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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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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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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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04화 - 7

DUMMY

“으음······ 으으음······.”

“끄헥······ 커억······.”



네가 신음하기 전에는 나는 다만 하나의 몸뚱아리에 지나지 않았다. 네가 신음하였을 때, 나는 정신이 돌아와, 하나의 의미가 되었─ 아 머리 깨질 거 같애. 뭐냐 이거. 아아아아. 빙글빙글 돈다. 그러니까 어제. 밤에. 광란의 술판. 지영이 누나가 고백하는 거 듣고. 밤바다. 여름 밤바다. 아니 아직 여름 아니거든.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하다보니 아아, 지금이 이제 아침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아. 갓 대학생이 된 신입생은 잘 모르는가. 이건 「숙취」라는 것이다. 술을 자주 마시는 대학생에겐 흔한 일이지. 어이어이 대단하잖아! 믿고 있었다구!



“······.”



괴롭다. 겨우 눈이 떠져서 보이는 건 천장 뿐. 숨을 쉬는데 알코올 냄새 가득. 방 안 전체가 술냄새로 뒤덮인 게 아니라, 아직 내가 술이 덜 깨서 내 숨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알콜 중독자 아저씨가 된 기분이야. 어젯밤과 차이가 있다면, 어제는 취했을 때 상당히 기분 좋고 산뜻한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머리 깨질 듯이 아프고, 머리가 어지럽고, 어쨌든 되게 안 좋다는 점이다.



“쓰읍─ 하아. 후우.”



뭔가 숨이 차다.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 이러다 죽는 걸까. 뭐지, 술병난 건가. 심장이 빨리 뛰는 거 같아. 괜찮아. 아직 난 살아 있어. 진정하구. 이 정도로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천천히 일어나는 거야. 하나 둘 셋 어유. 한 번만 더. 일어나는거다? 하나, 둘!



“······하아.”



뭐 일어나는 것 하나가 이렇게 힘드냐. 몸이 자기 의지대로 안 움직이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아니, 안 움직이는 건 아닌데······ 뭔가 뇌에서 명령 내리면 한 템포 늦게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하이 템플러가 돼서 뒤에 잔상 남기면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야. 여전히 세상은 빙빙 돌고 있고.



주위는 온통 난장판.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이 농담삼하 말씀하시던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라는 말이 현세에 도래했다. 술병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상 위에는 어제 먹다 남은 안주들이 너저분하게 놓여 있다. 거기에 더해, 노숙자들처럼 이불도 깔개도 없이 마구잡이로 널부러져 있는 사람들. 가관이 따로 없다. 남녀가 이리 섞여서 한데 자고 있다니······ 어르신들이 보면 혀를 끌끌 찰 거야.



“흐그윽······ 하아.”



반사적으로 휴대폰 시계를 본다. 7시 35분. 아 어쩐지, 엄청 졸리고 피곤하더라. 어제 마지막으로 의식이 남은 상태로 시간을 본 게 4시 좀 넘었을 때니까. 되게 어지럽고 토할 거 같고 몸 상태도 안 좋고, 더 잘까 하다가 생각을 바꿔서 힘든 육신을 일으킨다. 한 번 깨면 잘 못 잠드는 체질이라, 어차피 잠 설칠 것 같고. 그럼 더 고통만 받을 거 같으니까. 얼른 술을 깨는 편이 현명한 판단이겠지. 아침 공기를 들이키면 조금 기분이 나아질까, 어기적 어기적 좀비처럼 복도를 걸어 빠져나온다.







“아.”

“아?”



어제 지영이 누나가 토했던, 풀숲 앞의 담배터. 건물 뒤편에 위치해 이슥한 편인 그 곳에, 숲에서 나오는 음이온과 쾌적한 산소를 들이키기 위해 온 나는 먼저 온 손님과 어색한 만남을 나누게 되었다. 영미 누나. 문제될 건 없지만 영미 누나, 담배를 입에 물고 휴대폰을 보던 와중에 나와 눈이 마주쳤다. 2초 정도 서로 굳은 체로 서 있게 된다. 어색어색. 아니 사람이 담배 피울 수도 있지!



