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재난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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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214
작품등록일 :
2019.11.1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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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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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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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악마들(1)

DUMMY

65. 지옥의 악마들(1)

박대기 기자가 괴물들 틈으로 뛰어들자,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런 박대기 기자가 걱정됐던 우리는 박대기 기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옥상 난간 쪽으로 서둘러 이동하였다.


“나는 기레기다!”


“풉. 아니 무슨 스킬명이.”


“깔깔깔깔. 저 언니 뭐야. 완전 매력 있네?”


“··· 그래도 효과 하나는 확실해 보이는군.”


박대기 기자가 스킬을 사용하자 전장의 몬스터들은 그 즉시 입에 침을 질질 흘리면서 발광을 시작했고, 곧이어 시뻘겋게 충혈된 눈동자와 함께 미친 듯이 박대기 기자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런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던 친구들은 오한이 느껴지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화가 나지?”


“그러게요. 이상하게 싫어요를 100만번은 투척하고 싶은 기분이 드네요. 어? 성민 오빠 울어요?”


“으헝헝.”


갑자기 들려온 통곡과도 같은 울음 소리에 우리는 깜짝 놀라 성민이를 쳐다봤고, 성민이는 웃는 듯 우는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박대기 기자를 감격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대기 누님. 본인의 안전을 도외시하고 망설임 없이 괴물들에게 몸을 던지는 살신성인의 태도와 더불어 자신을 기레기라는 표현으로 한 없이 낮추시는 겸손함이라니······ 저 인간 박성민은 오늘의 대기 누님에게 정말이지 많이 배웠습니다. 저는 오늘의 이 감명 깊은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누님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 앞으로도 대기 누님은 영원한 제 마음속의 누님이십니다!’


박성민은 박대기 기자가 알았으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돋았을 법한 생각을 하며 말없이 오열했고, 나는 황당한 사태에 지금의 처지를 뒤늦게 파악하고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민곤아. 그리고 한설아 팀장님. 지금입니다. 준비하시죠!”


“오케이!”


한설아 팀장은 갑자기 자신을 호명하자 황당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고, 마음이 급했던 나는 한설아 팀장을 서둘러 공주님 자세로 안아 들고는 뭉쳐있는 괴물들이 가장 잘 보이는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시급한 상황이니만큼 양해 부탁 드리겠습니다.”


나에게 안긴 자세에서 말없이 내 두 눈을 응시하고 있던 한설아 팀장은 뒤늦게나마 내 의도를 파악했다는 듯 서서히 본인의 결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대기씨의 스킬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니 가장 강력한 공격으로 한방에 끝내야 해. 그렇다면 온 몸의 결을 쥐어짜서 승부를 본다.’


한설아 팀장은 준비가 됐다는 듯 조용히 손가락으로 나의 볼을 톡톡 건드렸고, 나는 양손에 뇌전의 기운을 한껏 머금은 채로 준비를 마치고 나를 바라보고 있던 민곤이를 향해 소리쳤다.


“지금!”


“진뇌섬∙이격(二擊)!”


“프로즌 피닉스!”


갑자기 내 주변에서 파랑새들이 하나 둘 피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그들은 곧이어 한 점으로 향하고는 서로에게 달라 붙어 조그마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푸른 불꽃이 일면서 일면 불사조의 형태를 띤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태어나더니 곧장 몬스터들을 향해 쇄도했다. 그리고 나 역시 바람의 결을 이용해 민곤이의 뇌전의 기운과 불사조의 기운을 한데 엮어 큰 풍랑을 일으켰다.


-쿠콰콰콰쾅-


그 한방의 공격으로 인해 전장의 모든 몬스터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순식간에 괴멸했고, 우리는 그 끔찍한 괴물들의 잔해를 바라보며 힘없이 주저앉았다.


“크하하하. 놀랍군. 놀라워. 안되겠다. 오늘 너희들을 필히 나의 하수인으로 만들고 말리라!”


로브의 괴인은 그자의 결인 듯 보이는 핏빛의 기운을 사방으로 흐트러트리더니, 그 기운은 곧 그의 등 뒤로 뭉쳐지고는 현세에서는 볼 수 없었던 거대한 검붉은 형상의 대문을 만들어냈다.


“안테모사의 님프이자 미혹의 마녀이신 세이레네스시여. 부디 저의 부름을 받들어 이 자리에 강림하소서.”


그러자 검붉은 대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더니 무려 5m에 달하는 크기의 새의 형상에 여인의 얼굴을 지닌 반인반조(半人半鳥)의 존재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손에는 무려 자신의 1.5배에 달하는 크기의 거대한 하프를 들고 있었다.


등장한 괴물은 눈을 살짝 내리깔고 전장을 가볍게 훑고는 등 뒤에 달린 날개를 활짝 펼쳐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옥상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허공에 위치한 그 괴물은 자신의 손가락을 하프 현에 살포시 올린 후 감미로운 연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몽환스런 목소리.


