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현실에서 플레이하는 딸 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하트텔러
작품등록일 :
2019.12.25 22:45
최근연재일 :
2020.03.10 21:3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2,425
추천수 :
543
글자수 :
332,033

작성
20.02.06 22:06
조회
225
추천
5
글자
12쪽

39화 - 크루즈 파티

DUMMY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유광씨”


사무실 문을 열며 인사한다. 탕비실에서 소연씨가 나오면서 나를 반긴다.


“빨리 오셨네요?”

“그런가요...?”


시계를 보면 11시를 넘어가고 있다. 그런데 빨리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해진다.


“오늘은 점심 출근이라고 했잖아요”

“그렇긴 해도...”

“저녁 늦게까지 일하셔야 하니깐 무리하지 마세요”

“에이, 일이라뇨... 크루즈 파티잖아요?”


옷을 벗어서 옷걸이에 걸어놓는다.


“말이 파티지, 일이에요 일. 그것도 중노동”

“아하하, 소연씨는 한 번 해보셨나 봐요?”

“네, 이번이 두 번째긴 하지만... 처음에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숨을 한 번 내쉬는 소연씨.


“그냥 가서 맛있는 거 먹고 떠들고 하는 거 아닌가요?”

“그게 힘들답니다”

“그래요?”

“술을 마시면서도 취하면 안 되고, 마음에도 없는 아부를 떨어야 하고, 게다가 온갖 사람들이 집적대고... 하...”

“소연씨가 미인이라서 그런가 보네요”

“아니... 그건...”


내 칭찬에 부끄러워하는 소연씨. 이 사람은 너무 내 생각대로 잘 되어주니 오히려 신기하단 말이지.


“그래서 사람들이 집적댄 걸 거예요”

“그렇다고 해도, 저보다 나이가 두 배는 많은 사람이 아가씨, 이러면서 막 수작 부리는 건 괴롭다고요”

“그렇긴 하겠네요. 아하하“

“유광씨도 조심하세요”

“네? 저도요?”


남자 취향인 사람들도 있는 건가요?


“여자들도 많이 온다고요, 아줌마나 할머니들이요”

“에이, 그래봤자...”

“그래봤자라뇨, 그 사람들이 얼마나 공격적인데... 좀만 잘생겼다 싶으면 성희롱도 마구 던진다니깐요? 옆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렸던지...”

“그, 그래요...?“


조심하겠습니다...


“유광씨도 잘생겼고 또 매너도 좋고 하니깐, 사람들이 얼마나 그럴지... 그렇다고 받아주지 마세요”

“그래도 거기 계신 분들은 다 손님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해도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 그리고 그런 걸 거절한다고 일이 안 들어오거나 하지는 않아요. 여차하면 사장님한테 구해오라고 시키죠”


소연씨는 사장님 위인 건가...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 당하는 걸 보고 싶지도 않고...”

“저도 소연씨가 그렇게 당하는 걸 보고 싶지는 않네요”

“그...런가요?”

“물론이죠, 성희롱당하거나 그런 걸 왜 보고 싶겠어요”

“...아하하, 그렇죠?”

“물론 소연씨가 당하는 거니깐 더더욱 싫고요”

“......”


한 번 던져본 공격에 아무 대답 못 하는 소연씨. 잠시 당황하던 소연씨는 나에게 컵을 내민다.


“어, 그, 커피 드실래요?”

“감사합니다”


나는 웃으면서 커피를 받는다. 그 웃음조차 소연씨는 받아주지 못한 채, 얼굴을 붉히며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그렇다고 해봤자 맞은 편이지만. 나는 소연씨의 빨개진 얼굴을 힐끗 감상하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음, 맛있구먼.




며칠 전, 사장님이 구해오신 크루즈 파티 초대권. 사장님의 말대로, 그건 노는 게 아니라 일이었다.

온갖 유명한 사람들이 모이는 크루즈 파티. 그곳에는 주로 연예인이나 부자들이 모여 사교를 나눈다. 그렇다, 이 회사가 고객으로 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장님은 그런 파티의 초대권을 구해와서는, 그곳에서 손님을 모을 계획이었다.

