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전설 #15-파멸(수정)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아까와 다른 강한 기의 흐름이 휘몰아친다.
이무기의 다리 밑에서 올라오던 작은 기의 기운은 그를 휘감았다.
후우 우우.
기묘한 소리와 함께 그를 휘감은 기운은 완전히 이무기를 감싼다.
"이거 괜히 너무 긁었나."
고도리는 약간의 쓴웃음과 함께 자신의 에너지도 정리해본다.
"하아. 큰 손님의 에너지도 장난 아니네. 다시 다 차올랐어···."
그는 이런 전투를 하면 할수록 큰 손님이라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저 이무기도 전투의 시간에 따라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을 위한 행동을 한다.
하지만 큰 손님으로부터 받는 기운은 언제나 "만땅"상태.
즉. 아직 큰 손님의 힘을 완전히 개방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쳐서 이제 하나의 힘도 남지 않은 상태 같은 건 느낀 적이 없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이무기 쪽의 기가 개방되었다.
그는 더 큰 몸을 하고 있었다.
아까보다 2배 정도 커진 몸.
그리고 더욱 괴물에 가까운 몸이 되어있다.
그의 몸은 아까와 달리 약간의 물로 젖어있다.
****
"완전히 이무기로 변해버렸어······."
엔젤라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혼잣말이었지만 당연히 모두가 들었다.
"완전한 이무기? 저렇게 커지고 물이 뚝뚝 흐르는 저 모습이 완전한 이무기라고?"
"나도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야. 예전 일본군들에게 둘러싸여서 잡히기 직전에 한 번 변한적이 있는데···."
"저렇게 모든 기를 폭파하면, 용으로 변하는 건 안 되는 거 아냐?"
"연희 너 정도의 생명력을 가진 자를 먹으면 가능할지 모르지. 저기 준철이라는 대머리 경찰 아저씨와 함께."
"뭐 이런 미친X이! 한 대 더 맞을래?"
엔젤라는 연희의 흥분 상태를 보지도 않고 두 다리를 쭉 뻗으며 이야기했다.
"그래도 불가능할 거야. 아마도. 저 정도 힘을 사용하면."
연희가 엔젤라를 보지도 않고 입이 삐죽 나왔다.
"그렇군. 결국, 오늘 용이 되긴 글렀다는 거네. 우리라는 변수 때문에."
"포기한 거지. 오늘 용이 되는 것은···. 저 고도리라는 남자를 이기는 것에 온 힘을 다하기로 한 거야. 또 도망 다니면서 몇 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네."
엔젤라는 묘한 웃음을 지었다.
어딘가 슬프면서도 기분 좋은 웃음.
"그럼 당신은 타이치와 또 같이 세상의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살인을 해야 하는 거잖아. 그게 좋아?"
"아니. 그건 싫어. 그래도 그와 함께 있을 시간이 늘어났잖아. 내가 살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난 만큼."
엔젤라와 연희는 아까보다는 좀 더 부드러워진 목소리다.
어느 정도 자신들의 인생의 평행선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것과 관계없이 대만의 경찰이자 한국 국정원 정보부 소속의 준철은 무지 열 받은 상태였다.
"닥쳐 줄래. 너희들은 오늘 여기서 이기건 지건 간에 대만 경찰들에게 잡힐 거고. 적어도 너희가 저지른 악행의 벌은 법으로 받게 될 거니까."
준철은 다시 총을 꺼내 들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손을 길게 뻗었다.
그의 총구가 겨누고 있는 건 이무기의 목이었다.
"오랜만에 사격해보지만, 나 사격 엄청나게 잘하거든. 미안하지만 지금은 고도리 선생을 좀 도와줘야겠어. 이대로 가다간 모두 위험할지 모르니."
엔젤라는 그를 바라보고만 있다.
그리 놀라지 않으면서.
타앙!
준철의 총구에서 불을 뿜었다.
파악!
이무기의 목 쪽에서 물방울들이 흩어졌다.
이무기의 머리가 뒤로 약간 움직였다.
그리고 이내 다시 돌아왔다.
이무기는 준철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다쳤다거나 큰 타격을 입은 건 아니었다.
"말했잖아요. 저런 이무기의 모습을 본 건 일본군에게 둘러싸인 날이었다고···. 그때 그들이 쏜 총알과 각종 무기는 그의 몸에 흠집을 내지 못했어요. 저 물의 방어막이 모든 것을 막아주거든. 대신 오랜 기간 그는 인간으로 변해서 운기조식하면서 살아야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는 그를 다치게 할 수 없어요."
엔젤라는 준철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닥쳐. 제길."
준철은 다시 총을 돌려 엔젤라는 겨누었다.
"저런 괴물. 인간이 막지 못 할 리 없어. 아니 막지 못하면 안 되지."
총은 엔젤라는 겨누고 있지만.
준철은 고도리 선생을 보고 있었다.
고도리 선생은 의외로 담담해 보였다.
그냥 가만히 서서 왼발과 오른발을 들었다 놨다 한다.
그리고 손을 좌우로 들었다 내렸다 하더니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다.
