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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플레이하는 딸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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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트텔러
작품등록일 :
2019.12.25 22:45
최근연재일 :
2020.03.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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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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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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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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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4화 - 꼬이기 시작

DUMMY

보솜씨랑 집에 돌아왔을 때, 우리를 반겨주는 건 별님이었다.


“어머, 별님아...”

“아직 안 잤니?”


시계를 보면 거의 12시, 진즉 자고도 남을 시간이다.


“다녀오셨어요?”


별님이는 졸린 듯이 눈을 비비면서도, 우리가 오니 벌떡 일어나서 인사한다. 조금 전까지 소파에서 졸고 있었던 것 같다.


“먼저 자고 있지 그랬니”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웃어 보이는 별님이. 이 아이는 참 대견하다. 그리고 이 아이한테 미안하다. 그래서 더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별님이를 쓰다듬었다.


“에헤헤...”


별님이가 기쁜 듯이 웃는다. 내가 오기를 기다리던 아이에게는 이런 사소한 것이 큰 보상이 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웃음은 나에게 보상이면서, 동시에 큰 벌로 다가온다.


“미안해”


별님이에게 사과한다. 무엇이 미안한지 말하지는 않았다.


“왜 그러세요...?”


별님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갑자기 이유 없이 사과하니 의아해할 만도 하지. 하지만 사과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수애랑 단아는 자니?”


옆에서 보솜씨가 화제를 돌린다.


“네, 이미 자고 있어요. 단아랑 수애가 아버지를 기다리고 싶다고 했지만, 너무 늦었으니 자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자라고 했어요”


오늘따라 셋 다, 아니 넷 다 나를 기다리네. 그러고 보면, 소연씨랑 있는 걸 넷 다 함께 본 거였지.


“...미안”

“?”


괜히 한 번 더 사과한다. 당연히 이번에도 영문을 알 수 없으니, 별님이는 갸우뚱할 뿐이다.


“자, 가서 자야지”


보솜씨가 별님이를 달랜다. 등과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방으로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별님이는 할 말이 남았는지, 그 손길을 거부한다. 나를 올려다보며 말을 잇는다.


“저기, 아버지”

“응?”

“요즘 많이... 바쁘신가요?”


엄청 양심에 찔린다. 바쁘긴 바쁜데 일로 바쁜 건 아니었기에 말이지.


“어... 음, 아니, 안 그래”

“저녁을 먹으면서도 일을 하시는 것, 아니었나요?”

“어...”


보솜씨 눈치를 살핀다. 내가 소연씨랑 같이 있던 걸, 야근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식으로 설명한 거에요? 눈빛으로 묻는다. 보솜씨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야, 가끔 그럴 뿐이야”


나는 몸을 낮춰 별님이랑 눈높이를 맞춘다.


“그러면... 그...”


별님이가 머뭇거린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데 잘 꺼내지 못한다. 그래서 또 별님이를 쓰다듬어주었다. 쓰담쓰담, 머리를 정성껏 어루만진다. 별님이가 내 시선을 피해도, 계속 별님이를 바라본다. 이 아이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준다.


“그... 내일 말이에요...”


기다리니 별님이가 겨우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혹시, 숙제... 같이 봐 주실 수... 있나요...?”


응? 숙제?

이상하다. 별님이의 성적은 학년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톱 레벨, 이미 대학교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그런 별님이가 초등학교 숙제를 같이 봐달라고? 그럴 필요는 없을 테다.

그 때, 보솜씨가 별님이 뒤에서 몸을 낮춘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별님이에게는 보이지 않게, 별님이의 부탁을 수락하라는 사인을 보낸다. 그걸 보고 겨우 알아차린다.

그래, ‘같이’ 봐 달라는 게 포인트구나. 어려운 건 하나도 없을 거다. 다만, 내가 같이 있어주었으면 해서 저런 핑계를 대는 거다. 별님이는 어른스러운 아이니깐, 그냥 같이 놀아달라는 말도 저렇게 표현하는 셈이다.


“물론이지”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내일은 아빠가 일찍 올게, 그러면 같이 밥 먹고 같이 숙제하자”


그 대답을 기다린 모양이다. 별님이는 내 대답에 얼굴이 환해진다. 평소에 웃고 있던 것이 예의상 짓고 있는 표정이란 걸 알려주는, 화사한 미소. 내가 참 이 아이를 안 챙겨주고 있었구나 깨닫게 해주는 너무 밝은 얼굴.


“감사합니다!”


나는 별님이를 쓰다듬고는 일어난다. 그리고는 별님이를 재촉해서 방에 보낸다. 별님이가 이번에는 순순히 말에 따른다. 착한 아이. 잘 자라고 쓰다듬으면서 자라고 들여보내면, 별님이는 저녁 인사로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그렇게 별님이를 재우고, 나랑 보솜씨도 간단히 씻고 각자 방에 들어갔다. 안에 막혀 있던 감정을 털어낸 덕분인지 이미 마음은 지쳐있었다. 덕분에 나는 금세 잠이 들었다.




