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전설 #12-생각충의 대결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도착했어. 좀 늦은 감이 있으니 얼른 가자고!"
나는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감이 나쁘다.
얼른 지도로 확인한 그 골목으로 내려간다.
앞에 펼쳐진 화려한 붉은 조명.
밤이 늦었지만 그래도 이곳은 최고의 관광지.
"같이 가요!
연희와 준철은 나의 뒤를 따라온다.
느낌이 좋지 않다.
여기서 늦어 버리면 난 신 급의 상대를 만나야 한다.
그 개 쥐새끼와 싸울 때도 상처를 입었는데···.
신 급의 용이 되어버리면 우리가 막을 수 없을지 모른다.
****
"가···. 가슴을 한 번 더 만지게 해주세요."
무릎을 꿇고 빌다시피 엔젤라 쪽으로 다가오는 돼지 일본 관광객.
갑자기 그의 앞에 노신사가 나타났다.
"엔젤라. 수고했어. 이 녀석은 내가 처리할게."
"모르고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불쌍하긴 하지만 저 새끼는 그냥 죽어도 될 거 같아요."
엔젤라는 뒤로 물러섰다.
노신사는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아이고 아버님이 계신지 몰랐어요. 이거 일부러 이렇게 해서 돈을 뜯어내는 대만의 꽃 뱀인 줄 몰랐네. 이 나쁜 년아!! 내가 일본 관광객이라 부자처럼 보이니 이렇게 돈을 뜯어내는 건가?"
돼지 일본 관광객이 소리치다 갑자기 오른쪽 어깨가 차가워짐을 느꼈다.
그가 무의식중에 바라본 그의 오른쪽 어깨는 사라졌다.
팔도 같이 사라지고 말 모양의 얼굴이 자신의 어깨를 물고 피를 빨고 있었다.
"뭐···. 뭐야. 이거···."
커다란 말의 얼굴이 자신의 팔과 어깨를 먹으며 피를 빨고 있다.
신기하게도 아프지가 않다.
오히려 약간 간지러우면서 몽롱해지는 느낌.
드라큘라가 여자의 피를 빨 때 여자들은 성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한다.
모기가 피를 빨 때도 우리는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외려 약간의 간지러워 몸을 느낀다.
"어···. 어···. 이게 뭐야. 이 말 머리가 왜 날 잡아먹고 있지?"
안 그래도 난생처음 진짜 여자의 가슴을 만진 그 손 느낌.
그 몽롱한 행복함.
맨날 모니터로만 보던 가슴을 실제 느끼고 나서의 행복함에 아랫도리가 젖어 들던 그 일본 돼지 관광객은 그 자리에 털썩 앉았다.
왜인지 다리에 힘이 풀린다.
의학적으로 그는 자신의 피를 빨리고 있다 보니 현기증이 난 것이다.
노신사는 이무기였다.
인간형으로 변하기도 하고 이무기로 변하기도 한다.
워낙 오랫동안 힘을 축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신급의 용으로 변하기 전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자신을 숨기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마치 지금 큰 손님의 신기를 아무도 느끼지 못해서 두려워하듯이.
이들은 자신이 귀신임을 완벽하게 숨기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무기로 변한 노신사.
그 무시무시한 모습에 돼지 일본 관광객은 충격을 받았다.
"대···. 대만은 치안도 안전하고 여자들도 예쁘다더니···. 아니잖아!"
그는 정신적 충격에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를 지탱하는 건 그 가슴을 만진 기억뿐.
"그럼 이제부터 너의 머리를 부수고 목으로 피를 다 빨아버리겠다."
이무기는 그의 어깨 위로 올라탔다.
이무기만의 마지막 머리와 목의 피를 즐기는 방법.
누군가의 어깨 위에서 한 번에 삼키고 빠는 것.
그만의 시그니쳐였던 것이다.
****
"어. 고도리 선생님?"
엔젤라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고도리 선생은 그녀를 지나쳐서 뛰어와서 이무기의 앞에 섰다.
"노 신사님이 이무기였군요."
나는 그 앞에 정신 나간 표정으로 앉아있는 돼지 일본 관광객을 한 손으로 잡아 뒤로 던졌다.
그는 휙 날아가서 저 뒤쪽의 엔젤라는 지나 어딘가 벽을 넘어 떨어졌다.
"내 먹이를 낚아챈 거냐. 네 놈이?"
이무기는 말의 얼굴로 희번들한 눈을 부라리다가 주먹을 고도리 선생에게 뻗었다.
탁.
그의 주먹은 고도리 선생에게 잡혔다.
