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여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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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디
작품등록일 :
2019.11.1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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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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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장 쫓기는 자와 쫓는 자

DUMMY

21장

쫓기는 자와 쫓는 자










<지므리 고기라고 엄청 값진 거야>


문득 지하 감옥에서 만났던 간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왜 먹다말어? 입에 안 맞아?”


맞은편에 앉은 바질라이가 접시위의 고기를 한입 쭈욱 뜯어서는 질겅질겅 씹으며 말을 건네 왔다.


“···아뇨, 배가 불러서요.”


배고파 죽겠지만 애써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얻어먹는 주제에 불평할 순 없으니 말이다.


(하필, 그 때 그 고기를 여기서 다시 만날 줄이야···.)


“아퀄라르가 아니면 먹기 힘든 요린데, 자네 입맛에 안 맞다니 아쉽군.”


바질라이는 한쪽 눈썹을 떨구며 아쉽다기보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봐, 남길 거면 내가 먹어도 돼?”


명배의 답을 듣기도 전에 잽싸게 접시를 집어든 루하마는 양볼이 터져라 입 속에 쑤셔 넣고 우걱우걱 거렸다.


“아! 그나저나 루하마, 얼마나 가지고 있어?”


식사를 마친 바질라이가 냅킨으로 입가를 살짝 닦아내며 루하마에게 말을 걸었다.


“···그이핀 아주 하라서 번···.”


“···다 튄다. ···먹고 다시 얘기해···.”


상체를 슬쩍 뒤로 젖힌 바질라이가 질색하는 표정으로 루하마를 향해 손을 휘휘 저었다.


“그리핀 가죽 팔아서 번 금화 30달란트요!”


식당을 나오자마자 루하마가 자신의 금화주머니를 자랑스럽게 열어 보이자, 바질라이가 그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줬다.


“오, 값을 좋게 받았나 보구나.”


“그리핀 가죽은 아퀄라르에서 제일 비싸게 팔리니까요.”


“하하하!! 좋아! 내가 가진 달란트와 합치면 살 수도 있겠다! 가자!”


기분이 좋아진 바질라이는 호탕하게 웃으며 앞장서서 걸어 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인파에 섞여 비스모의 중심가를 걸어가던 이들은 스쳐지나가는 행인들의 대화에 조금씩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바질라이님, 이곳에 소매치기가 유행이라네요.”


“나도 들었다. 비스모가 어쩌다···.”


“하······.”


명배는 눈썹 끝을 떨구며 어이없는 표정으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국에 소매치기라니 그는 그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다 왔다. 내가 가격을 물어보고 올 테니 너희는 여기서 기다려라.”


이들이 도착한 곳은 이동수단을 사고파는 제말리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바질라이는 제말리 입구 안쪽에 위치한 붉은색 천막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저건 대체 뭘 그린거지···?”


제말리 입구 위에 걸린 커다란 나무 현판에는 발이 여덟 개 달린 동물을 어린아이가 그린 것 마냥 엉망으로 낙서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아, 저건 말야···. 아나포라고 발이 여덟 개 달린 엄청 빠른 녀석이야. 바질라이님이 사려는 게 저거지. 그나저나 꽤나 잘 그려놨는걸??”


엉망진창의 그림을 잘 그렸다고 하니 그것도 웃기지만 말도 안 되는 괴상한 동물 이야기를 마치 실존하는 것인 냥, 사실감 있게 설명하려는 루하마를 보며 역시 애는 애다 싶었다.

바로 그 때.


“루하마! 뒤를 봐!!”


지금 막 건물에서 나온 바질라이가 이쪽을 향해 급히 소리쳤다.


-툭!

인기척도 없이 이 둘에게 슬쩍 다가온 작은 꼬마가 바질라이의 외침과 동시에 루하마의 손에 들린 금화주머니를 잽싸게 낚아챘다.


“···뭐, 뭐야···!?”


루하마는 당황한 나머지 어리둥절해 하며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소매치기다!! 어서 녀석을 잡아!!”


소리를 지르며 이쪽을 향해 달려오던 바질라이는 갑자기 자신의 왼쪽 가슴아래를 감싸 쥐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윽, 부러진 늑골이··· 아직···.)


안티몬과의 싸움에서 입었던 부상이 여전히 완치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에잇!”


당장 멀쩡한 건 명배 뿐이었다.

인파를 헤치고 달려가는 통에 소매치기가 도망간 방향은 바로 예측할 수 있었다.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맹렬하게 소매치기를 뒤쫓기 시작했다.


“체대 출신을 우습게 보지마!”


저 멀리서 어렴풋하게 키 작은 소매치기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명배는 좀 더 속도를 붙였다.


“난, 단거리 선수 출신이라구!!”


