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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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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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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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44화 - 네 사람은 모이고, 한 사람은 떠난다

DUMMY

"이봐~ 주인장~! 별일이군. 청소 중인 건가?"


카운터에 카키가 없는 것을 확인한 그리니언이 큰 소리로 부르자 계단에서 황급히 내려오는 카키와 그 뒤를 따라내려 오는 하쉬가 보였다.


"오. 보고라도 듣고 있었던 모양이구만. 방해한 것 같아 미안하군."


"아닙니다. 거의 다 끝난 참이었거든요."


"그렇군. 나도 이제 의뢰가 끝나서 말이야. 아무래도 저 녀석한테만 맡기는 것이 미덥지가 않아서 나도 도와주기로 했네."


그리니언은 카키의 뒤에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하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지만, 저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의뢰비라면 안 줘도 되네. 어차피 하쉬 저 녀석을 소개해준 이상 나한테도 책임이 있으니까."


두 번이나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그리니언의 태도에 하쉬는 부드럽지만 뼈가 담긴 어조로 말했다.


"이런. 저 혼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안 도와주셔도 됩니다. 의뢰가 끝나셨으면 좀 쉬셔야죠."


"내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지! 어떤 의뢰 일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으니 네놈을 감시할 겸 나도 함께 조사할 거다."


그리니언의 선언에 뚱한 표정을 짓던 하쉬는 이내 그리니언 뒤에 있는 테이트에게 시선이 닿았다.


"그나저나 저분은 누구십니까?"


하쉬의 시선을 따라가 테이트를 바라본 그리니언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이 됐다.


"아, 소개를 해야겠군. 음.... 전 부하라고 해야 할까? 정확히 따지면 상하관계는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내가 연장자니까 아는 동생이라고 소개를 해야 할까?"


"테이트 모런 경감입니다. 이 사람하고는 친분이 별로 없고, 용사 일행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호오... 반갑습니다. 저는 루브린에서 꽃집을 하고 있는 하쉬라고 합니다. 방금 전 카키 씨가 말한 경찰이 테이트 씨겠군요."


자신을 밀치고 나와 악수하는 두 사람을 본 그리니언은 심술 난 표정으로 카키를 불렀다.


"기껏 도와주겠다고 선언했는데 찬밥 취급이라니. 주인장!"


카키는 그런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공손하게 답했다.


"네. 그리니언 씨."


"일단 다 같이 정보를 좀 공유하는 편이 좋겠는데, 오늘 하루만 손님을 안 받는 게 어때?"


그리니언의 말에 카키가 곤란하다는 듯 웃자 그것을 본 테이트가 말했다.


"자기 의뢰는 황금보다 소중한 양반이 남의 장사에는 무례하시군."


테이트의 말을 들은 하쉬는 통쾌하다는 듯 시원하게 웃었다.


"하하. 테이트 씨. 친분이 없으시다더니 굉장히 잘 아시는군요. 저도 꽃집을 운영 중인데 매번 올 때마다 장사를 방해한답니다. 부탁할 일이 있을 때 과일을 사 올 정신이 있으면 평소에도 꽃이나 몇 송이 사갈 것이지..."


"호오... 지금부터 한 배를 탄 동료인데, 동료 간에 서열을 한 번 정리하는 것도 괜찮아 보이는군."


낮게 가라앉은 그리니언의 목소리를 들은 하쉬는 능청스럽게 말을 돌렸다.


"카키 씨가 아는 정보는 저도 다 알고 있으니 우선 저희 셋이서 이야기를 해보죠."


"그 편이 좋겠군요. 그럼 제 방으로 가시죠."


그리니언은 초면인데도 쿵짝이 잘 맞는 두 사람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같으면 '신뢰해도 되는 겁니까?'라고 하나하나 따지고 들 녀석들이 왜 저렇게 살갑게 구는 거지?"


카키는 그리니언의 혼잣말에 대답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실례라는 생각에 고개를 젓고 카운터에 앉았다.


'아무리 그래도 공공의 적이라는 표현은 좀 상처 받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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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은 조용히 눈을 떴다. 벌써 몇 번이나 내팽개쳐져서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하게 던져진 모양이었다.


'마족 놈! 임무만 아니었으면 단칼에 베어 버렸을 텐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이를 갈던 시안은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호출기를 확인했다.

특수 경찰들에게 배급되는 호출기는 본부의 간단한 명령을 멀리서도 받을 수 있는 공학품으로, 복귀나 보고 요망 같은 짧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복귀인가... 아무래도 그리니언 님이 정찰 임무를 마치신 모양이군."


그렇게 중얼거린 시안은 방을 나가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에 내려가자 카키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시안을 보며 말했다.


"아, 시안 씨.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이 정도는 가뿐하지. 반격을 할까 했지만, 저번에 현관을 부순 일도 있었으니 너그러운 내가 참은 거야."


".... 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그리니언 씨는 아직도 안 오셨나?"


