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에 소원을 빌어봐!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녹색여우
작품등록일 :
2019.11.26 04:13
최근연재일 :
2019.12.07 06:1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3,489
추천수 :
94
글자수 :
143,088

작성
19.12.02 06:10
조회
78
추천
4
글자
17쪽

8. 마법협회 습격

DUMMY

.


“좋아, 마법협회를 공격한다.”


화장실에서 나와-손 씻었다. 두 번 씻었다- 싱클레어 누님이 있는 곳까지 도착해서 사장이 대뜸 내뱉은 말이다.


“아니 사장님, 갑자기 거긴 왜요? 금구슬에 얘 데려가면 끝 아니었어요?”


이 인간이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솔직히 인질인 내가 들어도 완전 뜬금없다. 그런데 사장이라는 작자의 표정은 이보다 더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한 것이, 암만 봐도 농담이나 그 비스무리한 의도로 내뱉은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면 뭔가 꿍꿍이속이 있다는 소린가? 하지만 옆에 부하직원들-그러니까 끝장나게 잘 빠진 누님이랑, 사회생활 못하게 생겨먹은 아저씨-은 ‘이 양반이 대관절 무슨 소릴 하는 거지?’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사장님. 오늘 뭐 잘못 드셨어요?”


난 댁이 뭐 잘못 먹었는지 궁금한데요. 방금 전까지 신나게 사장 욕하다가 감봉 먹은 인간이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걸까.


“너 감봉.”

“아, 안돼!”


돼 멍청아.


“일단 설명부터 해주셔야죠. 사장님.”

“금구슬을 쓰려면 마법협회에서 써야 한다네.”


싱클레어 씨의 말에 사장은 심드렁하니 대답했다. 그런데 그거 분명 헥사곤에도 있다고 채라가 그랬는데? 의문을 가진 건 나만이 아닌 듯, 누님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윽, 심장폭행······.”


그 모습이 장난 아니게 귀여웠지만, 내가 누군가. 공사를 철저하게 구분하는, 10점 만점에 12점짜리 진짜 싸나이. 박카스다. 그러니까 일단 저 모습은 뇌내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두고, 지금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해야지.


“저기요. 제가 듣기로는 헥사곤에도 그게 있다고 들었는데요.”


차마 내 입으로 금구슬이라는 말은 못하겠다. 사장은 내 말을 듣고 의외라는 듯-그 의외라는 표정이 심히 재수없었다-돌아보더니, 이내 상큼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거 말인가? 고장 났다네,”

“““뭐-라-고-요?!”””


이 순간만큼은, 나와 싱클레어 씨와 최대리 아저씨의 마음이 하나로 통일되었다.


아니 솔직히 내 입장에서 보면 목숨이 연장되니까 완전 환영할만한 일이긴 한데. 이 단체, 이래도 괜찮은 건가?


“고장나다뇨?! 그런 이야긴 금시초문인데요?”

“정확하겐 고장이 아니라, 작동불가 상태지만 말일세.”


그게 그 소리잖아. 엎어 치나 메치나 지금 못 써먹겠다는 소리란 건 매한가지다.


“사실 말이야. 자네들도 알다시피 요즘 경기가 꽤 안 좋지 않은가.”

“그거랑 금구슬 고장 난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사장님, 말 좀 해보세요.”


최대리 아저씨의 추궁에 사장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포기한 듯 입을 열었다.


“하아. 그놈의 금구슬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말이야, 저저번 달부터 그쪽 예산을 잘라버렸다네.”


······뭐요?


그러니까, 돈이 없어서 배 째라 식으로 나갔더니 장비 유지를 못해서 못쓴다. 이 말인가? 근데 일단 여기 한국 최대 규모의 사설 마법단체잖아. 그런데 뭐죠. 이 빈곤한 현실은?


“어쩐지 요즘 헌혈통지서가 안 날아오더라니!”

“어, 어쩔 수 없잖나! 금구슬 저거 유지비가 얼만데! 완전히 돈 잡아먹는 하마란 말일세!”


