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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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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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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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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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사랑…… X같은 거야.

DUMMY

“일어나아!”

“어휴······ 뭐야.”



리유의 부름에 눈을 뜬 나. 일어나. 출근해야지. 근데 뭐, 우리 출근 시간이 11시까지라 그렇게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다. 버스가 10시 30분쯤 오니까, 대충 10시 10~20분 정도로 준비 마치면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이론상 9시 30분에 일어나도 여유가 있을 정도지. 하지만 리유는 가차없이 나를 이런 이른 아침에 깨운다.



“출근 해야지!”

“아아. 「출근」말인가. 겨우 그런 이유로 나를 깨운 것인가. 물러가라.”

“으아앙!”



괜히 심통을 부리는 리유. 나는 그런 리유가 귀여워 흐흐 하고 웃으며 다시금 몸을 돌려 눕는다. 오늘은 휴일이거든! 나는 휴일이고, 리유는 휴일이 아닌, 그런 즐거운 상황. 우리는 일주일에 하루 쉴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여러 명이 한 번에 쉴 수는 없다. 손님들 예약이 많이 잡힌 날은 정~말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휴가를 쓸 수 없다. 뭐, 그럴 때엔 전 인원이 다 달라붙어도 바쁜데 한 명이라도 빠지면 난리 나겠지.



그래서 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오늘 휴가다. 리유는 출근을 해야겠지만. 그래서 요 녀석, 이런 시간에 나를 깨웠구만. 8시······ 뭐, 일어날 때 되긴 했지. 어제 늦게 잔 것도 아니고. 일하다보니까 그냥 이런 시간대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됐다. 새벽 2시에 자서 9시쯤 일어나도 될 텐데.



“좋겠당~ 누구는 이 여름에 일하러 가는뎅~”

“좋지. 누구랑은 다르게 더워 죽겠는데 출근 버스 안 기다려도 되고, 시원한 집에서 느긋하게 있으면 되니까.”

“으앙!”



리유가 부러워하니 나는 더욱 그녀의 질투를 유발한다. 리유는 아이처럼 괴로워하며 나를 투닥투닥 때린다. 그래봐야 여전히 초등학생 체형인 리유인지라 별다른 타격은 없다.



“웅이 딱 기다려. 나 쉬는 날 되면 잔뜩 놀려줄 거니까!”

“근데 그 때엔 리유는 혼자 쉬어야 하잖아. 나는 출근하고. 혼자 집에서 뭐하려고?”

“으앙! 웅이랑 같이 쉬어야 되는데에! 왜 이렇게 된 거야 근무표? 리유는 친구 없단 말야!!”

“아하핫.”



그게 쉬고 싶다고 맘대로 쉴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2주 앞까지 근무표가 미리 나오기 때문에. 쉬고 싶은 날 미리 말을 해서 그 날을 승인 받아야 쉴 수 있는 거니까. 근데 공교롭게도 내가 쉬는 날은 리유가 못 쉬고 리유가 쉬는 날은 내가 못 쉰다.



“웅이 오늘은 뭐 할 거야?”

“뭐, 너 나갈 때쯤 수은이 만나서 놀기로 했는데.”

“흐앙! 부러워엉! 왜 나마아안?!”



나는 뭐, 집에 하루종일 혼자 있어도 재미있게 놀고 쉬고 할 자신 있지만. 마침 또 공교롭게도 같은 날 휴일이 겹친 수은이가 같이 놀자고 해서, 뭐 그래 밖에서 노는 것도 괜찮겠지 하고 승낙했다. 아 물론 그 전에 하린이한테 다 물어봐서 해결했고. 나는 분명 나중에 결혼하면 공처가가 될 거야. 여자친구한테 그런 것까지 다 말해야지. 기분 나쁠 수도 있잖아. 기본 아니냐?



“순이가 뭐한데? 뭐하고 놀거래?”

“뭐······ 영화 보자던데. 별로 기대는 안 돼.”

“영화······ 히잉······.”



영화는 뭐, 그냥 명분이지. 딱히 나는 마블 영화 같은 거 아니면 딱히 영화 즐겨 보지도 않고. 근데 그것도 그래. 그럼 영화 안 보면 뭐할 거냐. 특히나 성별이 다르다면. 아니, 성차별을 조장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서로 좋아하거나 노는 방향성이 다르니까, 남자애 여자애는. 그나마 영화 정도 돼야 무난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사실, 수은이랑은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논 적이 없으니까. 일 하면서 꽤 친해지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르바이트 하면서 한 마디씩 말하는 것에 불과하고. 오늘 놀면서 친해지면 되겠지? 그래서 결론은 영화다.






