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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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591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19.12.27 16:30
조회
820
추천
14
글자
8쪽

나오키 신야

DUMMY

경기 직후 끝난 기자 회견. 회견장의 주인공은 고구라 타카노미도, 나오키 신야도 아니었다.


하야토를 1라운드에 쓰러트린 조칠수였다.


“니킥 전략은 준비해 오신 건가요?”


한 기자가 물었다.


“네, 준비한 전략입니다. 정 관장님과 저희 동료들이 함께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타격이 장기인 하야토에게 타격으로 맞불 놓겠다고 생각하셨나요?”


“하야토 선수의 그래플링이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하야토 선수는 세계주짓수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죠”


고구라 타카노미도 준결승에 올랐다.


11승째를 거뒀지만, 졸전 끝에 판정으로 진출했다.


고구라의 상대는 주짓수 블랙벨트의 그래플링 강자였다.


고구라는 서브미션을 의식한 듯 엉덩이를 뒤로 뺀 채 자잘한 펀치만 뻗었다.


타격가와 그래플러의 전형적 대결 구도였다.


이번엔 칠수의 상대가 그래플러였다.


일본 최고의 주짓수 머신 나오키 신야였다.


나오키 신야는 ‘일본 역사상 최고 그래플러’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그래플러다.


신인 시절 하야토에게 판정패한 것 빼고는 전승을 기록 중이었다. 승리의 80% 이상이 서브미션 승이었다.


나오키는 화려한 기술로 유명하다.


암바나 초크 등 기본적인 서브미션도 많았지만, 고고플라타, 오모플라타, 트위스터 등 쉽게 보기 힘든 기술도 자주 구사했다.


“나오키 선수는 상대 칠수 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러자 나오키가 칠수를 바라봤다. 짧은 머리에 금속테 안경을 쓴 게 마치 공부만 파고드는 고시생 같은 느낌이었다.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16강에서 트리그를 상대로 완벽한 방어 능력을 보여줬고, 8강에선 우승 후보인 하야토를 타격으로 잡았죠. 경기를 보면서 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오키의 다음 말이 칠수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상대 마음을 읽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죠”


기자도 나오키도, 정 관장마저도 웃고 있었지만 칠수만은 그러지 못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


물론 농담 삼아 건넨 말이지만 일단 나오키가 칠수에게 준 최초의 인상은 ‘날카로움’이었다.


반대 블록엔 고구라 타카노미와 겜스 펄버가 올라왔다.


겜스 펄버는 타격이 장기인 파이터였다. 타격가라는 점은 고구라와 같았지만 겜스 펄버의 베이스는 ‘복싱’이었다. ‘복싱 + 레슬링’ 종합격투기 선수라기보단 복싱 선수가 레슬링을 장착한 특이한 이력이었다.


“펄버 선수는 드디어 고구라 선수와 만났습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타격 스페셜리스트로 분류되는 선수들답게 둘의 대결은 1년 전부터 소문이 무성했다.


“만나고 싶던 선수라 정말 반갑습니다. 개인적으론 원 매치 쪽을 선호하는데, 아무튼 이렇게라도 만나 다행인 거 같네요”


회견의 마지막은 자신이 결승에 오른다고 가정, 반대 블록에서 누가 올라올지 맞추는 것이었다.


“전 나오키 선수가 올라올 것 같습니다. 전적이 일단 칠수 선수보다 몇 배나 많죠”


고구라의 예상이었다. 지극히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생각이다.


“전 조칠수 선수와 싸우고 싶네요. 그래플러는 질색입니다”


펄버가 말했다.


“일단 조칠수 선수가 먼저이긴 하지만, 만일 이긴다면 역시 최강자인 고구라 선수를 만날 것 같습니다”


경기장에서의 모습과 달리 진중한 발언만 하는 나오키였다. 실제 경기에서는 손가락 욕을 하거나 혀를 내미는 등 기행을 일삼는다.


“저도 일단 나오키 선수가 난적이라 생각합니다. 결승에서는 역시 고구라 선수를 꼽지 않을 수 없네요”


준결승 진출자에 대한 대우는 8강이나 16강과는 달랐다.


경기 후 무려 일주일 동안 자신 포함 코치진에게 호텔 방이 제공됐다.


체류 기간 동안 식비와 교통비에 한해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줬고 전속 통역가가 붙었다.


또 준결승 진출자에겐 200만 엔의 상금이 주어졌다.


우승자는 1000만 엔을, 준우승자는 500만 엔을 추가로 받는다.


“자, 관장님 30만엔. 언규, 동연이, 계석이 10만엔”


“하, 정말 기특한 선수네. 돈도 바로바로 주고”


지폐를 세는 관장의 표정에 행복이 가득했다.


하지만 돈을 쓰며 즐길 시간은 많지 않았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건 각종 행사를 위한 거였다.


첫날은 프로필 촬영이 있었다.


프로필 촬영이라는 거 생전 처음 해보는 칠수였다.


일반 파이팅 포즈만 취하는 게 아니라 갖가지 자세를 다 시켰다.


엎드린 자세, 점프 뛰는 자세, 한 발로 서 있는 아크로바틱한 자세까지.


순수 촬영 시간만 무려 네 시간이 걸리는 강행군이었다.


