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기 마령전사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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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h세앙
작품등록일 :
2020.01.0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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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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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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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DUMMY

17화


“이 빌어먹을 놈들! 차라리 날 죽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긍지 높은 우리 오크들을 도구처럼 취급하다니-! 언젠가 네 연놈들의 사지를 찢어 죽이는 동포가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은 전달되지 않았다.

그중 아무도 오크어를 아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렴풋이 자신들을 향해 욕지거리한다는 것만 느낄 수 있을 뿐이었기에 그들은 아무런 응대도 하지 않았다.

끝내 무시당한 녀석은 결국 고개를 틀어 자기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는 인간 여자를 향해 달려들며 외쳤다.


“꺼져라. 인간 여자!”


갑자기 돌진하는 녀석에 놀란 사람들이 하나같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들의 걱정은 기우였다.

키아나는 녀석의 머리를 짚곤 가뿐히 뛰어넘으며 우아하게 착지했다.


“뭐지? 오크치고는 조금 빠른 거 같은데? 뭐, 상관은 없지.”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키아나가 돌아섰을 때 오크는 다시 그녀를 향해 돌진해왔다.

놀림을 당했다고 생각해 분노한 녀석의 속도는 더욱 빨라져 있었다.

여자를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곤 바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오크의 얼굴이 바닥에 처박혔다.


녀석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휴-. 아프겠다.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한숨 푹 자렴.”


키아나는 시험대를 내려오며 사람들을 향해 우아한 자세로 인사했다.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난 지 몰라 어안이 벙벙해 숨죽이고 있던 모두가 함성을 내지르며 그녀를 축하해줬다.

그때, 심사단 4인은 모두가 이렇게 적고 있었다.


‘키아나 골드테일. 20살 미만 여전사. 오크 ‘전사’를 일격에 처리함. 정보 필요.’


그들은 많은 인파가 보지 못한 걸 보았다.


키아나는 오크가 돌진해 오는 그 순간, 자세를 낮추며 녀석의 발을 쳐내 넘어지게 함과 동시에 녀석의 목덜미를 가격해 오크를 끝장냈다.

이는 절대 갓 학교를 벗어나려는 아이의 실력이 아니었다.

그들이 애써 놀라움을 감추고 있을 때 키아나는 유유히 장내를 벗어났다.


결국, 네 명의 심사단은 그녀를 명예의 전당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


“그럼 나 먼저 가볼 게-! 내년에 보자!”


왕궁을 벗어나며 키아나가 외쳤다.

유진과 레이먼드는 그런 그녀에게 미소짓고 배웅의 손을 흔들며 말했다.


“쏜살같네-.”

“하하. 그러게. 인사는 다 드리고 가는 건지 몰라.”

“그랬겠지-. 응? 저 인간들 정신 차렸나 봐. 레이먼드. 네 차례야.”

“어. 먼저 가볼게-.”


관중은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지 들떠 있었다.

반면에 심사단의 얼굴엔 못마땅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레이드먼드가 시험대에 올랐을 때 처음 이목을 끈 건 그의 찬란한 은발이었다.

그리고 곧 은발에 가려진 빼어난 외모와 훤칠한 키가 도드라졌다.

선녀에 이은 선남의 등장이라며 장내가 술렁였다.


“흥! 어쩌다 겨우 한 명 건진 것 가지고 이리 호들갑이라니. 하긴 지난 몇 년간 정식 시험을 통과한 연놈이 한 명도 없으니 그럴 수도 있겠군.”

“워낙 약소국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요. 후후-.”

“호호호. 그러니까요.”


관중을 대놓고 씹어대던 그들은 레이먼드가 차가운 눈길을 보내고서야 그를 호명했다.


“흠흠-. 레이먼드 피스키퍼인가?”

“맞습니다.”


심사단은 그제야 레이먼드의 신청서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우습다는 듯 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응? 정령사? 으하하! 판게아에서 정령사라니?”

“그러게요. 호호호. 하급 정령 한 마리나 겨우 부릴 수 있으려나?”


그들의 비웃음에는 근거가 있었다.

4대 강국은 그 이름에 걸맞게 나라마다 정령왕을 부를 수 있는 인물들이 있었는데 판게아는 지난 십여 년간 그런 인재가 나오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런 인재를 찾아도 초기에 다 앗아가 판게아로서는 도리가 없었다.


사람을 세워두고 씹어대는 그들을 보다 못한 레이먼드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어서 진행하시고 서로 일 보는 게 어떨까요?”

“뭣? 저, 저런 예의하고는!”

“페어리 테일에서는 예절교육을 가르치지 않나 보군요!”


그들의 비난에도 레이먼드는 눈 하나 깜짝 않고 미소로 응하며 더는 말을 섞지 않았다.

성을 내던 심사단도 그의 반응이 없자 그를 무시하고 오크를 불러들였다.


이번에 불려 나온 오크 역시 키아나가 앞서 처리한 오크와 다르지 않았다.

