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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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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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87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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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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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
추천
10
글자
11쪽

4강자의 자격

DUMMY

경기 전날.


조칠수와 나오키 신야, 고구라 타카노리, 겜스 펄버 등 네 명의 준결승 진출자 포함, ‘크라이드 24’ 대회 출전자들의 계체가 시작됐다.


대부분의 4강 진출자가 수월하게 계체를 통과했으나 한 명에게 빨간 불이 들어왔다.


바로 고구라 타카노리였다.


“고구라 센슈 70.8kg”


제한선인 70kg에 맞추기 위해서 800g 감량이 필요했다.


슈퍼스타의 감량 문제에 크라이드 측도 비상이 걸렸다. 기자들은 앞다투어 속보로 고구라의 감량 문제를 쏘아댔다.


“불안감이 현실이 되나···.”


정 관장이 말했다.


정 관장이 말하는 불안감은 ‘겜스 펄버’였다.


가장 소홀하게 준비한 게 펄버였기 때문이다.


“감량 문제 생겼는데, 고구라가 올라갈 수 있을까요?”


인계석이 물었다. 이날 대회에는 최근 1차 방어에 성공하고 만신창이가 된 심동연이 빠졌다. 인계석과 이언규도 최근 1승씩을 거둬 4승 1패와 3승이 됐다.


“감량 문제면 빨리 끝내려고 하겠지, 하야토처럼 말이야”


하야토는 칠수의 8강 상대였다. 당시 감량 고를 겪은 하야토는 계체 당일 몸이 마른 굴비처럼 앙상하게 변해 있었다.


“고구라는 원래 1라운드 KO가 많아서 가능할 것도 같네요”


이언규가 말했다.


“글쎄. 겜스 펄버 코치진이 바보가 아닌 한 감량에 대한 전략도 짜고 있을 거야”


결국, 고구라는 밤 11시가 넘겨서야 계체를 통과했다. 고구라 덕에 6시경 계체장애 들어온 선수들이 5시간이나 대기해야 했다.


<바보 같은 고구라>


나오키가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뭐, 나야 좋지.>


상대인 겜스 펄버의 생각이었다.


선수들과 인사를 하고 무대를 떠나려다 칠수가 고구라 쪽으로 다시 다가섰다.


“고구라 센슈!”


고구라가 뒤를 돌아봤다.


“감바레 구다사이!”


최선을 다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오, 아리가또”


<재미있는 녀석이네.>


칠수야말로 고구라의 승리를 원하는 가장 확실한 사람이었다.


겜스 펄버를 대비 못 한 것도 이유였지만, 그가 고구라의 팬이었기 때문이다.


고구라는 11전 전승 10KO라는 엄청난 전적의 일본 경량급 최고 스타다.


화끈한 타격 실력과 넘치는 투지, 그리고 매서워 보이는 인상. 모든 요소에 스타성이 있었다.


하지만 사석에서 고구라에 대한 평가는 이미지와 다르다.


겸손한 사람이고, 힘든 동료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친한파이기도 하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고구라의 외할머니가 한국인이다.


“사인이라도 받지 그러셨어?”


최 대표가 옆에서 질척거렸다.


“불쌍하잖아요. 저 심정 너무 잘 알 거 같아요”


“그래, 그러니까 오늘 밤은 초밥 뷔페로 일단 배를 채우자고. 내가 쏜다!”


계체 끝나고 마시는 푸짐한 식사. 이 끼니가 경기 전까지 제대로 된 마지막 식사가 될 게 분명했다.

.

.

.

.

.

화려한 불빛, 엄청난 함성.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며 조금씩 들리고 보이는 사이타마의 열기.


벌써 세 번째 같은 자리에 있지만, 올 때마다 이 경기장의 분위기는 사람을 들끓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네 명의 파이터들과 나란히 선 칠수가 주먹을 하늘 높이 들었다.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였다.


하지만 나오키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예상대로 나오키는 바닥을 기다시피 몸을 낮추고 칠수에게 다가왔다.


<넘어뜨리면 끝이야.>


모두가 알 수 있는 속마음이었다.


모두가 예상한 전략을 모두가 예상한 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전략대로만 해!”


칠수가 몸을 같이 웅크린 채 맞불에 나서자 나오키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뭐지...?>


칠수가 나오키의 손을 맞잡고 힘겨루기하듯 대치했다.


나오키는 칠수의 손을 뿌리치며 그래플링을 유도했다. 칠수는 그런 나오키의 손을 잡았다 뿌리치며 빈틈을 최소화했다.


당황하는 나오키의 얼굴에 칠수의 짧은 펀치가 들어갔다.


“좋아!”


단 한 방에 나오키의 코에 코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초조해진 나오키가 달려들며 태클을 시도했다.


칠수는 예상했다는 듯 옆쪽으로 일어나 피했다.


나오키는 유도가 출신의 파이터다. 하단으로 들어오는 태클은 레슬링 선수에 못 미친다.