“Е Ы ο φ У Ё Я!”


평생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듯한 언어였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나는 이해할 수 있었고, 이 연주의 정체를 알게 된 나는 그 내재된 위험을 깨닫고는 사람들에게 서둘러 경고를 했다.


“세이렌의 미혹의 노래입니다. 모두 귀를 막으세요. 당장!”


하지만 나의 대처가 늦었는지 사람들은 하나 둘 몽롱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더니 실의에 빠진 인형처럼 옥상 난간으로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행스럽게도 대비에 성공한 강성일 협회장이 사람들을 막아서며 자신의 이마로부터 성스러운 빛을 뿜어 내었다.


“우매한 영혼을 악에서 구원하소서. 스피릿 배리어(정신 방벽)!”


그러자 성스러운 빛이 사람들을 하나하나 불투명한 우윳빛의 기운으로 감싸 안았고, 세이렌의 미혹에 빠졌던 사람들이 하나 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괴물은 화가 치미는지 연주하던 하프의 현을 한 손으로 우악스럽게 잡아 채고는 순식간에 전부 뜯어버렸다.


“й ё б Ю Щ Ц Т(파멸의 노래)!”


-삐-


갑자기 닥쳐온 괴물의 공격에 세상은 마치 암전된 듯 끊임 없는 이명 소리만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귓가에 가져다 댔고, 이내 선홍색 피로 흥건해진 손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크윽. 젠장. 고막이 파열된 건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아차 대기씨가 위험해······.’


나는 빠르게 지면으로 이동해 역시 피를 토하고는 기절해 있는 박대기 기자를 구해내고 다시 옥상으로 돌아왔다.


‘역시. 대기씨의 능력으로도 이 공격은 막아내지 못 한 건가······ 헉.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나는 서둘러 옥상의 전경을 확인했고, 역시나 공격을 방비하지 못 한 그들은 모두 내부가 강하게 진탕 된 듯 칠공(七孔)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여기까지인가······.’


그러자 나를 제외하곤 유일하게 정신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던 강성일 협회장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나에게 기어왔고, 천천히 손을 뻗어 나의 손을 부여잡았다.


“협회장님. 어서 몸을 피해야 합니다!”


강성일 협회장 역시 나에 말이 닿지 않는지 내 말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힘겹게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새···크···리···파···이···스···?”


나는 그의 입 모양을 통해 그 의미를 유추해냈고, 곧이어 나의 몸에 거대한 힘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어? 뭐지. 몸에 활력이 넘치네. 이건 무려 이 전의 능력에 수배에 달하는 느낌인데? 설마······.’


“안돼요! 협회장님. 정신 차리세요!”


강성일 협회장은 마치 본연의 마지막 소명을 끝마쳤다는 듯 힘겹게 웃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고, 나는 곧이어 거대한 분노에 사로잡혔다.


“크아아아아!”


나의 미친듯한 분노와 함께 나의 주변에서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지금까지 전장에 존재했던 모든 ‘능력의 결’들이 허공에서 춤을 추듯 나부끼기 시작했다.


어느새 청명했던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들었고, 세상은 순식간에 지독한 어둠에 휩싸였다.



66. 지옥의 악마들(2)

조그만 빛조차 존재하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

그곳에선 오로지 여성의 비명소리인 듯한 날카로운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끼야아아악-


“도대체··· 도대체 네놈의 정체가 무엇이냐? 어떻게 그 분의 힘을···?”


난폭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는 이 공간에는 곧이어 천둥 번개를 동반하기 시작했고, 소용돌이와 함께 허공을 맴돌던 미세한 물방울들이 점차 얼음 알갱이의 형태로 변모해갔다.


‘이 기분은 뭐지? 마치 세포 하나하나가 주변의 모든 것과 반응하는 느낌이야······.’


-우르릉 쾅쾅-


거대한 천둥 소리와 함께 황준성 이사가 쓰러지면서 해제되었던 [요새화]는 다시금 더욱 강렬한 모습으로 자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참호에 있던 용암들은 마치 거센 풍랑을 마주한 파도같이 격렬하게 일렁대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푸른색의 불사조는 다시금 거센 화염과 함께 지면에서 솟아나왔으며, 거센 소용돌이를 만나자 발끝부터 분해되어 소용돌이와 한 몸이 되어갔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융합되어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존재들을 휩쓸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그 거센 기운을 온 몸으로 마주한 세이레네스는 곧 분자 단위로 쪼개져 잔해조차 남기지 못 한 채 소멸되었고, 이 공간은 금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한 상태에 이르렀다.


“헉···헉.”


나는 곧이어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옥상에 무릎을 꿇은 채 쓰러졌고, 정신만을 부여잡고는 주변을 힘겹게 돌아봤다.


