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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객(劍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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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공김상훈
작품등록일 :
2019.12.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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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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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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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나매참(奈買斬)의 살인 2

DUMMY

추소의 맏아들인 매성(買成)과 휘하 쇠뿔에기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시신은 모두 수거되고 상황이 어느 정도 수습된 후였다. 잡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경계를 서고 있던 관병에게 쇠뿔에기가 다가가 말했다.

“추가(鄒加)에서 왔소.”

관병이 길을 열었다. 매성은 즉시 미저에게 다가갔다. 미저의 곁에 자라관을 쓴 관리도 보였다.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아보던 미저가 매성을 알아보고 인사를 나눴다.

“오셨습니까?”

“전해들은 말이 사실이오?”

인사말은 생략하고 곧바로 미저에게 묻는 매성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렇습니다.”

미저가 간단히 답하고 매성과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사람을 서로 소개했다.

“이분은 중리대활 도모(叨冒)나으리십니다. 그리고 이쪽은 추소 대인의 맏아들이신 추매성 공자입니다.”

“처음 뵙습니다. 추가의 매성입니다.”

매성이 고개를 세운 채 도모에게 인사했다. 목례조차 하지 않았다.

“반갑소. 지금 상황에 반갑다는 인사를 나누는 게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없소이다.”

도모가 점잖게 대꾸했다.

매성은 중리대활이 직접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사건 현장에 대활이 직접 나오다니. 그러나 한편으론 뿌듯했다. 그것이 추가의 위상인 것이다.

“부친의 존체(尊體)를 확인할 수 있겠소?”

매성이 미저에게 말했다.

“그러시지요.”

미저가 시신들을 수습해 놓은 곳으로 매성과 쇠뿔에기들을 데려갔다. 시신들은 반듯이 눕혀진 채로 거적에 덮여 있었다.

매성이 거적 하나를 들추자 목이 잘린 채로 누워있는 추소의 모습이 보였다. 그걸 본 매성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추가의 쇠뿔에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나하나 시신들을 확인할 때마다 그들의 일그러진 표정은 점점 험악하게 변해갔다. 그들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느라 어금니를 꽉 깨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시신을 확인한 매성이 도모에게 다가왔다.

“선친(先親)과 우리 조의들의 시신을 수습해주어서 고맙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시신을 추가로 운구하겠습니다.”

도모는 마치 통보하듯 말하고 추가의 쇠뿔에기들에게 명했다.

“어서 뫼셔라.”

“그건 아니 되오.”

그러나 도모가 그를 제지했다. 그의 말에 매성이 몸을 돌렸다.

“이건 중요한 살인사건이오. 그러니 검안소로 운구해서 좀 더 자세한 검안이 필요하오.”

“남부 대인이 피살됐으니 어찌 중요한 사건이 아니겠습니까만 그렇다고 해도 선친의 존체에 다시 또 칼을 대게 할 수는 없습니다.”

매성이 단호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으나 그의 눈에서는 불길이 이글이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도모의 눈길이 주먹을 불끈 쥔 매성의 손으로 향했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핏기가 사라져 시허열 정도였다.

“수사를 위해 필요한 일이오. 존문(尊問, 상대의 가문을 높여 이르는 말)에서도 한시라도 빨리 흉수가 잡히는 걸 보고 싶지 않겠소?”

“그렇긴 합니다만 생사를 떠나 한 번 대인은 영원한 대인입니다. 그러니 대인의 존체를 훼손할 수는 없습니다.”

매성은 완고했다.

“하지만 왕법이 그러하오. 제가라고 하여도 왕법 위에 설 수는 없소.”

그러나 법규를 들이대는 도모 역시 완고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 유명무실한 왕법. 제가 중 과연 왕법을 지키고 따르는 자가 얼마나 될까? 그렇다곤 해도 대놓고 왕법을 무시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중리대활로선 아주 좋은 구실을 댄 것이다.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검안을 한다고 하여도 선친의 존체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건 약속하겠소.”

“운구는 어디로 하실 겁니까?”

매성의 말에 감매가 미저와 도모의 눈치를 살폈다. 사건이 나매참에서 벌어졌으니 나매참 유사가 맡아야 맞지만 희생자는 남부 대인이다. 한 가문의 대인이 피살된 사건이므로 유사 단위에서 감당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중리부에서 맡는 게 당연했다.

“당연히 중리부로 가야하지 않겠소?”

도모가 말했다.

“그건 안 될 말이오!”

매성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추가가 아무리 하늘의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세력가라 하여도 매성이 아직 대인의 칭호를 이은 건 아니다. 그런데도 나라의 중견 관리, 그것도 중리부의 대활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었다.

지금까지 도모를 대하는 매성의 행태는 무척 오만했다. 이건 숫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였다. 그러나 도모는 지금 그의 속이, 속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여 그의 심정을 헤아려 따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이 태도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지금 뭐라고 하였소?”

도모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일이 나매참에서 벌어졌으니 당연히 나매참 유사가 맡아야하지 않겠습니까?”

