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플레이하는 딸 키우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19.12.25 22:45
최근연재일 :
2020.03.10 21:3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3,085
추천수 :
543
글자수 :
332,033

작성
19.12.26 21:30
조회
902
추천
18
글자
12쪽

5화 - 물의 정령

DUMMY

신보솜씨를 따라 도착한 곳은 단지 안에 있는 공원이었다. 아파트를 향해 올 때는 안 보였지만, 아파트 단지 내에는 아파트로 감싼 곳 가운데가 공원으로 되어 있었다. 한 아파트의 공원이라고 하기에는 꽤 넓다. 새삼 이 집이 정말 비싼 곳이겠구나, 생각했다.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신보솜씨를 따라 걷는다. 신보솜씨는 사람들을 살펴보면서 계속 갸웃거리고 있었다. 약속한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일까? 알아서 안내하겠지. 나는 손을 잡고 있는 별님이를 내려다보았다.

별님이는 얌전하게 나를 따라와 주고 있었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공원은 마음에 든 모양인지 얼굴은 웃는 표정에 가깝다. 왠지 나마저 기뻐지는 기분이 든다.


“아, 이분... 이신 것 같네요”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신보솜씨를 쳐다보았다. 신보솜씨는 손짓으로 앞에 있는 어떤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다.

모녀인가? 앞에는 웬 여자가 작은 여자아이와 함께 있었다. 작은 여자아이는 호기심이 강하고 활발한 아이인 것 같았다. 끊임없이 주위를 뛰어다니면서 이것저것 관찰하고 있었다. 가끔 다른 곳으로 멀리 가버릴 뻔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여자가 그 아이를 제지했다.

눈앞의 여자는 보는 것만으로 한 가지 알 수 있었다. 기가 참 세다. 눈빛은 매서웠고, 단발은 칼같이 잘려서 그녀의 날카로운 성격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도 표정에서 ‘함부로 여길 보면 죽여버린다’고 말하는 듯했다.

죄송합니다.

얼른 관찰하던 눈빛을 피했다. 눈 마주치면 위험할 것 같아.


“너냐?”

“네?”


그 위험한 여자가 다짜고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와버렸다.


“한유광이 너냐고?

“아, 네, 맞습니다”


신보솜씨가 안내한 건 이 사람이었나 보다. 왜 이름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지는 않지만 왜 이 사람을 만나게 하는 건지는 궁금하다. 무섭다고요.


“태화님, 맞으시죠?”

“응”

“안녕하세요, 제가 전달자인 신보솜입니다”

“그래, 너가 전달자군”


끄덕.

여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째려보았다.


“야”

“넵”


존댓말 2단계가 나와버렸다.


“잘해라”

“네?”

“잘하라고”

“네”


뭘요? 물어봤다간 맞을 거 같았다. 뭐가 됐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자는 에휴, 하고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주위를 뛰어다니는 여자아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누님!”

“응!”


다누라고 불린 아이는 호다닥 여자에게 뛰어온다. 감색, 아니 쪽빛처럼 푸른 머리가 찰랑거린다. 별님이랑 같은 나이처럼 보이는데, 머리는 훨씬 길다. 태어나서 계속 쭉 기른 걸까?


“이분입니다”

“뭐가 뭐가?”


뭐가요?


“이분이 다누님을 맡아주실... 현세의 아버님이십니다”

“아! 진짜!?”


진짜요?

내가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다누라고 불린 아이가 나에게 뛰어온다. 빠른 속도로 뛰어와서 내 품에 뛰어드는 아이를 온몸으로 받아내었다. 억, 아파. 너무 힘차잖아. 나는 겨우 몸의 중심을 잡으며 넘어지지 않고 아이를 안아주었다.


“응? 네?”


아이를 받아내는 게 먼저여서 당황하는 말이 나중에 나왔다.


“잘해라, 알았지?”

“자, 자, 잠시만요”


용기를 낸다. 의문이 두려움을 이겼다.


"왜?"

“뭘 잘하... 잘해야 하나요?”

“뭐 인마?”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저기...”

“뭐야?”


신보솜씨가 끼어든다. 잔뜩 무서워하는 나를 위해 중재해주시려는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신보솜씨!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설명? 안 들었어?”

