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문#24 헛된 노오력은 없다.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할머니는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모여있는 사람들을 삥 둘러본다. 고도리선생, 연희, 달걀동자 아저씨, 그리고 마이클 창.
할머니는 마이클 창을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뭐여. 뭔 거렁뱅이 같은 것들이 잔뜩 모인겨? 무슨 미국에서 온 거렁뱅이도 하나 쳐 앉아있고 말이쥐."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요."
연희는 할머니를 끌어 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래도 냉정하기 위해 부여잡고 있던 정신줄을 놓아버린 연희는 할머니의 품에서 엉엉 울었다.
할머니는 말없이 연희의 등을 만져 주었다.
마이클 창은 그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 이 트라무마 덩어리! 울긴 왜 우냐?"
"..흑..몰라요. 저 모습을 보는데 자꾸 눈물이 나요. 흑.."
마이클 창의 울먹거림에 난 약간 약 올리듯이 이야기를 했다. 안 그래도 시카고 컵스 팬으로서 살짝 열받은 기분이기도 했다.
"새끼 윌리암스 눈 알은 어떻게 뽑았데..이렇게 여린 새끼가..."
달걀 동자 아저씨가 최신 유행 유머를 던졌다.
"약 빨고 뽑았나보네요."
마이클 창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다음부터는 그런 짓 하지 않을거야..엉엉. 약 빨고 나쁜 짓 하지 않을거야!"
"...아저씨. 저 남자는 진짜 약빨고 나쁜 짓하던 애거든요."
"헐..."
나와 달걀 동자 아저씨는 그 분위기를 버텨내기위해 쓰잘데기 없는 농담을 나누었다. 어찌되었건 그와 나는 아저씨로서 동지니까. 이런 묘한 분위기에 휩쓸리는 감정을 가지고 있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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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고도리 네가 본 건 내일 밤이란 말이지?"
"네. 내일 밤 지옥의 문이 열리게 됩니다."
"어딘지는 아는가?"
고도리는 할머니의 질문에 말을 멈추었다. 말을 해야하는 건지 안 해야 하는건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이봐. 고도리. 그냥 솔직히 털어놔. 여기 본당 위 였나? "
"...네. 꿈 속에서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금줄이 쳐져 있어서 안 으로 들어가진 못했지만 분명 이 본당 위였습니다."
"금줄이라...."
고도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할머니는 피식 웃었다.
"나의 예지몽에서 일러준 방법인디... 고도리가 그걸 봤구만."
"그런거였나요?"
할머니와 고도리는 이제 거의 대등한 상황으로 이야기할 정도가 되었다.
할머니는 고도리를 쳐다보며 웃음 지었다.
"아따. 이 놈의 자슥 많이 컸구만. 이제 이 업계에서도 이름난 거물이 되었고 말여."
"할머니. 미국 최고의 가수가 고도리 선생의 팬이에요."
마이클 창은 우느라 퉁퉁 부은 눈으로 말을 거들었다.
그는 할머니의 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왠지 할머니가 좋은 것 같았다.
"몇 몇 미국 내에서 마약빨고 예지몽을 꾸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신(神)으로 모셔지고 있습니다."
"뭐시여! 고도리가 유투브 스타라는거여? SNS스타?"
"그런 셈이라니까요. 진짜 신기한 세상인것 같아요. 할머니."
"금줄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넘지 못 하게하는 방어선 같은 거잖아요. 제가 처음에 그 금줄을 넘어버린 것이 지금까지 이렇게 큰 손님을 제 속에 품고 사는 이유가 된 것일테고..."
"그렇제. 고도리 선생."
"그럼 강한 금줄을 칠 수 있다면 이 주변으로 튀어나온 귀신들을 못 넘어가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네요."
끄덕끄덕.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금줄이라는 걸 치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거여. 그렇기에 나만 칠 수 있는 것이제. 난 이제 명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 이미 알고 있을 것이여. 달걀이 동자!"
할머니의 이야기에 달걀 동자 아저씨가 고개를 푹 숙인다.
"네. 할머니. 아까 달걀 동자가 할머니의 명줄을 더 이상 늘리기 어렵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길어봐야 1년이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지금 김구 선생님이 할머니의 명을 캐리하고 와서 몇 년을 더 산것이라 더군요."
"원래보다 더 살았제. 우리 연희랑 큰 손님의 운명을 바라보고 나서야 죽을 요량이었던 것이니까. 근데 저 고도리 저 눔 새끼 때문에 더 살아야 한거제."
할머니는 고도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할머니의 눈은 화가 난 눈이 아니다.
오히려 고마움이 숨어 있는 그런 눈이다.
"아..네.. 죄송하네요. 그래서 제가 청소도 막 하고 연희도 보살피고 했던것 아닙니까... 사실 지금 큰 손님은 제 안에서 이걸 다 이리 시키고 저리 시키고 하고 있는거고. 원 말을 알해주니 알 수 도 없으니까 미치겠네요."
"그려도 나가 금줄을 쳐불것이여. 내 생명을 걸고 최대한 튼튼하게 쳐볼랑께. 그 안에서 고도리가 싸워줘. 아무도 그 금줄을 넘지 못하게 말여."
"네..지금도 거북이에게 쇠붙이를 여러 개 주고 왔어요. 여기 도착하자 마자부터 계속 쇠붙이를 먹여서 힘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그 방어막은 엄청나게 힘이 될겁니다."
"아...그렇네요. 불가사리의 방어력이 커질 수 있다면 무시무시 하겠네요."
"귀신의 결계를 얼마나 크게 칠 수 있을지 몰라도 어느정도 안정적으로 불가사리의 방어력으로도 막아낼 부분이 생길거고... 이 녀석 유니콘의 능력도 할머니가 금줄을 치실 때부터 할머니를 비롯한 인간들을 숨겨둘 수 있기때문에 귀신들의 공격으로부터 숨을 수도 있고, 금줄을 할머니와 김구 선생님의 능력 이상으로 강하게 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역시 고도리 선생님은 계획이 다 있군요."
달걀 동자 아저씨가 감탄하며 이야기했다.
"물론 이 달걀 동자는 작은 상처를 낫게 해주는 힐러로서의 약할도 가능합니다. 더군다나 아까 말한 유니콘이 옆에 있기 때문에 능력은 가중치를 발휘하게 될거니 쉽게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거에요. 분명."
"아저씨. 지금까지 헛된 노력을 해온 게 아니네요."
고도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름 이런 저런 준비는 갖춰둔 상태라 왠만하면 한번 해볼만한 싸움이라고는 생각해요. 근데 말입니다."
"뭐여? 뭔 개소리를 할려고 그러는거여?"
고도리 선생은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텐션을 풍기며 이야기를 꺼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고도리 선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지기 시작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봤어요. 지옥의 문이라고 부르는 그 문 말입니다."
좀 뜸을 들이던 고도리 선생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로뎅의 "지옥의 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생각할때 마지막엔 꼭 써먹...아닙니다.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조금씩 조금씩 퍼즐들이 들어맞기 시작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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