“야야, 오른쪽!!!”


-쿠쿠쿠쿠쿠쿠!!!!

등 뒤에서 루하마의 느닷없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명배는, 묵직한 굉음이 들려오는 오른쪽을 향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씨X!"


그의 동공이 순식간에 커졌다.

경사가 심한 비탈길 위에서 거대한 짐수레가 육중한 굉음을 내며 자신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해오고 있는 것이다!


“으아아악!!”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오던 중이라 당장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


“에잇!!”


명배는 다이빙하듯 온몸을 앞으로 내던졌다.

곧이어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려온 짐수레가 공중에 뜬 그의 발끝을 아찔하게 스쳐 지났다.


-쿠콰콰아쾅!!!

아슬아슬하게 바닥에 나뒹군 명배의 뒤쪽에서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먼지가 뿜어져 나왔다. 건물에 곤두박질친 짐수레가 건물의 외벽을 완전히 박살낸 것이다.


“헉··· 헉···”


바닥을 몇 번이나 데굴데굴 굴러서야 정신을 차렸다. 구름처럼 솟아오른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잠시 숨을 고르려던 찰나였다.


“어서 쫓아가지 않고 뭐해, 멍충아!”


누런 흙먼지를 뚫고 등장한 루하마가 바닥에 철퍼덕 누운 명배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고함치더니 소매치기를 쫓아 먼저 달려 나갔다.


“괜찮아요??”


흙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자, 주변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명배를 향해 모여들었다.


“아, 아··· 뭐··· 괜찮아요.”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명배는 머리와 얼굴 여기저기에 붙은 흙먼지를 대충 털어내며 곧장 루하마의 뒤를 따라 또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저 인정머리 없는 색히······.)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을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소매치기는 능숙하게 골목길 사이사이를 누비며 계속해서 이들을 따돌렸다.


“헉헉······.”


명배는 갈림길을 앞에 두고 숨을 고르고 있던 루하마와 마주쳤다.


“헥헥··· 안 쫓고 뭐해요!?”


뒤를 돌아본 루하마의 얼굴이 땀범벅에 시뻘게져 있었다.


“헉헉, 텔루인··· 넌 이쪽으로 가···.”


루하마는 엄지손가락을 세워 오른쪽 골목길을 향해 짧게 흔들었다. 그리고 자신은 왼편에 펼쳐진 골목길로 빨려 들어가듯 잽싸게 접어들었다.


(그나저나, 죽어라 뛰기만 하는구나······.)


생각해보면 이곳에 온 뒤로 부터 눈만 뜨면 뛰고 있었다. 그것도 사력을 다해 말이다.


“헉··· 헉··· 헉···”


그렇게 또 얼마나 뛰었을까.

쉬지 않고 내달렸지만 소매치기의 모습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그 녀석, 노랑머리가 선택한 길로 도망갔던 걸까?)


달리기를 멈춘 명배는 숨을 고르며 골목길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팍!

그 순간, 등 뒤에서 메마르고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잉??)


뒤돌아선 명배의 미간에 주름이 잔뜩 잡혔다.

좀 전 까지만 해도 보란 듯이 문이 열려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지금, 저절로 문이 닫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눈에 잔뜩 힘이 들어간 명배는 의심스러운 집 앞으로 천천히 다가섰다.


(어라?! 이거 봐라~?)


굳게 닫힌 낡은 문.

자세히 보니 손잡이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밖에서 열리지 않도록 안쪽에서 세게 붙잡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말이다.


명배는 손잡이에 손가락을 걸어 자신을 향해 살짝 당겨보았다. 역시나 반대편에서 좀 더 힘을 주고 있음이 느껴졌다.


“흐으흡!”


긴장감에 절로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어른을 우습게 보지마!!!!”


명배는 사자후와 같은 고함을 내지르며 눈앞의 낡은 문을 있는 힘껏 발로 차냈다.

단번에 쩍하고 갈라진 문은 이내 힘없이 뜯겨져 나갔다.


-쿠쿵!

경첩과 함께 뜯겨져 나간 문 뒤로 작은 여자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 뭐야!? ···소매치기가 너야?!”


어린 녀석 인건 알았지만 이렇게 앳된 여자아이일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허탈한 표정이 된 명배가 집안에 한걸음 들어서자 겁에 질린 여자아이도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쿵

발이 꼬여 엉덩방아를 찧은 여자아이는 쥐고 있던 루하마의 금화주머니를 황급히 등 뒤로 감추더니 난처한 얼굴로 명배를 올려다봤다.


“···왜 이런 나쁜 짓을 하는 거야?”


가만히 바라보고 선 명배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배어났다.