“네, 신님께서는 안내만 하라고 하셔서...”


신보솜씨는 이런 영문 모를 경우가 익숙한 것인지, 수월하게 대화를 이끌어나간다.


“그런 거냐... 설명도 내가 해야 하는 거네?”


끄덕끄덕. 나랑 신보솜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칫.

여자는 거칠게 혀를 차며 나를 째려본다. 아니, 왜요...


“그분의 성함은 루살카 데 다누, 물의 아이시다”

“네”


하늘의 별 다음에는 물인가요. 판타지네요.


“10년 동안 너는 그분을 인간으로서 잘 키워야 한다. 알았지?”

"네"

"자 설명됐지?"

“아니니, 설명이 그게 끝이에요?”

“뭘 더 하라고?”

“저, 정말 하나도 모르는데요?”


하...

여자가 한숨을 쉰다. 분명히 당하면 화가 날 한숨인데 이 사람이 하니 그저 무서울 뿐이다.


“우리는 정령이야”

“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도 다누님도 정령이었어”

“네”

“이유까진 알 거 없지만, 아무튼 다누님도 나도 인간화되었고, 너가 다누님을 맡아서 인간으로서 키우기로 이야기는 이미 끝나 있어. 그러니깐 잘 맡아서 키워”

“네?”


중간에 여전히 생략이 너무 지나친데요.


“전달자! 신이랑 얘기했다며?”

“네, 그랬어요”

“이 새끼가 아이들 맡아 키우는 놈 아니야?”

“맞아요”

“그럼 다 끝났잖아”

“그렇군요”


뭐가 그렇습니까.


“신님께서 아이들을 맡아 키우라고 하셨지요... 하긴 그걸로 끝이긴 했습니다”

"그렇지?"


잠깐만.


“아이... 들?”

“네, 아이들이에요”

“그러면 한 명이 아니야?”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네요?”


아무래도? 모양이네요?


“무슨 일인지 신님한테 좀 물어봐요,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도대체”

“어... 질문해도 대답 안 해주시는데”

“아아니 좀”

“아, 말씀하시네요. 다누도 맡아 키우는 거라고”


그 말에 나는 품에 안겨 있던 아이를 내려다본다. 어느새 내 품에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아이는 그 큰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나에게 말한다.


“아빠!”

“아니야!”

“아니야?”

“아니, 그게 아니라...”


하...

그러니깐 이 아이도 맡아서 2명 키우라는 거구나.

한 명 키우는 게임이 아니라 두 명 키우는 게임이라고? 프크는 한 명만 키우는 거였다고!


“만드신 자작 게임은 한 명 키우는 게 아니라고 하십니다”


어느새 내 마음을 읽었는지 신보솜씨가 대답해준다. 그러시겠지, 프크가 아니라는 거겠지...


“야”


부르는 소리에 다시 시선을 돌린다. 단발의 기가 세 보이는 여자는 나를 계속 째려보고 있었다.


“잘해라”

“아, 그”

“잘하라고”

“넵”

“너 내가 계속 보고 있을 거니깐”

“넵?”

“다누님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하거나 하면”


그 순간, 마치 여자의 눈동자가 불타오르는 듯이 보였다. 눈빛만으로 나를 태워죽일 기세였다.


“곱게 안 죽는다”


인간이 제일 고통스럽게 죽는 방법이 화형이랬나? 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화형당할 위협을 느끼면서 대답했다.


“네, 넵!”


대답은 힘차게 했지만, 왠지 자기 자신이 비참해진다.




기가 센 여자는 사라졌다. 어느새 내 품에서 빠져나간 다누는 별님이랑 함께 공원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이들이라서 그런가, 금세 친해진 것 같았다. 나는 둘을 내버려 두고 신보솜씨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저기, 신보솜씨...”

“네”

“방금 그분은 도대체”

“태화님이라고 하네요. 저도 이름밖에 못 들었어요”


그런 겁니까.


“제 의무는 아이를 두 명 키우는 건가 보군요”

“그런 것 같네요”


침묵.

하긴.