고도리 선생은 이무기의 왼쪽 다리를 오른발로 찼다.
맞은 이무기는 무릎 쪽이 무너지며 아래로 약간 무너졌다.
빡!
무너지는 순간 고도리 선생의 어퍼컷에 이무기가 뒤로 날아가서 트럭의 방수천에 부딪히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내가 예전에 좋아했던 로쿠데나시 블루스라는 일본 만화 주인공인 타이손이 이렇게 약간 굽힌 다음 어퍼컷을 날리거든. 대부분이 맞으면 너처럼 날아간다."
난 담배를 꺼내물고 불을 붙였다.
치익.
후우.
엔젤라의 옆에는 연희와 준철 아저씨가 도착했다.
준철 아저씨는 품에서 총을 꺼내 엔젤라를 겨누고 있었다.
"당신들 타이베이 101에 있는 거 아니었어?"
엔젤라는 이런 상황이 온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차분하게 뒤로 움직여 벤치에 앉았다.
연희와 준철 아저씨도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지금이라도 얼른 도망가요. 타이치 아저씨가 분노해서 힘을 풀면 당신들은 다 죽어요. 지금은 그가 힘을 아끼고 있죠. 용이 되려면 그 때 필요한 힘을 아껴두어야 하니까. 어! 악! "
연희가 이야기 하고 있는 엔젤라의 뺨을 때렸다.
"시발 그 주둥아리 좀 닥쳐 줄래요?"
엔젤라는 입에서 피가 흘렀다.
"나 미국에서 좀 치던 여자거든요. 샌프란시스코의 아시안 여자애들이 나한테 맞이 줘 터졌거든요."
연희는 엔젤라를 노려보며 말했다.
엔젤라는 피를 쓱 닦으면서 싱긋 웃었다.
"역시 보통 아가씨가 아니네."
"당신들이야말로. 보통이 아니시죠."
연희는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나와 할머니를 속일 정도로 대단하신 분들. 심지어 귀신이 우리 점집에 인간의 모습으로 들어와서 있다가 가다니···. 난 다른 건 모르겠고 타이치라고 하는 저 이무기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네요."
"하긴 난 인간이고 그는 귀신인데 그쪽을 완전히 속여버렸으니 열 받을 만도 하겠네요."
"열 받고 안 받고 문제가 아니야. 이게 가능한 일인가 자체에 의문을 가지는 거지."
"큰 손님이라는 신급 귀신과 연결되어있다고 들었어요. 신급에 가까운 귀신들은 자신의 귀기를 완전히 없애거나 숨길 수 있어요. 아마도 지금 큰 손님은 완전히 숨은 상태인 거야. 당신들에게 일을 맡긴 채."
엔젤라도 담배를 꺼내서 불을 붙였다.
얇은 담배가 엄청 섹시해 보인다.
김준철 아저씨는 깜짝 놀라서 자기가 불을 붙여줄 뻔했다.
"어이구. 아저씨는 총이나 잘 겨누고 있어요."
"아···. 그러게 말이야. 내가 움찔해버렸네."
"노련한 아줌마라서 그런지 뭐 저리 자연스러워."
쓰러져 있던 이무기는 노신사의 모습으로 변한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수포에서 물이 묻어 있어서 초라해 보였다.
추우우우우···.
노신사의 몸에서 수증기가 올라오면서 그 물이 말라버렸다.
그리고 말끔한 모습으로 변했다.
"고도리 선생이라고 했던가? 우리의 실수군. 욕쟁이 점집에 대한 조사가 1년 전 조사라서 당신을 몰랐다. 이후 당신을 만나고 당신의 그 기운에 놀라서 조사해봤지. 엄청난 놈이더군. 당신."
타이치이라고 불렸던 노신사.
그 노신사는 이무기였다.
실제로는 엔젤라가 데리고 다니는 귀신인 셈이다.
오히려 무당은 엔젤라 쪽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고도리 선생은 다시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음. 엔젤라는 나의 무당이 아니야. 난 무당이자 나 자체로 귀신이다. 즉 인간과 이무기가 합쳐져 있는 형태. 내가 원하면 인간이 되기도 하고 원하면 귀신이 되기도 한다."
노신사는 툭툭 팔을 털면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후우.
내 담배 연기가 주변을 휘몰아치며 그에게 빨려 들어간다.
"뭐야. 내 생각을 읽는 건가?"
"아니. 생각을 읽어내는 능력은 없다. 가장 갖고 싶은 능력이었다. 난. 그냥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추리해보는 거다."
타이치.
인제야 그 이름이 익숙하다는 걸을 깨달았다.
유명한 중국의 사건 해결사.
