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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플레이하는 딸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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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트텔러
작품등록일 :
2019.12.25 22:45
최근연재일 :
2020.03.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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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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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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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0화 - 발견

DUMMY

하지만 수애는 혼자가 아니었다. 노부부 한 쌍이 곁에 앉아 있었다.


“그래그래, 넌 아무 잘못 한 게 없단다”


할머니가 수애에게 친절한 목소리로 격려하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엿듣고자 몸을 숨겼다.


“그렇지만... 나 때문에...”

“아니야~ 아빠 엄마가 싸우는 건 너 때문이 아니란다~”

“할머니가... 그걸 알아요...?”

“그럼~!”


자신만만하게 장담하는 할머니를 할아버지가 나무란다.


“임자, 그걸 임자가 어찌 알겠어?”

“물론 알고 말고요, 이렇게 착한 아이가 싸움의 이유가 될 리 없잖아요?”


할머니는 수애를 쓰다듬는다.


“아빠랑 엄마가 싸우던 건 결코 너 때문이 아니란다”

“...정말요?”

“그럼~! 너는 지금 아빠와 엄마를 걱정할 정도로 착한 아이인걸? 그런 착한 아이가 남을 싸우게 할 리가 없지”

“하지만...”


수애는 울먹거리고 있었다. 젠장. 또 저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내가 있으면... 아빠랑 엄마가 싸우는걸요...”

“...그랬니?”

“응... 내가 있으면... 꼭 싸우게 되니깐... 내가... 잘못한 거야...”


아니야. 당장 뛰쳐나가 아니라고 외치려던 찰나였다.


“아니란다”

“......”

“그건 결코 아니야”

“그럼, 꼬마 아가씨. 아가씨가 잘못한 게 아니야”


할머니가 수애에게 단언한다. 확신이 담긴 그 말은 목소리만으로 믿음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할아버지도 할머니를 거든다.


“그렇지만...”

“이 할애비도 장담하마. 아가씨, 아가씨는 그런 게 아니야”

“매번 그랬는걸? 아빠랑 엄마도, 그리고 이번 아빠랑 엄마도...”


그 말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수애가 두 번째 부모 밑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걸 이제 눈치챈 모양이었다.


“내가 잘못해서일 거야... 괜히 조르고, 욕심부리고 그러니깐...”

“애야, 지금 봐 보렴”

“...응?”


수애가 할머니를 쳐다본다.


“이 할미랑 옆에 할애비가 싸우고 있니?”

“...아뇨”

“그렇지? 우리도 부부지만, 네가 있다고 싸우지는 않지?”

“......”


그야 당연한 소리지. 수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싸움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노부부가 아이 때문에 싸우는 일도 보통은 없다.


“자, 너 때문에 아빠 엄마가 싸운 건 아닐 거야, 알겠지?”

“......”


하지만 수애에게는 이런 유치한 위로라도 필요했던 모양이었다. 할머니의 말에 수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들이 가끔 싸울 때가 있어요~ 참 못난 거지만, 어른들이라고 다 어른은 아니거든”

“어른이라고... 어른이 아니야?”


할아버지의 역설적인 말에 고개를 갸웃, 하는 수애.


“그럼! 나이를 먹었다고, 또 아빠 엄마라고 다 어른은 아니란다! 아가씨는 지금까지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을 만났을 뿐이야!”

“......”


그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면서, 더더욱 앞에 나가기 어려워진다.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이 다시 어른이 되는 건 시간이 필요하니깐, 꼬마 아가씨가 조금만 더 견디면 된단다”

“...얼마나요?”

“으음...”


그 말에 할아버지가 고심한다. 그 고민을 할머니가 바통 터치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그럼, 금방 끝날 거야. 네가 이렇게 착한걸?”


그렇게 말하며 할머니는 수애의 손을 잡아준다.


“애야, 아빠 엄마가 싸우는 걸 보는 게 많이 힘들지?”

“...으응, 아니야, 괜찮아. ...익숙해”


...시발. 나 자신이 쓰레기 같다.


“...많이 봤구나?”


수애의 상처가 깊은 걸 점점 알아가면서, 할머니도 말을 꺼내는 것이 신중해지는 듯싶었다.


“응, 많이...”

