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플레이하는 딸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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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19.12.25 22:45
최근연재일 :
2020.03.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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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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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 권력역전의 회사

DUMMY

자고 나서 생각하자. 태화씨를 도와주면서 지친 나는 그렇게 결정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부터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이게 뭐야?”

“책가방 메고!”

“...여기”

“다 챙기셨지요?”

“필통, 노트... 네”

“수애야 옷 다... 아 다 입었구나”


전쟁이었다. 오늘부터 학교에 갈 애들 준비시키기는 일은 전쟁 그 자체였다.


“다 준비 끝났지!”

“네”

“네!”

“...네”


정신없이 애들 옷을 입히고 가방을 챙겨주고 준비물을 다 확인하고 일렬로 세운다. 이제 준비 끝났겠지? 셋 다 해맑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수애도 웃은 거 같으니 해맑게 웃은 거라고 치자.


“유광씨, 회사 시간은...”

“괜찮아요, 적당히 가면 됩니다”


아침에 적당히 출근하면 된다는 게 이렇게 좋은 것일 줄이야.


“학교는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아녜요”


나는 잠시 신보솜씨의 귓가에 속삭인다.


“파악해야 할 시스템도 있고, 학교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아야 신님을 만족시키는 게임 플레이가 가능할 것 같아서요”

“아”


그 말에 신보솜씨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준다.

그렇다. 이건 다 게임 공략을 위해서다.

경고까지 한 번 먹었으면 긴장해서 게임을 공략해야 한다. 내가 아는 현실과 어디까지 유사하고 또 어디부터가 게임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게임 시스템이 내가 아는 시스템인지 아닌지도 알고. 그걸 통해서 공략을 짠 다음에 실행하면서 속된 말로 고인물 플레이를 해야 할 것이다.

...결코 애들이 걱정되어서 그러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걱정되긴 하지만, 애들도 초등학교 고학년이고, 일단 수애는 초등학교 잘 알 거고, 애들 똘똘한 거 보면 문제는 없을 거다. 그러니깐 걱정되어서만 그러는 건 아니란 말이야.

애들 걱정에 둘째 날부터 회사에 늦게 출근한다고 하면 이유로는 부족한 거니깐.




학교 가는 길을 같이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꼬마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대게는 혼자나 삼삼오오 모여서 학교에 가고 있었지만, 종종 나처럼 보호자가 애들을 데리고 가는 경우도 보였다. 그 모든 사람이 모여서 길을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있었다.


“...책을 읽는 거야”

“책!”

“어머, 책을 읽는 거였군요”


별님이랑 수애, 단아도 자기들끼리 신나서 떠들고 있었다. 수애가 별님이랑 단아에게 학교가 무엇인지 설명해주고 있는 듯싶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것이라면 집에서 해도 되지 않아?”

“난 본 적 없는데!”

“...배우는 거니깐”

“배워?”

“뭘?”

“...여러가지... 국어나 수학... 미술... 음악...”


수애가 손가락을 세어가며 어떤 과목들이 있는지 설명해준다. 손가락을 꼬물거리는 게 귀엽단 말이지.


“수학?”

“응... 곱셈이라든가... 각도... 큰 수...”


수애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인 모양이다. 어떤 걸 배워왔는지 척척 설명해준다.


“큰 수가 뭐야!?”

“큰 수라는 건... 백만이나 천만처럼...”

“백만? 백만이 뭐야!?”


...반대로 단아는 공부를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정령이었다더니 지식도 순수한 모양이다. 하긴 정령들이 인간들처럼 공부하지는 않겠지.


“그 전에... 천이라든가... 만이라든가...“

“천! 천 명!?”


아는 단어가 나오자 단아가 손을 크게 벌리며 감탄한다.


“응, 그 천이란다 단아야”

“와!”


별님이도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것 같은데... 어디까지 아는 것일려나. 이럴 때 스테이터스가 보이거나 하면 참 편할 텐데 말이지.

그때였다.


“앗!”


커다란 남자애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면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어디서 봤더라? 생각하는 순간 떠오른다.

어제 편의점에서 봤던 꼬맹이다. 꼬맹이 옆에는 역시나 어제 편의점에서 봤던 아줌마도 보인다.

설마, 쟤도 이 학교에 다니는 건가?


“......”


아줌마는 이쪽을 노려보더니 이내 흥, 콧방귀를 끼고는 고개를 돌린다. 마음에 들지 않는구먼. 그래도 다행히 애를 데리고 빠르게 학교로 걸어가 버렸다. 이쪽이랑 얽히기 싫다는 건데, 다행이다.


“방금 뭐야!?”

“으응, 아무것도 아니란다... 자, 얼른 가자 늦겠다”

“네!”


부디 우리 딸아이들은 저런 놈이랑 어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애들을 데리고 학교로 서둘렀다.




애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회사로 향한다. 걱정되는 마음에 별님이에게 이상한 애들이랑 어울리지 말고 동생들 잘 보살피라고 당부도 했지만... 괜찮겠지?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자꾸 미적거리게 된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사무실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면 9시 30분. 어제보다는 늦게 도착했지만 음소연씨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다행이다. 정말로 아침 출근이 프리하구나.