그래서 나오키가 무서운 건 달라붙어 있을 때다. 다리 후리기나 덧걸이, 업어치기 등으로 상대를 매트에 눕힌다.


“중심 빼고! 하던 대로 해!”


칠수가 준비한 건 도망가는 것, 도망가면서 싸우는 것이었다. 나오키가 일어선 상황에서도 엉덩이를 쭉 빼고 펀치와 페이크를 섞었다.


<이 새끼, 단단히 준비했군.>


초조해진 나오키가 입술을 깨물기 시작했다.


태클 시도가 번번이 무위로 돌아가자 나오키가 킥을 섞기 시작했다. 옆차기, 뒤돌려차기, 로킥 등이었다.


그러나 그런 단발성 공격은 아마추어 선수조차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다. 공격 하나하나를 신중히 바라본 칠수에겐 아무 소용 없었다.


‘땡땡땡!’


관중들이 야유를 보내고 있었지만 칠수로선 어쩔 수 없는 전략이었다.


포인트를 가져가고, 피해는 최소로 줄여야 했다.


“아주 잘했어. 세상 최고 파이터가 누구라고?”


정 관장이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세상 최고 파이터 조칠수!!”


“누구라고?”


“세계 최강 조칠수!!!!”


나오키의 2라운드의 전략은 약간 달랐다.


공이 울리자마자 칠수에게 달려왔다.


역시 이 또한 예상된 스토리. 칠수가 발을 길게 뻗어 나오키를 밀었다.


나오키가 달려들고 칠수가 밀어내고. 푸쉬킥이었을 뿐이지만 포인트는 칠수에게 쌓여갔다.


“우우우우~!! 우우우우!!!”


“칠수야! 신경 쓰지 마! 하던 대로 해!!”


관객의 야유를 들을 때마다 칠수의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치쿠쇼, 조센징!!!”


나오키가 욕을 퍼부으며 칠수를 도발했다.


“쪽바리 개새끼!!!”


지지 않고 이에 응하는 칠수였다.


칠수의 도발은 나오키에 제대로 적중했다.


화가 난 나오키가 가드를 열어젖힌 채 주먹을 날렸다.


‘좋아!’


강력하게 휘두르는 훅 펀치는 가장 빈틈이 많은 공격 중 하나다.


칠수는 가장 짧은 거리로 몸을 숙이며 왼손을 뻗었다.


‘뻑!’


칠수의 왼손 카운트가 나오키의 턱을 정확히 가격했다.


“좋아!!!!”


정 관장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나오키가 충격이 있는 듯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오키 정도의 그래플러는 항상 조심해야 하는 법.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칠수가 가까이 다가가는 척 페이크를 썼다.


그러자 나오키가 기다렸다는 듯 구르듯 앞쪽으로 들어왔다.


“위험해!!!”


나오키의 기습은 칠수도 예상한 상황이었다. 칠수가 점프하듯 옆으로 피하자 나오키가 바닥에 크게 한 바퀴 굴렀다.


칠수가 노린 타이밍은 지금이었다. 몸을 웅크린 나오키를 향해 짧은 원투 펀치를 갈겼다.


“그렇지!!!”


아래에서 보고 있던 최 대표의 목소리였다.


남은 2라운드는 졸전의 연속이었다.


나오키가 계속 앞으로 구르고 칠수가 피하고, 기어 오는 나오기의 두 손을 칠수가 밀어내는 식이었다.


“우우우우우!!!”


유리한 고지에 있었지만 절대 칠수도 쉽지 않았다.


숨을 헐떡이는 칠수에게 정 관장이 물 한 병을 통째로 들이부었다.


“잘하고 있고 명심해야 해. 절대! 붙지 마! 판정 가도 네가 이겨!!”


“알았어요!”


옆에서 인계석도 한마디 거들었다.


“형, 킥도 좀 섞어 보세요. 너무 킥을 안 섞었어요. 아무 때나 쓰지 말고 나오키 휘청거리거나 일어날 때 한 방씩!”


생각해보니 1, 2라운드에 적중된 킥이 하나도 없었다.


“좋아, 킥 전략 접수!!”


3라운드의 나오키는 신중했다. 가드를 단단하게 올린 채 한 걸음씩 앞으로 다가왔다.


<잡기만 하면 끝이다.>


아무리 어떤 포즈를 취하건 나오키의 속은 칠수가 완벽하게 읽고 있었다.


잡아서 넘기고, 서브미션을 건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나오키의 전략이다.


일어서서 다가오자 칠수의 아래쪽이 여유로워졌다. 기어 올 때 비해 훨씬 마음이 편했다.


“형, 아까 말한 거!!”


인계석의 소리가 들리자 제대로 한 방 장전한 칠수가 강력한 로킥을 날렸다.


“오오오오!!”


처음 터진 칠수의 로킥에 관객들이 소리를 질렀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가오는 나오키에게 다시 한 번 로킥을 강하게 날렸다.


“오오오오오!!!”


이제야 조금씩 객석이 달궈지는 거 같았다.


두 번째 킥이 효과가 있는 듯, 휘청거리며 나오키가 달려들었다.