“불쌍한 아이”


할머니는 수애의 손을 잡은 채 어루만져준다. 그리고는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아이 옆에 있어 주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금 나가서 수애를 데리고 가면, 할머니의 위로를 끊어버리는 꼴이 될 거다. 저 위로가 수애한테 필요한데도 말이지. 그렇다고 언제까지 내버려 둬야 하는 걸까?


“애야”

“...응”


한참을 조용히 손을 만져주던 할머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에 힘들면, 할머니한테 놀러 오려무나”

“...할머니 집에?”

“응, 할머니랑 같이 놀고 그러지 않을래?”


할머니는 수애의 눈을 똑바로 보며 그녀를 위로한다.


“힘들거나 잠깐 집에서 나오고 싶으면, 할머니 집에 놀러 오렴. 그러면 너도 잠깐 쉴 수 있고, 나도 재밌을 거란다”

“나는...”

“괜찮아”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거든다.


“할애비도 아가씨가 놀러 오는 걸, 보고 싶구나”

“...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는 거니?”


질문하는 할머니에게 수애가 쭈뼛거린다.


“그게... 그랬다가는...”

“혹시, 아빠가 뭐라고 혼내고 그럴까?”


할머니는 상냥하게 물어본다. 그 질문 속에는, 혹시 내가 아이를 학대하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은 의도가 숨어있을 것이다.


“아니야, 그건 아니야”


수애가 그 의도를 확실하게 부인한다. 그 말에 나도, 할머니도 안도한다.


“다행이구나”

“그건 아니에요 그냥, 그...”

“괜찮단다, 이 할미가 같이 놀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그럼, 이 할애비가 심심해서 그래! 그러니깐 부담스러워하지 말렴!”

“...하지만 그랬다간...”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입을 다무는 수애. 그리고 그런 그녀를 노부부는 참을성 있게 기다려준다.


“...할아버지랑 할머니도... 싸우면...”

“아하하, 그럴 리가!”


그 말에 바로 할머니가 웃어 재낀다.


“그런 일은 없단다! 이 할미랑 할아버지는 아주 사이가 좋아요”

“할머니가 힘이 세서 이 할아버지가, 함부로 덤비지도 못해!”

“?”

“?”


엇갈리는 노부부의 대사는 만담처럼 이어진다. 할아버지의 말에 할머니가 그를 째려본다. 그 눈빛에 할아버지는 아쿠쿠, 움츠러든다.


“자자, 봤지?”

“영감, 그러면 재밌어요?”

“아니 나는 단지 사실을...”

“이 영감은 신경 쓰지 말렴, 장난치는 거란다”


정말이지 유치하긴. 할머니가 한숨을 쉰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애야, 애”

“...할아버지도... 어른이 아닌 어른인 거야?”

“그럴 리가, 이 할애비는...”

“애란다”


할머니의 말에 할아버지의 말이 막힌다.


“그리고 이 할머니는 애를 60년 넘게 키우고 있던 셈이지”

“60년이나... 함께 살았어요?”

“응, 지긋지긋하게 말이지”


깔깔깔. 할머니가 웃는다.


“하지만 우리는 60년 동안 싸운 적은 없었어, 그렇죠 영감?”

“그럼, 내가 일방적으로...”

“영감”

“... 배려를 받고 그랬지, 음음!”


봤지? 할머니는 웃으면서 다시 수애를 안심시킨다.


“그러니깐 네가 놀러 온다고 우리가 싸울 일은 없을 거야”

“......”


60년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수애. 그 세월을 지금처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을 거다. 그리고 진지하게 생각하면 그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겠지. 자신의 나이의 6배.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앞으로 5번은 더 살아야 채워지는 기간. 실감이 안 가는 길이일 거다.


“...응”

“그래, 착하구나”


이번에는 할머니가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 할미 집은 D동 8층이란다. 802호”

“응...”


수애는 고개를 끄덕인다. 입으로는 몇 번, 802, 802, 하고 되뇌고 있었다.


“그나저나 네 아빠는, 참 늦는구나...”

“나를... 잊었을지도...”

“그럴 리가, 아빠는 반드시 너를 찾으러 나올 거란다”

“수애야”


이제는 내가 나갈 타이밍이다. 나는 숨어있던 몸을 드러내며 앞으로 나섰다.

노부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 그리고 이어서 사과를 한다. 할아버지는 나를 나무라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그걸 할머니가 막았다. 아이 앞에서 나무라는 모습을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걸까.

