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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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무삼정
작품등록일 :
2019.12.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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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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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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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방문 3

DUMMY

풍진은 오기촌에서 사길현으로 오다가, 풍문(風聞)으로 용호방에서 있었던 비무이야기를 들었다.

풍진은 이찬을 불렀다.


“찬아, 할애비의 생각과는 다르게 일이 진행되는 구나. 혼인 문제도 그렇고 비무 문제도 그렇다.”

이찬은 혼인이란 말이 나오자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허~. 죄송할 문제는 아니다. 인생사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더구나.”


“이번에 오기산에서 괜찮은 삼(蔘)을 발견했다.”

“오~. 왕두가 먹었던 삼과 비슷해 보입니다.”

“허허허. 그 정도는 됐을 게야. 아일이 생각이 나서 한걸음에 오다가.....”

이찬은 할아버지 풍진이 자신을 바라보자 고개를 숙였다.


“할아버지, 아일이는 제가 생각해 둔 것이 있습니다.”

이찬은 벽장에서 환약 하나를 꺼내어 놓았다.

청아한 향이 진동을 하고 있었다.

“허~, 두 개를 복용해도 효과는 하나만 복용한 것과 같겠구나. 아일을 불러오너라.”


장아일은 삼과 영약이 놓여있는 모습에 궁금한 얼굴이었다.

“아일아, 환약과 이 삼은 비슷한 기운을 품고 있구나. 삼은 복용하면 지금부터 몸에 효과가 있으나, 천천히 효과가 올라 올 것이다. 네가 하기에 따라서 삼년이 걸릴 수도 오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그 정도의 시간이면 이환약과 비슷한 공력을 얻을 것이다.”

“.....”

말없이 아일은 할아버지 풍진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환약은 찬이 말대로 일년 후에 복용하면 빠른 시간에 십년(十年)정도의 공력을 얻을 수 있다.”

“저는 환약요~!”

‘탁’

“골통~!. 할아버지 말씀을 끝까지 들어야지.”

“허허허허. 하지만 삼은 그 이후로도 효과가 있어서 너의 노력에 따라 더 많은 공력을 얻을 수 있다. 삼십(三十)년의 공력까지 가능할 수도 있단다.”


이찬은 장아일이 서문겸에게 듣는 ‘무공야서’의 이야기에서 한발 나아가, 글을 배우게 되자 이젠 서문겸에게 책을 빌려서 읽는 모습을 가끔 보았다.

“히히히. 저는 환약요.”

장아일이 환약을 선택하는 이유가 짐작이 갔다.

“에라~! 골통.”

빠르게 환약을 복용하여 공력을 올리고, 할아버지 풍진이 약초는 나중에라도 구해주지 않을까 하는 심산(心算)이 눈에 보였다.


“허허허. 그러려무나.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다음에 약초를 구하게 되면.....”

환약을 서문겸이나 용호방 동기에게 나눠준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장아일은 삼을 택하면 환약을 이찬이 다른 사람에게 넘길까 걱정이었다.

몇 번이나 영약으로 치는 희귀한 약초를 구한 풍진이면, 삼은 나중에라도 구해주리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풍진은 한심(寒心)하게 장아일을 바라보는 이찬을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물었다.

“찬아, 청성산의 도인들이 사길현에 아직 있느냐?”

“네. 할아버지.”

“그럼. 두도인을 불러오너라.”


장아일은 삼을 먹으면 환약은 필요치 않고, 환약을 복용한 후에라도 이정도의 삼(蔘)은 복용하면 좋다는 말을 들었다.

‘역쉬~, 내 생각이 맞았어. 히히히’

장아일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며 이찬과 함께 방을 나섰다.


“골통인 줄은 알았지만 ....., 무조건 삼을 골랐어야지. 쯧쯧”

“환약도 먹고 나중에 삼도 먹으면 되지. 히히히”

이찬이 다섯가지 기(氣)와 음(陰)과 양(陽)을 들먹이며 설명을 하자, 장아일은 머리 아프다며 무조건 공력이 제일이라고 우기고 있었다.


