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전설 #09-한 건 할려나 보네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고도리 선생은 방에 도착하자마자 침대로 뛰어 들었다.
너무나 피곤해서 쓰러지듯이 잠들었다.
그리고 2시간 정도 지날 무렵부터 꿈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꿈을 꿀 것이라는 건 예상했다.
난 이미 꿈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검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보통의 생각 속의 푸른 바다가 아니다.
검은 바다.
검은 하늘.
그리고 조금의 달이 보이는 사이로 검은 구름.
바다가 흔들리며 거대한 용이 튀어 올라온다.
용의 얼굴이 말같이 생겼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일반적으로 뱀이나 거대한 도마뱀 같다고 생각해왔는데···.
이제 보니 말에 가까운 얼굴이다.
코에 수염이 달린 거대한 말의 얼굴.
그리고 그 용이 날 쳐다본다···.
슬픈 눈.
분노에 찬 표정.
"꼭 막아야 하겠는가?"
내 머리 속에 한 마디의 말이 들리면서 난 잠에서 깨어났다.
허억.
허억.
난 냉장고 문을 열어 생수를 벌컥 벌컥 마셨다.
새벽의 어느 시간.
반대쪽 벽에 걸려있는 전자시계 형태의 벽시계를 봤다.
새벽 3시가 넘어가는 시간.
잠든 지 2시간 정도가 지날 무렵이어서 머리가 띵하지만···.
후우.
난 큰 숨을 내쉬었다.
"막아야겠어. 사람을 잡아먹으면서 용이 된 이무기니까. 그런 이무기가 변한 용이 어떤 짓을 할지 모르잖아. 그러니 그전에 내가 막을 거야."
난 혼자 중얼거렸다.
침대 끝에 걸터앉아서 검은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담배를 한 대 꺼내물었다.
큰 창 옆의 작은 창을 열었다.
생각보다는 서늘한 공기가 들어온다···.
대만은 밤과 새벽은 아주 차가운 공기가 형성된다···.
낮의 무더움과 다른 차가움.
후우.
길게 뿜은 담배 연기가 창밖으로 빠져나간다..
"미안하지만 이번에도 반드시 막아야겠어.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알게 된 이상 말이야. 그리고 그것이 큰 손님의 뜻이니까. 지금 우리는 큰 손님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거잖아."
후우.
다시 길게 나오는 담배 연기가 창밖으로 나가 흩어진다···.
새벽의 잠을 깨운 꿈.
내일은 진짜 뭔가 일어날 예정인가보다.
고도리 선생은 다시 한번 물을 마셨다.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
아침까지 푹 잤다.
이후 새로운 꿈을 꾸지 않았다.
꿈인지 그들이 일부러 내 꿈에 들어온 것인지 모르겠다.
내 꿈에 들어올 정도로 그들이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 꿈은 큰 손님이 나에게 보여준 것일 테다.
사건의 진실을 알아낸 나에게.
그는 아마도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우리가 맞춘 퍼즐이 맞는다는 걸 확인시켜 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내 생각이 맞는다면.
아마도 의심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의미로 느껴졌다.
치익.
담배를 입에 물고 냉장고 안에 어제 사 온 캔 커피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작은 창을 열어 공기를 빠져나가게 했다.
"나쁜 새끼들. 우릴 속이려 들다니···."
난 누구인지 모를 그 들에 욕지거리를 날렸다.
앤젤라는 그래도 꽤 귀여웠는데 나랑 비슷한 나이의 아줌마라니.
그건 참 묘한 일이다.
그 늙은 아저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 2명이 왜 나에게는 아버지와 딸처럼 느껴지는지.
"묘하단 말이야. 그냥 대장과 부하 뭐 이런 느낌이 아니야. 왜 나에게 그들은 아버지와 딸처럼 느껴지는 거지?"
후우.
연기는 길게 작은 창문 틈으로 빠져나간다..
"그게 지금 중요한 일은 아닌 건가?"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나에게 떠나지 않는 생각은 떨치기 어렵다.
내 머릿속엔 그게 자꾸 맴돈다···.
답을 찾긴 어렵다.
어저께 그 파일을 유심히 봤지만 두 명은 가족 관계는 아니었다.
남자는 일본사람.
여자는 대만 사람.
정확히 떨어져서 살던 사람들이었다.
"으아. 모르겠다."
나는 머리를 긁으며 소리를 한 번 치고 마지막 담배를 길게 뿜었다.
담배 연기는 작은 창을 통해 대만이 공기와 섞여들었다.
"좀 씻고 나가서 밥이나 먹어 둬야겠어. 여기까지 왔는데 우육탕만 매번 먹을 순 없지."
난 카톡을 꺼내 들었다.
[연희! 우리 소금 커피랑 새우 완자 먹으러 가자.]
잠시 후 답변이 왔다.
[ 그래요. 30분 뒤에 로비에서 봐요.]
난 머리를 감고 드라이로 말렸다.
그리고 여권을 챙기고.
두고 가는 건 없는지 확인했다.
어쩌면 대만의 살인마들인 그 2명에게 당장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
연희와 같이 있어야 움직이기 편하다.
그래야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연희가 옆에 있어야 큰 손님은 제대로 나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적어도.
그것만은 확실하다.
