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라이저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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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엘탄
작품등록일 :
2019.11.0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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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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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1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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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전반기 (2)

DUMMY

체칠리아 다니엘레의 이름으로 온 택배엔 에너지 드링크가 들어있었다.

안 마시는데. 그건 몰랐나보다.

윤태우는 일단 냉장고에 캔을 들이고선 옷을 갈아입었다.

이상 없나 집안을 모두 확인하고, 출발한다.


“늦었어요. 또 늦잠 잤어요?”

“아니.”


버스에 들어서니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느껴졌다.

스토크스의 옆자리에 앉은 윤태우는 말을 덧붙였다.


“뭐 좀 옮기느라.”

“음, 그러시구나.”


안 믿는 눈치의 스토크스와 함께 버스가 출발했다.

그 목적지는 앨런드 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을 화려하게 알릴 원정 경기였다.


***


-차단당하는 패스, 리즈의 공격입니다!


고전이었다.

투 볼란테와 측면 미드필더를 기용하는 4-2-2-2를 들고 온 리즈.

이동근과 올리비에 하다드가 수비라인 앞을 지키고, 이안 코터릴이 전방 공격을 총지휘.

리즈의 기세는 반슬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코리안 더비에서 우세가 점쳐진 반슬리가, 도리어 당하고 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낸 반슬리의 경기력이 오늘 최고는 아닌 듯합니다. 주전들을 동원했음에도 리즈가 높은 척도를 가져갑니다.


득점은 없지만 축구를 얼마 보지 않는 사람도 알 수 있는 리즈의 우세.

그대로 라인을 끌어올려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슬람 압델로이 크로스!

-이본 페레즈!!


육각형의 멀티 자원 이본 페레즈가 코터릴의 파트너 투톱으로 나온 상태였다.

그의 부족한 활동량을 채워주는 역할과 함께 공중볼 경합에 참전,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헤더 슛을 연결시킨다.

허나 우측 하단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공을 리세인이 세이브했다.

또 한 고비를 넘긴 그가 숨을 골랐다.


-리즈의 코너킥.

-이 상황을 뒤집지 못하면 애버딘 전의 재현일 뿐입니다. 분발해야 해요, 반슬리!


올리비에 하다드가 박스 안으로 코너킥을 날렸다.

이번에 공을 따낸 주역은, 레온 브런트심스였다.


퉁─!


-골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공이 이안 코터릴의 앞에 떨어졌다.

32세가 되어도 주전을 꿰차고 있는 에이스.

그런 그가 이런 기회를 마무리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퍼엉!


-막았어요!

-아민 리세인! 혼신을 다한 세이브!

-그대로 일어나 공 전개합니다! 반슬리의 역습 찬스!


스코어는 아직 0대 0.

이 역습 찬스에서 선제골을 넣을 수만 있다면, 분위기를 가져오는 것쯤이야 문제가 되지 않는다.


-챔버스 패스! 루이스 발로우 선수가 잡아줍니다!


이어지는 스프린트.

루이스 발로우는 이슬람 압델로이가 전진하여 빈 공간을 제대로 찔렀다.

우측으로 파고드는 발로우에게 유인되어 이동하면 윤태우에게 공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

압델로이가 열심히 뛰어오지만, 발로우는 따라잡히려는 때에 에드 로즈에게 횡패스를 시전했다.


와아아아아─!


-원정 팬들의 함성소리가 들립니다! 공 잡자마자 스쿱 턴으로 탈압박!

-에드 로즈, 중거리 슛도 가능한 거리!


리세인이 공을 던져주기부터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단 6초.

반슬리의 터무니없는 속공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받아!”


발 바깥쪽으로 강력하게 때리는 에드 로즈.

허나 이것은 패스였다.

윤태우는 수비수 앤드류 머피를 빙 돌아 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그의 앞으로 공이 떨어졌다.

정확히.


-하프발리!

-윤태우 슈우웃!


중계진의 마음과 관중과 윤태우의 마음이 통한 양, 왼발을 디딘 윤태우의 오른발이 크게 휘둘러졌다.


콰앙─!!


조지 포레스트 골키퍼는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고오올!! 선취점 반슬리! 윤태우!

-할 말을 잊게 만드는 시원한 슛이었습니다! 패스부터 마무리까지 아주 완벽했어요!

-이로써 윤태우는 제이미 바디 선수와의 타이 기록을 넘어서! 리그 12경기 연속 골로 단독주자가 됩니다!