오백년 이상의 삼은 구하기 어려웠고 특히 인형삼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목(木)의 기운을 바탕으로 수(水)의 기운과 토(土)의 기운을 흠뻑 머금은, 오백년 이상의 인형삼은 공력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여러 효과가 있었다.

‘에휴~, 내 입만 아프지....’


방안에 놓인 오백년 이상의 인형삼.

왕두에게 하나 건네 준 이후로 삼년이 넘어서 발견한 괜찮은 삼이었다.

이찬이 두도인을 데리고 할아버지 풍진이 있는 방 앞에 다다랐다.

“두도인분을 모셔왔습니다.”

“어서 모시거라.”


두도인은 풍진 앞에 놓여진 산삼을 보고 놀라고 있었다.

두도인은 자기 소개를 공손히 하였고, 풍진은 약초 캐는 촌로(村老)라며 웃었다.

“오백년이 넘은 산삼으로 인형삼(人形蔘)이라오. 두분이서 반절 나누어 드시면 좋을 것이오.”

“노인장께서 왜 저희에게 이런 귀한 약초를 주시는 지요?”

“영험한 약초는 다 주인이 있는 법이라오. 새로 얻은 손주 녀석에게 주려고 하였으나 싫다고 하니.... 허허허. 이 약초는 두분이서 나누어 드셔야 제값을 할 것이오.”


단호와 단정은 그냥은 받을 수 없다며 사양(辭讓)을 하고 있었다.

“산삼 값을 얼마 쳐주실 것이오?”

풍진의 말에 두도인은 가지고 있는 은자가 없음을 깨닫고 있었다.

“영험한 약초는 돈으로 값어치를 따지지 않는 게 심마니요. 병자(病者)가 있으면 병자에게 주고, 꼭 필요한 이가 있으면 필요한 이에게 주는 게 심마니라오.”

“저희는 병자가 아닙니다. 노인장”

“제 눈엔 두도인분은 병자이면서 꼭 필요한 이요.”

“네?”하고 둘은 풍진을 쳐다보았다.

“마음의 병도 병이라오. 요새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게요. 잡을 듯 오를 듯하다, 못 잡고 못 오르는 것에 속이 타들어 갔을 것이오.”


두도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게 마음의 병이오. 이 인형삼을 두분이서 드시면 십오(十五)년 정도의 공력도 얻으니, 두분 모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오. 손주 녀석은 미리 준비한 영약도 있고.... 허허허”

풍진은 웃으며 오백년 넘은 인형삼을 반으로 나누어, 두도인 앞에 밀어 넣고는 방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어서 나와서 호법을 서야지. 뭐하느냐?”

풍진의 목소리에 이찬은 정신을 차리고 방문 밖을 나서고 있었다.

“두분은 운기조식을 하시오. 손주 녀석이 밖에서 호법을 설게요.”


두 도인은 반으로 나눈 인형삼을 복용하고 운기조식을 했다.

반시진 정도 지나서 두 도인은 방문 밖으로 나서고 있었다.

“이소협, 어르신은 어디에 계시오?”

“사돈 어른 집에 마실 가셨습니다. 술 한잔 드시고 계실겁니다.”

“영약을 흡수하는 데는 땀 보다 더 귀한 것이 없다시면서, 신법을 최대로 펼치며 돌아가시는 게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말씀은 없으셨소?”

“나중에 증손주와 함께 들를 때, 약주나 한병 내놓으라 하셨습니다.”

“증손주는 몇 살이오?”


이찬은 얼굴을 붉히며 무슨 일인가 하고 서있는 초린을 바라보았다.

“혼인을 했으니 곧 생기겠지요.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두도인은 호탕하게 웃었다.

“어르신께 술 담가놓고 기다리고 있겠다고 전해주시오.”