****
"네? 헬기를 준비하라고요?"
대만 경정 서에서 담당자가 깜짝 놀란다···.
"아니 오늘 갑자기 타이베이 101 옥상에 즉시 출동용 헬기라뇨."
"아놔. 말 많네. 거기서 지우펀으로 날아갈 거야."
"아니. 팀장님이 무슨 서장님도 아니고···. 가뜩이나 어수선한 판에···."
"어수선하니까. 헬기 하나 예약 잡기 쉽잖아. 보고도 안 해도 되고."
담당자는 황당한 표정으로 김준철 씨를 쳐다본다···.
김준철 씨는 그의 팔을 잡고 끌고 나간다···.
"옥상 가서 이야기하자. 내가 캔 커피 하나 살게."
"네? 준철 씨가 캔 커피를 산다고요?"
헬기를 빌려달라는 것보다 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담당자는 준철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왔다.
옥상에 있는 캔 커피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퉁탕하는 소리와 함께 캔 커피 2개가 나왔다.
"자. 여기 마셔. 4년 만에 내가 쏘는 거야."
"4년 전 그 사건 이후 처음이시네요."
둘은 구석에 있는 흡연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물었다.
"헐. 준철 팀장님 담배도 사신 거예요?"
"응. 오늘 하나 샀어. 여기 한 대 피워."
준철은 말보로를 그에게 건넸다.
물론 말보로에는 "면세품"이라는 마크가 찍혀있다.
어젯밤 연희로부터 받은 말보로 2갑이었다.
마지막 헤어질 때 연희가 호주머니에 슬쩍 넣었다.
택시를 타는 자신들이 좀 미안했나 보다.
그는 지하철에서 그 말보로 2갑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좋은 사람들이네···."
그가 중얼거리면서 슬쩍 웃었다.
고도리 선생과 연희의 모습을 생각했다.
고도리 선생의 능력도 말로만 들었지 처음 봤다.
"그 녀석들이라면 진짜 해결할지도 모르겠네."
어젯밤의 그 지하철에서의 기분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그는 헬기 담당자에게 진심으로 부탁했다.
"4년 전 사건으로 인해 친한 친구 아들이 죽었어. 범인이 누군지 아는데도 잡지도 못하고 말이야."
후우.
말보로의 짜릿한 맛이 느껴진다···.
"그건 그렇죠. 그 2명은 알리바이가 확실했어요. 심지어 근처 편의점 CCTV에도 찍히고."
"그 CCTV에 그들은 찍혀있었지만 멍하게 앉아만 있었어. 뭘 마시거나 이야기하지도 않고 말이야."
"그건 그렇지만. 멍하게 있는 게 죄는 아니니까."
둘은 담배를 피우면서 캔 커피를 마셨다.
"이번에 그 새끼들을 잡을 기회가 왔어. 그러니 헬기 한 번 빌려줘."
"아니 그건 빌려줄 게 아니잖아요. 헬기라니까요. 볼펜 같은 게 아니라."
"나중에 내가 책임질게. 대신 잘 마무리하면 너랑 나랑 특진이야. 무려 급여가 5만 위안 더 늘어 잘 수도 있어,"
그 담당자는 다시 한번 하늘을 쳐다본다···.
그리고 담배를 길게 뿜었다.
"전 팀장님과 10년 넘게 일했거든요. 이렇게 커피와 담배를 준 건 처음이네요. 그때 CCTV 데이터 볼 때도 커피만 사줬는데···."
그 담당자는 준철을 보고 싱긋 웃었다.
"그래요. 섭외해 놓을게요. 오늘 대만 뉴스용으로 하나 섭외하겠습니다. 밤 9시부터 12시까지 사용하고 갖다 놓으세요. 그 헬기."
후우.
담당자는 포기한 듯 웃으면서 담배 연기를 뿜었다.
연기는 하늘로 다시 올라간다···.
"고마워. 너 1계급 특진. 내가 책임진다."
김준철 팀장은 담당자의 어깨를 한번 툭 치며 말했다.
"제발. 그러길 바랍니다. 우리 감봉은 당하지 마시죠."
담당자는 한 번 더 웃었다.
그리고 준철에게 물어봤다.
"진짜 자신 있어요? 이번 범인 잡는 거?"
"응. 자신 있어. 방송용 헬기로 섭외해주고 거기 우리가 쓰는 카메라 몇 대 달아줘. 드론은 달지 말고. 그건 부서질 수도 있으니까."
"진짜 방송국 용으로 나가는 거예요?"
헬기 담당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본다···.
준철은 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했다.
"증거 자료 있어야지. 너랑 나랑 특진할 거 아냐."
준철은 담배를 비벼 끄고, 담당자의 어깨를 툭 치며 내려간다···.
"어디 가요? 팀장님?"
"응. 총 대여하러. 이놈의 대만 경찰은 총 하나 받으려면 문서가 몇 장인지 몰라. 필요한 총알 수만큼 문서가 필요하니···. 아 짜증 나!! 미국 경찰 되고 싶다."
그는 아래로 사라졌다.
그를 바라보는 담당자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아놔. 진짜 오늘 뭔가 한 건 하려나 보네. 저 조용한 양반이···."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새벽에 잠이 깨면.
참 피곤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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