"뭐야. 저 아저씨. 이 상황에서 국민 체조 같은 걸 하고 있는 건가?"
준철은 멍하게 그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으하하. 그렇구나."
준철은 엔젤라를 바라보았다.
"아니. 넌 틀렸어. 인간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줄 거야."
"당신이 가진 총으로, 아니 인간의 무기로는 그를 죽일 수 없다니까요."
엔젤라는 살짝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니라 저 고도리 선생이 보여 줄 거야. 잘 지켜봐. 엔젤라. 네가 저 귀신과 다니면서 잊고 지냈던 인간의 위대함을 말이야."
준철은 엔젤라를 보며 씩 웃었다.
대머리 변태 같았지만 그래도 연희는 웃음을 참았다.
여기서 웃으면 너무 이상해질까 봐.
****
"어! 뭐야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총을 맞은 이무기를 보면서 국민 체조를 하며 몸을 풀던 고도리.
그의 눈앞에 갑자기 이무기가 나타났다.
스윽.
빨리 달려온 게 아니다.
아래쪽에 쏟아져 있던 물을 이용하여 다가온 것이다.
적당한 양의 물만 있다면 그는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면서 다가올 수 있다.
"큭. 이게 이무기의 능력이구나. 물을 이용하는 능력!"
고도리는 또 새로운 시간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는 강렬한 한 방을 느꼈다.
바짝 다가온 이무기는 지금까지와 다른 강한 주먹을 고도리의 배에 꽂았다.
"큭!"
고도리 선생은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배를 맞으면 당연히 고개를 아래로 내려온다.
"아까 말했지. 이럴 땐 어퍼컷이라며?"
이무기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의 얼굴과 거의 닿을 정도로 가까운 고도리의 코에 물비린내가 들어왔다.
빠악.
강렬한 소리와 함께 이무기의 어퍼컷이 고도리의 턱에 곧바로 쳤다.
아까 고도리가 때릴 때와 반대로 물방울들이 터져 나왔다.
고도리 선생은 공중에 붕 뜬 채 뒤로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크크크. 고도리. 이번에 그 뜨거운 어퍼컷은 어떠냐?"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고도리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입에는 약간의 피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이미 그의 손에 있던 불꽃들조차 사라졌다.
"이 주먹맛은 진짜 대단해. 그걸 그사이에 만들어내다니···. 역시 타이치는 무술의 고수라는 걸 알겠어."
"타..타이치라니! 난 그 녀석을 집어삼킨 이무기다. 손에 불꽃도 날아갈 정도로 에너지를 잃어버려놓고 여유 부리는 척하지 마!"
이무기는 눈을 치켜 끄고 승리의 기분으로 고도리를 노려봤다.
응?
근데 고도리는 그런데도 평온하다.
그리고 심지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내 선물은 지금부터다."
고도리는 이무기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파앗!
이무기의 양쪽 귀에서 붉은 불꽃과 푸른 불꽃이 터져 나왔다.
거의 동시에 양쪽 귀에서 불꽃들이 소리를 내며 터져 나왔다.
휘청거리며 비틀거리는 이무기의 귀에서 물이 아니라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으아!"
이무기는 고통스러워하며 무릎을 꿇고 소리를 질렀다.
"빙고. 제대로 걸렸네. 나의 선물이···."
고도리는 오른 주먹을 꽉 쥐었다.
2개의 불꽃이 하나의 색을 만들면서 서로 꼬이며 올라왔다.
양손이 아니라 오른손 하나에 2개의 불꽃이 섞여서 태풍처럼 올라왔다.
"으아아아아!! 이런 시바아알!!!!"
검붉은 피가 양쪽 귀에서 폭포처럼 흘러나온다.
이무기의 눈에서도 검붉은 피가 고이기 시작했다.
그는 패닉에 빠져 무릎을 꿇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
"안···. 안돼!! 멈춰! 거기서 멈춰줘!"
엔젤라가 자리를 박차가 뛰어나가려고 했다.
그녀는 뛰어나가려던 다리가 걸려서 넘어졌다.
꽈당.
엔젤라는 바닥에 뒹굴었다.
"거기서 멈춰. 이무기는 졌고 너희들의 꿈은 끝났어."
준철은 그녀의 등을 발로 밟고 총을 겨누었다.
"안돼!!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
눈물이 고인 엔젤라의 눈 속에는 검붉은 피를 귀에서 뿌리며 괴로워하며 바닥에서 일어나질 못 하는 이무기가 보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타이치도 보였다.
그 둘은 이제 곧 죽을 것이다.
누구든지 하나만 죽어도 둘은 모두 죽는 것.
그것이 인간과 하나가 된 귀신의 운명.
또는 귀신과 하나가 된 인간의 운명임을 알고 있었다.
"위너 테이크 올.(Winner takes All) "
연희는 천천히 걸어 나오면서 엔젤라를 바라보았다.
"100년 만에 처음 지는 걸 드디어 보시겠네요?"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파멸.
그리고 큰 손님은 사실 먼 치킨정도 급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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