이미 도핑처리가 끝난 오크였기에 오크 전사와 차이가 없었다.

심사단은 어서 빨리 이 겉만 번지르르한 녀석의 콧대가 납작해지길 고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노아스!”


레이먼드의 부름과 함께 오크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대지의 정령이 나타나 돌진해 오던 오크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렇게 바닥에 드러누운 오크에게선 더 이상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이만 실례!”


얼이 빠져있는 심사단을 비웃듯 레이먼드는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시험장을 내려갔다.

곧이어 장내는 또다시 함성에 휩싸였고 4인의 심사단은 똥 씹은 얼굴로 또다시 무언가를 급히 적고 있었다.


키아나에 이어 레이먼드 역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


“하하! 녀석들 표정 봤어?”

“그럼. 완전히 통쾌하더라.”


대기실에 도착해 유진을 발견한 레이먼드가 웃으며 말했다.


“자-. 내 할 일은 다 한 거 같고··· 갑자기 키아나가 이해되는군. 나도 빨리 칼자스를 벗어나고 싶어졌어.”

“그래?”

“어! 나도 먼저 가볼게. 너야 안 봐도 뻔하니까 말이야. 길리엄에게는 내가 대신 인사 전해줄게.”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실은 나도 여기 오기 전에 이미 다 인사드렸거든.”

“뭐? 치사한 자식. 키아나는 몰라도 너는 나한테 말했어야지!”

“미안. 후후.”


그때 장내에서 유진을 호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유진 어스바인더! 유진 어스바인더는 어디 있나?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어이쿠-. 저 자식들 제대로 심통 났나 보네. 신경질 부리는 것 봐.”

“그러게. 가봐야겠어! 그럼 1년 후에 보자. 레이먼드.”

“그래. 그럼 먼저 출발할게!”


먼저 등을 보이고 떠나는 레이먼드를 배웅하고 시험장에 올라선 유진을 모든 이가 주목했다.

한참을 뜸들이 다 나왔기에 4인의 심사단의 심기는 뒤틀릴 대로 뒤틀려 있었다.

파스카이의 심사원이 독설을 내뱉었다.


“우리가 자네처럼 한가해 보이나? 자네는 이 시험이 우습나 보지?”

“아니오.”

“그러면 시험이 치기 싫다거나?”

“아니오.”

“그것도 아니면 페어리 테일에서는 기본 예의 같은 것도 안 가르치나 보지? 수준을 알만하군.”

“아니오.”


건수를 잡았다며 시비를 걸어대던 그는 유진의 대답이 매우 거슬려 물었다.


“자네 지금 ‘아니요’라고 하는 건가 ‘아니오’라고 하는 건가?”

“당연히 아니’요’라 답했습니다. 예의가 있지요. 이 상황에 제가 미치지 않고서야-.”

“......”


파스카이의 심사원은 놀림을 당했음을 깨닫곤 얼굴이 시뻘게졌다.

속으로 ‘싹수없는 놈!’이라 외치며 분을 삭이던 그가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 듯 썩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건 자네 말이 맞는군. 그래서 내 예의 바른 자네에게 직접 오크를 인도했으면 하네. 격려해주는 차원에서 말일세.”

“그래 주신다면 저야 영광이지요.”


파스카이의 심사원이 대기실로 모습을 감추자 관중들은 알 수 없는 그의 행동에 혼란스러워했다.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한 다른 심사원들도 영문을 모른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들은 생각했다.

무슨 까닭인진 몰라도 그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으려 한다는 것을.


그가 데려온 오크는 일반 오크가 아닌 오크 전사였다.

그것도 도핑이 된 오크 전사.

즉, 하이 오크에 준하는 몬스터였다.

갓 아카데미를 졸업한 새내기들은 죽었다가 깨나도 상대도 안 될 레벨이었다.


다른 심사원들이 그를 말려보려 했으나 이중, 삼중으로 금제를 걸어놔서 안전에는 절대 문제가 없다며 고집하는 그를 막을 순 없었다.

그제야 동의를 얻은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뼈 한두 개쯤은 그래도 괜찮지 않겠어? 흐흐흐. 이런 녀석에게는, 아니 판게아 연놈들에게는 꼭 한 번씩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야.’


오크가 시험대에 오르자 그가 유진을 향해 외쳤다.


“그럼 잘해보라고! 기도해줄 테니!”


유진은 그에 가벼운 미소로 답하며 눈앞에 오크를 바라보았다.

시뻘건 적색의 눈이 빛나는 게 척 봐도 이건 오크 전사였다.

그것도 뭔가 이상한 조치를 해놓은 매우 호전적인 오크 전사.


‘이것 봐라··· 저 인간이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는군.’


그의 속내가 뻔히 보이는 수작에 유진은 가만히 당해줄 생각이 없었다.


‘아저씨. 후회할 거야.’


저 꼰대를 어떻게 엿먹일까 궁리하던 그때 오크 전사가 돌진해왔다.

