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은 소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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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lingST
작품등록일 :
2019.12.09 08:35
최근연재일 :
2020.01.2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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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3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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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하루

오늘도 감사합니다~ 작가 이메일 [email protected]




DUMMY

25화


“하루 누나! 여긴 어떻게 온거야... 일단 빨리 구해줘!”


로딘이 머리를 바닥에 처박은 채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하루는 로딘의 다급한 외침에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우아하게 걸어 나와서는 배떡 일행을 쳐다봤다.


“너네, 그러다 다쳐. 얼른 비키렴.”


“너는 누구냐?”


배떡이 로딘의 등에 겨누고 있던 칼을 다시 치켜 든 채 하루에게 소리쳤다. 하루는 가소롭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로딘의 동료지, 누구겠니? 싱거운 질문은 그만 하렴.”


하루는 허리춤에 달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배떡은 하루가 무슨 수를 쓰기 전에 제압해야겠다 싶었는지 곧장 하루 쪽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하루의 동작이 더 빨랐다. 하루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바닥에 뿌렸다. 땅에선 식물 줄기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뭐야!”

평범한 줄기가 아니었다. 하루가 만든 줄기는 배떡의 다리를 꽁꽁 감싸 매더니 그대로 땅 밑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게 얼마나 귀한 씨앗인 줄 아니? 너 같은 쪼렙은 내 손끝도 못 건드려. 주제를 알렴?”


하루가 깔깔 웃어대며 땅속으로 파묻혀가는 배떡을 지그시 바라봤다. 도망손과 감자별이 뛰어와 하반신이 전부 땅에 묻힌 배떡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윽! 전혀 꿈쩍도 안하는 걸?”


“그러게요!”


둘이 낑낑대며 배떡을 잡아 당겼지만 배떡은 오히려 더 빨려 들어갔다. 그 사이 하루는 그런 배떡 일행을 가로 질러 로딘에게 다가왔다.


“하... 좆됐다...”


프로메는 갑자기 벌어진 이 상황에 망연자실하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야 로딘을 거의 죽게 만들었는데, 하루의 개입으로 전세는 역전되었다.

프로메는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 로딘을 죽음으로 내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탄약류 장인의 손을 빌려야만 쓰임새가 생기는 마비초를 물약에 섞을 생각을 한 것은 정말 우연한 계기였다.


도움말을 뒤적이던 중, 실수로 마비초를 음식에 빠트렸다는 유저의 글을 보게 되었다. 시험 삼아 그 음식을 직접 먹은 유저는 잠시 동안 마비상태에 빠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사실 약초임에도 쓰임새가 마비탄에 들어가는 화약으로만 쓰인다는 게 의아하긴 했다. 그래서 든 생각은 물약에 마비초를 섞어보는 것이었다.

프로메는 그게 정말 가능한지 아만다의 도움을 통해 실험해보았다. 결과는 대성공. 에너지는 그대로 회복되긴 했지만, 추가적으로 약 5분간 온몸을 마비시키게 된 것이었다.


로딘이 가도우에게 물약을 먹였을 때 프로메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러나 가도우의 덩치덕분에 무릎에 미비한 마비만 온 것이 프로메의 계획을 지킨 셈이었다.

프로메는 강한 원한을 지닌 유저 배떡을 포섭해 로딘에게 물약을 먹을 상황을 만들게끔 하였다. 로딘의 시야를 차단한 채 빈틈을 노려 치명상을 한번만 입히면 게임은 끝이었다. 어차피 배떡 일행의 전투력으로는 로딘을 한 번에 끝내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물약으로 마비를 시킬 심산이었던 것이다.


반디불꽃이 필요했던 이유는 로딘과 가도우, 스니프의 시야를 한꺼번에 차단할만한 방법이 모래바람 뿐이었기 때문이다. 모래바람을 쓸 경우 문제점은 배떡이 로딘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구했던 것이 반디불꽃이었던 것이다. 반디불꽃은 흔들게 되면 몸을 불태우게 되는데, 그 불꽃은 아주 밝은 노란색으로 빛나게 된다. 프로메는 이 불꽃을 로딘에게 붙혀 배떡이 로딘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음으로 필요했던 것은 스니프, 가도우와 친해지는 것이었다. 그건 동고동락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해결된 부분이었다. 로딘이 마비된다 하더라도 스니프와 가도우가 로딘을 끝내는 걸 막는다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프로메는 그저 스니프와 가도우에게 말을 걸어 잠시나마 배떡에게 로딘을 마무리할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이 잘 풀리게 되어 오히려 스니프가 자신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잘 풀렸다고 생각했다. 하루가 등장하기 전까진...


