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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인생 게임으로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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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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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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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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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지내던 인생 게임. (03)

DUMMY

낡은 봉투에서 꺼낸 건 황금색 종이였다.

흔히들 콘서트나 영화관 티켓 하면 떠오를 법한 길쭉한 황금색 종이는 무지갯빛을 은은하게 흘리며 비범함을 뽐내고 있었다.


플레이어 티켓.

언더월드로 갈 수 있는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그것이 김성준의 손에 쥐여져 있었다.


“이, 이건···!”


김성준은 플레이어 티켓을 쥔 채 박두식을 쳐다봤다.

아무리 언더월드에 관심이 없던 김성준이라고 해도 이걸 몰라볼 수는 없었다.

복권을 안 사는 사람도 복권이 당첨됐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복권을 알아보는 것 정도는 한다.

하물며 돈이 없어서 못 산다는 말이 나오는 플레이어 티켓은 어떻겠는가.


“네가 써라.”

“예?”


잘못 들은 건가? 김성준은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


“네가 쓰라고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아, 아저씨. 이게 어떤 건지···!”

“다 알고 있다. 쓰면 저기 저 세계로 갈 수 있는 거 아니냐.”

“아시면서 이걸 주십니까? 이건 팔면 집 몇 채는 너끈히 사고도 남을 정도란 말입니다.”

“일 없다. 먹고 사는데 지장 없으면 됐지.”


박두식이 물건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지 못 한 거 같아 말을 하려 했지만 죄다 막혔다.

김성준은 당황한 걸 감추지 못 했다.


“처음 봤다.”


그럴 때 박두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네가 그런 눈 한 거, 난 처음 봤다고 말하고 있다.”


박두식은 정리하던 장기말 하나를 꺼내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애기들 둘 데리고 집에 들어왔을 때 너는 오기와 독기로 똘똘 뭉쳐 있었다. 보고 있으면 사고 하나 낼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지.”


손안에서 장기말을 굴리는 박두식은 장기말을 보되 장기말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가 보고 있는 건 아주 먼 옛날 일이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럭저럭 봐 줄 만하게는 됐지. 하지만 도통 풀리지 않는 현실에 축 처져 있었어.”

“······.”


김성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말 대로였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고, 믿었던 가족들에게 모든 걸 빼앗겨 길거리에 나앉고, 장래를 계획했던 대학도 제 손으로 끊어야 했다.

그럴 때 박두식이 그리 말하니 값싼 동정이냐며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걸 호의라고 받아들이기에는 김성준이 입은 상처가 깊었다.


그리고 호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지금은 박두식이 말하는 것처럼 현실에 지쳐 있었다.

꿈을 볼 시간도, 취미를 즐길 시간도 없다.

그저 눈앞에 있는 일에만 급급하게 살아갈 뿐이었다.


“그런 네녀석이 방금 전 TV를 보면서 그런 눈빛을 했단 말이다.”

“어떤 눈빛 말씀이십니까.”

“나라면 잘 할 수 있는데.”


정곡이었다.

김성준은 말없이 손에 쥔 플레이어 티켓을 내려다봤다.


언더월드로 가면 잘 할 수 있다.

정보를 팔자고 포기하기 직전까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진 현실이 손에 쥐여져 있지만.


‘···내가 받아도 되는 걸까.’


손에 쥔 것은 재벌들도 돈이 없어서 못 사는 플레이어 티켓이다.

박두식이 뭔가 꾸미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여태까지 그랬듯 이것 또한 순수한 호의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받아도 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할 때,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김성준이.”


김성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번쩍 들었다.

집세 얘기 때문에 처음 봤을 때 이후로는 한사코 불러주지 않았던 이름이 박두식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예전에 말했지. 사내새끼가 자존심이 있어야 한다고. 넌 그걸 여태까지 가장으로서 억눌러 왔다. 잘 했어.”


박두식이 옆에 앉은 이정화를 몇 번 툭툭 쳤다. 그것만으로도 다 알아들었다는 듯 이정화가 일어났다.

부드럽게 웃은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왔을 때에는 소주병과 소주잔 두 개를 손에 쥔 채였다.


박두식은 이정화에게서 소주병을 받아 병뚜껑을 땄다.

그것을 김성준의 앞에 내려놓고 잔을 들었다.