10억에 방 7개나 달린 큰 집을 받았다. 또 뭘 더 받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이 두 명은 키워야 하겠지. 오히려 받은 것에 비하면 이 정도 의무는 가벼운 편 아닐까 싶다.

조금 버거워질지도 모르지만. 아니야, 괜찮아. 응, 두 명까지는 괜찮겠지. 힐끗, 다누와 별님이를 살펴보았다. 둘은 재잘재잘 떠들며 공원의 풀을 관찰하고 있었다. 다누는 이 풀 저 풀을 뽑고 만져가면서 별님이에게 들이대고 있었고, 별님이는 다누가 들이댈 때마다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쉬울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든다. 오히려 한 명보다 두 명 키우는 게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 같이 키우면 둘이 잘 놀 거고, 그렇다면 내가 보살펴야 하는 범위도 줄겠지. 거기다 이게 게임이라면, 쟤네 둘이 저렇게 같이 놀면서 스테이터스도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프크에서도 npc나 동료, 라이벌이랑 어울릴 때마다 스테이터스가 늘었으니깐.


“좋아, 그러면...”


나는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누를 쳐다보았다. 우선 다누도 이름을 바꾸는 게 좋겠지. 별님이도 그랬지만 다누라는 이름을 그냥 쓰긴 힘들다. 우리나라에선 너무 어색한 이름이잖아.


“다누...야”


어색하게 불러본다. 이름이 불린 아이는 응! 하고 활짝 웃으면서 다시 달려온다. 또 태클 걸게?

억, 나는 정확히 명치에 몸통 박치기를 하는 아이를 받아낸다.


“다누는 이름이 다누인 거지?”

“응!”

“그 외에 다누가 알고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없어!”

“없어?”

“응!!”

“원래 아빠라거나 엄마라거나...”

“아빠는 아빠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다누가 손으로 나를 팡팡 친다. 바로 아빠로 입력된 거야? 별님이랑 같은 경우인 거 같다. 기억이 봉인되었다거나 뭐 그런 거겠지. 그러면 뭘 물어봤자 의미는 없을 테다.


“그래... 그러면 다누야, 다누는 다누 이름이 좋아?”

“이름? 좋아!”


일단 자신의 이름이니깐 본인 의견을 물어야겠지.


“음... 다누야, 다른 이름도 좋을까?”

“다른 이름? 좋아!!”


다 좋구만!


“다나?”

“다나!”

“단하?”

“단하!”

“단아?”

“단아!! 쪼아!!!”


신난다, 하고 외치는 다누. 무슨 이름이든 다 좋은 모양이다. 너 무슨, 강아지니?


“좋아, 그러면 앞으로 이름을 단아로 하자”

“응!”

“단아야?”

“응!!”

“다누야?”

“응!!!”


...이름 두 개 쓰지 뭐. 단아라는 이름이 익숙해져 가면 될 거다.


“아버지, 이제 다누는 단아인 건가요?”


별님이가 와서 묻는다. 우리 둘이 하던 대화를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단아를 보니 별님이가 얼마나 점잖고 똘똘한 아이인지 새삼 알게 된다.


“응, 단아란다. 단아야, 별님이랑은 인사했지?”

“별님이? 별님이!!”

“인제야 통성명이 되었네요”


별님이는 통성명이라는 단어도 알고 참 똑똑하구나. 그리고 둘이 놀던 건 그냥 냅다 놀던 거였구나... 텐션이 한껏 높아진 단아를 쓰다듬는다.

그러자 별님이도 나한테 다가와 붙는다. 뭐지? 잠깐 고민하다가, 겨우 깨달았다.

쓰담쓰담.

별님이는 내 손길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인다. 자신도 쓰다듬어달라는 거였구나.


“자, 그러면”


넷이서 밥 먹으러 가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신보솜씨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신보솜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마지막 안내로 진행할게요”

“네?”


아니 전달자 양반, 이게 무슨 소리야...




잠시 후, 우리 넷은 터미널 근처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있었다. 아이들까지 데리고 먹을만한 음식점을 찾다 보니 보인 곳이었다. 가격이 꽤 센 가게였지만 돈이야 많다! 뭘 먹어도 괜찮다!


“그러면, 둘 좀 봐주세요”

“네”

“아빠! 어디가?”