“의외네, 생긴 건 담배 안 피우게 생겼는데.”

“안 피워요.”

“그러냐. 스읍─ 후우. 넌 이런 거 피우지 마라.”



흡연자가 비흡연자에게 했을 때 가장 꼴사나운 말을 바로 시전하는 영미 누나. 아마 내가 담배 피우러 온 줄 알았나보다. 냉큼 대답하니 묵묵히 담배를 태우는 누나. 이것도 참 외모지상주의인게, 영미 누나, 키도 크고 숏컷이 잘 어울리는 늘씬한 미인상이니까. 그런 꼴사나운 드립도, 뭔가 쿨하고 있어 보인다. 막말로, 입장 바꿔서 같은 말을 리유 같은 애가 한다고 생각해봐. 그 쪼꼬만 애가, 담배 피우면서 ‘하아······ 넌 이런 거 배우지 마랑’ 이러면. 크흐흣.



“푸흐흡.”

“왜. 담배 피우는 내가 우습니?”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아는 애중에 겁나 작고 귀여운 애 있는데, 걔가 담배 피우면 어떨까 상상해보니까 웃겨서요.”

“후후. 웃길 것도 없네.”



피식 웃으며 후욱 짙은 담배연기를 내뿜는 영미 누나. 검지로 툭툭 담배를 쳐서 불을 끈 뒤 담배통에 꽁초를 집어 넣는다. 그리고는 품에서 다시금 담배갑을 꺼내 한 대 다시금 문다.



“애들 많을 때는 시선 피해서 피우기가 힘들단 말이지······ 그냥 자취방에 혼자 있는 게 최곤데.”

“음······.”



담배, 숨어서 피우시는구나. 나나 대현이나, 동기 남자애들 중에서 담배 피우는 애 몇 명 없고, 예비역 형들도 반절 조금 안 되게 담배 피우는데. 여자들은 그런 거에 민감한가? 담배 피우는 거. 숨기고 싶다고 마음 먹었다면, 어제 MT 출발할 때부터 못 피운 거니까, 이렇게 줄담배를 피울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뭐, 나는 담배를 안 피워봐서 그 중독성 같은 건 잘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해도 되지만. 대현이한테는 얘기하지 마.”

“아, 네.”

“그리고 기왕이면 다른 사람들한테도 말하지 말구. 생각해보니까 말하면 건너 건너서 대현이도 알겠구나.”

“네. 절대 안 말할게요. 제가 뭐하러 그런 거 말하고 다니겠어요.”



그런 소문내고 다니는 나쁜 놈 아니죠, 제가. 그보다는, 굳이 ‘대현이’를 강조해서 말하는 영미 누나의 태도에서 재미있는 스멜을 느낀 나.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것도 뻘쭘하니, 그 쪽 방면으로 물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 누나 대현이 좋아하나요?”

“술 덜 깼어?”

“아 네······ 덜 깨긴 했는데. 잠을 얼마 못 자서.”

“이 누나는 밤 샜다.”

“아. 누나 술 진짜 엄청 쎄시네요.”

“뭐······ 다른 사람들이 약한 거지.”



누나가 최후의 1인이구나. 정말, 어마무시하구나. 아니 근데 그보다 분명 대현이 얘기 꺼낸 건데 어쩌다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가 넘어갔지?! 호락호락하지 않군, 영미 누나.



“좋아한다······ 까지는 아니고. 귀엽잖아. 특히 어제는.”

“아. 하하, 뭐, 네. 그랬죠. 그런 취향이시군요.”

“후후.”



뭐, 평소의 대현이가 상남자의 모습이냐 하면 그런 건 아니다. 그래도, 결코 여장이라던가 그런 거 연상 안 될 만큼 충분히 남자애인데. 화장과 몸매의 조화다. 원래 좀 마른 편이고, 선이 굵은 편은 아닌 얼굴이니까 화장으로 얼굴을 그린 거지.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영미 누나는 지금도 피식 웃는다.



“여기서 대현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성으로 볼 수도 있겠지. 지금은 그냥 귀여운 동생일 뿐인데.”

