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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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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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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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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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01화. 어서 와, 대학은 처음이지?

DUMMY

“국문과 신입생이세요?”

“아······ 네.”



어색어색. 뭐가 뭔지 몰라 이 강의실이 맞나, 우물쭈물 대고 있으려니 입구에 서 있던 여자 분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건다. 방긋 웃으며 대답하는 그녀.



“네, 안녕하세요, 여기가 국문과 오티실 맞아요. 과대 오빠가 준비를 하나도 안 해서 이렇게 종이로 대충 만들었지만······ 이따 소개시간에 말하겠지만, 저는 부학회장을 맞고 있는 차순정이에요.”

“아, 네······”

“들어가서 대기해요, 아직은 반 정도밖에 안 와서.”

“네.”



그녀의 사근사근한 목소리에 조금은 안심이 되는 나. 말 잘 듣는 유치원생처럼, 교실로 들어간다.


대학교 강의실은 고등학교 교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물론 내가 생각한, 뭔가 반원형으로 계단식으로 돼서 교수님은 저 밑에서 강의하고 학생들은 몇 백명이 앉아서 강의를 듣는, 그런 TV에 나오는 강의실은 절대 아니지만. ······그런 건 하버드나 스탠포드 대학 가야 하려나.


처음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일체형 의자. 고등학교 때엔 초·중·고 12년동안 비슷하게 봐 왔던 나무 책상 나무 의자인데 여기는 플라스틱? 철제? 로 만든 책상과 의자가 하나로 합쳐진 무언가가 즐비해 있다. 고등학교 때보다 오히려 책상 자체는 더 작아. 밑에 서랍장도 없고. 칠판은 분필로 쓰는 게 아니라 보드마카고, 가운데는 빔 프로젝트를 쏠 수 있게 하얀 벽.


저······ 누나가 이름이 뭐랬지. 순정이 누나였다. 이름이 참 고전적이네. 어쨌든 그녀가 말한 대로 아직 학생들이 다 안 왔는지 10명 조금 넘는 학생들만 있는데. 들어오니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모인다. 으······ 어색해. 주뼛주뼛 벽을 벗삼아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 앉는다.






사나이 정웅도. 사실 이런 거 엄청 싫어한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나만 처음인 게 아니야. 모두 어색할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정신을 가다듬으려 하지만. 어째, 3년 전에 고등학교 처음 갔을 때보다 더 긴장된다. 그 때는 뭘 몰랐으니까, 내멋대로 했는데. 대학은 다르잖아, 대학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지도 모르는 그런 순간이라고. 이곳이 내 20대를 시작할 곳인가. 러*라이브 보는 사람 손. 그런 말 절대 하지마라잉?!



“안녕하세요!”

“어······ 네, 안녕하세요.”

“아핳, 친구끼리 존댓말 쓰는 거 아니에요!”

“아니······ 존댓말 쓰고 있잖아요, 그 쪽이.”



존댓말은, 내가 생각할 땐 서로간의 방어이자 예의 같은 것 같다. 친해지면 반말로 전환하지만,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일단 존댓말로 가는 거지. 근데 나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 여자애, 되게 이상하다. 먼저 존댓말로 말 걸어놓곤 이상한 녀석이네.



“저는 안하린이에요! 오빠는요?”

“어······ 정웅도,입니다.”

“그러니까 왜 존댓말 쓰세요!”

“아니······ 그······.”



쾌활하고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여자애. 하린, 이라고 하는구나. 다 좋은데 왜 존댓말을 못 쓰게 하는 거야, 초면에. 되게 어색해지잖아. 어깨 조금 너머까지 오는 반곱슬 밤색 머리카락에 척 보기에도 귀엽고 예쁜 외모인, 하린이라는 여자애. 뭔가 4차원인가 싶기도 하다.



“아, 말씀을 안 드렸네요! 이건 사정이 있어요. 오빠는 저한테 반말을 써도 되고, 저는 오빠한테 존댓말을 써야 되요. 오빠 스무 살 맞죠?”