하지만 중심을 잃고 덤벼드는 나오키는 너무나도 빈틈이 많았다.


특히 안면에 대한 방어는 하나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덮쳐드는 상대의 안면에 날리는 니킥. MMA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 중 하나였다.


‘뻑!!!’


얼굴에 칠수의 니킥이 강력하게 꽂혔다.


“좋아!!!!!”


하지만 여전히 칠수는 냉정했다.


뒤로 고꾸라졌지만, 눈빛만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뒤로 누운 나오키가 들어오라며 손짓을 보냈다.


당연히 들어갈 생각이 없는 칠수였다.


칠수가 일어나라고 손짓했다.


“스탑! 스탠드업!”


심판의 제지에 나오키가 아주 천천히 일어났다.


나오키의 양쪽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조센징!!!”


일어선 나오키가 다시 뒤로 발라당 눕더니 손짓했다.


“우우우우우우!!”


자국 팬들에게도 야유를 받는 나오키였다.


칠수는 어쩔 수 없었다. 일어나라고 다시 한 번 손짓했다.


“스탑! 스탠드업!!”


“칠수야, 절대 말리지 마! 1분 남았어!”


하지만 나오키는 그 1분 조차도 버틸 힘이 없어 보였다.


앞으로 덮쳤다가 구르기, 드롭킥에 이은 태클, 뒤로 자빠져서 도발. 모두 그래플링을 유도하는 전략이었으나 너무나도 빤히 보였다.


칠수는 그런 나오키를 똑바로 바라보며 한 발, 두 발 차곡차곡 적립했다.


“10초!!!”


10초 카운트가 들리자 나오키가 다시 가드를 들고 달려들었다.


그렇게 달려드는 나오키는 이번에도 빈틈 투성이었다.


칠수가 답답했던 그간의 심정을 풀어 버리듯 나오키의 허리를 감싸고 테이크다운을 성공했다.


“예에에에에에!!!!”


나오키 태클이 수십 번 실패하고 칠수가 시도한 단 한 번의 태클이 성공했다.


아래 깔린 나오키가 무언가를 해보려 했으나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러버 가드를 위해 다리를 올리려는 중 공이 울렸다.


“스탑!!!!”


너무나도 완벽한, 너무나도 일방적인 칠수의 경기였다.


“야, 이거 30대 26, 아니 30대 25는 나오겠다!”


정 관장이 기쁨을 숨길 생각도 없이 외쳤다.


얼굴 곳곳이 부어오른 나오키와 달리, 칠수의 안면은 깔끔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생각 못 한 게 있었다.


이곳이 일본이라는 점이다.


“저지 원, 30 대 28 조칠수”


“저지 투. 29대 28 나오키”


나오키 판정이 나오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말이 되냐?”


“미친 일본 새끼들!”


이언규와 인계석도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저지 쓰리, 30대 27······.”


거의 1시간 같던 몇 초였다.

.

.

.

.

.

“저지 쓰리. 30대 27 조칠수. 조칠수 센슈 쇼리!!”


심판 2대 1 스플릿 디시전. 조칠수가 거둔 최초의 판정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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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부적을 찢다 20.02.28 329 7 7쪽
76 능구렁이 20.02.27 320 8 7쪽
75 타이밍 태클 vs 러버 가드 20.02.26 333 7 7쪽
74 안갯속의 생자베르 20.02.25 316 7 7쪽
73 폭풍전야 20.02.24 310 9 8쪽
72 베스트 컨디션 20.02.21 338 7 8쪽
71 마치다를 복사하다 20.02.20 325 6 7쪽
70 새 기술의 장착 20.02.19 337 7 8쪽
69 명불허전, 플라잉 더치맨 20.02.18 330 7 7쪽
68 생자베르 파헤치기 20.02.17 350 7 8쪽
67 부산 MT 20.02.14 363 8 8쪽
66 도발의 결과 20.02.13 349 8 7쪽
65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20.02.12 364 7 7쪽
64 파란 눈의 영양사 20.02.11 368 7 8쪽
63 폭군 호세 자르도 20.02.10 390 7 8쪽
62 새로운 도전 20.02.09 398 8 10쪽
61 스피닝 엘보 20.02.08 398 8 8쪽
60 UFL 체육관 20.02.07 442 7 10쪽
59 다윗과 골리앗 20.02.06 429 6 8쪽
58 미친개와의 혈전 +2 20.02.05 428 6 9쪽
57 죽이기 위해 태어난 파이터 +2 20.02.04 448 7 7쪽
56 겹경사, 그리고 +2 20.02.03 449 8 7쪽
55 이게 바로 농락이다 20.02.02 458 8 8쪽
54 두 수를 내다보다 20.02.01 452 8 8쪽
53 DJ켄의 본 모습 20.01.31 450 8 7쪽
52 옥타곤홀릭 20.01.30 443 8 8쪽
51 DJ에 반하다 20.01.29 459 9 7쪽
50 완벽한 준비 20.01.28 491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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