민재에게 굴러가자 안서륜은 일단 다시 경기에 뛰어들었다.


-사민재 선수 오버래핑!


사민재는 한번 터치하고, 곧바로 킥 자세를 잡았다.

공격 상황에 대비해 다소 전진해 있는 조르디 베니투.

사민재를 막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오는 프랑수아 라베르뉴.

각자의 마크 대상을 살피기 위해 흩어지는 수비진.

박스 안에 조여져 있던 인원들이 풀어진 이 틈이야말로 기회였다.


퍼엉!!


-크로스!


사민재는 박스 안 정 가운데를 겨냥했다.

정태석, 최영종, 이호가 포진해있었다.

찰나의 판단력이 희비를 가르는 순간, 가장 먼저 박차오른 건 최영종이었다.


-최영종 헤더!

-클라라 선수와 경합하는데요!


프랑스도 3명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이브스 클라라가 최영종을 저지하기 위해 뛰었다.

공교롭게도 둘의 신장은 190cm로 동일.

오로지 기교로 승부를 내야만 했다.


-과연!


정태석은 둘의 경합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공을 따내는 쪽은··· 클라라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쏜살같이 달려들어 공을 탈취하는 이호를 보고선 곧바로 몸을 틀었다.


-찬스입니다! 슈우웃!

-이호!


이를 악문 막시밀리언 부이어가 골대에서 뛰쳐나왔다.

클라라 또한 곧바로 앞으로 끼어들어 저지하려 했다.

이호는 고조된 상황에 씩 웃으며 발을 공 앞으로, 뒷발을 붙여 공을 고정한다.

그리고 튕겨 올린다.


“정태석!”


최종 수비 인원이 모두 이호에게 쏠린 가운데, 레인보우 플릭을 구사한 그가 공중으로 올라온 공에 머리를 갖다 댔다.

위에서 다시 튕긴 공이 노마크 상태의 정태석에게 온전히 배달되었다.

그가 할 일은 그저 바로 앞에 공을 꽂아 넣는 것뿐이었다.


-와아악!

-골! 골입니다! 프랑스를 상대로 선제골을 따내는 대한민국의 정태석!

-완벽한 공격 전개였습니다! 박스 안으로 줄 것처럼 하고선 사민재 선수의 오버래핑으로 속이고, 크로스를 연결해준 공이 이호 선수의 품에 들어가면서 슈팅 기회를 창조했죠.

-네. 하지만 그것도 막힐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자신이 띄운 공을 헤더로 패스해주면서 정태석 선수는 완전히 열린 골망으로 공을 톡 차주기만 하면 됐습니다.


실점 이후 프랑스는 압박의 수위를 올렸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공격하려고 해도 난관에 부딪혔다.

먼저 4-4-2에 효과적인 2선 미드필더를 활용하는 것이 사민재에게 막히면서 앞으로 패스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준결승전 충돌의 여파로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안재환 대신 우측으로 전기오가 나온 것이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그조차 오산이었다.


-오늘 르네 모린 선수가 직접 드리블을 자제하네요.

-전기오 선수가 현재 중앙에 가깝게 위치를 잡아주고 있는데, 크로스는 쉽게 허용할지라도 뚫리진 않겠다는 위치 선정이거든요. 난감하겠죠.

-영리하게 4-2-1-3에 대처하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실점 때 근처에 있었지만 미처 움직이지 못해 빌미를 제공한 에디 브리앙과 펠릭스 로베르트.

그들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빌드업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였지만, 문제가 생겼다.

정태석의 집중 압박 대상이 된 것이다.

상대방 중원을 깨부수도록 지시받은 정태석은 프랑스가 중앙 장악에 괘념치 않자 잠시 헤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곧 위치가 다소 낮을 뿐, 볼란테들이 위치한 곳이 바로 프랑스의 중원이나 다름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전방으로 패스, 끊깁니다. 프랑스의 스로인.

-정태석 선수가 정말 열심히 뛰어주네요. 패스가 끊기면 곤란한 단계에서 템포를 잘라주면서 프랑스가 맥을 못 추리고 있어요.


전반에 더 이상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양측 윙어들을 비롯한 공격진이 조용한 것에 대해 프랑스 대표팀은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고, 후반에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트로피조차 놓치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상대가 고민에 빠진 와중, 오태호 감독은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이 전술 디테일을 고쳐나갔다.

이호는 오태호가 자신을 활용하려는 방안을 듣고는 새삼 그의 역량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충분히 뒤집을 저력이 되는 팀.

그는 그런 프랑스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에 차있었다.


“전반과 후반을 다른 경기라고 생각해라. 분명 다른 경기인 마냥 전술을 바꿔올 거야. ···후반에도 이기자.”

““예!””


기합을 다진 선수들이 다시 관중들의 함성 속으로 들어간다.

잔디 위로 22명의 선수들이 섰다.

그중 두 명은 전반에 없던 인물들이었다.


-프랑스가 과감하게 하프타임에 2명을 바꿔주면서 전술에도 대대적인 개편이 들어갔으리라 예상합니다.

-일단 조르디 베니투 선수가 나가고 압둘라예 시세 선수가 들어왔습니다.

-백3도 가능하고 수비형 미드필더도 볼 줄 아는 선수입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그리고 프랑수아 라베르뉴 선수가 나오고 크시슈토프 노박 선수가 들어옵니다.

-이건 라베르뉴 선수에게서 기대했던 수비 조직력, 스트라스부르 시절 합을 맞춘 이브스 클라라 선수와 함께 상대의 포워드를 묶어놓는 능력을 기대한 건데, 솔직히 프랑스의 실뱅 바르톨리니 감독이 실망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확실히 전 경기들에서 보여준 안정감을 찾아보기 어려웠죠. 노박 선수가 이를 보강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일 테고요.