“어······ 네, 스무살 이에요.”

“아이 차암! 반말 쓰라니깐요!”



그러니까 보통 초면에 반말이 나오냐구요. 댁은 존댓말 쓰는데 나는 반말 쓰라니. 잠깐만. 이 캐릭터······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인데······ 설마······ 설마······!


미래라는 지지배가 있었어. 그 애, 우리랑 동갑인데도 존댓말 썼었잖아. 나한테 오빠라고 하기도 하고. ‘왜 그렇게 하냐’는 말에, ‘컨셉이에영☆’ 하고 돌아온 대답. 그렇다. 우리랑 동갑임에도, 단지 ‘존댓말 캐릭터’라는 컨셉으로 그렇게 존댓말을 써왔다. 그것도 나한테만. 다른 애들한테는 그냥 친구로 반말 쓰고. 처음엔 이상했는데, 나중엔 적응돼서 오히려 미래가 나한테 반말 하면 이상한 느낌 들 정도가 됐었는데.


이 여자애도 그런 거랑 같은 맥락?! 아니 무슨 가는 학교마다 또X이가 한 명씩 나와.



“저는 18살이에요! 제일 어려서, 동기인 언니오빠들한테도 존댓말 쓰는 거에요! 동기이긴 하지만 2살이나 어리니까, 약간 후배? 같은 느낌으로 불러주시면 되요!”

“에······ 18살인데 어떻게 대학교를.”

“제가 천재여서~ 아하핫☆ 그런 건 아니구요, 그러니까─!”



아, 한참 어려서 존댓말 쓴 거구나. 그럼 진짜 존댓말을 쓰는 거잖아. 캐릭터 같은 게 아니라. 하린이는 좋다고 재잘재잘 수다스럽게 자기 사정을 얘기해준다. 요약하자면, ‘대학교를 빨리 가고 싶어서 구질구질한 고등학교 때려치고 검정고시 본 다음 대학교를 빨리 왔어요!’ 라는 건데. 그런 게 그렇게 간단하게 가능한 일이야?!



“이쪽은 방금 친해지게 된 언니에요! 아, 이름은 언니가 말하실래요?”

“어, 응.”



분위기 메이커 같은 거구나, 하린이는. 그렇게 캐릭터 파악을 마치고 있을 무렵, 하린이는 옆의 청순한 여자애에게 바톤을 넘긴다. 어깨 너머, 허리까지 긴 생머리에 흰 피부가 매력적인 아가씨. 뭔가, 기모노가 잘 어울릴 것 같은 반듯반듯한 일본풍 미인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이렇게 평상복 차림도 예쁘디 예쁜, 그런 여자애다.



“정웅도, 라고 했지. 난 스무살이니까 편하게 얘기해도 돼, 한소미라고 해.”

“응, 정웅도야.”



소미······ 라고 하는구나. 이름도 예쁘네. 이렇게 예쁜 애와 얘기할 수 있다니, 황송한 느낌이 든다. 아니, 여자친구도 있고 여고 출신인 내가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긴 일이지만.


그치만, 여고를 다녔지만 이런 느낌의 여자애는 또 처음인걸. 굳이 말하자면 성빈이랑 비슷한 느낌이긴 하지만 성빈이보다 훨씬 더 고전적이고 고고한 느낌으로 예쁜 여자애라. 희세는 화려하게 예쁜 타입이구. 어쨌든 그렇다.



“여긴 오빠보다 누나에요! 그리고 이름이 특이해요! 언니도 언니가 소개하실 거죠?”

“윤라나. 스물 한 살. 근데 반말로 해도 돼. 누나라고 말하는 것도 좀 거북하니까. 그냥 이름으로 불러도 돼.”

“네······.”



하린이의 쾌활한 소개와 상반되는, 그녀의 목소리와 말투. ‘라나’라니, 확실히 이름이 독특하긴 하네. 과묵해보이는 말투와 잘 어울리는, 짧은 단발에 쿨해 보이는 눈매의 라나 누나. 뭔가 새침할 것 같기도 하고, 츤데레 고양이(?) 같은 느낌의 누나다.