자, 그러면 오늘 아침은 무엇을 해야 하...


“왔군 자네!”

“크억!”


외투를 벗은 순간, 등에 강한 충격을 느꼈다. 뒤돌아보면 사장님이 내 등을 팡팡 두드려가며 나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좋은 아침일세!”

“좋은 아침입니다, 사장님”

“어서오세요 사장님”

“응! 소연씨, 어제는 별일 없었나?”

“네”


사장님, 어제는 코빼기도 안 보이시더니 오늘은 바로 아침부터 오시는군요.


“미안했네, 어제부터 회사에 나오라고 해놓고는 내가 그만 깜빡했지 뭔가!”

“어제는 외근이 아니셨던가요?”

“놀러 다녔는데? 와하핫!”


개쩌는 사장님이구먼. 당당하게 놀러 다녔다고 선언하는 사장님에게 소연씨가 잔소리를 시작했다.


“사장님! 제대로 일하셔야죠“

“으음, 좀 봐주게나... 어제는 숙취가 심해서 말이지”

“술도 조절하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으음, 그게...”


긁적긁적. 사장님은 소연씨에게 찍소리하지 못하고 혼날 뿐이다. 뭐야 이 사무실. 대체 뭔데 사원이 사장을 이기는 건데.


“점심까진 출근하려고 했다만, KRI 사장이 같이 해장국이나 먹자고 해서 그만...”

“연락이라도 주셨어야죠! 어제 유광씨가 얼마나 난처했는지 아세요?”

“아니아니아니”


갑자기 거기서 제가 왜 나옵니까!? 그렇게 말하면 제가 사장님 때문에 불편했다는 이야기가 되어버리잖아요! 신입사원한테 그런 패기 없습니다!


“소연씨 잠시만요”

“그저께는 신나서 ‘드디어 인재를 영입했다’ 이러시고는 바로 어제부터 방치하시고, 사장님도 책임감을 좀 느끼세요”


아니아니아니 그러지 말아요. 왜 그러세요. 어제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건가요. 저를 죽이실 작정인가요.


“으흠, 그게 사실은 말일세, 유광씨를 영입하고는 기쁜 마음에 자랑하다가 그만 과음을 해버린 셈이라...”


절레절레. 소연씨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 그,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지 저는 모릅니다만, 뭔가 눈치를 보면 권력이 소연씨에게 있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지만요, 아무튼 그게 아니라, 소연씨 그러지 말아 주세요.


“왜 그러시나요?”


내 눈치를 보고 소연씨가 한 마디 묻는다. 왜 그러시냐고요? 신입사원 앞에서 사장을 갈구면서 ‘당신 때문에 신입사원이 어제 곤란했다고요’ 라고 말하면, 신입사원은 죽을 것만 같거든요!?


“사장님은 당연히 다른 사장님이랑 얘기하시다가 늦거나 안 오시거나 그럴 수도 있는 거고...”


나도 모르게 사장님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사장님 편들지 마세요, 유광씨”


여기서 사장님 편을 안 들면 어떻게 하냐고요!


“으하핫, 미안하네 미안해!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빨리 오지 않았나?”

“그건 그렇네요”

“유광씨, 미안했네”


으아아아아 저한테 사과하지 마세요.


“그래도 말이야! 어제 KRI 사장이랑 이야기하다가 일도 하나 따왔다네! 그러면 일 한 거로 쳐주지 않겠나?”

“흐음... 무슨 일이죠?”

“이거라네 이거”


사장님은 품에서 편지 봉투를 하나 꺼내 소연씨에게 건냈다. 소연씨는 편지 봉투를 받아 열어본다. 종이 쪼가리 2장, 무언가 티켓 같은 것이 2장 나온다.


“이건...?”

“이번에 열릴 크루즈 파티 초대권이라네! 어떤가?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모이는 귀한 걸 얻어온 건데”

“이게 무슨 일을 얻어온 거예요! 노는 거지!”


목소리가 한 옥타브 더 올라가는 소연씨. 그 목소리에 사장님은 시무룩해진다. 그리고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만 더 커진다.

이 사무소, 대체 뭔데......




한참 사장님을 구박하고 나서야 소연씨의 잔소리와 설교는 끝났다. 나에게 하는 잔소리는 하나도 없었지만, 사장님보다 내가 더 불편한 자리였다.

눈치를 보아하니 이 사무실에서 실제로 일을 하고 관리하는 건 소연씨인 것 같고, 사장님은 직책만 달고 놀러다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소연씨가 사장님에게 잔소리하고 일을 가져오라고 닦달하고 하면서 영업 같은 일을 시키는 모양인데...

그래서 어제는 사장님이 안 와도, 또 나에게 일을 시키면서도 곤란하지 않았던 거구나. 애초에 혼자서 거의 모든 일을 다 하시던 거니깐. 소연씨, 대단한 사람이구먼.