생각 외의... 수확을 얻었다. 여차하면 수애를 돌봐줄 사람을 이렇게 우연히 찾아낼 수 있을지는 몰랐다.


“미안, 수애야...”

“......”


수애는 말없이 고개를 젓는다. 나한테 사과하지 말라고 하면서, 제 상처를 내가 어루만지는 걸 거부하는 듯한 반응이다.

내가 이 아이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건 역시 무리였나 보다.

나는 수애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은 조용히 아무도 없었고, 우리는 둘이서 조용히 식사를 마친다. 수애를 혼자 두고 나갈 순 없는 노릇이라, 병원에 가지는 않고 집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긴 하루가 끝났다.




어른이 되면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어릴 때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맛있는 것도 마음껏 먹고 게임도 무한정 하고,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무언가를 얻는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을 하나씩 잃는 것이었다. 자유를 잃고, 순진무구함을 잃고, 또 순수한 즐거움을 잃고... 그 대가로 의무를 짊어지고.

그렇다.

어른이 된다는 건 포기하는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포기하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걸 포기하고, 제 분수에 맞지 않는 걸 놓는 것이다.

제 손에 쥐고 있는 걸 위해서라도 말이지.




복잡했던 머리는 자고 일어나니 조금 정리되어 있었다. 아이들과 보솜씨, 그리고 소연씨에 대한 고민에 간밤에는 두통이 일어날 정도였지만... 아주 잠깐 자는 것만으로 머리는 알아서 정리해준다.

놓자.

놓아야 한다. 게임이라고 듣고 플레이한다고 생각했지만, 게임이 아니다. 아이들도, 또 그녀들도 다 현실의 사람들이다. 그걸 내가 너무 ‘많이 쥐고’ 있었다. 세 아이에 두 여자, 아니 세 여자인가? 6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내가 담당하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건 나는 그럴 능력이 부족하다. 아이 한 명만 맡아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아이를 세 명이나 맡았다. 거기에 보솜씨랑 함께 생활하고, 소연씨를 꼬시고, 태화씨에게 민폐를 끼쳤다.

그 덕분에 이 꼴이 되었다. 별님이는 병에 걸렸고 수애는 마음의 상처가 다시 터졌다. 단아는 순수했던 마음에 상처를 입었고, 보솜씨는 인생이 무너지는 기분에 견디지 못해 하고 있다. 물론 보솜씨가 정신을 놓은 건 신님 때문이긴 하다. 하지만 그녀에게 도움을 받기만 하고 돌보지 않은 내 탓도 있을 거다.

거기에 소연씨에게도 상처를 주었다. 새 생활을 꿈꾸며 신나게 이곳에 온 그녀를 설레게 해놓고는, 그 끝에 다치게 했다. 태화씨도 내가 다치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나 때문에 원하지 않는데도 단아랑 함께 인간이 되었을 거다. 그 시점에서 이미 그녀에게도 큰 민폐를 끼친 셈이다.

생각하던 걸 실행할 때가 왔다. 모든 걸 제대로 돌려놓자. 아이들에게 또 그녀들에게 준 상처에 책임을 지고, 이 게임을 그냥 끝내자. 중도 포기다. 내가 어떻게 되든 그건 상관없다. 이런 큰일을 생각 없이 받아들인 것이 잘못이었지.

아이들에게 정말 책임감 있는 부모를 찾아주고, 또 그녀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애초부터 생각하던 이 계획을 실행하자.

하지만 그 전에.

상처와 잘못된 것들을 먼저 바로잡아야겠지.


작가의말

답답한 부분은 곧 끝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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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화 - 지랄 말게 젊은이 20.03.02 135 1 11쪽
55 55화 - 꼬이는 단판 20.02.28 134 4 12쪽
54 54화 - 수애, 소연씨 +1 20.02.27 154 2 12쪽
53 53화 - 신님과 대화 20.02.26 148 1 12쪽
52 52화 - 보솜씨랑 대화 20.02.25 196 2 11쪽
51 51화 - 첫 단계부터 20.02.24 154 2 11쪽
» 50화 - 발견 20.02.21 148 2 11쪽
49 49화 - 가출 +1 20.02.20 15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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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화 - 순수하다는 문제 20.02.18 182 2 12쪽
46 46화 - 아무 말도 +1 20.02.17 16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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