-맞습니다.


프랑스는 4-2-1-3에서 4-3-3으로 돌아온 모습을 보여줬다.

볼란테 자리는 압둘라예 시세에게 맡겨두고, 전술 때문에 전진성을 억눌러야 했던 펠릭스 로베르트가 마음껏 뛰도록 해주었다.

또한 전반에 제대로 패스조차 받지 못해 드러나지 않았던 막심 마리의 파괴력 또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막심 마리는 토트넘에서 EPL 리그 통산 200골을 바라보는 명실상부한 레전드.

사민재는 슈팅 각도라도 좁히며 그를 상대하고 있지만, 이효진이 마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아아··· 동점을 만들어내는 막심 마리.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합니다.

-르네 모린 선수가 탁월한 선택을 가져갔습니다. 컷백으로 로베르트 선수에게 연결, 곧이어 박스 반대쪽으로 찔러주면서 열린 각도를 창출해냈어요.

-사민재 선수에게도 별 수가 없었던 전개였습니다.


폭풍같이 지나간 실점은 프랑스에게 주도권을 쥐어줬다.

대한민국은 이호를 다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 공격을 차단해내며 78분까지 버텼다.

프랑스는 우여곡절을 버티면서 어떻게든 실점을 막아내는 대한민국을 무너트리기 위해 마지막 교체카드를 빼들었다.


-에디 브리앙 선수가 빠지고 도나시엥 클레몽 선수를 투입해줍니다.

-조금 더 공격적인 옵션이죠.

-1대 1 무승부로 만족할 수는 없는 법이거든요.

-이로써 손 놓고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프랑스와 반대로 대한민국은 교체카드 3장이 모두 살아있습니다.


대한민국은 4-1-4-1 포메이션 중에서도 가장 수비적인 태세로 나섰다.

프랑스는 신나 템포를 끌어올리고, 중거리 슛과 박스 안 연결로 연이어 기회를 조성했다.

위기를 겪을지언정 대한민국은 수비적으로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않았다.

체력의 비축이요, 역공의 전초였다.

80분.

이때가 기점이었다.


-벗어나는 슈팅. 대한민국의 골킥입니다.

-한국의 벤치가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교체입니다!

-보아하니 세 장을 한꺼번에 사용하려는 것 같은데요?


불려 나오는 선수들의 얼굴엔 불만 대신 만족감이 어려 있었다.

오태호 감독은 제 턱을 쓰다듬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동근, 전기오, 정태석 선수가 들어오고 유태욱, 임주용, 최상필 선수가 투입됩니다!


유태욱은 우측면에 멈춰서고, 한영석이 한 단계 내려가 서투르지만 윙백의 위치에 섰다.

임주용은 중원에, 이호는 전진해 스트라이커 자리를 맡았다.

최상필이 중앙 수비에 들어갔고, 사민재가 전진해 미드필더 자리로 도달했다.


-준수한 공격력을 가진 자원들이 모두 필드 위에 있습니다. 월드컵의 피날레를 장식할 4-3-3 스쿼드가 갖춰졌습니다!


권태호가 앞에 놓아진 공을 찼다.

최상필에게 연결된 공이 오른쪽으로 향해 한영석에게 떨어졌다.

그는 전방의 유태욱에게 패스하려는 척 페이크로 압박을 벗겨내고선 다시 중앙으로 연결했다.

공은 사민재의 품에 들어왔다.

도나시엥 클레몽이 달려와 몸싸움을 벌였지만, 사민재는 무료한 표정으로 가볍게 흘려냈다.

휘청이는 클레몽의 옆을 유유히 지나쳐온 사민재는 좌측의 안서륜을 봤다.

김재원과 함께 라인브레이킹의 때만을 고대하는 눈치였다.

사민재의 시선을 따라간 압둘라예 시세가 길목을 차단, 대한민국의 템포를 끊어버리려 했다.

하지만 사민재는 뒤로 공을 굴려주며 그를 저지할 명분이 없는 시세를 지나쳤다.

공을 받은 임주용이 그대로 전진.

중앙선을 넘김과 동시에 펠릭스 로베르트를 맞닥트렸다.

허나 움직임엔 망설임이 없었다.


와아아아아─!!


-플리 플랩! 임주용이 펠릭스 로베르트 선수를 제쳐냅니다!


그와 동시에 세 공격수들이 침투를 개시했다.

안서륜이 중앙 쪽으로 움직임과 동시에 김재원이 라인을 따라 깊숙이 이동한 좌측면에 롱패스가 날아왔다.

최영종의 작품이었다.

발등으로 트래핑한 김재원이 디딤발을 디뎌 크로스.


-조금 깁니다!

-박스 넘어가서 오른쪽으로 향합니다. 유태욱이 있어요!


발뒤꿈치로 바닥을 찍으며 속도에 제동을 건 유태욱이 첫 터치에서 뒤로 턴.

전담 수비수 필립 퀘레가 제 발에 걸려 넘어졌다.

직후 이어진 컷백은 중앙으로 침투한 안서륜이 잡았다.

전광판의 시간은 83분.

안서륜이 오른발을 휘둘렀다.


-슈웃!

-아, 슈팅이!


중계진은 뒷말을 삼키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건 슈팅이 아니었다.

소리 소문 없이 문전에 쇄도한 이호를 향한 패스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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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31. 두 번째 7번 22.02.06 40 3 12쪽
» 30. 코르도바에 온 호랑이 (17) 22.02.05 48 2 12쪽
135 30. 코르도바에 온 호랑이 (16) 22.02.04 44 2 11쪽
134 30. 코르도바에 온 호랑이 (15) 22.02.03 43 2 11쪽
133 30. 코르도바에 온 호랑이 (14) 22.02.02 3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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