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의 주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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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캣
작품등록일 :
2019.11.0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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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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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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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형이······ 아니, 누나가 왜 거기서 나와? (10)

DUMMY

1

“호오, 이걸 알고 있나?”

“대충은. 네가 그걸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거지?”

“글쎄, 알려줄 이유가 있을까?”

“······.”


마수소환구슬.

만들기가 굉장히 까다롭고 값도 어마무시하며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만들기만 하면 전생의 포켓X스터마냥 중급 마수조차 거침없이 잡아넣고 풀 수 있는 물건이었다.

희귀한 물건이긴 했지만, 막상 내가 놀란 부분은 다른 부분이었다.


‘저건 인간이 만들 수 없는 물건일 텐데?’


만드는데 필요한 까다로운 조건 중 하나가 ‘마기’다.

당연하지만 이걸 타고나는 것은 마족 뿐.

마족 중에서도 장인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걸 가지고 있다는 건······.


‘결국 저놈이 마족이란 연관이 있다는 소린데······.’


분명 원작에서는 마족과 연관이 있는 귀족이 없었을 텐데?


“네가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는진 모르겠다만······ 뭐, 좋아. 이걸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빠르게 통하겠지. 나도 굳이 이 비싼 걸 쓰고 싶진 않으니까.”


사노바 자작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이라도 레바테인을 넘겨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지.”


사노바 자작의 요구 아닌 요구를 들은 내가 피식 웃었다.


‘웃기고 있네, 넘기는 순간 당장 죽일 거면서.’


사노바 자작 입장에서는 절대 날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대놓고 습격을 했는데 날 살려둘 리가 있나. 애초에 협상할 생각 따윈 조금도 없을 것이다.


'결국 후환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날 제거해야······ 잠깐.'


저놈이 뭐라고 했지?


“레바테인을 넘기라고?”

“그렇다.”


순간, 나는 굉장한 위화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헤카티아를 노리고 있어?’


아까는 정신없어서 몰랐지만,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헤카티아를 원한다는 건데······ 고작 노예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다고?’


나는 헤카티아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용사인데 어떻게 포기하겠어?

하지만, 사노바 자작이 헤카티아가 용사란 걸 알 리가 없다.


‘왜지?’


이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날 제거하고, 헤카티아를 원하는 이유가 뭐지?


“왜 대답이 없지?”


약간의 조급함마저 느껴지는 상대의 모습에 나는 심증이 어느 정도 확신으로 굳는 것을 느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상대는 절실할 정도로 헤카티아를 노리고 있다.

그렇다면······.


“싫은데. 내가 왜 그래야 해?”


나의 비아냥에 상대가 얼굴을 굳혔다.


“싫다면 이 구슬을 사용하는 수밖에.”

“그걸 사용한다고?”


사노바의 협박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할 수는 있고?”


아까도 말했지만, 마수소환구슬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 단점을 아는 나는 사노바 자작이 절대 저걸 사용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특히, 사노바 자작이 이런 위험부담을 안을 정도로 헤카티아를 원한다면 더더욱.


“역으로 내가 제안하지. 길을 터주지 그래? 그럼 널 얌전히 보내줄 테니까.”

“이 새끼가······ 진짜로 이게 보이지 않는가보지?”

“어차피 그거 사용하지도 못할 텐데 무슨.”

“이 빌어먹을 새끼가······!”


나의 노골적인 도발에 사노바 자작이 욕지거리를 내맽으며 도끼눈을 떴다.


“좋아, 진짜로 죽길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마!”

“뭐?! 잠깐만, 그거······!”


당황한 나를 두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사노바 자작이 거칠게 마수구슬을 깨부쉈다.


“나와라, ‘마수곰’!”


크아아아아아아

거친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4m는 될법한 거대한 곰이 모습을 드러낸다.


“크하하하하하하! 어떠냐! 이게 바로 길들인 마수곰이다!”


사노바 자작이 질려버린 우리의 표정을 보더니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내가 질린 건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미친놈, 그런 걸 이런 곳에서 소환하면 너도 죽어!”

“뭐? 헛소리하지 마라! 이 마수곰은 길들여진 마수곰이다! 내가 직접······!”



웃음을 터뜨리며 거창하게 설명하던 사노바 자작의 말이 뚝 끊긴다.

