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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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cpung
작품등록일 :
2020.01.01 14:31
최근연재일 :
2020.08.28 06:00
연재수 :
1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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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
글자수 :
61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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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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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에필로그-파란만장 출산기(2) 가자, 분만실로!

DUMMY

“그러니까 전문 분야 바꿔서 복귀한 이후 거의 처음 맡는 산모란 거잖아, 내가.”


은설이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수에게 투덜댔다.


“뭐. 그런셈이겠네.”


“병원 바꿀까?”


계속되는 은설의 짜증에 대수도 질린 내색을 하며 은설에게 되물었다.


“왜 그래, 은설씨? 친구 실력 좋은 거 알잖아. 분만도 잘 받아주겠지.”


“류현준한테 보여주기 싫어서요.”


“뭘?”


“그냥 다 보여주기 싫어. 대수씨한테도 그렇고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몰랐으면 좋겠어.”


“난임치료도 다 받아놓고 뭘 새삼스럽게.”


“달라! 다르다고!!”


“그럼 나도 옆에 있지 마?”


“나 혼자 낳을 거야. 옆에 있지 마.”


“걱정 말아요. 이산병원은 원래 탯줄 자를 때만 아빠 입장이래니까.”


“진짜?”


“응. 여대리가 그랬어. 거기도 이산병원에서 낳았거든.”


“아, 진짜······. 병원 옮길까?”


“언젠 애들 생각해서라도 인큐베이터 시설 완벽하게 갖춰진 이산병원에서 낳아야겠다면서.”


“아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고민에 빠진 은설이 죄없는 자신의 머리칼을 잡아챘다.


“왜 그래? 머리 아파?”


“아니요.”


“근데 왜 그래? 진짜 고민돼서 그래?”


“그것도 그거고······. 배고파요.”


대수가 곧바로 차를 돌려 이산병원 근처의 번화가로 향했다.


"여기 무슨 맛집 있어?"


수많은 음식점 간판을 둘러보며 은설이 눈을 반짝였다.


"몰라. 은설씨 배고프대서 일단 와 본 거야."


구체적인 목적지 없이 먹자골목에 들어선 대수가 한참을 고민하며 식당들을 둘러봤다.


막달로 들어서며 몸이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은설은 슬슬 짜증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냥 아무거나 먹지. 나 안 가리고 잘 먹잖아."


"아무거나는, 이 사람아. 이렇게 먹으러 다닐 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기왕이면 맛있는 거 먹어야지."


식당들 앞에서 눈치를 상실한 대수가 하염없는 걸음을 다시 옮겼다.


그리고 대수의 뒤를 따라 50m쯤을 더 걸었을 무렵, 찢어질 듯 배 아랫가죽을 밀어제끼는 아가들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웠던 은설이 참고 참았던 화를 폭발시켰다.


"아, 좀! 아무거나 먹자고! 힘들어죽겠다고!"




"진작에 아무데나 들어 왔으면 안 싸우고 좋았잖아요. 어차피 좀이따 또 먹을건데."


은설은 세 시간에 한번씩 하루 대여섯끼의 식사를 하며 지내는 중이었다.


“자요.”


은설이 밥과 내장탕의 건더기를 절반씩 덜어 대수 앞에 내밀었다.


“나만 살찐다니까.”


투덜거리면서도 대수는 은설이 내민 것들을 받아 자신의 앞으로 챙겼다.


“어쩔 수가 없잖아요. 뱃속에 다 안 들어가는데. 그럼 한그릇만 시키지.”


“그건 싫어요. 나도 옳게 한그릇 다 먹고 싶어.”


“그럼 내가 준 건 남겨요.”


“아깝잖아, 그럼.”


“그럼 먹든가.”


은설의 입덧이 사라진 후로 무한히 반복되는 말씨름의 루트였다.


자신에게 더 얹어진 음식들을 잠깐 응시하던 대수는 내장탕의 건더기는 취하고 공깃밥 반공기는 뚜껑을 덮어버리는 쪽으로 자신의 식욕과 타협했다.


“양질의 단백질은 섭취를 해주는 게 옳지.”


대수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살푼 모자랐던 건더기의 빈자리를 은설의 것으로 채웠다.


욕심껏 먹지 못하는 은설은 대수에게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듯했다.


어느새 마음이 풀려선 은설이 남산보다 더 나온 배를 쓰다듬으며 뱃속을 아가들에게 태담을 했다.


“찰떡아, 쑥떡아 아빠 진짜 잘 먹지? 너희들도 밥 잘 먹는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해.”


“적당히 먹는 어린이가 되어라. 이런 건 아빠 안 닮아도 돼.”


대수가 근심 섞인 눈을 하곤 은설의 말을 받아쳤다.


“왜요? 애기들이 잘 먹으면 좋지.”


“딸래미들이잖아요. 나처럼 뚱뚱이가 되면 어떡해.”


“별 걱정을 다 하네. 통통하면 통통한대로 사랑스런 사람이 되겠지.”


“얘네들은 날씬하게 키워줘요. 아빠 닮아서 뚱뚱하다고 원망듣고 싶진 않네요. 태명도 가르시니아나 레몬밤 뭐 이런 걸로 지어줄 걸 그랬어."


“헐. 찰떡처럼 쫀득하게 엄마 뱃속에 붙어서 쑥떡처럼 쑥쑥 자라라고 붙여준 태명이잖아요. 첨 지을 때는 좋다고 같이 박수쳐 놓고서 이러시기임?"


"생각해보니까...떡은 킹 오브 탄수화물이라서 그래."