“이제 끝이네, 로딘? 언젠가 볼 수 있으면 보자구.”


프로메가 하루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루는 로딘의 옆에 서서는 기다랗고 꾸불꾸불한 단검을 꺼내들었다.


“누나, 정말 고마워. 이 은혜는 내가 평생 갚을게...!”


로딘은 자신의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한 채 하루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하루는 방긋 웃더니 그대로 로딘의 등에 단검을 꽂았다. 로딘의 피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 한눈에 보일 정도였다.


“뭐, 뭐야...”


로딘은 화낼 기운도 남지 않았는지 작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이걸 찾느라, 좀 오래 걸렸다. 이게 뭔지 알아? 내 소환수들을 전부 잃게 만든 아이템이야. 사실... 내 소환수들 전부 누군가 뺏어갔거든.”


“뭐라고...?”


“이 칼의 효과가 뭔지 궁금하지? 모든 아이템을 바닥에 뿌리고 죽게 만들더라고. 프로스티도 그렇게 잃어버렸어... 다시 찾으려면 그만한 힘이 있어야 되지 않겠어?”


“그... 그래서 내 소환수들을 뺏을 계획이었다는 거야?”


“너가 제일 만만한 걸 어떡해... 도착해보니까 저런 초보들한테 두들겨 맞고 있는 거 아니겠어? 이런 기회를 어떻게 못 본 척 하겠니? 어우, 이제 죽겠다. 잘가 로딘~.”


“윽... 내가 가만히 당할 거 같아? 길드에 전부 말할거야...”


“길드에서 나가면 그만이야.”


하루가 깔깔 웃으며 점차 사라지는 로딘에게 소리쳤다. 프로메는 자신의 몸이 점차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익숙한 이 느낌은 횃불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후... 후우....”


시커먼 갑옷을 입은 채 도미닉이 숨을 헐떡이고 있다. 도미닉의 주위로는 NPC들이 죽지 못한 채 끙끙대고 있을 뿐이었다.


“NPC여서 다행인 줄 알아라...”


도미닉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제는 다루기도 벅찬지 자신의 몸 만한 대검을 소환해제한 뒤 익숙한 얼굴에게 다가갔다.


“쳇, 당신... 너무 강하군... 우리 지원군들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건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자는 데몬이란 암시장의 뒤를 캐는 파티의 NPC 대장, 빈센트였다. 빈센트는 로딘을 이용해 도미닉을 제파로 유인한 다음, 제파에 먼저 도착해 기습을 준비하고 있었다.

카잔의 길드원들과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유저들의 합류가 있기도 전에 도미닉이 먼저 도착하게 되었다. 유저와 NPC는 서로 죽일 순 없다는 불문율이 있지만, 유저의 경우에는 NPC를 이동불능상태로 만드는 것쯤은 힘과 마음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었다.

반대로 NPC는 시스템적으로 선을 넘지 못하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에 NPC끼리만 모여 유저를 이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번에 마차를 공격한 놈들이네. 그때 같이 있던 길드 놈들이 없으니 정말 별거 아니네.”


도미닉이 빈센트 앞에 쪼그려 앉아 중얼거렸다. 그러자 투구가 벗겨지며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아텐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네요. 그때 가디언에서 만난 그 놈들과의 전투를 생각하면, 식은 죽 먹기입니다, 도미닉 경.”


“그 이야기 하지마!”


도미닉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가디언에서 있었던 카잔 일행과의 싸움에서 도미닉은 그대로 날아간 뒤 정신을 잃었다. 그 뒤로는 아무리 찾아보았지만 카잔의 꼬리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도미닉은 그날의 전투에 굉장히 자존심이 상해 있는 상태였다, 아텐은 알고서도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가끔가다 그날 이야기를 계속 하고는 했다.


“죄송합니다, 도미닉 경.”


아텐이 고개를 꿈뻑 숙이며 사과했다. 도미닉은 다시 빈센트를 향해 고개를 돌려 물었다.


“너네가 로딘을 데리고 간 거냐?”


“흥, 그 꼬마 자식 이름이 로딘인가? 그럼, 우리가 데리고 있지.”


“빨리 내놓는 게 좋을 거야.”


“그 놈은 이미 여기 없다! 찾고 싶다면 너야말로 데몬에 대해 부시지?”


“허... 니가 데몬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지?”


빈센트의 입에서 데몬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도미닉은 놀랍다는 듯이 대답했다. 숙였던 허리를 핀 채 허리춤에 팔을 올렸다.


“역시 단순한 NPC들은 아니었어. 설마... 이번 퀘스트와 관계가 있는 건가?”