“그렇다고 하기엔 어제 너무 총애(寵愛)하시지 않았나요. 거의 사귀는 것 같던데. 뽀뽀도 했잖아요. 그거 혀까지 들어갔으면 키스인ㄷ─ 크헉!”



퍽. 정확하고 절묘하게 치고 들어오는 영미 누나의 펀치. 명치 바로 아래, 복부에 정확하게 가격이 들어온다. 일부러 대미지(?)를 조절했는지, 막 토할 정도로 아프지는 않지만 명확하게 고통을 느낄 수 있을 수준은 된다. 말하다 말문이 턱 막힌다. 물리적으로 정말 막히는 거니까.



“어제 일은 어제. 취했잖아. 대현이는 아마 기억도 못 할 거야.”

“······저랑 은정이 누나가 동영상 가지고 있는데요. 1 더하기 1은 귀요미 이런 거 한 거요.”

“크흠.”



영미 누나는 다 기억하고 있는지 헛기침을 하신다. 차마 동영상을 지우라는 말도 하지 못 하고. 아마 나한테 지우라고 해도, 은정이 누나는 동기이고 한 성격 하니까, 절대 안 지울 테니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



“아 모르겠다 모르겠어. 그래 좋아한다 어쩔래.”

“아······ 네 그렇군요. 아뇨 뭐 제가 딱히 뭘 하는 건 아니구요.”



사실대로 실토하는 누나. 그 사이 담배를 다 피웠는지 다시금 검지로 탁탁 쳐서 담뱃불을 끄신다. 대현이. 잘 됐네. 그토록 바라던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겠어. 게다가 영미 누나면······ 좀 취향 타겠지만, 솔직히 나쁠 건 전혀 없잖아? 미인에,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쿨하고. 술을 너무 잘 마시는 게 탈이라면 탈이겠지만.







“후으.”



힘들어라. 방으로 돌아오니 여전히 퍼질러 자고 있는 모두들. 하린이랑 소미, 지영이 누나는 보이는데 라나 누나랑 대현이는 안 보인다. 어제 워낙 이 방 저 방 섞여서 놀고 먹고 해서 그런가, 우리 방에 모르는 사람도 자고 있고 그러네. 당장 전혀 연관 없을 것 같은 순정이 누나랑 은정이 누나도 여기 자고 있잖아. 영미 누나는 대현이 있는 방으로 갔는지 뒤따라 오고 있었는데 우리 방으로 안 들어온다.



“에고.”



아무데나 철푸덕 주저앉는데, 앉은 데가 마침 하린이 얼굴이 딱 보이는 자리. 쌔근쌔근 잘도 자는 녀석. 참, 입 다물고 얌전히 있으면 이렇게나 예쁘고 귀여운 녀석인데. 볼이 참 통통하네. 자주 잊곤 하지만, 하린이 우리보다 2살이나 어리니까. 현역 여고생이라고. 볼살이 남아있을만도하지.



“!”



자연스럽게, 살짝 하린이의 볼을 찔렀는데 반짝 눈을 뜨는 하린이. 술도 마셨고, 이른 아침이기도 하니 깊이 잠들어서 안 깰 줄 알았는데. 아니 그보단, 장난스럽게 찔러본 건데 이렇게 한순간에 깨어버릴 줄은 몰랐어.



“어······ 안녕.”

“······네,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 응.”



뭐야 얘. 왜 그렇게 여신처럼 얌전하고 다소곳한 목소리로 대답하냐. 나도 모르게 살짝 설레게 되잖아. 전혀 하린이가 아닌 거 같애. 베시시 가벼운 미소를 짓는 하린이. 다시금 눈을 감는데 그 모습이 참 예쁘고 귀엽다.



“볼 찌르고, 볼 만져보고, 다음은 가슴 찔러보려고 했나요? 아니면 허벅지?”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 자고 있어서.”

“자고 있으면 찔러도 되나요? 우후후······ 정말 위험한 오빠네요.”