근데 뭔가, 다들 나이구성이 다채롭구나. 나는 대학교면 당연히, 그냥 스무 살 동갑들의 모임일 줄 알았는데. 18살, 20살, 21살. 선배들은 당연히 우리보다 나이 많을 테고. 고등학교는,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같은 학년이면 다들 나이가 같잖아? 벌써부터 대학교에 온 느낌 물씬 든다.



“그런데 다들 어쩌다가 이런 과에 오게 됐어요? 문사철 문사철 신나는 노래인데~ 혹시, 다들 소설가 지망생~?”



뭔가 자꾸, 첫 만남부터 미래가 겹쳐 보이는 하린이. 하는 행동거지나 정신상태가······ 미래랑 되게 비슷해. 미래는 저기다 오타쿠 스킨에 좀 더 심한 과장과 리액션이 들어가면 딱인데.



“······원래 공부 되게 못했거든. 그래서 재수해서, 간신히 성적 나왔는데. 물론 지망한 대학은 못 들어갔지. 그래서 성적 맞춰서 온 거야.”

“에~ 공부 얼마나 못 하셨는데요?”

“너처럼 고등학교 2학년생이 들어올만큼 똑똑하진 못 했어.”

“아하하~ 그거야 제가 좀 똑똑해서~”



만담처럼 얘기를 주고 받는 라나 누나와 하린이. 내가 라나 누나라면, 살짝 짜증날 것 같은데. 자기는 재수해서 들어왔는데 하린이는 고2짜리가 대학교를 들어왔으니.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하린이는 캐릭터가 상당히 독특한 것 같다.



“소미 언니는요?”

“나, 나는······ 책 읽는 거 좋아해서. 궁금해서 들어왔어.”

“아~ 망했어요~ 그런 이유로 이런 과를 들어오시면 어떡해요!”

“으, 응?”

“농담이에요 데헷☆”



얘기하는 것만 들으면 뭔가 국어 국문학과 한 4년 다닌 선배처럼 말하는 하린이. 소미는 성격이 좋은지 그런 하린이의 조롱이나 놀림에도 방긋 웃을 뿐이다. 음, 이제 내 차롄가.



“나도 뭐, 성적 맞춰서 왔지. 나는 나름대로 수능 대박쳐서, 그······.”

“에~ 수능 대박나서 이런 데 왔어요?!”



음, 이건 뭔가 말하기 좀 겸연쩍은데. ‘여자친구랑 같은 대학교 오려고 지원했다’는 말을 꺼내기가 뭔가 멋쩍어. 하린이의 놀림에도 나는 그냥 뒷머리를 긁적인다.



“잠까~안, 신입생들끼리 무슨 이상한 얘길 하고 있어.”

“아까 지나가다 길 알려준 어떤 아저씨? 같은 오빠가 알려줬어요! 이 과에는 희망이 없다구!”

“그게 너희 학회장 오빠야. 하여튼 그 오빠는 맨날 그런 말 한다니깐!”



처음 입구에서 안내해줬던, 되게 의지되고 누나 같은 느낌의 누나가 우리 쪽으로 와 한 마디 한다. 야무진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에게, 지지 않고 대답하는 하린이. ‘학회장’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음. 전체회장 같은 거 아닐까?



“그럼 저희 과의 미래는 밝은가요?”

“어? 어머~ 어~ 그거는~”



가만히 있다가 훅 치고 들어오는 소미. 맑은 눈을 하곤 말하는 소미를 내려다보며, 그 누나는 감히 대답하지 못 하고 얼버무린다. 음, 이름이 ‘순정’이었지? 되게 이상하단 말이지. 순정 누나, 라고 불러야 하나.



“······사실 언니도 취업 막막해! 언니 선배들도 그랬으니까! 열심히 다니자 우리!”

“네, 네!”



눈을 질끈 감고 말하곤 후다닥 강의실 입구 쪽으로 달려 나가는 순정 누나. 뭔가 누나인데도 되게 귀엽다. 소미는 얼떨떨한 느낌으로 대답한다.



