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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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11.1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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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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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마련(魔聯) (9)

DUMMY

“···”


그 사이, 이심도는 조용히 도백연혼강령의 구결을 읊으며 적의 혼백을 모았다.

하태현의 말처럼, 적의 혼백은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 못했다.

이리저리 조각난 부스러기들만이 남아있었을 뿐.


부스러져 흡수하기에는 좋은 상태였기에 도백연혼강령의 성취에는 꽤나 도움이 되긴 했다.

그러나 쓸만한 정보는 전혀 손에 넣을 수 없었기에, 이심도는 못내 아쉬웠다.


“확실히 하태현의 말대로군. 혼백이 산산조각나서 확인조차 불가능한 상태야. 적은 꽤나 철저한 집단인 모양이군. 혼백을 읽어낼 수 있는 계통의 술법사는 대단히 드문데, 그마저도 대비하고 있다니···”


“아마도 죽는 순간 혼백이 산산조각 나게끔 조치를 취했을 듯 합니다. 이런 술법이라면 영에도 손상이 갈터인데··· 철저하고 잔인하고··· 또한, 멍청한 놈들이군요. 이 업보를 어찌하려 하는지···”


혼백을 다루는 술법은 타 계통의 술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과 효용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런 만큼 입문에 필요한 조건이 대단히 엄격했고, 절대 해서는 안되는 금기사항이 몇 가지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금기사항은 ‘절대 영을 건드리지 않는다.’ 였다.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모두에게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는 끔찍한 술법을 다루는 자들조차도. 영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금기사항을 어기진 않았다.


왜냐하면 영은 결코 손상되지 않아야 하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손상되지 않아야 하는 존재에게 손상을 입힌다면, 그 피해는 곱절로 보상해야 했다.

다시 말해, 타인의 영에 손상을 입히는 것은 결국 자신의 영에 해를 끼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어마어마한 업보를 지게 되는 것이다.

현생에도 후생에도 어마어마한 끼치는 행위를 하는 바보가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사람이란 때론 당장의 이득을 위해 먼 미래의 큰 손실을 무시하곤 하지. 아무튼 저렇게 뒤가 없는 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인데··· 게다가 이 모든 자들에게 죽는 순간이라는 조건을 붙여서 주술이 발동되게 한다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주술사와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이라··· 쉽지 않겠군요.”


“그래, 그러니 우리 셋만으로는 힘들어. 지원이 필요하다.”


“최대한 서둘러 달라곤 했습니다만, 음살문의 지원이 도착하려면 이삼일은 필요할 겁니다.”


이심도의 말에 백오가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이심도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심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물론 그들의 지원 역시도 필요하긴 하네만, 내가 말한 지원은 그 쪽이 아닐세.”


“그러면···?”


***


“뭔가 알아낸 것이 있습니까?”


“전혀 알아내 것이 없습니다. 소지품도 별다른 것이 없고, 시신 또한 특별한 것이 없더군요.”


이심도의 질문에 용진성은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누가 적인지 조금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영충은 실종되었고, 적의 시신에서는 어떠한 정보도 얻어내지 못했으니 용진성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답답한 상황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랬군요.”


이미 예상했던 상황,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혼백마저 박살내는 적들이 시신에 흔적을 남길리 없었다.

아마도 이심도가 상대한 적의 대장 정도를 잡아야 조그마한 흔적이라도 얻을 수 있을 터.

기대가 없었기에 실망도 없었다.


“그보다 상단주님께선 좀 어떠십니까? 의식이 돌아오셨나요?”


“아직입니다. 다행히도 상태가 급속도로 호전되는 중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의식을 되찾으시리라 기대하는 중입니다.”


그를 좀 먹고 있던 저주가 해주된 이상, 그가 의식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온갖 영약을 먹어왔으며, 수많은 의원과 술법사들이 붙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해주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그는 건강과 호신을 지키는데 최적화된 기공마저 연마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독이나 저주였다면, 그의 생명력에 도리어 먹혀버렸을 정도.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었다.


“큰일났습니다.”


“무슨일인가?”


갑작스럽게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온 수하의 행동에 용진성은 성난 어조로 물었다.

손님이 있는 상황에서 이런 예의없는 행동이라니, 용진성은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그를 가만히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어서 가셔야 합니다.”


수하는 정말 급한지 상황은 말하지 않고, 용진성을 계속해서 보채기만 했다.

절로 인상이 찌뿌려졌지만, 꾹 참으며 수하에게 다시 물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네.”


“이공자가, 이공자가.”


발을 동동구르며, 용진성의 수하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러나 이심도는 더 이상 듣지 않아도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이공자가 쳐들어왔단 말입니다. 상단주님을 모시겠다구요!!!”


그 말을 듣자마자, 꼼짝하지 않고 있던 용진성은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의 수하 역시도 그를 뒤따라 달려가려는 찰나, 이심도가 말했다.


“나도 안내해줄 수 있겠나?”