“단아야, 아버지는 볼 일이 있으시다잖아”

“언제 와...?”


단아답지 않게 갑자기 텐션이 떨어진다.


“곧 올게”

“응!”


곧 온다는 말에 다시 텐션이 올라가는 단아. 이 아이는 참 에너지 폭이 큰 아이구나. 나는 셋을 두고 레스토랑 밖으로 나왔다.

레스토랑으로 오면서 신보솜씨에게 들었던 설명을 다시 떠올려본다. 신님이 방금 지시를 내리셨어요. 마지막 지시래요.

마지막 지시요? 신보솜씨는 그 말에, 역에 가서 8시에 도착하는 버스를 기다리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이번엔 버스로 뭘 보내려는 걸까. 혹시 진짜로 부인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결혼 당한 거야?

누가 오는 건가요? 그 질문에 신보솜씨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우선 시간을 확인해보니 7시가 이미 지난 뒤였다. 내가 배가 고픈 것도 있지만, 아이들은 뭘 먹여야 할 것 같았다. 단아야 별님아, 배고프니? 응! 배고파! 단아에게 배고프냐고 물어보고 나서 그 생각은 더 굳어졌다.

그래서 레스토랑에 와서 신보솜씨랑 별님이, 단아를 밥을 먹게 하고, 그 마지막 지시라는 건 혼자서 가기로 했다. 신보솜씨가 있으니 괜찮겠지.

나는 다시 불안한 직감에 휩싸이며, 혼자서 터미널 안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 20.2.14 - 내용 오류를 정정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현실에서 플레이하는 딸 키우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33화 - 수애를 위한 계획 +1 20.01.29 286 8 12쪽
32 32화 - 수애의 마음 +1 20.01.28 257 7 12쪽
31 31화 - 소연씨의 마음 +1 20.01.27 267 6 11쪽
30 30화 - 소연씨랑 학교로 +1 20.01.24 266 8 11쪽
29 29화 - 사재기 20.01.23 269 8 12쪽
28 28화 - 행상인 등장 +2 20.01.22 266 6 12쪽
27 27화 - 한 달 뒤의 수확제 +1 20.01.21 284 6 11쪽
26 26화 - 권력역전의 회사 +1 20.01.20 280 8 11쪽
25 25화 - 편의점 진상 +1 20.01.17 293 6 12쪽
24 24화 - 경고 +1 20.01.16 362 6 13쪽
23 23화 - 만루홈런 +1 20.01.15 309 9 12쪽
22 22화 - 오해 곱하기 오해는 +1 20.01.14 322 9 12쪽
21 21화 - 출근하자 20.01.13 339 7 11쪽
20 20화 - 수애도 함께 +1 20.01.12 321 14 12쪽
19 19화 - 겨울왕좌 +1 20.01.11 359 10 11쪽
18 18화 - 취업...네? 20.01.10 389 9 13쪽
17 17화 - 걱정 +1 20.01.09 388 9 11쪽
16 16화 - 그런데 말입니다 +4 20.01.08 459 10 12쪽
15 15화 - 루씨... 일 리는 없고 +1 20.01.07 412 14 11쪽
14 14화 - 이제부터 시작되는 육아 생활 +1 20.01.06 432 14 12쪽
13 13화 - ...그리고 둘의 도움과 +1 20.01.05 428 13 12쪽
12 12화 - 정령 소환과 타로 카드와 +1 20.01.04 460 14 13쪽
11 11화 - 괜찮을까요? 20.01.02 748 15 11쪽
10 10화 - 주말 행동 선택 : 자유행동 20.01.01 657 15 13쪽
9 9화 - 강와 강와, 강와 머니, 걱정 마세요~ +4 19.12.31 753 18 13쪽
8 8화 - 게임, 시작합니다 +1 19.12.30 678 19 10쪽
7 7화 - 세 아이의 만남 +2 19.12.29 720 20 12쪽
6 6화 - 혼자 온 아이 +2 19.12.28 786 25 12쪽
» 5화 - 물의 정령 +3 19.12.26 903 18 12쪽
4 4화 - 여름의 별 +3 19.12.25 984 2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