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덕후, SSS급 최강영주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태월영
작품등록일 :
2019.11.13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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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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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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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산속에 들어가다.

DUMMY

아침 회의는 아주 날카로운 칼바람이 몰아닥치고서야 끝났다. 물론 그 칼바람을 몰아치게 한 사람은 나였고 말이다.


내가 대책이랍시고 이야기한 내용은 사실 폭탄을 집어 던진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 폭탄이 터지면서 칼바람을 일으킨 거지.


6 클래스 이상 고위마법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와 동시에 무지렁이 농부조차도 기사보다 강력한 병사로 만들겠다는 것.


그렇게 두 가지를 말했다. 그 이야기가 내 입을 떠난 순간, 집무실에 있던 모든 자의 얼굴이 각양각색으로 변했다.


좌절, 의문, 믿음, 공황.


뭐라고 말은 안 하고 짧은 탄식이나 신음만 들리는 게 전부였다.


아마 동시에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했을 거다. ‘우리 영주가 미친 것 아닐까?’하고 말이다.


“너, 밑에 사람들한테 그렇게 믿음을 많이 주던 영주는 아니었나 보구나?”


하늘다람쥐 녀석이 탁자 위에 있는 찻잔 하나를 낑낑거리며 들며 말했다.


“······내가 한 발언이 믿음이랑은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은 안드냐?”


사실 그렇잖아. 뜬금없이 6 클래스 이상의 고위마법사가 도와준다는 것 말이다.


“그 사람들이 6 클래스 고위마법사의 도움에 대해 의문을 가졌을까? 아니면 네가 말한 농부를 기사보다 강력한 병사로 만들겠다는 것에 의문을 가졌을까? 내 생각엔 농부를 기사보다 강력하게 만든다는 게 더 허황한 소리처럼 들리는데 말이지. 그건 마법으로도 어려운 일이야.”


“허황한 소리는 아닌데? 마법으로는 어려울 수 있을지 몰라도 도구로는 가능한 일이거든.”


“설마 무슨 약물이라도 쓸 생각인 거야?”


난 고개를 저었다. 그런 약물이 있으면 나도 참 편하고 좋겠다만.


“마법도 약물도 아니면 도대체 뭐야? 훈련? 훈련을 시킨다고 해도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주어진 시간이 길어봤자 몇 달인데 그 기간 동안 군사훈련을 시켜봤자···.”


“갑옷을 만들 거야.”


“······확실히 갑옷이 있으면 기사와도 밀리지 않고 싸울 수 있을 거야. 그렇지만 영지민들에게 그 정도 무장을 시킬 만큼 돈이 넘쳐나는 영지는 아니지 않니?”


“하늘다람쥐야, 난 철로 갑옷을 만들려는 게 아니야. 돈을 거의 안 들이고 자급자족해서 만들 수 있는 갑옷을 만들 생각이거든.”


“내 이름은 하늘다람쥐가 아니야. 루아드렐이지.”


“엥? 너 여자였냐?”


“그럼 저게 남자 이름일까?”


남자 이름일 수도 있지. 현대에선 여자 이름 가진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 루아드렐이라는 고위마법사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고위마법사는 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웬만한 사람들의 이름은 알려져 있다. 한데, 내가 아는 이름 중엔 없네. 혹시 은거고수 같은 건가?


“철로 갑옷을 만드는 게 아니면 뭐로 만들려고? 남는 것은 가죽밖에 없는데 가죽으로 만든 갑옷은 입혀봤자 큰 효과를 보기는 힘들 텐데.”


“뭐, 일단 지켜보라고.”


“······.”


난 씩 웃어 보였다.


***


제갈공명이 남만으로 원정을 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그는 그곳에서 창과 칼이 통하지 않는 갑옷을 입은 병사들과 맞닥트린 적이 있었다.


그들은 등갑병이라고 하는데, 등나무로 만들어진 갑옷을 입고 있어서 그렇게 불렸다. 물론 생으로 된 등나무로 갑옷을 만든 것은 아니었고 여러 공정을 거쳐야만 했다.


내가 제작하려는 갑옷은 바로 그 갑옷이었다. 난 공정에 필요한 재료들을 준비하게끔 뒤엘 앞으로 메모를 남겨놓고 새벽에 쉐르슐크 산으로 향했다. 공정에 필요한 핵심재료라고 해봤자 기름밖에 없었지만.


하, 이 미친 산에 언젠간 다시 올 날이 올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빠를 줄이야.


“그런데 왜 자야 하는 새벽 시간에 굳이 움직이자고 한 거야?”


“낮에 움직이면 들러붙는 진드기들이 있을 테니까.”


“아, 기사나 병사를 말하는 거구나.”


“네가 길잡이를 하면 위험한 것들은 전부 피할 수 있다며. 그러면 혼자 움직이는 게 훨씬 빠른데 걔들을 호위랍시고 굳이 데리고 가서 시간 지체할 이유가 없잖아. 게다가 지금처럼 자유로이 의사소통할 수도 없고.”