매성은 여전히 고개를 높이 쳐들고 위압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대인이오. 이건 유사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오.”

“아니요. 중리부로 이첩이 되면 사건 해결이 더 어려워질 겁니다.”

매성이 눈을 부라리며 도모를 노려봤다. 그 오만방자함에 도모가 또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뜻이오?”

“잘 아시지 않습니까?”

매성이 비웃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도모가 굳은 표정으로 어금니를 깨물었다.

매성이 이렇게 완강하게 나오는 데는 그럴만한 연유가 있었다.

유사는 나라의 관청이긴 하나 하급 기관에 불과했다. 해당 지역의 실권은 사실상 그 지역의 대가들이 쥐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추가의 영역이다. 그러니 이곳의 유사에서 수사를 해야 한다는 건 다시 말해 추가가 직접 사건을 조사하겠다는 뜻이었다.

매성은 어떻게든 이 사건을 중리부로 넘기지 않고 나매참 유사에 잡아두고 싶었다. 수사가 중리부로 넘어가면 이 사건은 추대인 살인사건이 아니라 시국(時局) 사건으로 변질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 가문의 수장이 살해되었다. 흉수(兇手)가 장삼이사가 아닐 거라는 것쯤은 누구나 추측할 수 있다. 이건 분명 어떤 흑막이 있다. 추군이든 세군이든 배후는 추가를 노리는 자다.

추가는 한때 어어지나 극단둑과 막역했다. 그러나 그 둘이 갈라선 이후로는 어느 쪽 편을 들지 않고 중간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그들의 눈에 추가는 눈엣가시일 것이다.

중리부의 수장인 중리주활(中裏主活)은 세군의 허수아비다. 중리도독은 추군의 차지가 되어야 하나 세군의 반대로 공석이다. 나라의 관직은 추군과 세군에서 하나씩 나눠먹고 있다. 그러니 이 사건에 혹여 추군이나 세군 측 인사가 연루되었다면 이들은 사건을 대충 타협해서 유야무야 덮을 게 뻔했다. 지금껏 그래 왔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연루되어 있을 거라는 건 자명한 일이다.

매성은 지금 이 자리에 나와 있는 중리대활이 제가 출신이 아니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대신의 바로 아래 관등인 대사자(大使者)의 자리에 올랐다. 그것도 그냥 대사자가 아니라 요직 중의 요직인 중리부의 대활이다. 웬만한 가문의 인사들도 맡기 어려운 자리를 그 출신 내력조차 불분명한 자가 꿰찼다. 그것도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심지어 제가라 하여도 흑발의 대신은 없다.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해, 출신 성분조차도 알려지지 않은 도모가 그 나이에 그 자리에 올랐다는 건 여기저기 줄을 대고 철저하게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면서 살아왔다는 얘기다. 수사를 밀어붙일 추진력이나 의지가 있을 턱이 없다. 그러니 추가로서는 이 사건을 직접 조사해야만 한다.

잠시 인상을 쓰던 도모는 이내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보시오, 영윤(令胤, 남의 아들을 높여 부르는 말). 말했다시피 이건 왕법에 의한 것이오. 그러니 절차대로 하는 게 맞소. 혹, 이의가 있다면 정식으로 제가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될 것이오. 나 같은 일개 관리가 무슨 힘이 있겠소? 그냥 법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지.”

그러면서 곤혹스럽다는 몸짓을 했다. 그러나 매성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법대로 하자니 이곳 유사에서 사건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어차피 지금 당장은 유사에서 맡게 된다고 해도 결국엔 중리부로 이첩될 것이오.”

“그러면 그건 그때 가서 따지면 될 일이지요. 지금은 유사에서 사건을 수사해야 합니다.”

“중리부에서 한다고 하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아!”

그때 누군가 뒤에서 일갈했다. 모두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중리부의 관복을 입은 자가 보였다. 머리에는 도모와 마찬가지로 자라관을 쓰고 있었다.

“오, 대형 왔는가?”

도모가 사내를 보고 웃으며 아는 체를 했다. 그러나 사내는 도모를 본체만체하고 매성에게 곧장 다가왔다.

“어이, 중리부가 우습게 보여? 어디서 감히 왕법 무서운 걸 모르고 날뛰어?”

“뭐요?”

매성이 인상을 쓰며 사내를 보았다.

“추가의 힘을 믿고 까부는 모양인데 이미 대인이 저 지경이 됐으니 이제 추가도 끝이야. 어디서 천둥벌거숭이처럼...”

매성과 추가의 쇠뿔에기들은 아버지와 주인의 죽음에 한참 독이 올라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이렇게 대놓고 추가의 몰락을 입에 담는 것은 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것이었다.

“네 이놈! 감히 어디서 망발을 하는 게냐?”

매성이 사내에게 일갈했다.

“뭐? 이... 이놈? 이놈이 감히 대형에게 하는 말버릇 좀 봐라! 네가 정녕 네 애비와 함께 묻히고 싶은 모양이구나!”