완전 불쌍하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사장을 바라보니, 괜히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듯한 사장이 묻지도 않은 말을 줄줄 내뱉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마법의 은닉 같은 매우 중요한 일이 걸린 문제인데 이렇게 막 처리해도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뭔가 비리 있는 거 아냐? 괜한 의심에 더러운 눈매로 사장을 쳐다보고 있는데,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싱클레어 씨가 물음을 던졌다.


“잠깐, 그럼 그동안 인식 방해는 어떻게 했던 거죠?”


사장이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뻔뻔한 표정으로 답했다.


“마법협회에 요청해서 빌려다 썼지.”


댁들 적대관계잖아요.


“그런 거 막 떠넘겨도 돼요?”


사장은 내 말에 피식하고 재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지금 내가 인질의 입장 아니었다면 한 대 쳐주고 싶은 표정이었다.


“어차피 그 치들 유지보수 비용은 다 국가에서 충당하는 거라서, 쓸 때는 팍팍 쓰거든. 거기다가 원래 금구슬을 보유하지 못한 단체는 마법협회에다 요청해서 쓰는 게 이쪽 법이기도 하고 말일세.”


너네 걸 써라 좀.


마법협회 놈들도 다 똑같다. 아 그래. 지들 돈 아니니까 적대관계고 뭐고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거지. 국민의 혈세가 이렇게 마구 낭비된다는 사실이 통탄스럽기 그지없구나. 이래서 공무원들이란······.


나만 기가 막힌 게 아닌 듯, 싱클레어 씨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 도대체 어디다 돈을 그렇게 퍼부어서 금구슬 유지보수비까지 예산을 삭감했어요?!”


어여쁘기 그지없는 누님 입에서 금구슬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뭔가 묘한 기분이다. 뭔가 형언할 수 없는 배덕감이······.


어, 방금 사장한테서 ‘계획대로.’라는 말이 들린 것 같았는데. 착각인가? 사장은 기다렸다는 듯 안색을 어둡게 만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은 말일세. 연말이니만큼 사원들한테 보너스를 좀 두둑하게 얹어주려고 했었지······.”


울컥. 자신도 모르게 양손으로 자기들 입을 막은 싱클레어 씨와 최대리 아저씨의 눈이, 순식간에 촉촉이 젖어 들어갔다.


“사, 사장님······!”


잠깐잠깐. 기다려, 사장의 함정이다! 표정 딱 보면 촉이 오잖아! 비리 저지르는 정치인들같은 표정이라고! 누님, 거기 감동한 눈으로 사장을 보지 마! 댁 지금 속고 있는 거 모르겠어?!


“저흰 그런 줄도 모르고······저희를 그렇게 생각해 주시다니. 저는 기껏해야 사장님이 비자금을 챙겼을 거라고 생각 했었어요.”

“······하핫, 그럴 리가 어, 없지이?”

“맞아! 완전 맞아! 방금 목소리 올라갔다고! 저 인간 비자금 챙긴 거 맞잖아!”


댁들 눈알은 장식입니까? 저기 저 눈빛이 흔들리는 거 안 보이냐고.


“너 말야, 사람을 좀 믿어보는 게 어때? 우리 사장님이 그러실 리가 없잖아.”


환장하겠네. 이 사람들 이미 눈이 맛이 갔다.


틀렸어. 이젠 꿈이고 희망이고 없어. 두 사람 다 연말 보너스에 눈이 멀어버린 지 오래였다. 역시 세상은 썩었어.


“그런 고로, 이렇게 된 이상 마법협회를 공격한다!”


그래서 결국 결론은 그거냐. 수미상관 철저한 거 봐라.


“훗, 그래야 우리 사장님답지!”


진심으로, 다 때려 치고 싶어졌다.