마수곰이 사노바 자작의 바로 옆에 있던 용병을 후려쳐 날려버린 것이다.


몸이 ㄱ자로 꺾인 채 중력을 무시하며 날아간 용병이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를 부러뜨리며 바닥에 엎어졌다.


"······."


정적.

너무 갑작스런 상황에 사람들이 날아가 바닥에 엎어진 용병을 쳐다보았다.


“미, 미친!”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물론 바로 옆에 있던 사노바 자작이었다.


“도, 도망쳐!”

“으아아아아악!”


사노바 자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분위기 파악을 끝낸 용병들이 하나둘 도망치기 시작한다.


“말! 말은 어디 있냐!”

“말이 없어졌다!”


멍청한 놈들, 흉폭화한 마수를 소환했는데 말들이 남아있겠냐! 옛날 옛적에 도망갔지!


“뛰어서 도망······ 끄아아악!”


남은 용병들이 온힘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으나 오히려 마수곰의 흉폭성만 부채질하는 꼴이었다. 본능적으로 도망치는 용병들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미친, 진짜 몰랐던 거야?’


나는 빠득 이를 갈았다. 완전 편해보이는 마수 소환 구슬에는 딱 하나,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건, 설사 이전에 길들여졌던 마수라 하더라도, 저 구슬에 들어갔다 나오면 그 길들여진 부분이 전부 사라지고 오히려 흉폭화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도 이 구슬이 원작에서 나왔기 때문에 알고 있는 거지만, 나는 그렇다 쳐도 저걸 당당히 쓰는 놈이 그것도 몰랐다고?!


“세바스찬!”


어쨌거나 마수곰이 난리를 치고 있는 지금 충분히 도망칠 수 있는 상황. 내가 세바스찬을 부르자 세바스찬도 재빨리 마부석에 올라탔다.


“테르티오님, 꽉 잡으십시오! 이랴!”


세바스찬이 말들을 닦달하자 마차에 묶여서 도망치지 못했던 말들이 물 만난 고기마냥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다그닥다그닥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평소에는 겪어보지도 못했던 속도로 마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간간히 용병들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가까인지 멀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우리 목숨을 노렸던 놈들이라 딱히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어떤 거 같습니까?”

“도망친 거 같아!”


세바스찬이 묻자 내가 고함을 지르며 대답했다. 지금도 힐끗힐끗 뒤를 돌아보았지만, 뒤에는 어두운 숲길만이 있을 뿐 딱히 뭔가 따라오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후우, 벗어난 것 같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어께가 지끈지끈거려오기 시작한다.


“매일 이런 일을 겪어?”

“그럴 리가.”


숨죽이고 있던 헤카티아가 질렸다는 얼굴로 조심스럽게 물어오자 내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매일 이런 일을 겪으면 내가 어떻게 살아있겠어? 이런건 나도 사양······.”

“테르티오님!”


그 때, 세바스찬이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그 소리가 닿기 전에 이미 나의 동공도 커질 대로 커진 상태였다. 마차 옆 숲에서 튀어나온 마수곰이 보였기 때문이다.


‘위험해!’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강한 충격이 온몸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나의 기억은, 그것으로 마지막이었다.



2

쿵, 우당탕탕

마수곰과 거칠게 충돌한 마차가 바닥을 굴렀다. 말들도 마차에 엮여 바닥을 나뒹굴고, 흙먼지가 뿌옇게 피어오른다.


“윽······!”


엉망진창이 된 마차 안에서 가장 먼저 눈을 뜬 것은 헤카티아였다.


‘무슨······?’


헤카티아는 자리에서 일어서다가 무언가가 자신을 끌어안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쪽으로 돌아보았다.


‘······도련님?’


자신을 이천 골드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산 주인. 그 주인이 상처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


‘날 지켰어?’


헤카티아는 마지막 기억을 떠올렸다. 그가 가장 마지막으로 했던 것은, 그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끌어안으며 그녀를 지키는 것이었다.


‘왜?’


왜, 자신을 구한 거지?


‘도대체 나를 왜?’


왜 고작 노예인 자신을, 자신의 목숨을 도외시하면서까지 지키는 것을 선택한 거지?


‘어째서······?!’