“너 제법 똑똑하네?”


“뭐 보여준 것도 없는 너와 달리 난 확실한 마법사거든?”


“그래그래. 그것보다 등나무를 찾는다고 했지? 으음, 다행히 그렇게 멀지는 않은 곳에 있네. 아무리 늦어도 아침이 되기 전에는 돌아갈 수 있을 거야.”


내 오른쪽 어깨 위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루아드렐이 그렇게 말했다. 그것참 다행이네. 괜히 아침 이후에 돌아갔다가 들키면 여러 사람한테 잔소리 들을 게 뻔하니까.


이 영지를 위해서 영주가 이렇게 몸소 발로 뛰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야!


“여기서부턴 라이트 마법을 사용하면 안 돼.”


“불을 꺼버리면 아무것도 안 보여서 앞으로 나갈 수가 없잖아.”


“걱정하지마. 방향 지시는 내가 해줄 테니까.”


갑자기 루아드렐의 몸 주변에서 일순간 마력이 요동쳤다. 깜짝 놀라 오른쪽 어깨를 쳐다보니 하늘다람쥐의 커다란 눈망울 전체가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보아하니 시야에 관련된 마법인 것 같은데 천리안 같지는 않았다. 무슨 마법일까?


“50걸음 정도 앞으로 가다가 우측으로 방향을 바꿔서 걸어가. 단, 방향을 바꾼 후로는 무슨 소리가 들려도 어떤 느낌이 들어도 정면만 보고 갈 것!”


난 그녀가 한 말대로 따랐다. 50걸음 정도를 걷다가 방향을 바꾸고 계속해서 앞만 보고 나아갔다. 그렇게 가다 보니 그녀의 말했던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사방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성 소리가 들려온다거나 뭔가가 뒤를 계속해서 쫓아오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것은 정말 지척에서 어떤 몬스터가 날 공격하려고 하고 있다거나, 가늘고 길며 끈적거리는 무엇인가가 내 몸을 휘감아 사로잡을 것만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아, 정말이지 이 산은 아주 x 같은 곳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딴 산이 영지 옆에 붙어있으니 발전은 그만두고 쇠퇴할 수밖에.


그동안 영지를 존속시켜 온 가문의 어른들이 대단할 지경이었다.


으어어어어.


크아악. 크아아악!


앞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괴성은 점점 다채로워졌다. 그 덕분에 처음엔 걸음이었던 것이 이젠 뜀박질로 바뀌어있었다. 헉헉 시발! 좀비 아포칼립스 게임 한복판에 떨어졌다고 해도 이것보단 덜 뛰어다닐 거 같은데!


“멈춰! 그리고 바로 라이트 마법을 켜도록 해!”


아니, 좀비 같은 게 날 잡아먹으려고 뛰어오고 있는 거 같은데 멈추라고? 멈추면 잡혀서 죽을 거 같은데?


난 순간 루아드렐이 도와주겠다는 것이 사실 거짓말이고 자신을 때려서 기절시킨 것에 대한 복수로 여기서 날 묻어버리려고 유인해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날 믿어!”


으, 왠지 모르겠지만 오그라든다. 하지만 뭔가가 내 마음속을 기분 좋게 흔드는 것이 오랜만이야.


그렇다면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준 보답으로 그녀의 말에 호응을 해줘야 하지 않겠어?


“라이트!”


난 걸음을 멈추고 스태프를 치켜들며 시전어를 외쳤다. 순간 확 하면서 어둠이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좀 전까지 들려오던 괴성과 뭔가가 쫓아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었다는 것처럼.


환상 마법의 일종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마법인가?


“이젠 안심하고 쉬어도 돼. 수고했어.”


갑자기 긴장이 풀린 난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


호흡이 안정화되고 집 나간 긴장감이 다시 돌아왔을 무렵에야 난 그녀에게 조금 전 있었던 일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요약하면 조금 전 지나친 구간은 환상 마법을 응용한 환상결계가 펼쳐져 있던 곳이라고 했다.


환상결계는 종류도 다양할뿐더러, 마력의 기척이 없고 오감까지 완벽하게 속일 수 있어서 고위마법사라도 자칫 잘못하면 안에서 영영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나 뭐라나.


“디스펠로는 당연히 안 풀리겠지?”


“환상 마법의 수식을 꼰 다음, 실드 마법을 응용한 결계 마법과 합쳐서 구현한 거니까 디스펠로는 풀 수가 없어.”


“내가 실력이 없어서 이론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것이 이렇게 구현되어 있을 줄이야.”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드래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게 정설이거든.”


“드래곤이라니. 그거 전설 속에나 존재하는 거 아니었어?”


말하자면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도 잡히지 않는 공기 같은 존재라고 해야 하나? 유니콘이라거나 해태 같은 동물처럼 말이다..