"자존감 높고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면 돼. 그럼 몸매 상관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 될 거예요.”


“그래도······.”


“고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애들 어떻게 키울지 가지고 벌써부터 이러지 마요, 우리. 더 하다간 체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나.”


7개월에 넘어선 이후부터 은설은 툭하면 체를 했다.


쌍둥이들에게 눌린 은설의 장기가 음식물들을 제대로 소화를 시키지 못할 때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대수는 이내 꼬리를 내렸다.


“넴.”


풀이 죽은 대수를 보고 또 마음이 약해진 은설이 다시 아기들의 입을 빌려 대수를 위로했다.


“얘들아, ‘아빠, 엄마 대신 먹어줘서 고마워요.’ 해. '살은 나중에 우리 나온 다음에 엄마랑 같이 빼면 돼요.' 해줘.”




"37주...하고 1일이지?"


"응."


"오늘 낳자."


"응?"


내진을 보던 현준이 은설에게 폭탄같은 말을 던졌다.


"지금 유도분만 하자고? 나..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일주일 내내 배가 간간이 아파서 가진통인 줄 알았다고 했지?"


"응."


"진통이 맞았어."


"2-3시간 간격으로 일주일이나 오는 진통도 있어?"


"나도 그게 좀 의아하긴 한데. 진통이 아주 느리게 진행이 된 게 맞아. 지금 자궁문이 1cm 정도 열린 상태야."


"정말?"


"가자. 분만실로."


분만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들은 대수의 얼굴이 하얘졌다.


은설보다 더 긴장을 한 대수의 얼빠진 표정을 본 현준이 대수의 팔을 잡고 살짝 흔들었다.


"쌍둥이 아빠, 정신 차리세요. 집에 가면 엄마가 가방 싸둔 거 있을 거예요. 그거 챙겨와요, 어서."


"아, 네."


정신이 반쯤 나간 대수가 현준에게 오랜만에 존댓말을 했다.


"대수씨, 그거 트렁크에 있잖아요. 얼마전에 미리 넣어 놨었잖아, 어떻게 될 지 모른다면서. 생각나?"


"아, 맞다. 응. 가져 올게."


대수가 출산가방을 가지러 간 사이 은설은 간호사를 따라 분만실로 이동을 했다.


분만실의 자동문이 열리자, 응급실과 비슷한 모양새의 넓직한 분만대기실이 보였다.


간호사가 나란히 놓여있는 8개의 침상 중 하나로 은설을 안내했다.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주섬주섬 산모복으로 갈아입으며 은설이 물었다.


"종합병원 분만실은 조금 삭막하네요. 여기서 낳는 건가요?"


긴장한 듯 살짝 떨리고 있는 은설의 목소리를 들은 간호사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 저기 안 쪽에 보이는 분만실로 이동시켜 드려요. 분위기가 좀 그렇지요?"


"친구한테 들은 거랑 좀 달라서요."


"아무래도 의료서비스가 중심이 되다보니까 출산전문 산부인과들보다는 느낌이 좀 차가워요. 여기 간호사분들, 선생님들 다 친절하고 좋으신 분들이니까 금방 긴장 풀리실 거예요."


친절히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간호사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며 아기들의 태동을 확인해주는 심음기의 벨트를 은설의 배에 채워주었다.


단태아를 임신한 산모들보다 두 배 가까이 배가 부풀어 있는 상태인데다가 두 아이의 태동을 각각 확인해야 하는 터라 어설픈 각조로 채워진 벨트가 자꾸만 미끄러졌다.


간호사가 혼자 해결하려 괜한 애를 쓰는 대신 곧바로 다른 간호사를 불렀고, 잠깐 사이 간호사 서넛이 은설에게 다녀갔다.


손을 바꾼 덕분인지 심음기들이 안정적으로 두 개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철저한 서비스교육에 의한 것인지, 이곳 간호사들의 본성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만큼 친절한 간호사들 덕에 은설의 긴장도 조금씩 풀려갔다.


그리고 곧 인턴쯤으로 되어 보이는 어린 의사가 은설에게 다가와 이런 저런 것들을 물었다.


"화장실 언제 다녀오셨어요?"


"어젯밤에. 시원하게요."


"캥거루 케어 하시겠어요?"


"애기 태어나면 곧바로 엄마 품에 안겨주는 거죠? 네."


"무통 주사는?"


"맞을래요."


이외에도 족히 스무개가 넘는 질문들이 오갔고, 의사가 은설의 대답대로 체크리스트에 표시를 했다.


그리고 곧


"촉진제 놓을게요."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시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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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희소식을 전했는데 마음이 섭섭하다. 20.08.12 134 2 8쪽
160 같이 가자. 어디든. 20.08.11 114 2 9쪽
159 분홍색 가디건 20.08.10 122 2 8쪽
158 입덧 20.08.07 164 2 10쪽
157 상상졸업 20.08.06 111 2 7쪽
156 결과 20.08.05 117 2 8쪽
155 갈색혈 20.08.04 130 2 8쪽
154 가장 행복했던 열흘(2) 20.08.03 160 2 7쪽
153 가장 행복했던 열흘(1) 20.07.31 117 2 7쪽
152 결심 20.07.30 101 2 9쪽
151 이브 20.07.29 104 2 10쪽
150 사랑해...고마워. 20.07.28 116 2 10쪽
149 내일은 뭐해? 20.07.27 148 1 10쪽
148 버려도 괜찮을 것들. 20.07.24 118 1 7쪽
147 해볼 만큼 해봤어. 20.07.23 8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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