도미닉은 왕관 운반 퀘스트와 함께 시작된 또 다른 월드 퀘스트의 일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NPC들이 유저를 이런 식으로 납치한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한 경우였다. 그렇다는 것은 히든 퀘스트가 진행되었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로딘이 어디 있는지 말해주지 않을 생각이라면 나도 더 이상 너네한테 볼일이 없지. 아무리 날 찾아와봐야 부하들만 다칠 뿐이니, 부하들을 위한다면 알아서 생각해라.”


도미닉이 초토화가 된 마을을 가로질러 입구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길드원을 찾는 퀘스트인가? 뭐, 그렇다곤 해도 지금 찾는 건 무리지. 모든 인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왕관을 기다리고 있으니.”


“그래도 로딘군의 실종에 대해서는 알려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다른 납치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경각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나도 알아, 아텐. 지금 공지할 참이었다. 뭐, 내가 마지막 구간 담당이니 로딘의 행방이라도 찾아봐야겠어.”


도미닉은 아텐의 훈수에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길드 스킬을 시전했다. 도미닉의 전언은 전 대륙에 걸쳐 비밀리에 왕관 운반을 하고 있는 길드원들의 머릿속에 퍼져 나갔다.


“로딘이 NPC도적단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또한 우리가 현재 맡은 왕관 운반 퀘스트에 의해 발생한 또 다른 히든 퀘스트라고 생각하고 있다. 로딘은 내가 찾아볼 테니 너희들은 책임지고 왕관을 다음 인원에게 넘겨주길 바란다. 왕관을 지닌 채 3일이 지나면 안 된다는 점은 항상 명심하고 기간에 맞춰 다음 인원에게 넘기길 바란다, 이상.”


“카리스마가 더욱 높아지신 것 같습니다, 도미닉 경.”


아텐이 옆에서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칭찬하자 도미닉은 오히려 기분이 나쁜 듯 했다.


“너, 내가 그 놈들한테 졌다고 나를 은근히 무시하는 거 다 알고 있어. 한번만 더 그런 태도 보이면 진짜 죽는다.”


도미닉이 아텐을 들어 올려 눈을 부라리며 소리치고는 내동댕이쳤다. 아텐은 비명을 지르며 저 멀리 굴러갔다. 도미닉은 아랑곳 않고 마을 정문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와... 이게 뭐야? 혼자 다 처리한 거야?”


그때 누군가 마을 안으로 들어오며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도미닉이 그곳을 쳐다보니 5명으로 이루어진 파티가 어슬렁거리며 도미닉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 마을에 볼일이 있었다면 미안하게 됐다.”


“아니에요, 조금만 기다리지 뭐. 아~ 시간 없는데...”


리더로 보이는 사내가 너스레를 떨며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았다. 그리고는 도미닉을 빤히 쳐다봤다. 도미닉은 그 사내의 눈빛을 못본 채 하고는 옆을 지나쳐 마을을 벗어나려 했다.


“오! 대단한데?”


도미닉은 뒤에서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고는 반응해 몸을 날렸다. 도미닉이 원래 서있던 자리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역시, 너네, 이상한 검을 쓰는 놈과 한패인 길드 맞구나?”


“이상한 검? 아~ 카잔을 말하는 건가?”


“그 놈 이름이 카잔이었군. 그놈을 이곳으로 불러라. 갚아야 할 빚이 있으니.”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사내는 가부좌를 한 채 도미닉의 질문에 대꾸하였다. 어느새 멀리까지 굴러갔던 아텐이 아장아장 걸어와 도미닉에게 다가왔다.


“도미닉 경, 지금 저 자들과 싸우기에는 소환할 수 있는 무기가 부족할 겁니다.”


“호~ 무기 소환에 제한이 있나봐?”


사내가 가부좌를 풀며 벌떡 일어났다. 도미닉은 점차 싸늘해지는 공기가 뺨을 통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일도 뵐까요? 작가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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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트로이의 목마 20.01.15 38 1 12쪽
40 작전 돌입 20.01.14 37 1 12쪽
39 탈옥 20.01.13 54 1 12쪽
38 파레온 20.01.12 38 1 12쪽
37 피론으로 20.01.11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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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아지트 20.01.09 3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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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셀러멘더2 20.01.06 4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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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탈 것 20.01.02 53 0 13쪽
27 진짜 홀리스트릿으로 20.01.01 57 0 12쪽
26 홀리스트릿으로 19.12.31 69 1 12쪽
» 비열한 하루 19.12.30 50 2 12쪽
24 퀘스트 완료 19.12.29 4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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