채라야 보고 싶다. 정말로 보고 싶다. 채라를 보면서 세상 천지에 이딴 마법사가 어디 있겠거니 했는데, 더한 놈들이 여기 있었다. 그 보무도 당당하게 회사 정문으로 나가는 두 멍청이와 한 미녀와 불쌍한 인질.


네. 그게 바로 접니다.


사람이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아무생각 없이 적진에 맨몸으로 육탄돌격 하는 게 정상적인 방법인가? 당연히 아니지. 엄마 스마트폰 들고 뿅뿅거리는 다섯 살짜리 꼬맹이한테 물어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초등학생 쯤 되면 현질해서 장비부터 맞추고 가라고 충고까지 해 줄걸.


세상에 어떤 머저리 같은 놈들이 생각도 없이 달랑 몸만 들고 상대방 본진을 향해서 가겠어?


그렇다, 그게 바로 나였다.


마법협회로 돌격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까지는 그럭저럭 납득을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인과관계가 뭐 이딴 식이냐 싶을 정도로 그 이유가 치졸했지만, 자기네들 장비가 정지됐다는데 뭐 어쩌겠는가. 내 입장으로선 구출될 확률이 높아지니까 반대할 이유가 없지.


그런데 마법협회로 돌격한다는 결정이 내리자마자, 이 양반들 겉옷만 달랑 챙겨 입고는 바로 출발하는 게 아닌가.


······니들 작전 안 짜냐?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자. 지금 이 상황은 악의 조직이 인질을 데리고 특별한 물건을 탈취하려 정의의 편 본진에 침투하는 상황이다. 이 플롯 하나만으로 수많은 바리에이션의 액션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수많은 음모와 작전들이 꽃피어날 것이다. 요컨대, 작전이야말로 이 일의 핵심이라는 얘기지.


그런데 얘네는 그냥 쳐들어가겠단다.


아이고, 이 획기적인 놈들 같으니라고. 인질인 내가 보고 답답해서 충고해주고 싶을 정도면 오죽할까.


그래서 나는 그냥 포기했다. 망하면 지들이 망하지 내가 망하나. 비정하다고 말하지 말아라. 나는 인질이고, 쟤네들은 악당이다. 죽지만 않음 되지 뭐.


그보다, 마법협회까진 또 어떻게 가려고?


지금 이 양반들 하는 꼬라지를 보면 건물이 두 쪽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에서 예산이 덕지덕지 처발려 있는 거대로봇이 나오거나, 빌딩 지하 100층에 초고속 드릴열차가 있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마디로, 더럽게 쓸데없고 멍청해 보이는 이동방식이 나올 것 같다. 이 말이다.


······라고 생각했던 적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응? 택시 타고 가지 뭘 타고 가나?”


사장의 한 마디에 잠시 머리가 멍 해졌다. 택시? 택시라고? 나는 사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 번 더 되물었다.


“택시요?”


어. 택시. 사장은 무슨 문제 있냐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최대리 아저씨와 싱클레어 씨도 함께.


뭐지 이건, 혹시 그건가? 금구슬이나 맵핵 같이 마법사들 사이에서만 쓰이는 은어 같은 거? 이, 이 인간들 설마 진짜로 드릴열차 같은 거 만든 거야?


획기적이다 못해 판타지의 영역으로 진입하려 하는 이 사람들의 작태를 보니, 골이 아파왔다. 만화영화에 자주 나오는 전개이긴 한데, 여긴 만화가 아니지 말입니다. 현실이지 말입니다.


생각해 봐라. 난 지금 내 소중한 파트너를 지키기 위해 더없이 진지하게 이 난관을 헤쳐 나가고자 하는데, 세상이 날 안 도와줘. 당장이라도 ‘아 X발 꿈.’이러면서 일어나고 싶은데, 그게 안 될 것 같다고.


내가 뒷목 얻어맞고 기절한 게 두 번이다. 그런데도 깨어나질 않는 걸 보면 이 어정쩡한 판타지 월드가 바로 현실이란 소리다. 솔직히 이대로 가다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거대 합체로봇 VS 방사능 우주괴수의 빅 매치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지.


