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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플레이하는 딸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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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트텔러
작품등록일 :
2019.12.25 22:45
최근연재일 :
2020.03.10 21:30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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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
글자수 :
33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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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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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8화 - 정령계로

DUMMY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뛰어본 건 처음이었다. 소연씨를 따돌리기 위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린다. 이리저리 건물들을 마구잡이로 돈다. 소연씨가 생각보다 빨라서 잘 따라왔지만... 겨우 따돌리는 데는 성공했다.


“헉, 헉...”


저 사람 도대체 뭐야. 살면서 이렇게 빨리 달려본 적이 없는데, 그걸 이렇게까지 따라올 줄이야. 보통 체력이 아니네, 소연씨...


“유광씨?”


어두운 길의 한 벤치. 저번에 보솜씨와 함께 이야기하던 장소다. 나는 이곳으로 와달라고 보솜씨에게 부탁했다. 5분 전까지 말이다.

그리고 보솜씨는 약속을 지켰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숨을 고르고 있자니, 보솜씨가 저 멀리서 뛰어온다. 나를 보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약속한 시각에 나와주셨네, 다행이다. 내가 늦은 게 문제지만.


“왜 그렇게 지치셔서...”

“허, 헉... 보솜씨, 후, 잘 들으세요”

“네?”


시간이 없다. 서둘러 설명해야 한다.


“제가, 헉, 그, 정령계로 가서... 단아 데려올 테니...”

“정령계요? 어떻게요?”

“헉, 그... 그동안 제 몸 좀 부탁...”


따르르르, 따르르르.

그 순간,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다. 소연씨에게 내가 게임을 하고 있단 걸 알렸던 순간 세팅한 알람이다. 벌써 20분이 다 되어 가나? 몸에는 별 느낌 없는데?


“이런, 시간이 없네요”

“저 아직 무슨 일인지 이해가 잘...”

“혹시나 해서 써놓은 편지, 집에 있으니깐 그거 읽어주세요!”


언제 내가 픽 쓰러져 죽을지 모른다. 그 전에 서둘러서...


“무슨 일이에요? 설명해주세요!”


설명부터 해드려야 하는데...


“그, 보솜씨”

“네?”

“사실 가능하면, 당신이랑 계속 함께하고 싶었어요”

“네???”


마지막 순간이라 그런지, 하고 싶은 말부터 나와버린다. 설명할 시간도 없는데 내 감정부터 표현해버리게 된다.

그 순간이었다. 심장이 순식간에 식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위험하다. 곧 죽는다. 세상이 나를 죽이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한다.


“미안해요, 제 몸 좀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정령의 반지를 손가락에 꼈다.




난생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비닐을 뜯어내는 듯하면서, 그 비닐이 내 몸 내부에 있는 것인 듯한, 이상한 기분.

영혼이 순식간에 뜯기면서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내 몸이 내 눈앞에 보일 뿐. 그걸 보고 내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진짜네...’


정령의 반지는 끼지 마라. 끼는 순간 정령계랑 연결되면서, 영혼이 육신과 분리된다. 인간의 의미대로라면 죽는다는 뜻이다. 예전에 태화씨가 경고했던 내용이다.

그래서 꼈다. 소연씨에게 내가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걸 알려서 오해를 풀고, 세상이 나를 죽이기 전에 정령의 반지로 내가 죽어버린다. 이러면 세상이 죽이는 건 피하고, 단아를 만나러 정령계로 갈 수 있을 거다. 그런 생각 때문이었다.

...칼에 찔려 죽기 싫다고 총에 맞아 죽는게, 무슨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만약 운이 좋아 내 생각대로 된다면, 다시 살아날 방법도 있을 거다. 정령이 된 것이라면 말이지.


‘자, 보자...’


정령계랑 연결된다고 했으니, 나는 지금 정령계에 있는 건가? 그런 거치고는 눈앞에 내 몸이랑 보솜씨도 보이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죄송스러워지네.

주위를 둘러본다. 여전히 아무 변화가 없다. 어둡고, 춥고, 바람이 춤추고, 빛은 그 눈을 내리깔고... 응?

시적인 표현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바람’이 보인다. 여러 바람이 춤을 추며 길거리를 내달리고 있었다. 달빛 아래에 있는 빛은 눈을 내리깔고 있어서, 은은하게 보일 뿐이었다.

이게 정령계구나. 현실과 연결되어 있지만, 보이지 않던 여러 정령이 있는 곳. 좋아, 정령계에 오는 것도 성공했다. 이제 문제는 태화씨와 단아를 찾는 건데...