어물쩍 넘어가나 했는데, 그럴 리가요. 본색을 드러내는 하린이. 베시시 요오오망하게 웃으며 말한다. 일단 잘못한 쪽은 내 쪽인지라, 쩔쩔매며 변명하다 본전도 못 찾는다. 요즘 같은 시국에 이런 식의 가벼운 스킨십조차 큰일날 수가 있다구. ‘막 억지로 찌르고 만지고 그랬어요’ 라던가, ‘불쾌감을 표시했는데도 막무가내였어요’ 라는 느낌으로 말하면 나는 영락없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거야. 물론 하린이는 숫제 장난치려는 분위기지만.



“으앙. 머리 아파요. 해장하게 라면 끓여주세요. 칼칼하게. 그러면 용서해드릴게요.”

“그, 그래.”

“라면 맛있게 끓여주시면, 가슴 정도는 찌르게 해줄 수 있을지도? 아하핳!”

“뭐, 뭔 소리야!”

“아이 그거 뭐 좀 찌른다고 닳나요? 만지는 것도 아닌데.”

“라, 라면 끓일게.”



이런······ X,,,,,,벌,,,,,, 요오망한,,,,,, 지지배가,,,,,, 나보다 2살이나 어린 주제에! 그런 식으로 놀려대면!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잖아. 죄인이 되어 라면을 끓이려 한다. 그걸로 용서해준다니.


다들 이렇게 만취해서 엉망진창이 될 것을 학생회에서는 익히 예상했는지, 어제 이미 짐들중에 라면들이 구비가 돼 있었다. 그것도 컵라면 봉지라면 종류별로 두루. 음. 다들 푹 자고 있으니까, 나하고 하린이하고, 깨어 있는 영미 누나하고. 세 명에, 혹시 모르니까 4개 끓이자. 아니, 그냥 끓이는 김에 5개 끓이자.


재료가 그리 풍족하게 있는 건 아니지만, 파랑 양파 정도는 있다. 계란까지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혹시 몰라 구비돼 있는 커피포트에 이빠이 물을 끓였다. 라면 끓이는 소리에 누가 깬다면, 더 끓여줄 수는 없어도 최소한 컵라면은 먹을 수 있게 물을 끓여놔야지. 나 얼마나 배려심 넘치니. 금세 팔팔 끓는 라면. 5개 끓이니까 우와, 냄비가 가득 찼어. 다 먹을 수 있을까.



“다 끓였어.”

“······후아. 벌써 다 끓였어요? 3초밖에 안 지났는데.”

“잠들었나보네. 몇 분 넘게 지났는데.”

“와. 시간여행 했어요. 직진만 되는 시간여행.”



나도 나지만 하린이도 술 덜 깬 거 같다. 막 드립만 안 치고 저렇게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장난만 치면 하린이도 참 귀여운데. 더러운 상 위를 적당히 치우고, 라면을 올려놓고 영미 누나도 부르러 간다.



‘후루루룩.’

“오, 라면 잘 끓이네.”

“후후. 라면만큼은 제가 장난 아니죠.”



영미 누나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나. 하린이도 맛있다고 잘도 먹는다. 얌전히 호로록 호로록 먹고 있는 대현이. 영미 누나가 깨워서 데리고 왔다. 4명이라 다행이야. 5개 정도는 충분히 먹을 수 있지, 장정이 둘이나 있는데.



“와 오빠 화장 안 지우고 주무셨어요? 피부 X창났겠다. 벌써 여기 뾰루지 난 거 아니에요?”

“아······.”



멍한 모습의 대현이. 아닌 게 아니라, 어제 술 마시고 놀 때 영미 누나가 여장 못 풀게 해서, 그래서 그대로 술 마시고 만취해서 잠든 거지. 화장은 그대로 번지고 떡지고 난리도 아니고, 가발까지 안 쓰고 있으니까 뭔가······ 되게 기묘한 꼴이다. 그나마 대현이가 수염이 많이 안 나는 체질이라 다행이지. 수염까지 났으면 진짜 무슨 이상한 게이 같았을 거 같은데.



“아. MT 두 번 갔다간 돼지 되겠다. 계속 배부르네.”

“후후. 그렇지 뭐. MT에서 먹고 마시고 안 하면 언제 그러겠어.”