“오냐, 그래! 네가 아주 대놓고 속셈을 드러내는구나. 좋다! 아예 여기에서 끝장을 보자!”

매성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매성은 즉시 칼을 뽑았다. 추가의 쇠뿔에기들 역시 칼을 뽑았다. 그러자 중리부에서 나온 쇠뿔에기들 역시 반사적으로 칼을 뽑았다.

미저를 비롯한 유사의 관병들은 감히 끼어들어 말릴 엄두를 내지 못하고 난처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대형 역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 역시 바로 칼을 뽑아 매성에게 달려들었다.

“챙!”

두 사람의 칼이 부딪치며 맑은 소리가 났다. 그리고 연이어 공격과 반격이 이루어지며 두어 합이 교환되었다.

“이보시게들!”

도모가 그들을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두 사람에 이어 양측의 쇠뿔에기들 역시 뒤엉켜 칼부림이 벌어졌다.

“이보게, 대형! 멈추시게! 영윤, 멈추시오!”

도모가 두 사람을 번갈아 불러가며 외쳤지만 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싸움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두 사람이 재차 칼을 교환했다.

“모연(買簐)!”

그 순간, 귀가 쩌렁쩌렁하게 울리도록 도모가 사자후를 터트렸다. 그 소리에 칼을 휘두르던 자들이 모두 화들짝 놀라 행동을 멈추었다.

도모가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선 온화한 표정으로 타일렀다.

“모두 칼을 내리시게! 대인의 주검 앞에서 이 무슨 체통 없는 짓들인가?”

그러자 매성이 칼을 거두었다.

“송구합니다.”

“흥, 체통은 무슨.”

그러나 모연은 상관의 꾸지람에도 아랑곳없이 비웃음을 흘렸다.

“이보시오, 영윤. 내 좀 전에 일렀다시피 이 일은 우리 중리부에서 맡아야 할 일이 분명하니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마시게.”

이번엔 도모 역시 아주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매성이 ‘끙’ 하고 앓는 신음을 내뱉었다.

“좋습니다. 하지만 추가에서 바로 선친의 존체를 인도받을 것인즉 그전까지는 존체에 터럭 한 올이라도 건드려선 안 될 것입니다.”

“검안을 하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지.”

모연이 혼잣말하듯 내뱉었다. 그러자 매성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뭣들 하는 게야? 어서 대인과 조의들의 시신을 검안소로 운구하라.”

도모가 중리부의 관병들에게 말했다. 관병들이 고갯짓을 하자 중리부 소속의 하호(下戶)들이 시신을 실은 우차(牛車)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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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 서악 살한설 3 20.04.29 10 0 14쪽
32 31. 서악 살한설 2 20.04.15 14 0 12쪽
31 30. 서악 살한설 1 20.04.07 21 0 12쪽
30 29. 저승길을 건너온 자 8 20.03.31 18 0 12쪽
29 28. 저승길을 건너온 자 7 20.03.24 22 0 14쪽
28 27. 저승길을 건너온 자 6 20.03.20 25 0 14쪽
27 26. 저승길을 건너온 자 5 20.03.16 18 0 12쪽
26 25. 저승길을 건너온 자 4 20.03.13 23 0 16쪽
25 24. 저승길을 건너온 자 3 20.03.09 23 0 13쪽
24 23. 저승길을 건너온 자 2 20.03.05 25 0 13쪽
23 22. 저승길을 건너온 자 1 20.03.02 31 0 11쪽
22 21. 중리대형 2 20.02.27 29 0 14쪽
21 20. 중리대형 1 20.02.24 45 0 10쪽
20 19. 추격 3 20.02.20 33 0 11쪽
19 18. 추격 2 20.02.17 31 0 14쪽
18 17. 추격 1 20.02.14 43 0 14쪽
17 16. 또 다시 외당의 칼잡이들 20.02.11 41 1 10쪽
16 15. 외항 포구의 양인(梁人)들 20.02.08 47 1 13쪽
» 14. 나매참(奈買斬)의 살인 2 20.02.05 42 1 12쪽
14 13. 나매참(奈買斬)의 살인 1 20.02.02 42 1 15쪽
13 12. 술병을 든 애꾸 3 20.01.30 48 1 14쪽
12 11. 술병을 든 애꾸 2 20.01.27 41 1 11쪽
11 10. 술병을 든 애꾸 1 20.01.23 55 1 9쪽
10 9. 태학도(太學徒) 3 20.01.21 59 2 12쪽
9 8. 태학도(太學徒) 2 20.01.19 60 2 12쪽
8 7. 태학도(太學徒) 1 20.01.16 100 2 12쪽
7 6. 외당(外堂)의 칼잡이들 6 20.01.13 99 2 14쪽
6 5. 외당(外堂)의 칼잡이들 5 20.01.10 111 2 12쪽
5 4. 외당(外堂)의 칼잡이들 4 20.01.08 138 3 12쪽
4 3. 외당(外堂)의 칼잡이들 3 20.01.06 16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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