“한 잔 따라 봐라.”


군말은 없었다. 김성준은 그대로 소주병을 들어 박두식의 잔을 채웠다.

소주잔이 넘쳤다. 소주를 따르는 손이 떨려서였다.


“거 사내새끼가 술 하나 제대로 못 따르냐.”


박두식은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 얼굴을 팍 찡그린 채 소주를 벌컥 마셨다.


박두식의 앞에는 방울져 떨어진 물기가 묻어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김성준의 머리 밑에도 물기가 떨어져 있었다.


고개를 숙인 김성준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 * * * *


공장을 곧바로 그만 두지는 않았다. 그만 둔다고 얘기를 해도 며칠 정도는 더 다녀야 했다.

그 동안 처리할 걸 처리하고 받아야 할 퇴직금도 제대로 계산했다. 일하면서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동안 제일 열심히 준비한 건 역시 언더월드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었다.

언더월드에 대해 인연이 없었을 때는 관심을 가질 시간도 없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제는 오히려 언더월드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야 할 때였다.


플레이어 티켓이 생겼고 브릴리언스 월드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도 곧바로 뛰어들었다간 망하기 십상이다.

이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고 김성준은 그 기회를 허투루 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김성준은 퇴근한 밤에도 잠을 줄이며 공부하고 있었다.


“형! 뭐해?”

“형 공부해.”

“와! 형 공부한대! 난 공부하는 거 싫은데! 형은 굉장해!”


기운찬 삐약이는 공부하는 김성준이 굉장해 보이는지 호들갑을 떨었다.

사실 공부가 아닌 다른 걸 해도 형이 굉장하다 외칠 게 뻔했다. 아직 저 나이면 아빠나 형이 슈퍼맨처럼 보일 나이니까.


김성준은 책상 대신 저렴하게 구입한 만 원짜리 밥상 앞에 앉아 있다가 김주현에게 손짓했다.

그 손짓만으로도 쪼르르 김주현이 달려왔고 김성준은 김주현을 번쩍 들어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혔다.


“윽. 꼬맹이 점점 무거워진다.”

“오. 진짜? 나 컸어?”

“그럼. 컸지.”


그리고 앞으로 더 쑥쑥 커야지.

김성준이 머리를 쓰다듬자 기운찬 삐약이가 삐약삐약거리다 책상을 봤다.


“와! 언더월드!”


책상에는 김성준이 공부하느라 마구잡이로 늘어놓은 언더월드의 자료들이 깔려 있었다.


“주현이도 언더월드 알아?”

“응! 알아! 이거 진.짜.엄.청.어.렵.대!”


한 마디 한 마디 딱딱 끊어서까지 말하는 이유는 뭔지 모르지만 어쨌든 쪼그만 꼬맹이들도 잘 아나 보다.


“근데 형 왜 이거 공부해? 형 혹시 플레이어 됐어?!”

“그냥 좀 쓸 데가 있어서 하는 거야.”

“힝.”


형이 플레이어가 된 줄 알고 기대했던 김주현이 실망하자 김성준은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린 동생의 기대를 저버린 거 같아 조금 미안했지만 플레이어는 나중에 확실해지면 말해 줄 생각이었다.


김성준은 김주현을 다리 위에 앉힌 채 계속해서 언더월드의 자료를 살피며 공부했다.

언더월드는 김성준이 즐겼던 게임, 브릴리언스 월드의 역사를 지닌 이세계였다.


여명시대라 불리던 브릴리언스 월드의 시대가 모종의 이유로 멸망하고 도래한 게 암흑시대.

여명시대에 있던 국가나 문물 등은 전부 유적으로 불리거나 기억에서 잊힐 정도로 까마득한 시간이 지난 뒤가 현재 언더월드의 배경이었다.


언더월드의 커다란 특징은 두 가지.

하나는 게임처럼 시스템 창 등이 있다는 점. 이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하듯 언더월드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운영진 같은 초월적 존재의 개입이 없다는 점이었다.


플레이어가 제일 처음 언더월드로 들어서면 튜토리얼을 거치게 되지만 딱 거기서 끝.

그 뒤부터는 퀘스트도, 나라도, 문화도, 그 모든 것이 플레이어의 손에 의해 굴러가는 세계가 바로 언더월드였다.