단호와 단정은 이찬과 초린을 바라보고 한바탕 웃으며 사길현을 떠나고 있었다.


***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석양(夕陽)이 물들고 있을 때.

허광대사가 홀로 이찬의 집 문턱을 넘고 있었다.

“허광대사님 아니시오?”

“노인장께서 계셨구려.”


허광대사와 풍진의 소리에 모두 나와 인사를 나누었다.

급한 전갈(傳喝)을 가져오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신법을 펼치고 왔다고 하였다.

“목이 컬컬하니 일단 탁주부터 한잔 내주시겠오?”


초린이 주안상을 내려놓았다.

허광대사는 술을 대접으로 한사발 마시고 장아일을 부르더니 대접을 내밀었다.

“한잔 받거라.”

“....”

“기쁜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하나씩 있느니라. 무엇부터 듣고 싶으냐?”


허광대사의 행동에 모두 장아일에게 시선이 쏠렸다.

“나쁜 소식부터요.”

“그래~. 네 아비가 죽었다. 나무아미타불.”


장아일은 허광대사가 따라 준 대접의 술을 벌컥벌컥 마시며 반은 흘리고 있었다.

처자식을 노름에 빠져 팔아먹은 아버지이지만, 죽었다는 말에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가 장아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어떻게 돌아가셨나요?”

허광대사는 장아일의 물음에 이틀 전에 죽었다고 하였다.

은자를 다 탕진하고 노름판에서 난리를 피우다가 몰매를 맞은 것과 집안에 쌀 한 톨 없는 것이 굶주림이 겹쳐서 죽었다는 것이다.


장아일은 한때는 다정했던 사람이 삼년 전부터 노름판에 빠져서, 당나귀에 수레를 끌고 유주(훗날 북경)의 외진 마을들을 돌며 장사하던 일도 그만 두었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당나귀와 수레까지 팔더니 결국 어머니와 자신까지.


정신이 멀쩡하게 가끔 돌아오면.

은자 다섯냥만 있으면 아니 세냥만이라도 있으면, 밑천 삼아 마음을 잡겠다는 말을 수시로 주절거렸다.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좋은 소식은요?”

“네 어미를 찾았구나.”


공손미에게 부탁했던 ‘장아일 어머니의 행방’을 찾았다는 말에, 아일은 슬픔을 뒤로하고 허광대사를 보채고 있었다.

“강남도의 항주로 팔려..아니 항주로 갔을 거란 이야기에, 사람을 시켜 수소문 했지만 행방을 알 수 없었다.”

“.....”

“도박장의 인물들을 시작으로 처음부터 다시 행방을 쫓다보니, 항주로 가는 길에 정주에 정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광대사의 말은 정주에서 제법 돈을 번 상인의 둘째 부인으로 들어갔다고 하였다.

오십 가까운 황덕보란 사람으로 상점을 여섯 개를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첫째 부인과 상처(喪妻)를 하고, 팔려가는 장아일의 어머니를 우연히 보게 되어 맞이했다는 것이다.


황덕보는 장아일의 어머니 소원대로 아일을 데려오고 싶어 하는 눈치이나, 전처의 아들 둘은 반대하고 있는 실정(實情)까지 허광대사는 풀어놓았다.


“어머니만 잘 계시면 됐습니다. 한번은 찾아뵙겠지만, 분란(紛亂)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 마음 가는대로 하려무나. 그래도 아비 산소는 한번 가봐야지. 공손미가 장례를 치러주고 작은 산소라도 만든다 했으니.....”

장아일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허광대사는 아침에 먼저 유주로 떠나고.

서문청과 서문겸까지 나와 점검하고 지방수의 “출행”과 함께 표행이 시작됐다.

삼한의 철 두 대를 포함하여 총 여섯 대의 마차와 함께, 이찬은 후미에서 ‘훈마’와 함께 만화전장을 뒤로했다.

장아일은 구노인의 마차의 마부석에 앉아 이찬을 따라 유주로 가고 있었다.