크오오오오오오

그 때였다. 거대한 울부짖음이 쓰러진 마차 밖에서 들려온다. 헤카티아는 조심스럽게 마차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채앵 채앵

세바스찬의 검과 마수곰의 발톱이 날카롭게 부딪힐 때마다 매서운 불꽃이 계속해서 튀었다.


‘저런 식으론 이길 수 없어.’


마수와의 싸움에 익숙한 헤카티아는 세바스찬의 단점이 무엇인지를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대인전(對人戰)에는 익숙했으나, 자신보다 큰 마수와의 싸움에는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경험이 부족해.’


마수곰은 강력한 마력을 가지고 몸을 강화하는 마수다.

얼핏 보면 세바스찬이 거침없이 몰아붙이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들어가는 타격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상대로는 효과적이었을 공격도 마수곰 상대로는 의미가 없었다.


‘도망칠 수 있어. 지금, 도망치면······.’


달콤한 유혹이 손짓한다. 자신을 속박할 수 있는 시동키를 가지고 있는 주인은 이렇게 쓰러져 있다. 그의 호위인 세바스찬은 마수곰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도망치기에는 분명 지금이 적기였다. 하지만······.


‘죽을 거야.’


분명 이들은 죽을 것이다.


“······.”


사실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도망치면 자유다. 각인도 발가락 사이라는, 안 보이는 장소에 새겨졌다. 시동키도 일정 거리 이상 벗어나면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헤카티아는 고민했다.


‘날, ‘믿는다’고 했어.’


레바테인 마을에서는 혼혈이라는 이유로 배척받고, 심지어 노예로 잡혀서 팔려나갔다.

노예일 때도 인간이 아닌 레바테인이란 이유로 배척받았다.

인간도 레바테인도 아닌, 주변인같은 인물이 바로 그녀였다.

하지만 그는······.


[난 널 믿고 있으니까.]


그녀를 믿고 수갑을 풀어주고.


[너 오늘 밥도 제대로 못 먹었을 거 아냐?]


굳이 찾아와 밥을 챙겨주고.


[아니, 미안한 건 미안한 거니까 사과하는 거지.]


노예에 불과한 자신에게 사과하고.


[그녀는 레바테인이 아니야. 헤카티아지.]


심지어, 그녀가.


[순수하든 혼혈이든 중요하지 않아. 난 헤카티아인 네가 필요한 거니까.]


인간도 헤카티아도 노예도 아닌, '그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필요하다고 한 순간, 그녀는 레바테인도, 노예도, 혼혈도 아닌, ‘헤카티아’가 되었다.

지금껏 부모님 외의 모든 것으로부터 부정당하고 차별 당했던 그녀로서는 처음 겪어보는 감각.

고작 그 정도 친절에 불과했지만 그녀에게는 결코 놓을 수 없는 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


그녀는 조용히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예지능력자인 것도, 그가 공작가 삼남이었던 것도, 자신을 샀다는 것도······ 이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것에게서 배척받던 그녀를, 처음으로 믿어주고 필요로 해준 사람.

그녀를 혼혈도, 레바테인도, 인간도 아닌, ‘헤카티아’로 보아준 사람.

그것이, 테르티오이기에.


“그러니까.”


헤카티아가 나직이 고개를 숙여, 정신을 잃고 쓰러진 테르티오에게 속삭였다.


“내가, 당신을 지켜줄게.”


무릎 꿇고 앉아있던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마차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흐읍······!”


그녀가 숨을 들이키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파아아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레바테인의 마력이, 그녀의 온몸을 뒤덮으며 넘실거렸다.


“······.”


다시 한 번, 헤카티아가 힐끗 테르티오를 바라라본다. 하지만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지켜줄게.”


다시 한 번 중얼거린 그녀가, 마수곰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작가의말

-Alon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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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형이······ 아니, 누나가 왜 거기서 나와? (10) +5 19.11.14 205 9 12쪽
9 chapter 1. 형이······ 아니, 누나가 왜 거기서 나와? (9) +5 19.11.13 196 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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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hapter 1. 형이······ 아니, 누나가 왜 거기서 나와? (3) +4 19.11.07 275 9 14쪽
2 chapter 1. 형이······ 아니, 누나가 왜 거기서 나와? (2) +3 19.11.06 299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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