좋게 말하자면 궁극의 자유도, 나쁘게 말하자면 최소한만 알려주고 알아서 하라는 방치인 셈.


그래서 플레이어는 최소한의 튜토리얼을 거친 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며 언더월드의 플레이어가 된다.


“주현이는 플레이어가 되면 뭐 하고 싶어?”

“나, 나! 전사 할래! 칼 휘두르고 싶어!”

“저는 마법사 하고 싶어요, 오빠!”


어느 새 불쑥 나타난 야무진 삐약이, 김은아.

김성준은 김은아의 머리도 슥슥 쓰다듬었다.


“그러게. 나중에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제가 오빠하고 주현이 뒤에서 열심히 마법 쓸게요!”

“와! 마법!”


잔뜩 흥이 오른 쌍둥이는 언더월드 이야기에 푹 빠져 삐약삐약거렸다.


‘공부는 글렀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김성준의 입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 * * * *


나름대로 오래 다니던 공장도 그만뒀다. 그만 둘 때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동료들이 많았던 걸 보면 그래도 허투루 다녔던 건 아니다 싶었다.

그 뒤로도 시간을 내 김성준은 계속해서 준비를 했다.


준비해야 할 건 언더월드와 인생 게임이었던 브릴리언스 월드.

그 중에서도 중요한 건 브릴리언스 월드였지만 그건 어떻게든 해결이 됐다.


“···지금 보니까 글씨 참 못 썼네.”


손에 쥔 공책을 팔락팔락 넘기자 삐뚤삐뚤하게 적힌 글씨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일견 어린아이가 상상을 적어놓은 공책처럼 보이고 실제로 그런 부류이긴 했으나 지금으로서는 굉장히 값진 것이 되어버린 것.

김성준이 브릴리언스 월드를 할 때 적어놓은 정보 노트였다.


학창시절 하라는 공부는 안 한다고 부모님에게 혼나면서도 결코 손에 놓지 않았던 브릴리언스 월드.

이 공책에는 그 브릴리언스 월드에 대한 것들이 잔뜩 적혀 있었다.


학창시절에는 그저 추억으로 지니고 있었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로는 가지고 있던 것도 잊었던 공책이 이제 와 빛을 보게 되다니.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김성준이었다.


하지만 이로서 준비는 다 끝났다.


김성준은 손에 쥔 공책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중얼거렸다.


“···가자.”


출발할 때가 되었다.


* * * * *


“꼬맹이들. 지금부터 내가 많이 바쁘니까 방에 들어오면 안 된다. 알았어?”


김성준이 묻자 두 쌍둥이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절대 오빠 방해 안 할게요!”

“그런데 형 뭐 하는데 그래?”


야무지게 고개를 끄덕이는 김은아와 뭘 하려는 건지 궁금해 하는 김주현.

김성준은 두 꼬맹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줬다.


“다 끝나고 얘기해 줄게.”


그렇게 얼버무린 뒤 김성준은 자신의 방문을 닫고 문을 잠갔다.


그리고는 이부자리에 앉아 봉투를 꺼냈다. 박두식에게서 받았던 바로 그 봉투였다.

봉투 속에서 꺼내는 건 플레이어 티켓.


“습, 후우.”


긴장을 풀기 위해 가볍게 한 번 심호흡을 했다. 그런다고 긴장이 풀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 뒤 김성준은 양손으로 쥔 플레이어 티켓을 힘차게 찢었다.


[시스템: 플레이어 티켓을 확인했습니다. 지금부터 플레이어 등록을 시작합니다.]


그 직후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들려오고 김성준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시스템: 지금부터 플레이어 등록을 시작합니다. 플레이어 캐릭터의 성명과 가문명을 입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깜깜해진 시야 속, 눈앞에 나타난 건 이름을 입력할 수 있는 입력창 하나.


김성준은 말없이 그 입력창을 쳐다봤다.


작가의말

와! 언더월드 아시는구나!

연재 주기는 조만간 확정을 낼 예정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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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유일무이한 튜토리얼. (03) 19.11.21 112 3 11쪽
6 유일무이한 튜토리얼. (02) 19.11.19 10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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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잊고 지내던 인생 게임. (02) +2 19.11.14 137 2 13쪽
2 잊고 지내던 인생 게임. (01) 19.11.14 15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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