나와 소연씨는 이 크루즈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다. 명목상으로는 커플 손님으로서 파티에 참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능하면 일을 따오는 것이 목표였다. 이런 사람들과 직접 얘기를 나눌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에, 이번 크루즈 파티는 좋은 기회라고 한다.


“그런데 파티에서 일 얘기를 할까요?”

“엄청 많이 해요”

“그래요?”

“그럼요~ 거기 있는 사람들도 인맥 넓히거나 사적으로 커넥트 만들려고 하는 거라서~ 엄청 일 얘기 많이 하고 그러거든요~”


하긴, 듣고 보면 그럴싸하다. 원래 회사끼리의 계약도 사장들끼리 골프치다가 체결되는 경우도 많고 말이지. 부자나 유명한 사람일수록 다른 부자나 유명한 사람들과 더 얽히려고 하겠지.

덕분에 오늘은 늦게 출근하는 날이었다. 저녁에 크루즈 파티에 참석해야 하니, 오전을 대신 비워준 것이었다. 나야 딱 좋게 학교에 갈 시간을 벌 수 있어서 좋았지만 말이지. 오늘 저녁도 늦는 게 애들한테는 미안하다만...

그렇게 저녁이 되고, 나와 소연씨는 나름 차려입은 채 크루즈로 향했다. 이 동네는 바다가 옆에 있어서, 항구는 택시로 30분 거리, 몹시 가까웠다.




그런데 파티라는 거, 생각보다 힘들잖아?

크루즈 파티는 굉장했다. 들어갈 때부터 휘황찬란한 빛으로 눈을 괴롭히더니, 파티장 안은 호화음식에 공연장에 온갖 오락들이 갖추어져 정신을 쏙 빼놓는다.

돈 많은 사람은 파티장 안에서 스피커를 틀지 않고 연주자들을 데려다 놓고 배경음악을 틀어놓는구먼.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사람들을 보며 시시한 감상을 생각한다.

사람들도 굉장했다. 참석한 사람들은 다 비싸 보이는 정장과 드레스로 무장하고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브랜드들을 검색해보면 말도 안 되는 가격의 정장들이 보인다. 그리고 드레스는 보는 것만으로 엄청 비싸 보였고. 옷에 달린 저거 진짜 다이아몬드인가?

사교성도 엄청났다. 분명히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유쾌하게 웃으면서 말을 걸어온다. 누군지 확인하고, 자신의 회사를 자연스럽게 알린다. 누구도 자신의 직위가 무엇인지 말하지는 않는다. 이미 직위야 당연하다는 건가. 덕분에 나도 회사만 알리면 되니깐 편했다.

다만, 회사명을 말하는 순간 상대방의 반응이 미묘하게 바뀌는 건 편하지 않았지만 말이지. 안 들어본 회사는 상대할 필요도 없는 회사라 그런 거냐!

재미있는 건 소연씨 말대로 종종 작업을 걸어오는 여자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아줌마나 할머니였지만 말이지. 대담한 말장난과 희롱이 기분 나쁘면서도, 파티의 분위기 덕분에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후, 어때요?”


소연씨가 한숨을 쉬며 내 옆으로 왔다. 지쳐서 피신한 크루즈의 통로 한쪽. 바닷가를 보며 잔을 기울이던 내 옆에서 소연씨도 난간에 기댄다.


“저를 용케 찾으셨네요”

“찾은 건 아니고, 저도 피신처를 찾다가...”


그렇게 말하면서 물을 들이켜는 소연씨.


“어마어마하네요”

“그렇죠?”

“네, 이런 건 처음이라... 너무 휘황찬란해서 음식 맛도 모르겠어요”

“특별히 맛있지도 않은데 말이죠”

“그러게요. 비싼 건 알겠는데 맛은...”

“없고... 비효율의 극치죠, 비효율의 극치”

“그러게요, 하하하”


같이 질색을 하다가 웃는다.