태풍이 몰아치는 꿈을 꾸었다.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을 뿐인 나는 그 태풍이 짜증 났다.

태풍이 가까이 오자 짜증은 공포로 바뀌었다.

나는 뛰었다. 태풍을 피해 최대한 도망쳤다.

하지만 태풍은 곧 나를 따라잡았다.

도망치기 위해서 나는 도로에서 벗어났다. 옆으로 나가 울퉁불퉁한 땅을 달린다.

하지만 태풍은 곧 나를 따라잡았다.

그래서 굴렀다. 곧 멈추겠지만 당장 조금이라도 빠르게 가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태풍은 곧 나를 따라잡았다.

더는 도망칠 거리도 없을 때, 나에게 남은 건 계속 도망치는 것과 태풍 속으로 뛰어드는 것 둘밖에 남지 않았다.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고 태풍은 나를 완전히 따라잡았다.




“도대체...”


이상한 꿈 덕분에 아침에 바로 눈을 뜬다. 기억은 안 나지만 마지막에 내 몸을 무언가 휘감아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휘감는다면... 설마.


“...그런 건가...”


이불 속을 들여다본다. 별님이와 수애, 단아가 또 내 몸을 휘감고 있다. 자는 사이에 내 방에 들어온 모양인데... 셋 다 몽유병이라도 있는 걸까.

일어날 수도 없다. 으음, 평일이라 애들 학교 보내고 출근은 해야 하는데... 그 고민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별님이가 잠에서 깬다.


“......”

“...잘 잤니?”


별님이가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런 별님이를 쓰다듬는다. 그 덕분에 단아랑 수애도 잠에서 깼다.


“아빠!”


잠에서 깨자마자 힘이 넘치는 단아. 부팅 속도가 장난 아니네. 다리를 휘감고 있던 아이가 바로 내 가슴 위로 올라온다. 그대로 마운트를 잡고... 아니 그게 아니라, 그대로 나를 깔고 앉는다.


“응응, 단아야 잘 잤니?”

“응!”


굳이 묻지 않아도 잘 잔 걸 알 수 있겠지만 말이지. 그 사이에 내 손을 누군가 잡는다. 다시 이불 속을 내려다보면, 수애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애도 잘 잤고?”

“...네”


꼬옥. 수애는 내 손을 세게 잡는다. 마치 나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온 힘을 다하는 눈치였다.

더더욱 뿌리치기 곤란해진다. 일어나야 하는데 단아는 내 가슴 위에 엎드려서 다시 잠들기 시작했고, 수애는 내 손을 꽉 잡고 있다. 일으키자니 어젯밤 일이 떠올라서 쉽게 그러지도 못하겠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둘 다, 일어나야지”


그 때 별님이가 일어섰다.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단아를 토닥여서 일으킨다. 그리고 수애도 쓰다듬으며 일으킨다. 별님이의 지도에 따라 두 아이는 일어난다.


“세수하고, 학교 갈 준비 하자”

“힝~”

“......”

“아버지도 출근 준비하셔야 해. 자, 자 일어서고...”


수애랑 단아는 싫은 듯이 투정부리지만, 결국 별님이의 말을 따라 방을 나간다. 동갑이라고 해도, 별님이는 마치 장녀 같았다.

긁적긁적.

혼자 방 안에 남겨져서 머리만 긁적일 뿐이다.




출근하면, 이미 소연씨가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언제나처럼 자연스럽게 인사를 한다.


“어제는 잘 들어갔어요?”

“네, 그럼요~”


제가 무슨 애인가요. 소연씨는 웃으면서 핀잔을 준다.


“하지만 완전히 취했잖아요”

“그게 뭐가 취한 거에요~ 적당히 마신 거지”


그렇게 말하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소연씨. 그걸 보고 나는 탕비실로 들어간다.


“소연씨, 더 드실 거에요?”

“아뇨 괜찮아요”


예의상 물어보면서 물을 주전자에 넣는다. 스위치를 눌러 물을 끓인다.


“유광씨”

“네”


파티션 너머에서 소연씨가 물어본다.


“...어젯밤에 별일 없으셨죠?”

“네, 왜 그러세요?”


부글부글부글.

주전자에서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가 곧 사무실을 채운다.


“아니에요~”


곧 조용해지는 소연씨.

탁.

물이 다 끓자, 주전자는 자동으로 꺼진다.

부글부글...

주전자에서 끓어오르는 물소리가 끊기며, 사무실이 완벽히 조용해진다.




평소처럼 하루가 지난다. 일과를 끝내고 퇴근할 준비를 할 시간이 된다. 잠깐 소연씨의 눈치를 살펴본다. 소연씨도 별일 하지 않고 퇴근 준비를 하는 듯하다. 나도 정리하면 되겠군. 오늘은 집에 일찍 가야겠어.


“유광씨”

“네”

“오늘 저녁에 약속 있으세요?”

“어, 아뇨...”