그냥 정신줄 놓고 되는대로 막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자칫하면 내 소중한 베이비가 죽을 수도 있으니 그럴 수도 없다. 이런 옌장, 나보고 대체 어쩌라고.


······근데 솔직히 드릴열차 좀 끌리긴 한다. 로망이잖아. 드릴열차.


“저기요, 택시-!”


한창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데, 최대리 아저씨가 저 앞에서 오는 택시를 불러 세우는 게 보였다······어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택시 안이었다. 그러니까 진짜 보통 택시.


“택시네요?”

“택시라니까?”


얜 또 뭔 이상한 상상을 한 거라니. 하는 표정이 사장의 얼굴 위로 보였다. 사실 이상한 상상을 한 게 맞으니 할 말이 없어졌다.


정말 이상한 걸 상상했던 내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어, 반쯤 포기한 상태로 댁들은 자가용 어디다 두고 비싼 택시를 타냐고-심지어 모범택시였다. 미터기에 돈 올라가는 속도가 혼자 3배속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었더니 오늘이 자동차 주일제라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대답이 나왔다.


아오 진짜. 그러니까 나쁜 놈들 주제에 그런 거 착실하게 지키지 말라고.





“······.”


음. 뭔가 어색한데.


좌 싱클레어에 우 최대리라. 일단 나를 가운데 앉힌 걸 보니 그래도 나름 인질 대접은 해주고 있는 것 같군. 사장은 누가 사장 아니랄까봐, 혼자 편하게 히터도 빵빵한 조수석에 앉아서 가고 있다. 우리는 힘들게 뒷좌석에 구겨 앉아 있구만. 팔자 좋군 그래.


사실 심정 같아선 싱클레어 누님 무릎 위에 앉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다 큰 청소년이 미녀 아가씨의 무릎에 앉는다는 것도 모양새가 좀 그렇지. 무릎베개라면 또 모를까. 최대리 아저씨만 없었어도 어떻게 어떻게 은근슬쩍 무릎베개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일단 두 사람 사이에 낑겨 있는 것도 어색하니 뭐라도 말해야겠다.


“그런데 헥사곤에선 무슨 일을 하죠?”

“민주주의와 시민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서······.”

“보통 용역업체랑 비슷한 일 한다고 생각하면 돼.”


사장의 개소리를 자르고 싱클레어 씨가 대답했다. 사장이 조금 억울하단 표정을 지었다. 민주주의와 시민의 안녕은 무슨. 누굴 빙다리 핫바지로 아나.


“사실 조금 불법적인 일도 하긴 하지. 마법협회는 그걸 막는 일을 하고.”


원래는 치안유지가 본업이지만. 최대리가 덧붙였다. 요컨대······.


“댁들 그냥 조폭이네요.”

“다르거든?”


싱클레어 씨가 부정했다. 아 뭐 누님 심정이 이해 안가는 건 아니지만, 현실이 그렇잖아요. 현실이.


“사실 그것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하고 있다네. 주가 조작이나, 부동산 매매, 투기, 경매, 뭐 그런 것에도 손대고 있지.”


사실 조폭이 아니라 악덕기업이었다. 이제 보니 이 양반들 아주 못된 짓만 골라서 하는구만.


“그보다 거기서 어디가 마법?”


악덕기업가면 다들 하는 일이잖아. 그리고 니들은 마법사고요.


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사장이 댄디한 미소와 함께 다시 끼어들었다.


“훗. 현대사회에서 마법이 쓸모가 있어봐야 얼마나 쓸모가 있겠나. 마법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요소라네. 나스닥이나 센섹스 같은 해외증권들을 잘만 건드리면 마법보다 더 마법 같은 돈을 벌 수 있지. 마법사와 연금술사의 시대는 갔어. 시대는 이른바 현금술사의 시대다.”


납득은 가는데 점점 이 세계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판타지고 현실인지 분간이 안가네. 나스닥이 일본 증권인 건 알겠는데 센섹스는 또 뭐라냐.