-더 감탄스러운 건, 아직 신기록 경신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거죠! 윤태우 선수의 신화는 현재진행형입니다!


팬들에게 다가가 환호성을 잠시 즐긴 윤태우는 반슬리 진영으로 되돌아왔다.

재개된 경기는 리즈가 많은 공격을 가져가는 분위기였지만, 반슬리가 수비를 두텁게 하며 버텨냈다.

다만 그 이후로 전과 같이 퀄리티 있는 공격이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흠···.”


주먹을 쥐며 좋아했던 허드슨 감독도 어느새 차분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살피고 있었다.

주도권은 여전히 리즈의 것이었다.

전반이 얼마 남지 않아 곧 정비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은 좋았으나, 후반전에도 이런 답답한 공격이 이어지면 경기는 뒤집어질 수도 있었다.


-코터릴 슈우웃!

-막아냅니다! 리세인 선수의 연이은 세이브!


중계 카메라에 머리를 잡으며 아쉬워하는 이본 페레즈가 잡혔다.

기실 페레즈가 조 존슨을 자빠트리며 훌륭한 기회를 창출한 것인데, 슈팅까지 파 포스트 구석으로 향한 걸 리세인은 기어코 막아냈다.


-이런 골키퍼가 3부 리그의 세컨드 골리였다니, 믿기십니까?

-반슬리의 보배죠.


이어지는 코너킥은 페르난두 시망의 헤더로 무산되었고, 전반 또한 추가시간이 선언되며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반슬리의 공격 기회였다.

이번에도 그들은 빠르게 전방으로 보내는 데에 치중했다.


-맷 라이스, 원터치로 옆에.

-시망 선수가 전방으로 보내주는데요!


에드 로즈가 잡아내며 이동근을 등졌다.

이어서 보지도 않은 채 뒷발로 패스하니 공은 이동근의 다리 사이를 지나 윤태우에게 향했다.

어떻게든 윤태우에게 연결했으니 득점을 기대해볼 만한 상황.


-윤태우 잡았습니다. 돌파 시도!


윤태우는 공을 레온 브런트심스의 앞으로 끌고 갔다.

직후 오른쪽으로 기우는 윤태우의 몸.


‘이건 막았다!’


따라서 이동해 압박, 을 가하려는데···.

윤태우는 반대쪽을 주파해 브런트심스를 제쳐버렸다.

브런트심스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소리쳤다.


“머피!”


앤드류 머피가 급히 윤태우에게 따라붙으려 했지만, 그의 질주는 머피의 최고 속도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제대로 성사된 1대 1 찬스.

윤태우는 첫 번째 골 때처럼 오른발을 크게 휘둘렀다.


펑─!


“윽!”


-고오오올! 이게 웬 말인가요! 내용은 리즈가 장악했는데 실리는 반슬리가 가져갑니다!

-윤태우의 두 골에 힘입어 기세가 잔뜩 오른 반슬리!

-반대로 리즈는 독이 잔뜩 올랐죠!

-하, 하하··· 맞습니다!


전반의 끝맺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윤태우의 추가골.

그것을 지켜본 허드슨.


“교체해야겠군.”


윤태우의 교체를 결정한다.


***


윤태우 없는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벤치에 앉은 그는 얼음팩을 오른다리에 대고 있었다.

허드슨 감독과 잠시 시선을 마주치니,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상이 생기면 바로 나오게. 무리하게 뛰지 말고.’


윤태우는 후반전에도 출전을 계속하려다 허드슨 감독에게 꾸짖음을 당했다.


‘몸이 재산인데, 당연합니다.’


당시 허드슨 감독의 말에 그렇게 대답했으면서,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선택지를 골라보려 한 것이다.

혀로 입술을 적시며 필드를 바라봤다.


-리즈가 여전히 더 많은 헤더, 패스, 슈팅을 시도합니다.

-반슬리는 아예 버티기 작전으로 간 것 같죠? 윤태우 선수도 빼주고 말이에요.

-다음 경기를 위해서 아껴주겠다는 판단인데, 대신 투입된 루이스 스토크스 선수도 충분히 기대해볼 여지가 있는 선수에요.

-장기적으로 보자면 윤태우 선수의 대체자이기도 하고요.

-네.


루이스 스토크스는 주구장창 수비라인에 걸쳐있던 윤태우와 달리 수비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초장부터 리즈의 빌드업에 훼방을 놓았다.