얼큰한 라면을 먹으니 속이 진정되는 것 같으면서도, 어제 새벽 4시까지 뭘 먹어서 채 소화도 안 된 배에 자꾸 먹을 게 들어오니 배가 쉴 새가 없다. 내 한탄에 영미 누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아. 뭐야 어디서 맛있는 냄새 난다 하더니만 지들끼리 끓여먹고 있네.”

“아 성준오빠~ 주무셨어요?”

“아니, 잠 안 와서 안 잤는데.”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가 다가온다. 성준이 형은 퀭한 눈을 하곤 복도에서 슬그머니 등장해 우리를 쳐다본다. 영미 누나만 밤 샌 게 아니구나. 근데 성준이 형은 우리 있는 데에서 붙박이로 마신 게 아니라 여기저기 계속 돌아다니는 느낌으로 마시고 놀아서. 어디에 있는 지도 잘 몰랐죠.



“밥이라도 말아 드쉴?”

“그러자. 어후. 배고프다.”

“배고파요?!”



하린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와 앉는 성준이 형. 나는 화들짝 놀라 그런 형을 본다. 배가 고프다니······ 어제 그렇게나 먹어놓곤. 정말 대단하긴 하다.








//








MT라는 게 그런 걸까. 광란의 밤은 끝이 나고, 아침도 지나서 오전 정도 되어서야 다들 간신히 정신을 차린다. 뭔가 허무하지만, 이제 MT 끝이란다. 다들 대충 아침 챙겨 먹고, 방 깨끗이 정리하고, 씻고, 짐 챙기고 나가면 끝. 이것저것 치우다 보니까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거의 11시는 다 되어서 짐을 빼고 나서는 우리. 처음보다는 더 적어진 짐들을 고속버스에 싣고, 버스에 탑승한 우리들.


어제 출발할 때와는 달리 다들 초췌하고 피곤한 모습들이다. 특히 순정이 누나는 어제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부학회장의 명예와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술병 때문에 골골대며 애들을 통제하지 못 한다. 오죽하면 학회장인 성준이 형이 대충대충 애들 통제해서 했겠어. ······근데 원래 그거 학회장이 하는 거 맞지 않아? 워낙 순정이 누나가 다 하는 게 익숙해져서.



“······.”

“······.”



아주 조용하고 적막한 버스 안. 누구 하나 깨어 있는 사람이 없다. 정말, 어제와는 완전 딴판이구나. 하긴, 다들 피곤했겠지. 어제 그렇게 신나게 놀았으니. MT라는 거, 되게 재미있구나. 다음에도 이런 거 있으면 재미있겠다. 나도, 일찍 일어난 편이고 피곤한지라 금세 눈이 감긴다.



“자자, 다들 고생 많았고! 이 짐만 과방에 대충 짱박아놓고 가자!”

“으에에······.”



술병 나서 괴로워하는 순정이 누나를 대신해, 애들을 진두지휘해 물건을 과방으로 나르는 성준이 형. 몇 시간이나 걸려서 도착한 학교, 다들 집에 가고 싶겠지만, 마지막 정리다. 이것만 나르면 끝이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안녕히 계세요─”

“잘 가 다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모든 것이 끝이 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애초에 주말인지라 뭔가 홀가분한 느낌. 이렇게 흥청망청 엉망진창으로 놀다가 다음주부터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후유증이 꽤 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 집 가서 더 자야겠네요. 다음주에 봐용~”

“어, 잘 가.”

“다음주에 봐.”

“네, 누나도 들어가세요!”

“안녕~”

“응, 안녕~”



다들 각자의 집으로. 밤도 아니고 오후인지라, 딱히 누가 바래다준다거나 같이 가지 않고 알아서 각자의 집으로 간다. 나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집으로 간다. 옷도 빨아야 하고, 샤워도 해야 할 거 같은데. 아, 희세도 만나야할 것 같은데.



“여보세요?”

『응, 도착했어?』

“어, 지금 왔어. 수업중 아니었어?”

『어, 막 끝나고 1시간 공강이라.』

“어어, 그렇구나.”



