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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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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반쪽
작품등록일 :
2011.04.23 00:44
최근연재일 :
2011.04.23 00:44
연재수 :
3 회
조회수 :
2,185
추천수 :
17
글자수 :
6,982

작성
11.04.20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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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
추천
5
글자
4쪽

토스타니카의 방

DUMMY

36일 째. 난 다시 목을 매달았다. 이번이 세번 째 시도였다. 넥타이를 풀어서 천장에 매달고는 동그란 구멍 안으로 머리를 끼워 넣었다. 정면엔 그저께부터 멈춰버린 시계가 보였고 어렴풋이 시계의 유리에 내 얼굴이 비추었다. 잠시 굳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본능적인 불안감에 내려올까 생각했지만 이를 악물고 심호흡을 했다.

곧이어 넥타이를 잡아 당겨서 단단히 목에 고정시키자 빳빳하게 뻗친 그것이 목을 죄여왔다. 나는 발을 딛고 있던 의자를 그대로 걷어찼다.

순식간에 넥타이는 축 늘어진 나의 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얼굴이 빨갛게 부어올라왔다. 빠져나가지 못하는 공기가 몸 안쪽에서 팽창하고 있었다. 온 몸이 터져버릴 듯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머리가 멍해지는 것이 느껴지며 아득히 먼 곳에서 흰 빛이 시야를 삼켜버리는 것 같다. 의식이 사라져가는 그 순간. 극한의 두려움이 몰려온다.

으힉.

그제서야 난 발악을 한다. 살고 싶다. 이번엔 정말 죽을 것 같아- 라는 생각을 한다. 뇌로 가는 피와 산소가 끊기고 있는 것 같다. 입가에 침이 고인다. 혀가 뒤로 말려 들어가서 목구멍에 틀어박히고 있다. 으기긱. 눈알이 내 의지와 사방으로 뒤흔들린다. 시야는 이미 멈춰버려서 아무 것도 보이질 않는다. 넥타이를 긁어대던 내 팔에 힘이 풀린다. 팔이 축 늘어진다. 발버둥도 서서히 멈춰갔다. 온 몸이 나른해진다. 짜릿한 뭔가가 속옷을 적신다.

스파크 같은 마지막 쾌감을 느끼며 난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난 다시 눈을 떴다.

백열등이 내 눈을 비추고 있다. 새하얀 이불 속에 난 파묻혀 있다. 난 목을 만져보았다. 넥타이 자국 조차 없다. 헛웃음이 났다.

이번에도 죽지 않았다. 등골이 오싹했다. 온 몸이 뻐근할 뿐이었다. 이불을 젖히고 몸을 일으켰다. 누군가가 내 옷을 갈아 입힌 듯- 새 옷이다. 역시... 난 머리를 지압하면서 방바닥을 딛고 일어선다.

난 거울을 바라보았다. 퀭한 눈동자와 더러운 수염. 그리고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자라있다.

지난 37일 간. 문이 굳게 닫힌 오평 남짓한 공간이 날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티비도 없고 신문도 없다. 창문이 있을 자리엔 그림액자가 걸려있다.

누가 날 이 곳에 가둔걸까. 난 누구였을까.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난 몸을 돌려 책상으로 향했다. 책상 조차 흰색이다. 이 곳에서 제대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내 몸에 있는 털들과 혀바닥 뿐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책상엔 내가 정리 해놓은 노트가 그대로 놓여있다. 방에 몰래 들어와 내 옷을 갈아입히고 날 치료하고 나갔을 정체 불명의 자들도 이 노트는 건드리지 않았다.

난 습관적으로 노트를 펼쳤다.

노트에는 그 동안 내가 이 방에서 머물며 발견한 규칙들이 적혀있다. 빠져나가기 위해 모든 것들을 관찰했던 것이다.

0. 식사는 일정한 시간에 맞춰서 ‘식사통’ 에 채워진다. 때에 맞춰 식사통을 열어보면 먹을 것이 들어있다.

1. 냉장고 속의 우유는 매일 두 개씩 채워진다. 다만 일주일에 한번 세 개가 채워진다.

2. 일주일에 한 번씩 액자에 걸린 스케치(색깔이 없는 그림)이 바꿔 걸린다.

3. 일주일에 한번 거울이 방에 들어온다.

4. 내가 자는 동안 옷들은 매일 갈아입혀져 있다. 내가 잠들지 않으면 옷은 그대로다.

5. 삼일 에 한번.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6. 날짜를 알아볼 수 있도록 달력을 누군가가 뜯어간다.

......

그리고... 난 연필을 집어 들었다.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야 했다. 그 전에 슬쩍 고개를 돌려 신발장을 바라보았다.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런건가...’

난 연필로 규칙을 추가 했다.


7. 자살 시도를 하고 난 다음 날이면 상자 배달된다. 상자 안에는 임의의 물건이 하나씩 들어있다.


작가의말

그림자세계(뿔미디어.2010) 완결 후, 처음 소설 연재네요.

연재 주기는 불분명하지만 연중은 없겠습니다. 바쁜 일이 정리되면 연재 주기도 맞추어서 연재하겠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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