“이렇게 증거물이 버젓이 남아있는 상황이니 존재한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


난 나뭇가지 하나를 분질러서 모닥불에 던져넣었다. 이그니션이라고 불을 피울 때 쓰는 마법이 있다. 이 마법을 사용하면 불을 만들기 위한 도구가 없어도 발화를 시킬 수 있다.


그야말로 젖은 나무에서 불을 피우고 마른 흙에서 물을 나오게 하는 거지.


이 마법은 조금 전에 루아드렐에게 배웠다. 어려운 마법은 아니라서 금방 배울 수 있었는데, 내가 봤던 서적들에선 보지 못했던 마법이다. 혹시 고위마법사들이나 알고 있는 저 클래스 마법인가 싶어 물었더니 그녀는 오히려 요즘 마법사들은 이 마법을 모르고 있느냐고 역으로 질문을 해왔다.


10대 애들이 30대에게 6.25가 뭐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10대 애들에게 6.25를 모르냐고 묻는 심정이 딱 비슷하려나?


“그리고 너, 밤에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마법이 라이트만 있는 게 아니야. 물론 효과는 가장 좋지만, 은밀히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선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잖아?”


“라이트 마법 말고 다른 건 없는 거로 아는데.”


사실이다. 아까 배웠던 이그니션도 그렇고 이건 내가 독학을 해서 모르고 있는 마법이 아니었다. 현존하는 클래스별 마법 체계 이론서에서도 애초 존재하지 않는 마법이거든.


“······마법을 많이 잃어버린 걸까.”


“뭐라고?”


“아니,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었으니까 신경 쓰지마.”


그렇게 말해놓고 신경 쓰지 말라니까 더 신경 쓰이는데.


그녀가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하는 투에서는 뭔가 한탄하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마법을 많이 잃어버렸다니 그건 무슨 뜻일까?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마법이 있어. 나이트 비전이라고 하는데 지금부터 알려줄 테니 시도해봐. 이 마법은 천리안과 라이트 마법을 합친 거로 생각하면 좋을 거야. 물론 실제로는 각각의 마법에 대한 수식을 풀어내 연산한 다음 공통되는 지점을 찾아내어 합친 후 재연산을 거쳐야 하는 거지만.”


“되게 생소한 개념인데?”


“마법사가 이걸 생소하다고 하면 어떻게 하니?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소하다고 했지 못한다는 소리는 안 했는데.


난 그녀의 말을 들으며 천리안과 라이트의 수식을 떠올렸다. 현재 날 포함해 이 세상에 있는 마법사들은 수식 자체를 외우고 반복 숙달을 하여 본능적으로 마법을 구현하는 식으로 훈련한다.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수학을 배우면서 공식과 풀이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암기하여 답을 내는 것에 치중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난 현대에서 받았던 고등수학의 지식이 있었다. 풀이 과정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특정공식을 외우고 빠르게 연산하는 것까지 익숙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 푸는 걸 3년 내내 했는데 전혀 감을 못 잡겠다고 하면 나가 죽어야지.


천리안과 라이트의 수식을 하나씩 풀어헤치다 보니 그녀의 말대로 공통되는 구간이 있었다. 이곳을 합쳐서 재구성하면 된다고 했지?


어?


갑자기 마력이 눈동자로 모이는가 싶더니 그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어둠 저편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마치 야간 적외선카메라로 쳐다보는 것처럼 나무들이 보였다.


이런. 한 번에 성공해버렸잖아?


작가의말

저 갑옷 물에도 뜬다고 합니다.

대신 모 회사의 활활 타오르는 차마냥 불 붙으면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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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등나무 군락지. +3 19.12.31 1,135 42 12쪽
» 다시 산속에 들어가다. +4 19.12.30 1,239 42 12쪽
49 드디어 대면하다. +2 19.12.29 1,415 48 12쪽
48 선택의 기로에 서다. +2 19.12.28 1,298 46 12쪽
47 사냥과 퇴비만들기의 상관관계. +1 19.12.27 1,326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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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차기계획을 세워보자. +3 19.12.22 1,486 43 12쪽
41 저수지 공사 재개. +1 19.12.21 1,539 46 13쪽
40 네가 왜 거기서 나와?(feat:하늘을 향해 쏴라.) +5 19.12.20 1,542 52 12쪽
39 더듬이 잘린 개미가 되다. +4 19.12.19 1,511 43 13쪽
38 쉐르슐크 산 등정. +2 19.12.18 1,611 45 13쪽
37 식량을 찾아서. +2 19.12.17 1,601 43 12쪽
36 거래를 끝내고 영지로 돌아오다. +2 19.12.16 1,630 4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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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용병대장 파이로와의 만남. +2 19.12.13 1,806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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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사연의 미궁(1) +3 19.12.11 1,924 50 13쪽
30 인챈트를 하자. +2 19.12.10 1,953 50 11쪽
29 갑옷털이 +3 19.12.09 2,062 52 13쪽
28 작업지시와 금화25개 확보를 위한 고심. +7 19.12.08 2,181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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