마침 딱 희세에게 전화가 온다. 아까 전에 내가 이 때 쯤 도착할 거 같다고 톡 해놨었거든. 아마 며칠만에 한 번 보자고 얘기할 것 같은데······ 솔직한 내 심경은,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쉬고만 싶다. 물론 희세 보고 싶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술기운이 남아 있는 거 같아서. 나 술 생각보다 약하다고. 주량이 세진 않아, 근성이 있는 거지.



『피곤하지 않아?』

“피곤······하지. 4시 넘어서 자서 7시 30분에 일어나서.”

『어휴······ 얼마 못 잤네.』



늘 언제나 나를 생각해주는 희세. 아니면 희세, 나보다도 먼저 MT 갔다와서 잠을 잘 못 자는 걸 미리 알고 있어서 물어봐준 것도 있지만. 마침 피곤하냐는 말이 나왔으니, 지금 피곤한 걸 어필해서 오늘은 보지 말자고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하는 찰나.



『너 피곤할 거 같으니까, 오늘은 푹 쉬어. 월요일날 점심에 보자.』

“어······ 그래도 돼?”



말하기도 전에 먼저 제안하는 희세. 아아, 역시 희세. 이제는 내 감정까지 읽을 수 있구나. 배려하는 마음에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래도 될까, 한 번은 거절하는 게 한국인의 미덕이지. 내 대답에 희세는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안 그렇다고 하면, 보게? 내가 먼저 안 보자니까 싱글벙글한 게 영상통화 아니어도 보이는구만. 왜, 나 보고 싶지 않아?』

“보고 싶지, 보고 싶지 왜 아니겠어! 근데 진짜, 솔직하게 말하면 육체가 너무 힘들어서······.”

『그렇게 저질 체력이어서 남자구실 어떻게 하려고. 아하하, 농담.』

“으으으······ 이런 모욕, 참을 수 없다! 만나! 오늘 저녁에 만나!”

『아이아이, 쉬라니깐. 너 그러다 월요일 날 영영 못 일어나.』



희세의 어그로에 발끈한 나. 다른 것도 아니고 남자구실을 일삼다니. 그것도 여자친구가! 이런 도발에 어찌 가만히 있겠어. 하지만 그것도 다 장난. 하하호호 희세와 재미나게 전화하며 걷다보니 금세 집에 도착했다. 푹 쉬겠다고 하곤 희세와 통화를 마쳤다.



“흐아아─”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집이 최고구나. 아직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자취방이지만, 너무 편안하고 안락하다. 아아. 씻기도 귀찮다. 이대로······ 영원히 잠들 것만 같다······ 좀 자자. 몇 시간이고 잘 수 있을 거 같아.








재미있는 MT였당!!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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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22 Roun
    작성일
    18.12.14 17:22
    No. 1

    내 MT는 교수의 교수에 의한 교수를 위한 MT였는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8.12.15 15:43
    No. 2

    ......저희도 그랬어요. 창작물에서까지 그런 걸 표현하긴 좀 그렇죠, 하핫.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진주곰탱이
    작성일
    23.04.17 13:33
    No. 3

    MT는 그냥 평소에 술집에서 마시던 술을 자연과 벗삼아 마신다 정도로 바뀌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집단행동...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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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16화. 사람으로 그린 수채화. +3 20.12.05 75 3 15쪽
351 15화 - 6 +3 20.12.03 69 4 11쪽
350 15화 - 5 +3 20.12.01 95 4 14쪽
349 15화 - 4 +1 20.11.27 84 3 11쪽
348 15화 - 3 +3 20.11.21 89 4 12쪽
347 15화 - 2 +1 20.11.19 61 4 13쪽
346 15화. 여름밤의 추억! +3 20.11.17 103 4 12쪽
345 14화 - 4 +3 20.08.03 108 5 15쪽
344 14화 - 3 +5 20.07.15 85 5 11쪽
343 14화 - 2 +1 20.07.13 60 4 11쪽
342 14화. 사랑…… X같은 거야. +3 20.07.12 180 4 11쪽
341 13화 - 5 +3 20.05.07 160 4 15쪽
340 13화 - 4 +1 20.05.03 11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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