‘저기요’


내달리는 바람을 붙잡고 말을 건다. 하지만 바람은 나를 무시하고 그대로 달려갔다. 정령은 말이 안 통하나? 아니, 태화씨랑 단아는 말이 통했는데.


‘저기요?’


이번에는 빛에게 말을 건다. 눈을 내리깐 빛은 내 말에 아무런 응답이 없다. 손을 뻗쳐서 빛을 건드렸다.

그 순간이었다.


‘으어어어어!’

[email protected]#$%^&*()’


엄청난 고통이 내 몸을, 아니 내 영혼을 강타했다. 몸이 타오르는 듯하면서 전기가 내 온몸을 휘감는 느낌에 바로 빛에게서 떨어졌다. 나만 고통스러운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빛 또한 온몸에 경기를 일으키며 부르르 떨고 있었다.


‘괘, 괜찮아요?’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발광하던 빛은, 곧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다. 정령을 터치하면 안 되는 건 몰랐는데, 좀 미안하구먼.

정령들에게 말을 거는 게 잘 안 되면 어떻게 찾아야 하나... 머리를 긁적이다가 천천히 움직여보았다. 내 영혼은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었다. 다행히도 이동하는데 별 지장은 없을 것 같다.


‘응?’


그냥 움직이는 것과 뭔가 다르다. 뭔가... 느낌이...

혹시나 해서 빠르게 움직이고자 ‘생각’해 보았다. 좀 더 빨리 가고 싶어. 그 생각만으로 내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마치 날아가는 듯이 움직여진다. 영혼이 되어놓으니, 생각에 따라 몸의 움직임이 바뀌는 모양이다.

좋아. 이러면 태화씨와 단아를 찾는 것도 빠르게 할 수 있겠군. 나는 우선 태화씨가 살던 컨테이너를 향해 날아갔다.




영혼이 된 다음에 도착한 컨테이너는,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더워...’


컨테이너는 불타오르고 있었다. 물론 실제로 불타는 건 아니었고, 불타는 오오라가 가득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태화씨, 불의 정령이라서 이런 곳에서 살았던 거구나.

영혼이 되었으니, 현실에서 보지 못했던 힌트가 있을지도 모른다. 들어가서 확인해보고 싶지만, 열기에 접근하기 어렵다. 가까이 갈수록 내 영혼이 타오르는 기분이 견디기 힘들다.


‘뜨겁잖아...’


더운 걸 넘어서 뜨겁다. 영혼이 조금씩 타올라 사라지는 걸 느낀다. 더 가까이 가면 영혼이 소멸할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갈 수 없다.


‘아니야’


그러면 안 된다. 들어가야 한다. 태화씨와 단아에 대한 힌트를 찾아야 한다. 내 영혼이 타오를지라도 말이다. 힌트만 얻는 정도라도 좋다. 잠깐만이면 되니깐 들어가자.

결심하고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불길을 뚫고 들어가면서 긴장했지만, 막상 들어오니 별일 없었다. 겉에만 불타고 있었던 건가? 하지만 컨테이너 안도 불길의 오오라가 가득한데?


‘어디...’


알게 뭐냐. 이유는 아무래도 좋다. 나는 컨테이너 안을 서둘러 살펴보았다. 컨테이너 안은 여전히 비어있었다. 불길의 오오라가 가득할 뿐이었다.

실망하려다가 참고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어떻게든 힌트를 찾아야 한다. 그 생각에 구석구석을 뚫어지게 살펴본다. 그리고 이상한 걸 발견했다.

발자국이었다. 불타는 오오라가 뭉쳐서, 마치 발자국처럼 조금씩 남아있었다. 현세의 발자국과는 다르지만, ‘불타는 정령이 움직인' 흔적 같았다. 그 발자국은 컨테이너 밖으로 향해있었다.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불타는 오오라의 덩어리들은 컨테이너 밖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 2층으로 향하고 있었다. 따라 올라간다.


‘으어어억!’


불타는 발자국을 따라 걷다가 실수로 밟았다. 그 순간, 내 온몸이 타오르는 고통이 나를 강타한다. 눈동자까지 같이 타올라 버리는 기분, 쉽게 견딜 수 없는 그 고통. 빛의 정령과 닿았을 때 느낀 고통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태화씨...’


그리고 그 고통 속에서, 나에 대한 거부감을 알 수 있었다. 이 발자국의 주인은 ‘나만’을 전력으로 거부하고싶어하고 있다. 그래서 발자국에 닿는 것만으로 이렇게 큰 고통을 느낀 것이다.