“······그, 그게······”


여자아이는 우물쭈물 하며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우리 아빠가 저주에 걸렸어요! 가만히 두면 죽고 말거예요!!”


급기야 울먹이기 시작한 여자아이는 간절한 눈빛으로 명배를 바라봤다.


“부, 부탁이예요!! 이 달란트로 세오나의 눈물을 사게 해주세요!!!!”


여자아이는 등 뒤로 감춘 루하마의 금화주머니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안코!! 돌려드려!!”


어두컴컴한 집안 어딘가에서 갑자기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저 때문입니다. 우리 딸을 용서해주십시오···.”


-탁. 타탁. 탁. 타탁.

남자는 지팡이로 바닥을 짚어가며 천천히 어둠속에서 걸어 나왔다.

부서진 문을 통해 집안으로 쏟아지는 햇살 앞에 이르자, 남자는 누런 고름과 피딱지로 가득한 자신의 병든 모습을 온전히 드러냈다.


“스올의 저주에 걸렸군.”


등 뒤에서 퉁명스런 루하마의 목소리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집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선 루하마는 소매치기 소녀 앞에서 뚝하고 멈춰 섰다.


“용서하고 말고 할 것도 없어. 훔쳐간 내 달란트만 돌려받음 돼.”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잠시 노려보더니 그녀의 등 뒤로 잽싸게 손을 뻗어 주머니를 낚아챘다.


“흥! 이런 힘없는 아이를 상대로 가만히 서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명배를 향해 빈정거리며 자신의 주머니를 열어 달란트의 개수를 확인했다.


“이상없군. 가자, 텔루인!”


루하마는 문밖을 나서기 위해 우두커니 선 명배를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제발··· 도와주세요!!!!”


여자아이는 무릎을 꿇고 앉아 울음을 터트리며 간절히 애원했다.


명배는 바질라이에게 똑똑히 들었다. 천상계에 사는 인간들은 세오나의 눈물이 주는 축복으로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은 사이돈의 투기장과 달리 젊은 사람이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모두가 바질라이처럼 늙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왜 늙고 병들어 가는가?!

어째서 이들은 투기장에서의 사람들과 이토록 다른 것인가?!


병든 아버지와 서럽게 울고 있는 딸아이를 번갈아보던 명배의 얼굴이 금세 비통해졌다.


-턱!

그 순간, 명배는 손을 뻗어 문 밖으로 걸어 나가려는 루하마의 팔뚝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작가의말

처녀작입니다.

정통판타지를 퓨전스럽게
소년물스럽게
모험물스럽게
킬링타임용으로 잘 버무려보려 애쓰고 있습니다.

악플 및 비방과 욕설 대환영합니다. 관심받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독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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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장 다시 찾은 룩사르 19.12.30 19 0 10쪽
35 34장 의문의 향방 19.12.26 31 0 11쪽
34 33장 스승 오르마 19.12.25 24 0 11쪽
33 32장 폭풍 속으로 19.12.24 22 0 11쪽
32 31장 내 이름은 바에라 19.12.23 27 0 10쪽
31 30장 빛을 남긴 자리 19.12.19 24 0 12쪽
30 29장 예고된 폭풍 19.12.18 36 0 12쪽
29 28장 잭팟 19.12.17 19 0 12쪽
28 27장 마그치의 기억 19.12.16 18 0 9쪽
27 26장 이판사판이다! 19.12.12 20 0 9쪽
26 25장 요행 19.12.11 38 0 13쪽
25 24장 어둠에 드러난 어둠 19.12.10 25 1 15쪽
24 23장 약자의 사정 19.12.09 32 0 13쪽
23 22장 소매치기 안코 19.12.05 28 0 13쪽
» 21장 쫓기는 자와 쫓는 자 19.12.04 25 0 11쪽
21 20장 비스모 19.12.03 35 0 11쪽
20 19장 패퇴의 죄 19.12.02 19 0 11쪽
19 18장 빛바랜 예언 19.11.28 36 0 12쪽
18 17장 텔루인의 정체 19.11.27 20 0 13쪽
17 16장 바질라이의 분투 19.11.26 33 0 14쪽
16 15장 안티몬의 추적 19.11.25 20 0 18쪽
15 14장 결투! 누테샤 19.11.23 23 0 20쪽
14 13장 안티몬의 의심 19.11.22 30 0 12쪽
13 12장 의심의 빛 19.11.21 41 0 12쪽
12 11장 명배의 대전 19.11.20 89 0 13쪽
11 10장 마고바얀 주디스 19.11.19 39 0 16쪽
10 9장 하코르 남매 19.11.18 53 0 13쪽
9 8장 투기장 가는 길 19.11.15 32 0 12쪽
8 7장 루하마의 작전 19.11.15 42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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