“자, 그럼 고생하시고~”

“으아아아앙!”



출근시간. 나오는 건 똑같이 리유와 나오지만, 나는 이제 놀러 간다. 리유는 끝까지 생떼를 부린다. 놀리기도 하지만 사실은 살짝 걱정되는 면도 있다. 잘 하겠지 혼자서도? 그래, 이제 리유도 스무 살인데. 나는 나대로 내 인생을 살자.



“여어.”

“응.”



한여름의 태양은 무척이나 뜨겁다. 햇살이 뜨거운 것도 뜨거운 건데 습하기도 습해서. 먼저 기다리고 있는 수은이. 일할 때 보던 복장이 아닌 가벼운 사복차림의 수은이는 또 다른 느낌이다. 시원하고 편안한 밝은 분홍색 티셔츠와 검은색이 강한 데님핫팬츠. 의외로 새하얗고 매끄러운 허벅지에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2초 정도 수은이 다리만 보게 된다.



“너무 노골적인 시선 아니야?”

“아니, 다리 되게 예뻐서.”

“성희롱?”

“아니아니, 칭찬이야 칭찬. 불쾌감을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물론 수은이도 실제로 부끄러워한다거나 불쾌해하는 것 같지는 않다. 장난. 피식 웃으며 다리를 쭉 뻗어보이는 수은이.



“왜, 다리 두꺼울 줄 알았어?”

“아니, 그런 것보다는 뭐랄까, 하얗지 않을 줄 알았는데.”

“죽을래?!”

“아앜!”



내 대답에 수은이는 아주 신속하게 다리를 접고 반대편 다리로 내 엉덩이를 확 걷어찬다. 와, 진짜 쎄게 찼어! 아니, 수은이 원래 피부가 하얀 편은 아닌데! 다리만 이상하게 하야니까! 그래서 말한 건데!



“모처럼 용기 내서 짧은 바지 입고 나온 건데.”

“아, 하긴 일할 때는 늘 긴 바지 입고 나오지.”

“그, 그래.”



우리 복장 규정이 남녀 공통으로 반팔 흰 셔츠 검은계열 긴바지니까. 굳이 수은이 말하는 걸로 유추해보면 평소에도 짧은 바지는 잘 안 입나보다. 그래서 다리만 피부가 안 타고 하얀 피부를 유지한 거구나. 그러면 인정이지. 뭐 내가 인정 안 한다고 안 되는 건 없지만.



“가자.”

“그래.”



아, 참고로 나는 후줄근한 흰 면티에 후줄근한 청바지. 일하려고 임시로 리유네서 머무는 것이니 옷을 그렇게 많이 챙겨오진 않았다. 지금 이 옷 세팅이 유일한 외출복이야. 원래는 출근해야 하는 시간에, 통쾌하게 나와 수은이는 영화관으로 향한다.






**






“어땠어?”

“별로?”

“그치.”



영화가 끝나고 난 뒤. 그냥 그렇다. 늘 영화는 그렇다. 똑같이 9000원을 내고 보지만 어떨 때엔 엄청난 명작을 볼 수도, 어느 때엔 2시간이 아까운 망작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똑같은 티켓값을 내고 영화를 봐야 한다. 그게 영화의 묘미가 아닐까. 어쨌든 나와 수은이의 공통된 평가는 ‘별로였다’.



“나는 사실 좀 미국식으로 때려 부수는 영화가 더 좋아서.”

“이것도 충분히 때려 부수지 않았어?”

“아니, 뭐랄까~ 그치, 비슷하긴 한데. 근데 뭔가 부족해. 이건 아니야. 다 어중간해.”



영화를 봤으면 좋든 싫든 그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친해지는 거지 뭐. 문득 수은이 영화 취향은 어떤지 궁금한다.



“수은이는 어떤 영화 좋아해?”

“나는······ 멜로 쪽?”

“오, 나 멜로 영화는 하나도 본 적 없어.”

“보통 남자애들은 멜로 영화 안 좋아하니까.”

“그치그치~”



수은이의 매력은 그거 같다. 생긴 건 머리도 짧은 숏컷이고 쿨하기 그지 없어서, 남성적인 성격이 강하게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아닌 거 같애. 다리도 예쁘고, 옷도 예쁘게 잘 입고, 오늘은 머리도 반듯반듯하게 뭔가 곱게 빗은 느낌이라 여성성이 증가된 느낌이다. 안 어울리게 멜로 영화 좋아한다고 하기도 하고. ······이거는 말했다가 아까 다리 얘기처럼 혼날까봐 말하지 않는다. 뭐, 확실히 여자애는 여자애다 그런 말인가.



“멜로영화 좋아하는 거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지.”