“어쨌든 다들 잘 지내요! 저는 대학교 너~무너무 오고 싶어서, 지금 너무 좋거든요!”

“그래.”



분위기 전환하는 하린이. 쾌활한 여자애랑 알게 됐네. 나쁠 건 없다. 첫 단추를 좋게 꿴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뭔가 여자애들만 잔뜩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기분 탓은 아니다. 듣기로 우리 과는 원래 여자가 많다고 들었거든. 한······ 1:3 정도 비율? 남자가 1, 여자가 3. 그러니까 지금 이 네 명의 인원구성이 정규편성(?)인 셈이다.


한 명 한 명 학생들이 들어오고, 다들 어색하게 인사한다. 개중에는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지 함께 와서 얘기한다거나 하는 애들도 있다. 그럴 수 있지. 나는 외지에서 왔지만.



“근데 오빠는 되게, 무난하게 생겼는데 나쁘게 말하면 몰개성하네요. 대학교 다니다가 군대 갔다와서 복학하고 졸업하고 1~2년 취준생 하다가 적당한 기업 들어가서 적당하게 만년과장 돼서 먹고 살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칭찬이라고 생각할게, 요즘 같이 취업 어려운 때에.”



폭언을 일삼는 정도가 상당히 빠르구나, 하린이. 나는 이 정도 디스는 좀 친해진 다음 하는 성격인데. 사교성이 좋다고 해야 할지, 무례하다고 해야 할지. 뭐, 외모가 귀여우니 대강 넘어가는 느낌이긴 하지만.



“사람은 개성이 중요해요! 저는 18살이지만 대학생이라는 개성을 밀어붙힐 거에요! 이따 분명히 자기 소개 시간 같은 거 있으니깐!”

“음······.”



굳이 그런 개성이 아니더라도, 하린이는 충분히 밝고 활달한 느낌에 귀여운 여자애니까, 가볍게 자기소개만 해도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을 것 같은데. 게다가 후배인 듯 후배 아닌 후배같은 너 라는 소재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인기 절정이겠구나, 싶다.


근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나도 뭔가 있으면 하는 느낌이 들긴 한다. 확실히, 폭언이긴 하지만 맞는 말이긴 하니까, 내가 몰개성한 건. 성적도 평범, 외모도 평범, 하는 짓도 평범. 키도 180은 안 되는데 그렇다고 170이 안 돼서 작은 키인 것도 아니고. 음. 대체 나한테 개성이랄 만한 게 뭐가 있을까.



“······나는 여고를 나왔어.”

“에?!”

“응??”



곰곰이 생각하다, 문득 나도 모르게 생각한 걸 말로 꺼내버리는 나. 흠칫 놀라는 하린이와 소미. 아, 말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여고를 나왔다는 게 무슨 말이세요!? 혹시 오빠······ 겨울방학 때 남자가 되신 건가요?!”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과연 하린이는 하린이다운 이상한 망상을 펼쳐 보인다. 미래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똘기(?)가 충만한 여자애야. 그니까 내가 무슨 트렌스젠더(?)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잖아.



“어······ 그럼 웅도 혹시 여자애야?”

“아니야!”



이번에는 소미의 엉뚱한 질문. 이름부터가 수컷 웅 길 도 남자의 길 상남자 정웅도라고! 랄까 그런 것보다, 목소리가 완전 남자잖아 나! 하이톤도 아니고 중저음인데 나! 외모가 예쁘장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여자애라는 추측이 나와!?



“그럼 그냥 변태?”

“아니에요! 변태는 맞지만······!”



그나마 가장 현실에 가깝게 맞추는 라나 누나. 여자애들의 전방위 공격에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변태인 걸 실토하게 된다. 아니, 변태는 아니지만! 그냥 평범한 성욕을 가진 보통의 남자애잖아, 나 정도면?! 여고에서 사니까 뭔가 군계일학처럼 내 남성성이 부정당하고 변태라고 폄하당한 거라고! 현실은 군학일계였지만.