아주 오래전 그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청나라 시절.
상하이를 주름잡던 일본인과 중국인의 혼혈.
그의 아버지가 중국인 태극권의 고수였는데 그래서 아들의 이름을 태극이라는 일본어와 중국어의 방식으로 지었다.
그는 엄청나게 좋은 두뇌와 태극권의 힘으로 많은 사건을 해결했다고 전해지는 전설의 탐정 같은 사람이다.
중국판 셜록 홈스 같은 사람.
아니 싸움 잘하는 셜록 홈스 같은 사람이 맞으려나.
인제야 이해가 된다.
그 이무기를 자신의 귀신으로 달고 다녔던 무당이라면.
이 모든 이야기는 진실이 되는 거다.
"당신. 그 이무기를 데리고 다니면서 청나라 시절부터 유명한 탐정이었던 타이치란 말이군."
엔잘라도 놀라는 표정이었다.
노신사는 아주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작게 손뼉을 치며 고도리 선생 쪽으로 다가왔다.
"대단하군. 당신. 맞아. 내가 바로 그 청나라 최고의 무당 타이치일세."
"아니. 그 타이치를 먹어 버린 이무기겠지."
난 담배 연기를 길게 뿜으며 피식 웃음 지었다.
"이미 이 무당이었던 남자는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나에게 목숨을 바쳤다. 온전히 나와 계약으로 한 몸이 되어버린 거지. 맞아. 네 녀석 말대로 사실 난 이무기에 가깝다.
그래서 그 욕쟁이 할머니를 완전히 속인 거야. 그때는 진짜 인간이었기니까."
그는 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서로 얼굴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
후우.
난 마지막 담배 연기를 그의 얼굴에 뿜었다.
"그 피로 힘은 충분히 생겼지만, 생명력을 빨아들이지 못해 아직은 용이 되기 좀 부족할 테고···. 이무기로서 힘을 쓰자니 용으로 변할 힘이 부족할 테고···. 진퇴양난이지? 타이치?"
고도리 선생은 담배를 바닥에 뱉었다.
평소에 아주 싫어하는 행태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재떨이를 찾긴 그랬다.
"응. 아주 진퇴양난이었다. 근데 힘을 좀 쓸까 해."
타이치는 씩 웃음을 지었다.
"지금 힘을 써서 네 녀석만 넘겨버린다면, 여기 먹을거리들이 잔뜩 있잖아. 특히 저 연희라는 애는 그냥 먹기만 해도용 중에 특등 용이 되겠지."
타이치는 주먹을 불끈 쥐고 귀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아. 시발."
난 그 기에 밀려 뒤로 밀려 나갔다.
작은 태풍이 그를 휘감는 모습으로 귀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강했다.
그리고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귀신과 귀신이 싸울 때 만들어지던 공간.
"아무도 못 나갈 것이다. 이 밖으로는."
엔젤라와 연희, 김준철 아저씨 쪽까지 귀신의 결계 박스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결계를 만들 거라는 건 알았어. 아까 담배 연기가 네 안으로 빨려 들어갈 때부터."
난 두 손을 꽉 쥐었다.
파악.
내 두 손에는 파란색 불꽃과 붉은색 불꽃이 각각 만들어졌다.
"기다리고 있었어. 이 새끼야. 내가 여기서 멈춰줄게. 100년간의 너의 악행을."
"후후. 재밌겠네. 이렇게 날 흥분시킨 녀석은 네가 처음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결계 안의 귀기들의 흐름이 부딪혀 바람을 만들었다.
두 명은 노려보고 있었다.
누가 먼저 들어갈 것인지를 생각하는 모양이다.
100년 된 중국계 일본인 생각 충 타이치.
45세가 된 한국계 빚쟁이 자살자 생각 충 고도리 선생.
이렇게 타이손이 어퍼컷을 날립니다.
로쿠데나시 블루스
1988년부터 1997년까지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된 만화로 작가는 모리타 마사노리. 또는 이 것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나 실사 영화를 말한다. 만화판은 단행본 전42권, 문고판 전25권으로 완결되었고, 잡지 게재 시 컬러 페이지를 완전 재현한 슈우에이사(社) 오리지널판이 전12권 예정으로 2008년 현재 발행 중이다. 작가 모리다 마사노리는 북두의 권의 작가 '하라 테츠오'의 어시스턴트 출신으로, 본 작품으로 단숨에 스타 만화가의 반열에 올랐다.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는 루키즈가 있다. 현재까지 발행부수는 무려 6천만부로 H2, 바람의 검심등과 비슷한 판매량을 보유하고 있다.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진짜 싸움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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