“아니, 나스닥은 미국 증권이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어중간하잖아. 차라리 세계정복 같이 순수한 악당 꿈나무가 가질법한 대의라도 있으면 납득할 수 있겠다.


“마법이라고 해 봐야 고작 폭력의 연장선에 불과하지. 현대 사회에서 그런 건 이미 한물간 지 오래라네. 사람이 머리를 써야지. 머리를.”


화, 확실히 그렇게 말 한다면 납득이 가긴 하지만······.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일단 당신들 마법사. 그러니까 판타지를 살아가는 사람들 아니에요? 마법이나 이능력 같은 거로 막 싸우고 하잖아요.”

“사실 폭력만으로 돈 벌어먹고 산다는 발상 자체가 현대에선 판타지지. 너 현대에서 마법 쓸 줄 알면 뭘 할 것 같냐? 머리에 든 거 없는 고등학교 일진들이랑 조폭들 털어먹고 살래? 자고로 사람이란 건실하게 일을 해야 돈을 버는 법이야. 생각해 봐. 현실에 마법사 나오는 판타지 소설만 봐도 다들 똑같이 일진들 삥 뜯고 조폭들 삥 뜯고 대기업 재벌 2세 까지 순서대로 털어먹는데 그거 외엔 없잖아. 거기다 요즘 고위인사 쯤 되면 다 마법사 경호원 하나쯤 고용하고 다녀서 건들지도 못해요.”


최대리가 덧붙이는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납득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끄앙. 안돼 박카스! 저 나쁜 놈들의 말에 납득하면 안돼! 저놈들은 악당이고, 넌 이 세상에 유일한 정상인이야! 이렇게 이 엉성한 세계관에 납득당할 순 없어!


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비우고 택시 밖 광경을 보고 있는데, 문득 불안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보통, 이런 상황에서 드는 불안감은 백이면 백 뭔가 터진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말이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쿠쾅!


가장 먼저 인식한 건, 택시 앞 유리에 뭔가 허연 게 떨어졌다는 거다. 새하얀 겨울 코트와 마찬가지로 새하얀 니하이 부츠,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미니스커트와 아슬아슬한 허벅지.


그러니까, 채라였다.


택시의 본네트가 개작살이 날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등장에 어안이 벙벙해하는 사이,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의외로 사장이었다.


“이런 옘병!” 댄디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구수한 욕지기를 내뱉은 사장이 운전석으로 몸을 들이밀며 핸들을 휙 꺾자, 차체가 세차게 요동치며 차선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보이는 큼지막한 가로수. 어어, 이게 아닌데.


“으아-”


콰지직!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우리는 가로수와 격돌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브에 소원을 빌어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후기&잡다한 설정 19.12.07 243 4 13쪽
16 14. 에필로그~그리고 세상은 +1 19.12.07 142 4 4쪽
15 13. 크리스마스 이브의 소원 19.12.07 93 5 31쪽
14 12. 배신, 그리고 진정한 목적 19.12.06 86 4 24쪽
13 11. 왕년의 마법소녀 19.12.05 86 4 21쪽
12 10. 마법사가 싸우는 방법 19.12.04 83 4 27쪽
11 9. 터미네이터 그녀 +1 19.12.03 77 4 14쪽
» 8. 마법협회 습격 19.12.02 79 4 17쪽
9 7. 압도적인 향취 19.12.01 90 5 22쪽
8 6. 납치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19.11.30 103 3 21쪽
7 5.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 19.11.29 139 5 33쪽
6 4. 소녀와 함께 음양모텔 19.11.28 179 5 12쪽
5 3. 전국구 마법사 19.11.27 145 7 19쪽
4 2. 보이 밋 걸 19.11.26 395 7 28쪽
3 1. 크리스마스 이브 +3 19.11.26 383 10 23쪽
2 0. 지극히 평범한 +1 19.11.26 524 11 2쪽
1 소개글 +1 19.11.26 643 8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