시안의 질문에 잠시 망설인 카키는 만나기만 하면 다짜고짜 시안을 던지는 하쉬, 특경을 싫어하는 것 같았던 테이트 그리고 시안을 보자마자 터무니없는 장난을 칠 게 분명한 그리니언. 이렇게 세 사람이 모인 곳에 시안을 보내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네. 아직 안 오셨습니다."


"아쉽군. 그럼 주인장이 대신 그리니언 님께 전해줘. 나는 이만 복귀한다고. 원래대로라면 임무가 끝나도 그리니언 님의 의뢰를 도왔겠지만, 아무래도 이번엔 복귀를 해야 하는 모양이야."


"아! 네. 알겠습니다."


카키의 배웅을 받고 라스베트를 나온 시안은 으슥한 골목으로 향했다. 한참을 걸어 라스베트의 맞은편 골목 으슥한 곳까지 들어간 시안은 발걸음을 멈췄다.


"명령하신 대로 클린트 님의 과거에 대한 정보를 흘리고, 조사는 방관했습니다만... 이것으로 괜찮은 건가요?"


아무도 없는 골목에서 시안이 중얼거리자 이내 골목의 어둠을 타고 파란색 로브를 덮어쓴 사내가 나타났다.


"훌륭합니다. 원래대로라면 한두 명 정도는 바로 클린트 씨를 추적하게 만들어야 했지만, 불청객이 끼어든 모양이니 그 정도 변수는 감안해야겠죠. 그리고 의심스러운 정황이 남아있으니 그들이 클린트 씨와 접촉하는 것도 아마 조만간일 겁니다. 고생했습니다. 이제 원래 임무로 돌아가시죠."


사내는 만족스러운듯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시안은 뭔가 마음에 걸린다는 듯 물었다.


"클린트 님이 감시를 없애라고 명령하신 걸로 아는데요. 감시하는 내내 제 존재를 알고 계셨던 분이니 어차피 금세 눈치채실 텐데..."


시안의 말을 들은 사내는 갑자기 날 선 분위기를 풍기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안 씨. 그 사람은 더 이상 특수 경찰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명령을 내릴 권한 같은 건 없어요."


"... 알겠습니다."


시안은 사내가 풍기는 분위기에 마지못해 대답하고는 골목을 빠져나갔다.


"뭐 일단 이걸로 구색은 다 맞춰진 것 같군요. 준비는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즐겨보도록 하죠."


작가의말

계획한 전개 중 1부가 끝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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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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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 그녀는 인질로서 가치가 없다 20.05.11 68 1 6쪽
87 87화 - 서장은 부하에게 취조당한다 +1 20.05.06 47 1 7쪽
86 86화 - 용병은 신속하게 과자를 먹는다 20.05.01 42 1 6쪽
85 85화 -대장장이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한다 20.04.30 51 1 5쪽
84 84화 - 시종은 영웅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4.21 49 1 6쪽
83 83화 - 마공작은 동료의 패퇴에 미소짓는다 +1 20.04.20 51 2 6쪽
82 82화 - 여관주인은 잠을 설친다 20.04.18 59 1 8쪽
81 81화 - 공작은 마공작의 안위를 걱정한다 20.04.16 34 2 7쪽
80 80화 - 용병은 뒤늦게 알아차린다 20.04.14 44 1 7쪽
79 79화 - 마족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20.04.13 41 2 7쪽
78 78화 - 가명은 대개 유치한 것들이 많다 +1 20.04.11 46 2 6쪽
77 77화 - 경찰은 수사자료를 넘긴다 20.04.08 51 2 5쪽
76 76화 - 그는 나지막이 말한다 +1 20.04.07 67 1 8쪽
75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20.03.31 69 2 7쪽
74 74화 -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20.03.30 59 2 7쪽
73 73화 - 그들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20.03.27 62 1 7쪽
72 72화 - 용병은 마왕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1 20.03.24 62 2 7쪽
71 71화 - 철마는 어둠을 뚫고 달린다 20.03.23 123 2 7쪽
70 70화 - 공학자는 간단한 사실에 감탄한다 20.03.20 60 2 8쪽
69 69화 -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1 20.03.18 76 2 6쪽
68 68화 - 용의자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20.03.17 72 3 7쪽
67 67화 - 마족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20.03.16 67 5 7쪽
66 66화 - 여관주인의 방 문은 거칠게 열린다 +1 20.03.13 86 2 8쪽
65 65화 - 배신자는 애써 외면했다 20.03.12 160 3 7쪽
64 64화 - 용병단의 아지트는 2층 가정집이다 20.03.11 64 3 8쪽
63 63화 - 여관주인은 옛 지인과 조우한다 +1 20.03.09 100 4 8쪽
62 62화 - 마녀는 인간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2 20.03.06 83 3 8쪽
61 61화 - 소식지는 대개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섞여있다 20.03.05 85 3 8쪽
60 60화 - 범죄자는 최신 기술에 감탄한다 +1 20.03.03 79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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