“아, 정말이지... 1시간 만에 10시간은 일한 거 같이 피곤하네요”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겠죠”

“그런 것도 있지만! 장난 거는 거 피곤하지 않나요?”

“아”


절대로 반박할 수가 없다.


“이제 알겠죠?”

“그러게요”


소연씨를 보면서 대답한다. 둘이 한참 서로를 바라보다가, 깔깔 웃었다.


“성과는 어때요?”

“이 정도네요”


받아온 명함을 펼쳐 보인다. 마치 카드 게임을 하는 것처럼 명함을 정리하며 세본다.


“어... 29장이군요”

“저는 31장인데, 비슷하네요”


소연씨도 명함을 펼치며 보여준다. 한참 둘이 명함을 펼치고 있다가, 소연씨가 명함 한 장을 내민다.


“레이즈”

“콜”

“다시 레이즈”

“받고 레이즈”

“그럼 올인”

“저도 올인”


명함을 카드처럼 주고받던 우리는, 올인이라는 말과 함께 명함을 다 합쳐버렸다. 합이 맞는 장난에 소연씨는 깔깔 웃는다.


“아, 정말, 깔깔깔...”

“하하하...”


소연씨가 명함을 다 가져간다.


“60장 정도면... 한 두 개 정도는 일이 건져지겠죠”

“그런가요?”

“네, 아마도요... 얻은 명함으로 일을 따는 건 사장님 역할이니깐요”

“그렇군요... 그런데 몇 장 따가야 하나요?”

“할당량이요? 딱히 없지만... 원래 50장 정도 생각했어요”

“그래요?”

“네, 저번에 혼자 왔을 때 20장 정도 받았으니 둘이면 50장만 받아도 많이 한 거겠지, 싶었는데...”

“그럼 오늘 일은 끝이군요?”

“그러게요”


후. 둘이 한숨을 같이 내쉰다.


“다행이다, 지쳤는데... 이제 그냥 쉬다가 가죠”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잔을 내민다.


“건배라도”

“아, 건배”


둘이 물잔을 짠하고 부딪친다. 물로 하는 건배라니, 재미없네요. 소연씨가 투정을 부린다.


“이제 술도 좀 마셔도 되지 않을까요?”

“그렇겠지만... 지금은 저기 다시 가기 싫네요”

“그렇네요”


소연시는 그렇게 말하며, 사람들이 모인 곳을 가기 싫다는 의사를 내비친다. 그건 나도 동감이다. 우리는 물잔으로 만족하며 쉬기 시작한다.


“집적대는 사람이 많나 보네요?”

“말도 마세요, 저번보다 더 심해요”

“그렇군요... 아니, 그럴 만도 하네요”

“네?”

“소연씨 그 드레스, 엄청 이뻐요”


소연씨를 칭찬한다. 본심이다. 빨간 드레스는 몸을 부각해주면서도, 드레스 자체만으로 이뻤다. 야한 듯하면서도 세련된 드레스는 섹시함과 아름다움 둘 다 겸비하고 있었다.


“어머, 그런가요...?”

“네, 정말로요”

“아하하하... 보람이 있네요”

“보람이요?“

“네, 사실 이거, 손님께서 사주신 드레스거든요”

“그렇군요”


엄청 비싸 보이더니.


“그런데 손님이 직접 사준 건 아니고... 가게에 가서 알아서 맞추라고 하신 거예요”

“네?”

“명함 주시면서 가게 가면 맞춰줄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맞춘 거예요, 아하하”

“오, 그렇군요”

“역시 저번 주에 새로 맞춘 옷이라 좋긴 좋네요”

“저번 주요? 예전에 맞춘 게 아니에요?”

“네, ‘좋은 옷이 필요한 때가 오면 써야지’ 하고 아끼고 있었거든요. 엄청 비싼 가게 옷이니깐, 필요할 때 맞추자고 생각했어요. 미리 맞췄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안 맞거나 그러면 난감하잖아요?”