이런. 오늘은 일찍 갈 생각이었는데. 소연씨가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거절할 수밖에 없겠다.


“그러면 같이 저녁 드실래요?”

“그게... 오늘은 좀 힘들 거 같아요”

“그래요?”

“네... 미안해요”


소연씨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더 말하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볼 줄 알았는데 묻지 않은 게 감사하기도 했지만, 괜히 그 침묵이 어색했다. 왜 안 물어봤을까? 평소라면 물어봤을 텐데. 꼰대처럼 굴지 않는 사람이라서 사생활은 묻지 않은 걸까?

근데 왜 소연씨가 묻지 않은게 어색하게 느껴졌을까? 사생활을 참견하지 않고, 올바른 어른의 태도를 보였다면 나는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텐데? 갑자기 의문이 생긴다.

가끔 머리가 지나치게 돌아갈 때가 있다. 그래서 생긴 의문인 거겠지. 나는 내 안에 생긴 의문을 그렇게 잠재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든다. 무언가 눈치를 챘는데, 그게 뭔지 아직 제대로 모르는 감각이다. 쉽게 말하면, 싸하다. 뭐지, 왜 이런 기분이 들지?

쓸데없는 의문이라고 생각한 걸 접는다. 조금만 더 파본다. 자, 소연씨의 저 태도는... 직장상사로서는 옳은 태도다. 사생활에 참견하지 않는다! 상대의 의사를 존중한다! 사람으로서도 참 올바른 태도다. 그런데 왜 이상하다고 느끼는 거야?

왜냐하면 친한 사이에서는 잘 안 나오는 태도거든. 결론을 알았을 때, 왜 싸한지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언가 벽을 치고 있다? 뭐지? 분명히 어제까지는 없던 벽이 갑자기 생긴 것만 같다.

괜한 생각이겠지, 지나친 억측이겠지. 스스로 의문을 접으며 정리를 마친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사를 한다.


“그럼 소연씨, 오늘은 먼저 퇴근해보겠습니다”

“네, 수고하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외투를 챙긴다. 등을 돌린다. 한 걸음 내딛으려는 찰나였다.


“유광씨”

“네”


소연씨가 부르기에 자리에서 멈추어서 뒤돌아보았다.


“오늘은 일찍 돌아가시네요?”

“그게...”


뭐 그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요. 아하하.


“그런가요?”

“뭐, 네...”

“하긴, 그렇겠죠. 저랑 달리 유광씨는...”

“네...?”


저랑 달리...?


“가족도 있으니깐요”


그 말에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소연씨를 쳐다본다. 계속해서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던 소연씨는 그제야 내 눈을 똑바로 본다. 그리고 입을 연다.


“아내분도 계시니깐, 집에 일찍 가는 날도 있어야겠죠”


둘은 그대로 조용히, 서로 바라볼 뿐이었다.


작가의말

조금 늦게 올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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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화 - 대면 20.03.09 173 1 12쪽
60 60화 - 기도 20.03.06 131 3 11쪽
59 59화 - 단아의 바람 20.03.05 133 4 11쪽
58 58화 - 정령계로 20.03.04 152 1 11쪽
57 57화 - 고백 20.03.03 137 2 13쪽
56 56화 - 지랄 말게 젊은이 20.03.02 135 1 11쪽
55 55화 - 꼬이는 단판 20.02.28 134 4 12쪽
54 54화 - 수애, 소연씨 +1 20.02.27 154 2 12쪽
53 53화 - 신님과 대화 20.02.26 148 1 12쪽
52 52화 - 보솜씨랑 대화 20.02.25 196 2 11쪽
51 51화 - 첫 단계부터 20.02.24 154 2 11쪽
50 50화 - 발견 20.02.21 147 2 11쪽
49 49화 - 가출 +1 20.02.20 158 2 11쪽
48 48화 - 동시다발적 폭발 +1 20.02.19 156 4 12쪽
47 47화 - 순수하다는 문제 20.02.18 182 2 12쪽
46 46화 - 아무 말도 +1 20.02.17 163 3 12쪽
45 45화 - 스무고개 +1 20.02.14 204 6 12쪽
» 44화 - 꼬이기 시작 +2 20.02.13 177 5 12쪽
43 43화 - 목격, 두 번째 +1 20.02.12 192 3 13쪽
42 42화 - 목격 +3 20.02.11 252 5 11쪽
41 41화 - 재미없다 +2 20.02.10 222 5 12쪽
40 40화 - 계획대로 +2 20.02.07 226 5 11쪽
39 39화 - 크루즈 파티 +2 20.02.06 228 5 12쪽
38 38화 - 수확제의 결과 +2 20.02.05 222 7 12쪽
37 37화 - 보솜씨와 쇼핑 +1 20.02.04 229 6 12쪽
36 36화 - 신보솜씨 +2 20.02.03 242 6 13쪽
35 35화 - 태화씨 +1 20.01.31 244 6 11쪽
34 34화 - 늦은 저녁, 그리고 반성 +1 20.01.30 26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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