확실히 앞서 본 녀석들, 아니 일반 오크 전사보다도 훨씬 속도가 빨랐다.

페어리 테일의 새내기 졸업생이라면 절대 불가능할 그런 수준.

하지만 그건 평범한 학생들일 때의 이야기이고 여기에 있는 건 유진이였다.


“쿠워어-!”


‘쾅쾅’ 거리며 시험대를 휘젓고 다니는 오크 전사의 흉포함에 관중들마저 압도돼 모두가 유진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엔 그가 겨우 한 끗 차로 오크의 공격을 피하는 것처럼 보였다.

심사단 역시 크게 다를 바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싸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 기분이었다.


자꾸만 미꾸라지처럼 피해 다니는 유진에게 화가 끝까지 난 녀석이 이제는 바닥을 부수기 시작했다.

유진의 발을 묶기 위한 녀석의 수단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쉽사리 잡히지 않았고 시험대는 거의 박살이 나 뿌연 연기가 가득했다.


유진의 눈에 이채가 서린 건 바로 이 순간이었다.

그는 슬금슬금 심사단 쪽으로 등을 지고 서기 위해 오크 녀석의 위치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진은 파스카이에서 온 놈의 정면에 등을 지고 설 수 있었다.

이제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 그는 자신이 아는 유일한 오크어를 내뱉었다.


“엘프 같은 놈!”

“뭐, 뭐, 뭐라고!?”


오크는 엘프를 죽도록 싫어한다.

이는 디어스에서 ‘태양은 하나다.’ 정도로 통용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오크는 힘을 숭상했는데 그들에게 있어 힘이란 단련을 거듭해 크고 우람해진 육체에서 나오는 것이라 철석같이 믿었다.

그들은 전투 방식 역시 상남자다웠다.

란셀롯이 그렇게 외쳐대는 ‘닥돌’은 본디 오크들에게서 파생되어 나온 말이었다.


그만큼 그들이 처음 엘프를 만났을 때 겪은 이질감은 매우 컸다.

혐오스럽게도 키를 빼고는 자신들의 반도 안 되는 체구에 성격은 또 배타적이어서 그들은 도저히 어울릴 수가 없었다.

결국, 두 종족 간의 전쟁은 발발했고 이때 오크는 또 한 번 놀랠 수밖에 없었다.


한주먹거리도 되지 않을 같았던 녀석들은 생각보다 강했고 숲과 활을 이용한 게릴라에 오크는 된통 당해 나중에는 정정당당한 대결을 하자며 정면승부를 걸었지만 결국에는 미친 소리 하지 말라며 화살 세례를 받곤 패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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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바스텐의 악랄한 손속 20.02.25 38 0 11쪽
34 영웅은 언제나 타이밍 좋게 20.02.23 45 0 12쪽
33 국왕시해의 전말 20.02.22 3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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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신이 내린 재능 20.02.16 10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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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오크 워치프 브루트 20.02.12 53 0 12쪽
27 못생긴 오크 20.02.11 70 0 12쪽
26 오그래스, 망치, 그랜드 마스터 20.02.10 70 1 12쪽
25 마법사가 근접전을 너무 잘해 20.02.09 72 2 12쪽
24 사재기의 전말 20.02.08 79 2 12쪽
23 페가수스가 사는 곳 스카이피아 20.02.07 95 3 12쪽
22 초록 등급의 의뢰 20.02.06 88 3 11쪽
21 새 집 장만기 20.02.05 105 3 12쪽
20 환원 및 개과천선 20.01.24 142 3 11쪽
19 도장깨기 20.01.24 136 3 11쪽
18 복수와 볼드브라더스 20.01.23 139 3 12쪽
» 명예의 전당 20.01.22 159 3 11쪽
16 심사단과 키아나 골드테일 20.01.20 145 3 7쪽
15 의뢰 해결 그리고 9년 후 20.01.19 153 3 7쪽
14 멧돼지의 왕 보어킹 20.01.18 152 3 8쪽
13 첫 의뢰 20.01.17 164 4 9쪽
12 형제들의 해후 20.01.16 178 5 8쪽
11 방학과 아베우스의 오지랖 20.01.15 231 4 7쪽
10 레이먼드 피스키퍼와 집사 길리엄 20.01.14 202 4 7쪽
9 엘리트반 20.01.13 218 4 9쪽
8 이상한 교관들의 방문 20.01.12 222 4 7쪽
7 페어리 테일과 아베우스 와이즈위스퍼 20.01.11 249 4 7쪽
6 판게아의 수도 칼자스 20.01.10 282 4 8쪽
5 출발 20.01.09 371 5 8쪽
4 사대 정령왕 20.01.08 368 4 8쪽
3 테스터 셀리오 20.01.07 437 5 8쪽
2 유진 어스바인더. 20.01.06 523 6 8쪽
1 실패한 환생의 나날. 20.01.05 775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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