***


“하, 이봐, 내가 아버님을 모시겠다는데, 니 놈들이 무슨 자격으로 나를 막는 것이냐? 더 이상은 못 참겠군. 뭣들 하느냐? 저 놈들을 당장 내 눈 앞에서 치워라.”


“이, 이공자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다급히 달려온 용진성의 귀로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용진성이 달려오는 시간 동안, 이미 이공자의 인내심이 바닥난 모양이었다.


“이, 이공자님.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게 누구야? 주인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용집사님 아니신가?”


“집,집사님.”


용진성의 등장에 상황은 잠시 소강상태로 변했다.

이공자마저도 아예 무시할 순 없을 정도로, 용진성이 평안상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단단히 마음 먹고 나선 터라, 이공자는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당신이 막아 선다고 해도 나는 물러설 생각이 없소! 오늘은 반드시 아버지를 모셔가야겠으니!”


“이공자님. 제 말씀을 들어보십시오. 상단주님은 이제 막 호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리해서 옮기다가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오호라··· 내가 일부러 아버님께 해를 끼친다 이런 말이오?”


“그, 그것이 아니라.”


“흥, 아들인 내가 설마 아버님께 해를 끼칠려고!!! 당신을 믿고 아버님의 신변을 맡겨놨지만, 전혀 의식을 못 찾고 있지 않소. 오히려 당신이 아버님께 해를 끼치고 있는게 아닌가 말이오?”


“아니, 아닙니다. 저는 절대··· 게다가 이미 상태가 많이 호전되셨으니, 며칠만 지나면 의식을 찾으실거란 말입니다.”


강경한 이공자의 태도에, 용진성은 쩔쩔매며 호소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남인 용진성보다 피붙이인 이공자가 상단주를 모시는 것이 훨씬 타당한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명분 역시도 이공자에게 있는 상황.

대공자가 아니라면, 결코 그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도대체 대공자는 어디 계시단 말인가?’


이공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용진성은 대공자가 얼른 나타나주기만을 바랬다.

그러나 용진성의 기대와는 달리, 대공자는 결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말을 어찌 믿는단 말이오. 이미 참을만큼 참았소. 이제는 실력 행사를 할 수 밖에! 부탁드리오. 저들을 치워주시오!”


이공자는 자신의 뒤 쪽에 물러나 있던 자들에게 정중한 태도로 부탁했다.

그들 중 하나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무리는 서서히 기세를 올리며 앞으로 나왔다.

누가 보아도 주종관계는 아닌 것이 분명한 그들의 모습.


그러나 당장 그들의 정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당장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이쪽은 용진성 혼자였으니까.


무작정 달려온 것을 후회했지만, 용진성은 싸울 준비를 했다.

의미 없는 행동일지라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기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볼 생각이었다.


제발 기적이 벌어져 그 사이에 상단주가 깨어나기를...

용진성은 마음 속으로 그것만을 기원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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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팔대절학(八大絶學) (6) 21.01.13 103 3 7쪽
80 79. 팔대절학(八大絶學) (5) 20.12.28 120 1 7쪽
79 78. 팔대절학(八大絶學) (4) 20.12.14 145 2 7쪽
78 77. 팔대절학(八大絶學) (3) 20.11.17 204 3 7쪽
77 76. 팔대절학(八大絶學) (2) 20.11.04 210 4 7쪽
76 75. 팔대절학(八大絶學) (1) 20.10.19 271 6 7쪽
75 75. 귀존(鬼尊) (6) 20.10.05 254 5 12쪽
74 74. 귀존(鬼尊) (5) 20.09.29 255 4 7쪽
73 73. 귀존(鬼尊) (4) 20.09.22 268 5 7쪽
72 72. 귀존(鬼尊) (3) 20.09.16 289 5 7쪽
71 71. 귀존(鬼尊) (2) 20.09.07 440 5 7쪽
70 70. 귀존(鬼尊) (1) 20.08.31 344 5 7쪽
69 69. 재생(再生) (5) 20.08.28 331 6 7쪽
68 68. 재생(再生) (4) 20.08.23 342 5 7쪽
67 67. 재생(再生) (3) 20.08.17 360 5 7쪽
66 66. 재생(再生) (2) 20.08.09 378 5 7쪽
65 65. 재생(再生) (1) 20.08.05 396 6 7쪽
64 64. 기억(記憶) (6) +2 20.08.03 381 7 8쪽
63 63. 기억(記憶) (5) 20.08.02 386 9 7쪽
62 62. 기억(記憶) (4) +2 20.07.24 392 12 7쪽
61 61. 기억(記憶) (3) 20.07.12 426 14 8쪽
60 60. 기억(記憶) (2) +1 20.07.04 457 15 7쪽
59 59. 기억(記憶) (1) 20.06.28 461 10 8쪽
58 58. 마련(魔聯) (10) 20.06.22 414 11 9쪽
» 57. 마련(魔聯) (9) 20.06.15 390 13 8쪽
56 56. 마련(魔聯) (8) 20.06.07 423 13 7쪽
55 55. 마련(魔聯) (7) 20.05.31 440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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