흔적조차 나를 이렇게까지 거부하는데, 본인을 만나면 도대체 얼마나... 생각하는 것만으로 무서워졌다. 갑자기 주위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긴장한 덕분에 불길의 오오라에서 느끼는 고통이 생생해진 모양이다.

꿀꺽.

침을 삼킨다. 물론 삼킬 침은 없다만, 결심을 굳혔다는 말이다. 태화씨가 아무리 나를 거부해도, 단아를 찾아갈 거다. 불길의 오오라가 주는 고통이 조금 경감된다. 정령계에서는 아무래도 내가 얼마나 결심하느냐에 따라 고통을 견디는 힘이 바뀌는 모양이다.

결심을 다시 굳히고 계단을 올라가, 컨테이너 2층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는 태화씨가 있었다.




정령계에서 본 태화씨는 정말로 불의 정령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머릿결은 파랗게 불타오르고 있었고, 그 몸은 정령계로 와서 본 그 어떤 정령보다 강해 보였다. 노기와도 같은 불길이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고, 그녀의 눈길은 나같은 건 당장이라도 태워 없애버릴 듯이 강렬했다.


‘네가 어떻게...?’

‘어... 이거 덕분에요’


나는 내 손가락에 끼고 있던 정령의 반지를 보인다.


‘미친놈’

‘욕부터 하다니 너무하네요’

‘어리석군’


태화씨는 그걸 보고 욕을 내뱉는다. 하지만 그 말에서 걱정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걱정해주시다니 고마워요’

‘왜 온 거지?’


걱정을 감추기라도 하듯이 태화씨가 날카롭게 묻는다. 보고 싶지 않은 놈이 찾아와서 짜증이 난 듯싶었다. 걱정과 짜증, 나에 대해 가지는 상반되는 감정.


‘걱정해주시면서 짜증 내다니, 뭐에요 태화씨’

‘걱정?’


그 말에 태화씨가 혼란스러워한다.


‘내가? 너를?’

‘...아니 뭐, 그건 아무래도 좋지만’


그렇게 말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영혼 상태로 머리를 긁으니 엄청 시원해서 기분 좋구먼.


‘단아는요?’

‘꺼져’


단아라는 말에 태화씨가 바로 반응한다. 그녀의 몸길이 더욱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맹렬한 거부.


‘단아는요?’


그걸 알면서도 단호하게 물었다.


‘......’


태화씨는 아무 대답하지 않고 나를 노려본다. 그 눈길에 내 온몸이 불타오를 것만 같다. 하지만 지지 않는다. 여기서 물러설 수 있겠냐.


‘...결심이 확고하군’

‘그러니깐 이런 짓까지 하면서’


정령의 반지를 다시 한번 더 태화씨에게 보인다.


‘만나러 온 거죠’

‘만나서 뭘 할 거지?’

‘데려가려고요’


일부러 태화씨에게 웃어 보였다. 지금 와서 데려간다고 하면 그녀는 날 죽이려 들지도 모른다.


‘흥‘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오히려 태화씨의 불길이 사그라드는 게 보인다.


‘허락해주시는 건가요?’

‘허락?’


그 말에 콧방귀를 뀌는 태화씨.


‘아무것도 모르는 건 편하군’

‘어... 그런가요?’


태화씨는 나를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다나님을 데려가다니, 이미 늦었다’

‘네?’

‘이미 의식은 다 마쳤어’

‘무슨 의식이요?’


태화씨는 불쌍한 놈에게 동정을 베푼다는 식으로 나에게 고했다.


‘인간을 포기하고 다시 정령으로 돌아가는 의식. 이제 다시 다나님은 인간이 될 수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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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화 - 정령계로 20.03.04 150 1 11쪽
57 57화 - 고백 20.03.03 136 2 13쪽
56 56화 - 지랄 말게 젊은이 20.03.02 134 1 11쪽
55 55화 - 꼬이는 단판 20.02.28 133 4 12쪽
54 54화 - 수애, 소연씨 +1 20.02.27 152 2 12쪽
53 53화 - 신님과 대화 20.02.26 146 1 12쪽
52 52화 - 보솜씨랑 대화 20.02.25 193 2 11쪽
51 51화 - 첫 단계부터 20.02.24 153 2 11쪽
50 50화 - 발견 20.02.21 14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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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화 - 순수하다는 문제 20.02.18 18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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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 신보솜씨 +2 20.02.03 240 6 13쪽
35 35화 - 태화씨 +1 20.01.31 243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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