놀랍게도 호텔 건물을 제외한 반경 1km에 이르는 모든 부분이 마치 거대한 운석이 충돌한 듯 큰 크레이터 자국만이 남아있었다.

그때였다.


“쿨럭···쿨럭··· 네 이놈. 오늘 내 육체를 전부 불사르는 한이 있더라도 네 놈만큼은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온 몸에 조그만 구멍이 수백에서 수천 개가 뚫린 채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형태의 괴인은 이를 악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곧 품속에서 몬스터홀 수정을 꺼내 들더니 자신의 심장 언저리에 박아 넣었다.


“티폰의 자식이자 지하세계의 수문장이신 케르베로스여. 이 육신을 바치나니 부디 이 세계의 멸망을 이끌어주소서!”


세이레네스의 등장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크기의 지옥의 문이 현신하였고, 그 문이 열림과 동시에 지독한 유황냄새와 검은 연기 등이 섞여 뿜어져 나왔다. 곧이어 문이 전부 열리자 머리 세 개의 거대한 악마가 등장했다.


“안 돼! 제발!”


우연이었을까 정말로 큰 고난이 닥치자 머릿속으로 단편적인 꿈의 기억이 돌아왔다.


‘위험한 상황을 마주하거든 저를 꼭 기억해주세요.’


“릴리스!”


***


아름다운 달빛만이 내리쬐는 어두운 밤.

그리고 그 밝은 달빛을 통해 드러난 대지의 참혹한 기억.

고요한 적막만이 가득한 이곳에서 한 인영이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과거의 그 분은 괜찮으시려나······.”


달빛에 드러난 인영은 길게 뻗은 보라색 머리카락과 마치 탄자나이트를 아로새겨 넣은 듯한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고, 그 모습은 달빛과 어우러져 더욱 신비로운 광경을 연출하였다.


그녀는 조용히 손을 들어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댔고, 어두운 주변 환경조차 그녀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따뜻했어. 그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며 소망할 만큼.”


그렇게 한동안 멍하니 서있던 그녀는 조심스레 손을 내려놓았다.


“이 감정은 뭘까? 뭔가 낯설지만··· 기분이 좋아.”


그렇게 살포시 미소 지으며 낮의 일을 회상하던 그녀는 그 당시의 그의 모습이 떠오르자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 분 심장이 심하게 뛰던데······ 어디가 아픈 걸까?”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던 그녀는 곧이어 조그맣게 한 숨을 내쉬었다.


“현재의 그분도 따뜻하면 좋을 텐데······.”


그렇게 안타까운 표정을 짓던 그녀는 곧이어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과거의 그와 마주하면서 감정의 전이가 발생한 건가?”


표정을 빠르게 굳힌 그녀는 곧이어 인형의 얼굴인양 그 어떠한 표정도 읽을 수 없게 되었다.


“그나저나 ‘과거의 나’는 과연 그분을 인정하려 할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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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재난에서 살아남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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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인간의 욕망 21.05.21 11 0 17쪽
30 위기의 징후 21.05.20 11 0 14쪽
29 새로운 징조 21.05.19 13 0 16쪽
28 지은의 꿈 21.05.18 12 1 13쪽
27 신임 협회장 21.05.17 11 1 16쪽
26 1부 외전 21.05.11 15 1 15쪽
25 지옥의 악마들(2) 21.05.10 27 1 16쪽
» 지옥의 악마들(1) 21.05.07 18 0 12쪽
23 황준성 이사&박대기 기자 21.05.06 18 1 18쪽
22 붕괴(2) 21.05.05 16 1 15쪽
21 붕괴(1) 21.05.04 20 1 14쪽
20 네 번째 꿈 21.05.03 20 1 16쪽
19 능력자 모임 21.04.30 22 1 16쪽
18 변이 좀비 21.04.29 18 1 15쪽
17 두 번째 몬스터홀 21.04.28 23 1 14쪽
16 영진 그리고 꿈 21.04.27 23 1 16쪽
15 방송 21.04.26 50 1 12쪽
14 위기 21.04.25 23 1 15쪽
13 아이즈(3) 21.04.24 28 1 13쪽
12 아이즈(2) 21.04.23 73 1 14쪽
11 아이즈(1) 21.04.22 32 1 11쪽
10 새로운 동료 21.04.21 35 1 12쪽
9 구출 21.04.21 35 1 14쪽
8 비극의 시작 21.04.21 36 1 14쪽
7 사냥 21.04.21 32 1 12쪽
6 전투 21.04.21 49 1 17쪽
5 사태의 발발 21.04.21 62 1 15쪽
4 준비 21.04.21 68 1 11쪽
3 진실 21.04.21 73 1 9쪽
2 능력 21.04.21 12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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