수비를 해야 하는 순간이란 판단을 한 장면에 한해서 수비에 가담하는 윤태우와 달리, 스토크스는 수비적으로 임하고자 한다면 그에 치중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리즈가 오늘따라 운이 없는 것도 한 몫을 했다.


-다니엘 아르자멘디아 선수가 부상으로 경기장에서 이탈합니다.

-리즈가 이러면 왼쪽 공격이 순탄치 못하겠는데요?


리즈 유나이티드 부동의 주전인 아르자멘디아가 필드를 빠져나갔다.

남은 좌측 윙어 자원은 기대보다 성장하지 못한 스티브 스콧뿐.

그는 이 경기를 계기로 한국 커뮤니티에서 ‘명예 반슬리 선수’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후반 70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스코어는 2대 0에서 요지부동이죠. 리즈가 급해집니다, 이러면.


체력 부족을 드러낸 이안 코터릴까지 빠지며 리즈의 패색이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내용에서 앞서는 건 리즈이기에, 좀처럼 점수를 내주지 않는 반슬리의 수비가 오히려 칭찬할만하다고 볼 수 있었다.

페르난두 시망이 미드필더로 나온 것이 신의 한수였다.

위치 선정에서 아쉬운 장면이 몇몇 있었지만, 중앙 수비수가 주 포지션인 그는 백4 라인 조절을 편하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리즈의 공격을 지연시키는 제 몫을 다해주었다.

거기에 더해 골대를 여러 번 맞추는 리즈의 불운까지 겹쳤다.


-가끔 이런 경기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이 팀이 오늘은 안 되는 날인가보다’ 하는 날이요.

-리즈에게 오늘이 바로 그 날일 겁니다. 스스로도 괴롭죠. 이기지 않으면 이상한 경기니까요.


앨런드 로드는 분노를 넘어 허탈한 상태였다.

홈팬들이 넋을 놓고 경기를 지켜보는 한편, 원정팬들은 목청이 떠나가라 제 팀을 응원했다.


-개막전부터 이런 매치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경기 내용이 반전이었고, 나타나는 결과가 또 반전이에요.


타구장소식을 살피기 시작한 리즈는 그나마 로즈 더비 라이벌인 맨유가 맨시티에게 참패를 당하고 있다는 소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결국 이바니 실바를 처분하지 못한 맨유는 대신 그를 내버려두고 다른 부분에서 리빌딩을 감행했다.

그를 중심으로 꾸렸던 스쿼드에서 탈피한 것이다.

하지만 스트라이커 중 가장 뛰어난 이바니 실바가 여전히 주전이었다.

이는, 맨유가 망했음을 알려주는 신호였다.


-참. 관중들은 현재 바로 앞의 경기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시간은 어느새 80분을 넘겼다.

이안 코터릴 대신 들어온 훌리오 듀란의 드리블은 반슬리를 뚫기에 역부족이었다.

관중들이 응원을 멈추고, 선수들이 덩달아 집중력을 잃어버렸다.

오늘 경기는 정말로 기묘한 결말을 맞이했다.


-대기록도 나오고, 반전의 경기력까지 드러났는데, 경기 결과는 예상대로였다는 게 마지막 반전이었습니다.

-이런 경기 곧잘 없어요~ 프리미어리그라도 이런 경기가 나옵니다.

-하하하. 그러면 오늘 중계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저희는 여기까지지만 곧 리버풀 대 브라이튼의 경기가 중계되니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운 좋게 승리를 주운 반슬리.

매서운 공격으로 2점 득점에 성공했지만, 나머지 공격들이 너무 맥없었다는 점이 걸렸다.

또한 윤태우가 빠지자마자 반강제적으로 수비적인 태세를 취해야 했다는 점, 리즈가 최대로 잘해봤자 유로파 턱걸이가 예상되는 팀이었다는 점에서 반슬리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신난 축구팬들, 빅매치 연달아 성사!」

「2R 마드리드 더비, 3R 엘 클라시코··· 페이스 올리는 라리가」

「모나코 7 : 1로 깨트린 몽펠리에, 이번 시즌 돌풍의 주역 되나?」

「몽펠리에 대 스트라스부르, 다음 주에 붙는다」


한편, 각 리그들이 서서히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٩( ᐛ )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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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33. 전반기 (22) 22.03.03 31 3 12쪽
161 33. 전반기 (21) 22.03.02 34 3 12쪽
160 33. 전반기 (20) 22.03.01 3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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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33. 전반기 (9) 22.02.18 43 3 11쪽
148 33. 전반기 (8) 22.02.17 3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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