“미치겠네요. 프로필 촬영”


“덕분에 얘네 촬영도 하고 난 좋았는데”


이언규와 인계석, 심동연도 덩달아 100장 정도 사진을 찍었다.


둘째 날은 일본 쇼 프로 출연이었다.


크라이드 4강 진출자가 나와 펀치 파워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나오키 선수 180점!”


가장 낮은 점수가 나올 거로 보이는 나오키가 먼저 나섰다.


“펄버 195점!”


펄버는 당연히 나오키보다 높았다.


칠수는 펀치 기계에 요령이 있었다.


누구 파워가 센지보다는, 끝까지 체중을 잘 싣는 게 중요했다.


“조칠수 201점!”


타격 달인 펄버보다 무려 6점이나 높았다.


고구라의 점수도 신기하게 칠수와 같았다.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줘야 정상이었으나 일주일을 함께 다니니 동료인지 적인지 구분 가지 않았다.


“점심도 같이 먹고, 저녁도 같이 먹고. 이러다 잠도 같이 자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다 생소한 경험이고, 촬영비도 따로 받아 좋았지만, 너무 화목한 분위기가 새삼 불안했다.


“크라이드 원래 이래. 그런 가운데에도 잘 싸워야 파이터지”


최진호 대표가 말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열심히 돌아다니니 다시 100만 엔이라는 돈이 ‘펑’ 하고 들어왔다.


추가로 들어온 100만엔은 과감히 체육관에 기부했다.


기부라기보다는 인테리어 개선비였다.


찌든 냄새가 나는 매트를 새로 갈고 벽 페인트칠을 다시 했다.


조명도 좀 더 밝은 거로 바꾸고, 일반 관원을 위해 글러브 세척도 새로 했다.


“복덩이여, 복덩이”


정 관장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었다.


준결승전과 결승은 같은 날에 열린다.


크라이드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다.


대신 이번엔 2개월 간격이 아니라, 넉넉하게 4개월의 시간을 줬다. 10월 마지막 주 경기다.


즉, 나오키전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고구라 타카노리, 겜스 펄버까지 대비해야 하는 거였다.


“그래도, 집중! 일단은 나오키를 이기는 게 목표다”


나오키 전은 어찌 보면 계획이 단순했다.


‘넘어지지 않는 것’


가장 최우선적인 목표였다.


“넘어지지 않고 쓰러뜨린다. 그리고 넘어질 경우 서브미션 당하지 않는다”


정 관장이 나름 브리핑이랍시고 빔프로젝터까지 준비했다.


“너무 재미없지 않을까요?”


인계석이 말했다.


“그래플러 상대로 어쩔 수 없어. 다음 질문?”


브리핑 놀이에 맛을 들인 정 관장이었다.


“넘어졌을 때의 대비책을 말씀해주시죠”


심동연이 지적했다.


“재빨리 일어나는 걸 연습합니다. 다음?”


“저녁 메뉴는 뭔가요?”


이언규가 물었다.


“저녁은 중국집입니다. 다음?”


“재빨리 일어나고 탈출하는 건 어떻게 연습하나요?”


그러자 정 관장이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준비된 질문인데요. 이 분의 도움을 받습니다”


화면에 나타난 인물은 파이터라면 모두가 아는 엄청난 사람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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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한국 주짓수 1세대, 톰 크랭클 교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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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부적을 찢다 20.02.28 329 7 7쪽
76 능구렁이 20.02.27 320 8 7쪽
75 타이밍 태클 vs 러버 가드 20.02.26 333 7 7쪽
74 안갯속의 생자베르 20.02.25 316 7 7쪽
73 폭풍전야 20.02.24 310 9 8쪽
72 베스트 컨디션 20.02.21 338 7 8쪽
71 마치다를 복사하다 20.02.20 325 6 7쪽
70 새 기술의 장착 20.02.19 337 7 8쪽
69 명불허전, 플라잉 더치맨 20.02.18 330 7 7쪽
68 생자베르 파헤치기 20.02.17 350 7 8쪽
67 부산 MT 20.02.14 363 8 8쪽
66 도발의 결과 20.02.13 349 8 7쪽
65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20.02.12 364 7 7쪽
64 파란 눈의 영양사 20.02.11 368 7 8쪽
63 폭군 호세 자르도 20.02.10 390 7 8쪽
62 새로운 도전 20.02.09 398 8 10쪽
61 스피닝 엘보 20.02.08 398 8 8쪽
60 UFL 체육관 20.02.07 442 7 10쪽
59 다윗과 골리앗 20.02.06 429 6 8쪽
58 미친개와의 혈전 +2 20.02.05 428 6 9쪽
57 죽이기 위해 태어난 파이터 +2 20.02.04 448 7 7쪽
56 겹경사, 그리고 +2 20.02.03 449 8 7쪽
55 이게 바로 농락이다 20.02.02 459 8 8쪽
54 두 수를 내다보다 20.02.01 452 8 8쪽
53 DJ켄의 본 모습 20.01.31 450 8 7쪽
52 옥타곤홀릭 20.01.30 443 8 8쪽
51 DJ에 반하다 20.01.29 459 9 7쪽
50 완벽한 준비 20.01.28 492 8 11쪽
49 특급 호텔 기자회견 20.01.27 474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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