“아! 그럼 오빠의 개성은 ‘변태’군요?!”

“아니야!”



대놓고 내 아픈 부위를 찌르는 하린이. 제발 그 놈의 변태 타령은 그만해! 고등학교 3년 내내 여자애들한테 ‘변태 씨’라고 불렸는데! 희세나 리유, 성빈이, 미래 같은 내 최측근(?)들은 그렇게 안 불렀지만, 그냥 보통 친한 반 여자애들이나 다른 애들에게 내 호칭은 3년 간 ‘변태 씨’ 고정이었다구. 근데 이제 대학교 와서까지 그런 칭호는! 제발 그만!



“근데 어쩌다 여고를 다니신 거에요? 궁금하네요 그 얘기!”

“어 그게······ 중3 때.”



뭔가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오해를 사게 된 것 같은데. 궁금해하는 하린이의 적절한 질문에, 변호할 시간이 주어진다. 그 때 그 시절의 헤프닝과, 여고에서의 헤프닝들. 그런 걸 대강 간추려 얘기해준다.



“오! 그럼 오빠는 여고 출신 남자 고등학생이네요! 완전 변태 아닌가요?!”

“아니 왜 그렇게 되는데.”

“여고에서 볼 거 안 볼 거 다 보셨을 거 아니에요! 엄청난 개성! 엄청난 변태가 여기 있었어요!”



물론 여고를 다니면서 볼 거 안 볼 거 다 본 건 사실이지만. 그게 무조건 변태로 이어지는 건 아니잖아! 왜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건데. ‘언니 그쵸 맞죠!?’ 하며 소미와 라나 누나에게 동의를 구하는 하린이. ‘꼭 그렇진 않지 않을까~’ 하는 소미의 발랄한 대답과 작은 목소리로 말해서 잘 안 들리는 라나 누나의 대답. 아, 뭔가······ 초장부터 이미지가, 여자애들에게 이미지가 썩 안 좋게 박힐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OT를 맡은 부학회장 차순정이라고 해요! 아, 3학년이구요! 음음! 그렇게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니까, 이제부터 반말로 할께! 누나 언니니까!”

“네─”



조금 뒤, 이제 전부 다 왔는지 OT를 진행하는 순정 누나. OT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음. 그냥 신입생들 처음 와서 얘기하는 거 아닐까 싶은데. 나도 잘은 모른다. 문자로 오라고 해서 온 거니까.



“그럼 이제부터 자기소개 가져볼까? 어떻게, 학번으로 할까요~ 아니면 순서대로~?”



뭐 한 것도 없는데 바로 자기소개 타임. 보면 볼수록 야무지고 귀여운 느낌이 드는 순정 누나다. 특히 말할 때 귀염성 터지는 것 같은 느낌.



“주, 주소연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우~ 박수~~”



학번 순이 아니라 앉아 있는 순서대로 진행되는 자기소개. 처음 자기소개를 하게 되어 수줍게 말하고 호다닥 자리에 앉는 여자애. 귀엽네. 정말 여자애들이 많다. 내 쪽 줄에는 남자는 나 혼자만 있을 정도. 반대편에는 그나마 남자애들이 모여 앉아 있는데. 나만 뭔가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안하린 안아주세요 안아드리진 못하지만 그런 농담 안하리! 저는 안하린이라고 해요! 언니, 오빠들하고 동기지만 2살 어려요! 대학교를 너무 오고 싶어서 빨리 왔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



뭔가 아이돌 소개 멘트처럼 말도 안 되는 말장난을 퍼붓는 하린이. ‘푸흡!’ 하고 순정 누나가 빵 터졌다. 다른 애들도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거나 한다. 귀여운 하린이가 하니까 반응이 좋지, 나 같은 애가 했으면 갑자기 분위기 싸해졌을 걸.



“자, 그럼 다음!”



어쨌든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다음으로 내가 소개할 차례. 뭔가, 의기양양하게 자리에 앉는 하린이를 보니 나도 하나 터뜨려야 될 것 같은 미묘한 경쟁심이 생긴다. 이런 것에 경쟁심 가질 필요는 없는데. 음······ 음······.