“현명하시네요. 그래도 일 때문에 비싼 옷을 써버리면 좀 아깝지 않나요?”

“일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네?”


의외다. 소연씨의 대답도 의외였지만, 바뀐 말투도 의외였다. 무언가 다른 분위기를 느껴 소연씨를 쳐다본다. 소연씨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웃으면서 내 눈동자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일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요”

“......”

“유광씨도 그 옷, 비싼 거죠?”

“아, 뭐, 그, 네”


대답하면서 괜히 옷을 다시 매만진다.


“이 일을 하다 보면, 비싼 브랜드는 좀 알게 되거든요”

“아하하, 그냥 좀, 힘 좀 써본 옷이긴 해요”


저도 며칠 전에 이 파티 때문에 마련한 옷이긴 하지요. 물론 비싼 옷 사놓고 나중에도 계속 입으려는 생각도 한 거고.


“이 파티 때문에 산 옷인가요?”

“그렇긴 하네요”

“이 파티만을 위해서?”

“...저도 그런 건 아니에요”


대답한다. 소연씨를 쳐다본다. 소연씨도 여전히 웃으면서 나를 보고 있다. 빨개진 얼굴. 혹시 내 얼굴도 저렇게 빨개졌을까?


“...그러면요?”

“......”

“제가 이 옷을 맞춰온 거랑, 같은 이유인가요?”


소연씨의 이유를 모르지만,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대답하지 못한 채, 나는 한동안 소연씨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시끄러운 크루즈, 그 구석의 사람들이 없는 선상 복도. 우리는 시끄러운 가운데 조용히 말을 고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현실에서 플레이하는 딸 키우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일반연재로 변경 20.01.14 234 0 -
62 62화 - 다 같이(완) +2 20.03.10 303 3 13쪽
61 61화 - 대면 20.03.09 169 1 12쪽
60 60화 - 기도 20.03.06 128 3 11쪽
59 59화 - 단아의 바람 20.03.05 130 4 11쪽
58 58화 - 정령계로 20.03.04 148 1 11쪽
57 57화 - 고백 20.03.03 135 2 13쪽
56 56화 - 지랄 말게 젊은이 20.03.02 132 1 11쪽
55 55화 - 꼬이는 단판 20.02.28 132 4 12쪽
54 54화 - 수애, 소연씨 +1 20.02.27 151 2 12쪽
53 53화 - 신님과 대화 20.02.26 145 1 12쪽
52 52화 - 보솜씨랑 대화 20.02.25 192 2 11쪽
51 51화 - 첫 단계부터 20.02.24 152 2 11쪽
50 50화 - 발견 20.02.21 145 2 11쪽
49 49화 - 가출 +1 20.02.20 154 2 11쪽
48 48화 - 동시다발적 폭발 +1 20.02.19 153 4 12쪽
47 47화 - 순수하다는 문제 20.02.18 180 2 12쪽
46 46화 - 아무 말도 +1 20.02.17 161 3 12쪽
45 45화 - 스무고개 +1 20.02.14 202 6 12쪽
44 44화 - 꼬이기 시작 +2 20.02.13 174 5 12쪽
43 43화 - 목격, 두 번째 +1 20.02.12 190 3 13쪽
42 42화 - 목격 +3 20.02.11 250 5 11쪽
41 41화 - 재미없다 +2 20.02.10 220 5 12쪽
40 40화 - 계획대로 +2 20.02.07 225 5 11쪽
» 39화 - 크루즈 파티 +2 20.02.06 226 5 12쪽
38 38화 - 수확제의 결과 +2 20.02.05 221 7 12쪽
37 37화 - 보솜씨와 쇼핑 +1 20.02.04 227 6 12쪽
36 36화 - 신보솜씨 +2 20.02.03 240 6 13쪽
35 35화 - 태화씨 +1 20.01.31 243 6 11쪽
34 34화 - 늦은 저녁, 그리고 반성 +1 20.01.30 261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하트텔러'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