“어, 아니, 그럴 리가 있습니까! 멜로영화는 어떨까 하고 생각한 거죠! 하핫!”

“피이.”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패턴을 익혔는지 수은이는 귀신같이 맞춘다. 아니······ 이건 솔직히 머리를 그렇게 짧게 한 수은이 잘못도 크다잉?! 보통 여자는 머리빨이잖아! 그렇게 자르고 다니는 애면 보통 둘 중 하나라고! 엄청 선머슴 같은 성격이거나 페미거나! 그래, 페미 아닌 게 어디냐. 아니 페미니스트가 어떻다는 게 아니라─ 음, 좀 불편해지니까.



“그럼 뭐, 나 같이 생겼으면 밥도 국밥 먹으러 가자고 하고 그래야 돼?”

“오, 수은이 국밥 좋아해?”

“아니이! 나도 여자애야!”

“여자애는 국밥 좋아하면 안 됩니까? 성 역할 고정이 심하시군요.”

“그냥 내가 별로 안 좋아해! 됐어!?”



이럴 때엔 패턴을 익히지 못 하게 계속 훼방을 놓으면 된다. 수은이는 왈칵 짜증을 낸다. 후후.



“내가 그렇게 안 여자애 같애?”

“아니 여자애 같애! 여자애 맞잖아. 고추 있어?”

“그런 말이 아니라!”



미안하다 이런 섹드립 치려고 어그로 끌었다. 정웅도 인싸력 실화냐? 진짜 가슴이 웅장해진다. 여고에서 혼자 찌질대던 그 X찐따 같던 정웅도가 맞냐? 여자애랑 이렇게 자연스럽게 놀면서 대화를 주도할 수 있게 되다니. 그것도 다 경험이지. 어쨌든 근데 나랑 얘기하다 보니 수은이가 여성성 콤플렉스? 같은 것에 시달리게 되었나보다.



“아이 왜······ 충분히······ 여성스러운데······ 여기저기······.”

“그렇게 변태처럼 보지 마!”

“으앜!”



수은이의 자신감을 북돋아주기 위해, 나는 가만히 발에서부터 머리까지 힐끔힐끔 수은이를 바라본다. 키가 작은 편은 아니지만 발은 작은 편인지 앙증맞게 귀여운 신발. 아까도 말했지만 새햐얗고 매끈하게 잘 빠진 다리. 허벅지가 특히, 너무 마르지도 너무 살이 많지도 않게 딱 적당하게 예쁘다. 충분히 여성성을 어필하고 있는 든든─한 골반과, 이어지는 허리 라인.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가슴도 그렇게 작지 않고 적당한 크기인 수은이. 그리고 뒤이어 목덜미 라인과 얼굴로 내 시선이 이어지려는데 수은이가 이번엔 주먹으로 내 명치를 때리며 내 은밀한 시선을 막는다.



“머리는 그냥······ 편해서 이렇게 자른 건데. 여자라고 꼭 머리 길어야 해?”

“아니아니, 괜찮아! 진짜 잘 어울려, 뭐 나야 너 만났을 때부터 머리 이랬으니까 잘 모르겠지만.”

“휴우.”



심통이 난 표정의 수은이. 나는 얼른 손사레를 치며 장난기를 거두고 진심으로 대답해준다. 아니 왜 그런 고민을 할까? 솔직히 안 예쁘고 안 귀여운 애가 지금 수은이 정도의 숏컷 하면, 사람들이 그냥 키 작은 남자애인줄 착각할걸. 하지만 수은이는 기본 생김새가 귀염귀염한데다 여성스러워서 그렇게 착각하는 경우는 없다.



“말 나온 김에 밥이나 먹자.”

“응.”

“그러면 여성적으루다가 파스타나 그런 거 먹으러 갈까요?”

“아 됐어, 나 그런 건 또 별로 안 좋아한단 말야.”

“아니 뭐야. 뭘 좋아하시는데요 그럼.”

“냉면 먹어 냉면! 갈비냉면집 있잖아.”

“아니 그건 되게 아재같잖아!”

“갈비냉면이 왜 아재야!”



일하면서는 수은이는 내 편(?)인데, 지금은 어째선인지 되게 틱틱댄다. 이렇게 티격태격 하는 게 근데 재미있긴 하지. 친해지는 과정인 거야.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글 쓰는 사람 김태신입니다.

공모전이 끊이질 않아서! 이걸 못 쓰고 있었네요, 하핫!
물론 공모전은 늘 그렇듯 죽 쑤고 있습니다. 9년 간 꾸준히 안 돼 왔으니까요, 하핫!
어쨌든 우학변은 다시금 비정기적 연재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래놓고 또 며칠만에 쓸 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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