“어······ 음······.”

“?”



어기적 일어나 말을 꺼내려는 나. 남자애들중에 처음 말하는 거라 더욱 긴장된다.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니까, 뭔가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는 기분. 그 와중에 생각이 드는 건, ‘임팩트 있는 자기 소개! 하린이만큼 사람들 머리에 박힐만한 그런 임팩트!’ 하는 생각.



“경주 정씨 47대손! 수컷 웅, 길 도 남자의 길 정웅도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는거임. 띠요오오오옹. 엄청난 분위기에, 나는 앉지도 못하고 점점 얼굴이 빨개진다. 순정 누나는 혼자 또 빵터져서 ‘으하핳핳!’ 하고 웃고 있지만. 왜 그랬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왜 사서 병X짓을 골라서 하는 걸까. 으앙앙앙앙아!!



“거기에 변태에요! 변태 수컷이에요 이 오빠! 아까 잠깐 얘기해봤는데, 엄청 변태에요!”

“아하하하하!”



얼굴이 시뻘개져선, 어쩔 줄 몰라하며 엉거주춤 서 있는 나와, 옆에서 장단 맞춰 디스를 걸어주는 하린이. 그 광경에, 다들 빵 터져선 웃는다. 순정 누나는 진작부터 웃고 있었지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 흑역사 실시간 생성인가. 어쨌든 다들 웃으니까 다행인 건가, 싶기도 하고. 머쓱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






















『오늘 어땠어?』

“아아. 죽는 줄 알았지. 괜히 이상한 짓 해서.”

『이상한 짓?』

“그게······ 아으으으으어아 지금도 기분 이상해져~~”



저녁. 혼자 원룸에 누워서, 스피커폰으로 희세와 얘기하는 나. 오전에 있었던 흑역사에 대해 얘기하며, 나는 혼자 침대에서 이불 팡팡 뒹굴뒹굴 한다.


희세는 기숙사 사니까, 이제 기숙사에 들어가 있다. 외박계? 라고 뭐 쓰고 나올 수 있다는데, 굳이 그러고 싶지 않다고 희세는 기숙사에 있다. 히잉······ 그냥 원룸에 놀러 오지. 얼마든지 와도 되는데, 원룸인데, 대학생인데! 어쨌든 그런 서글픔을 전화로 해결하고 있다.


뭐, 최종 결론은 OT에서의 일은 좋게 좋게 끝났다. 다들 ‘별난 애’ 정도로 인식하고, 나쁘게 본 것 같진 않고. 웃어 넘어갔으니까. ‘소심할 줄 알았는데 잘 말하데’ 하는 라나 누나의 칭찬도 들었고. 자기 소개 끝나고 강의실에서 나올 때 남자 동기들의 무수한 악수 요청이······ 그치만 역시 창피하다.



『나는 그냥 평범하고 무난하게 자기소개 하고 끝났어.』

“나도 그냥 그랬어야 하는데─”

『아핳. 웅도 이상한 건 알아줘야 하네. 대학교에서도 변태 씨야?』

“아니야!”



아니라구! 으흑······ 차라리 상남자라고 불러줘. 상남자특)이런 걸로 질질 짬. 침대에 누워 한참동안 희세랑 전화통화를 한다. 고등학교 때면 야자가 10시에 끝나니까, 전화 이렇게 오래 하면 11시나 12시 돼서 금방 자야 하지만. 지금은 대학생! 전화를 한 건 7시! 그러니까 지금은 9시밖에 안 됐다는 말! 우하하하하! 이제 게임을 시작해볼까······? 캠퍼스 라이프 만끽인 거야! 시간이 이렇게나 많다니! 아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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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15화 - 3 +3 20.11.21 8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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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14화. 사랑…… X같은 거야. +3 20.07.12 180 4 11쪽
341 13화 - 5 +3 20.05.07 160 4 15쪽
340 13화 - 4 +1 20.05.03 11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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