“초대권은 반쯤 농담이었고... 이번에 KRI에서 새로 데뷔하는 애들 일도 따왔다만...”

“그걸 먼저 말씀하셔야죠!”

“일 얘기야 천천히 해도 되지 않는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일 얘기부터 해야지!”

“소연씨, 너무 빡빡하게 살면...”

“사장님이 퍼진 거거든요!”


...소연씨, 무서운 사람이구먼. 사장님이 반박하질 못해.


“그래도 유광씨는 일을 잘 하지 않던가?”

“그건 인정해드리죠”


갑자기 거기서 제 칭찬으로 넘어간다고요?


“어제도 원래 제가 하던 일을 엄청 효율적으로 처리하셨어요”

“그렇지? 내가 인재 보는 눈은 있다니깐”

“그 눈으로 성실히 일하란 말이에요”

“응...”


시무룩해 하는 사장님. 중년이 젊은이에게 까이는 모습이 왜 이리 불쌍해 보이는지.


“앞으로는 열심히 하겠네...”

“지금부터!”

“...지금부터 열심히 하겠네...”


사장님은 실컷 잔소리를 듣고는,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잠시만요, 사장님”


나는 그런 사장님을 서둘러 불러세웠다.


“왜 그러나?”

“저기 그... 저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거죠?”

“그건...”


내 말을 듣고 멈추는 사장님. 한참 생각을 하는 듯 눈알을 돌린다.


“...소연씨에게 물어보게나”


아니, 그 전에 일을 정해주는 건 사장님이 하셔야죠.


“지금 특별히 담당할 일은 없다네. 그때그때 닥친 일들을 도와주는 게 자네 일이니 말일세”

“그건...”

“그러니 소연씨를 도와주게나. 어제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 싶네만”


자유 방임주의가 지나친데요.


“그럼 소연씨, 유광씨를 부탁하네”

“네, 알겠습니다”


잔소리가 끝나고 나서 고분고분해진 소연씨가 사장님에게 공손히 대답한다.


“유광씨, 어제처럼 저를 도와주시면 될 거 같아요”

“아, 네, 알겠습니다”


정말 이런 거로 괜찮은 걸까? 나는 사소한 의문을 품고는 어제에 이어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사장은 분명 나를 보고 ‘찾고 있었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렇다는 건 무언가 시킬 일이 있었다는 의미일 건데... 도대체 지금은 맡길 일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이유가 뭘까?

의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나는 소연씨를 돕다가 하루를 끝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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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 수애를 위한 계획 +1 20.01.29 286 8 12쪽
32 32화 - 수애의 마음 +1 20.01.28 257 7 12쪽
31 31화 - 소연씨의 마음 +1 20.01.27 267 6 11쪽
30 30화 - 소연씨랑 학교로 +1 20.01.24 266 8 11쪽
29 29화 - 사재기 20.01.23 269 8 12쪽
28 28화 - 행상인 등장 +2 20.01.22 267 6 12쪽
27 27화 - 한 달 뒤의 수확제 +1 20.01.21 284 6 11쪽
» 26화 - 권력역전의 회사 +1 20.01.20 281 8 11쪽
25 25화 - 편의점 진상 +1 20.01.17 293 6 12쪽
24 24화 - 경고 +1 20.01.16 362 6 13쪽
23 23화 - 만루홈런 +1 20.01.15 309 9 12쪽
22 22화 - 오해 곱하기 오해는 +1 20.01.14 322 9 12쪽
21 21화 - 출근하자 20.01.13 339 7 11쪽
20 20화 - 수애도 함께 +1 20.01.12 321 14 12쪽
19 19화 - 겨울왕좌 +1 20.01.11 359 10 11쪽
18 18화 - 취업...네? 20.01.10 389 9 13쪽
17 17화 - 걱정 +1 20.01.09 388 9 11쪽
16 16화 - 그런데 말입니다 +4 20.01.08 459 10 12쪽
15 15화 - 루씨... 일 리는 없고 +1 20.01.07 412 14 11쪽
14 14화 - 이제부터 시작되는 육아 생활 +1 20.01.06 432 14 12쪽
13 13화 - ...그리고 둘의 도움과 +1 20.01.05 428 13 12쪽
12 12화 - 정령 소환과 타로 카드와 +1 20.01.04 460 14 13쪽
11 11화 - 괜찮을까요? 20.01.02 748 15 11쪽
10 10화 - 주말 행동 선택 : 자유행동 20.01.01 657 15 13쪽
9 9화 - 강와 강와, 강와 머니, 걱정 마세요~ +4 19.12.31 753 18 13쪽
8 8화 - 게임, 시작합니다 +1 19.12.30 678 19 10쪽
7 7화 - 세 아이의 만남 +2 19.12.29 720 20 12쪽
6 6화 - 혼자 온 아이 +2 19.12.28 786 25 12쪽
5 5화 - 물의 정령 +3 19.12.26 903 18 12쪽
4 4화 - 여름의 별 +3 19.12.25 984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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