이찬은 훈마와 함께 후미를 따르며 회상(回想)을 하고 있었다.


이른 새벽에 할아버지 풍진과의 대화.

“언제부터이냐?”

“무슨 말씀이신지?”

“어느새 중류 상급의 상급에 다다른 것 같구나. 혹 그때 검무에서....”

이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 너무 빠르구나. 다른 기연(奇緣)이라도 있었던 게냐?”

“‘천향송이’를 우연히 구했습니다.”

“오~. 그랬구나.”

풍진은 어디서 구했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이찬이 ‘천향송이’을 구한 경위를 설명하려고 하자, 풍진은 손을 휘저었다.


“할애비를 따라 비슷한 삶을 살아 온 너의 아비나 할애비처럼, 네가 살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네가 스스로 일어설 때가지 할애비와 아비로서 지켜주고자 했는데....., 이젠 큰 도움은 필요 없게 되었구나. 허허허”

풍진은 부족한 게 아직도 많다는 이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린 손주가 어느새 일가를 이루고 이젠 어른이 되었다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아일을 잘 챙기거라.”


이찬은 할아버지 풍진의 마지막 말씀을 생각하며 구노인과 장아일을 바라보았다.

둘이서 웃고 있었다.

‘엥~.’


이찬이 구노인의 마차로 가까이 다가갔다.

구노인이 장아일이 유주로 가는 연유(緣由)를 알고, 시무룩한 장아일를 달래고 있었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구수한 입담으로 풀면서 마차를 몰고 있었다.


작가의말

건강 조심하세요~!


항상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호는 응원입니다!

꾹꾹~ 눌러주시고 행복한 하루 되시길....


휙휙~ 글적이고 갑니다.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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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새로운 길 동행 11 ( 고향도 다녀오라고 ) +2 20.05.06 1,986 23 14쪽
80 새로운 길 동행 10 ( ‘정’ ) +2 20.05.04 1,478 21 13쪽
79 새로운 길 동행 9 (낙장불입(落張不入)) +2 20.04.29 1,438 22 13쪽
78 새로운 길 동행 8 (죽마고우(竹馬故友)) +2 20.04.27 1,477 19 10쪽
77 새로운 길 동행 7 (불꽃놀이) +2 20.04.24 1,623 22 12쪽
76 새로운 길 동행 6 (여표(旅標)) +1 20.04.22 1,669 28 11쪽
75 새로운 길 동행 5 (인연(因緣)의 서막(序幕)) +2 20.04.20 1,785 24 16쪽
74 새로운 길 동행 4 (황홀경(怳惚境)) +2 20.04.17 1,794 25 12쪽
73 새로운 길 동행 3 ( 미끼 ) +2 20.04.15 1,697 25 10쪽
72 새로운 길 동행 2 (경련(痙攣)) +2 20.04.13 1,749 23 15쪽
71 새로운 길 동행 (섭선(摺扇)) +2 20.04.10 1,730 28 13쪽
70 새로운 길 5 (동행(同行)) +2 20.04.08 1,825 29 14쪽
69 새로운 길 4 (사자후(獅子吼)) +2 20.04.06 1,828 29 11쪽
68 새로운 길 3 (삼대삼) +2 20.04.04 1,943 29 12쪽
67 새로운 길 2 +1 20.04.03 1,841 28 11쪽
66 새로운 길 +1 20.04.01 1,872 29 10쪽
65 암투(暗鬪) 2 +1 20.03.30 1,765 27 11쪽
64 암투(暗鬪) 1 +2 20.03.28 1,927 28 13쪽
63 야영지(野營地)의 손님 4 +2 20.03.26 1,838 28 11쪽
62 야영지(野營地)의 손님 3 +2 20.03.25 1,736 27 12쪽
61 야영지(野營地)의 손님 2 +2 20.03.24 1,755 30 11쪽
60 야영지(野營地)의 손님 1 +2 20.03.23 1,847 3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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