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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20.01.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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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8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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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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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복도 한걸음 부터.

DUMMY

플로네가 먹는걸 보다 배가 고파진 준영도 끼어들어 대충 식사를 마무리 할 무렵 칼리번과 얼빠진 표정을 한 상용이 돌아왔다.

칼리번은 음식을 보자마자 눈 돌아가 식당으로 달려갔고 상용은 아직 실감이 안나는지 소파에 털석 주저앉은채 넋나간채로 멍하니 있자 엘레나가 준영을 지그시 바라보았고 준영은 그 압박을 피식 웃으며 받아넘겼다.

“차 한잔 마시면 진정이 될거에요.”

준영의 말에 엘레나는 기쁜 듯 상용에게 다가가 차를 한잔 내밀었고 멍한 표정으로 그걸 받아 고맙다는 말도 못한채 기계처럼 홀짝이던 상용은 그마나 정신이 돌아오는지 반쯤 남은 찻물을 한번에 들이키곤 소리쳤다.

“아오 썅!”

“한잔 더 드실래요?”

“됐어! 지금 차가 넘어가냐? 술 어디있어!”

상용은 엘레나의 표정이 급격히 시무룩해지는것도 모른채 한쪽에 마련된 바에서 아무 술이나 들고 나와 거칠게 뚜껑을 따고는 벌컥벌컥 들이켰다.

“올. 쫌 마시는데?”

준영의 머리 위에 앉은채 낄낄거리는 플로네를 멍하니 바라보던 상용은 우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그러니까 세상이 망한다고?”

“엄밀히 따지자면 한번 망했었죠.”

“그걸 막는게 네가 할 일이고?”

“그렇다네요.”

“근데 왜 하필이면 너냐?”

“그러니까요!”

준영이 세상에서 제일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소리치자 상용은 고개를 숙이며 양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

“차라리 마피아랑 엮인거면 현실적이기라도 하지. 후······”

고개를 들고 소파에 몸을 기댄 상용은 오지게 걸렸음을 자각하곤 잠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마른세수를 하고는 말했다.

“그래서. 내가 할 일이 뭐냐?”

“말했듯이 형 명의로 미국에 회사 하나 만들어요.”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면 금괴 처분하기 곤란해. 이 동네 국세청 무섭다.”

“굳이 무리할 필요 없고 금괴는 기름칠 할 때 필요하면 가져다 써요. 대신 그 누구도 뭐라할수 없을만큼 완벽하게 합벅적이고 세금도 중복과세따위 신경 쓰지말고 꼬박꼬박 내는 아주 모법적인 회사를 원해요.”

“투자회사를 만들려는게 아니면 회사는 왜 만들려는 거야?”

상용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준영을 바라보았다. 다른 세상의 자원을 마음대로 가져다 쓸수 있다는건 한마디로 세계 제일의 부자라는 소리였다.

환전이 귀찮기는 하지만 방법이 없는것도 아니었고. 원자재만 만지작 거려도 선물 시장을 휩쓸어 경제를 장악할수 있는데 회사를 만들어서 뭘 할려는건지 모르겠다.

“맞아! 돈버는게 목적이면 그냥 슈퍼볼이나 메가 밀리언 번호 맞추면 되는걸 왜 굳이 이런 귀찮은 방법을 쓰는거야?”

“······그게 돼?”

상용은 플로네의 말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탈한 듯 중얼거렸다. 남들은 그거 하나 맞춰서 인생 역전 한번 이뤄 보겠다고 매주 단꿈에 부풀어 구입하며 희망을 품는데 이것들은 얼마든지 빼 쓸수 있는 은행계좌 취급을 하니 힘이 쭉 빠진다.

“회귀자들이 감시하고 있을게 뻔한데 그걸 왜 하냐?”

준영이라고 모를까 간단하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복권이라는걸.

한법적인데다 짧은 시간에 거액의 시드머니를 모아 그걸로 스노우볼 굴리기를 하며 자금을 확보할수 있으니 한때 회귀물에서 자주 쓰였는데 요샌 코인이 주류라 잘 안쓰인다.

사람 생각이 다 거기서 거기라 준영이 생각한걸 회귀자들이 모를리 없으니 복권쪽은 기웃거릴 생각도 없었다.

“사업체 설립이야 어려운건 아니지만 생활편의제품은 뭘 말하는 거야?”

“아주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죠.”

상용의 물음에 준영은 자신있게 엘레나를 바라 보았고 엘레나는 이게 진짜 돈이 되나? 하는 표정으로 테이블에 파란색 액체가 든 작은 유리병을 하나 내려놓았다.

“뭐냐 이건?”

“내가 시작 아이템으로 어떤거 부터 할까 고민했거든요. 근데 형 생각나니까 이걸 먼저 해야 겠더라고요.”

“나? 내가 왜?”

“이거 발모제에요. 성능이야 뭐 의심할거도 없겠죠?”

준영의 말에 상용은 저도 모르게 자연스러운 헤어 스타일 연출이 가능한 만큼 비싼 가격을 자랑해 소중히 다루던 자신의 가발을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음······ 너무 흥분하셨네. 차 한잔 하면서 진정좀 시켜요.”

“이 기쁜날에 무슨 차 따위를 마셔! 축배다! 축배를 들자!”

엘레나의 곱지 않는 시선도 눈에 안들어 오는지 상용은 신나게 술을 들이키며 건배를 외쳤다.

본의 아니게 차 따위로 매도당해 엘레나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거 같아 자업자득이란 단어를 떠올릴 때 플로네가 이해가 안간다는 듯 물었다.

“근데 대머리가 그렇게 안좋아?”

“음······ 그렇겠지?”

솔직히 대머리가 아니라서 모르겠다.

“왜 머리털 따위에 신경쓰는거야? 유명한 대머리들도 많잖아.”

“대신 걔들은 돈이 많거나 인기가 많지.”

“아······”

준영의 말에 이해 했다는 듯 플로네는 짠한 시선으로 상용을 바라보았는데 엘레나도 그럴만 하다 생각했는지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주는거 없이 미운놈에서 그래 그럴수도 있지 하는 식으로.

갑자기 퍼 마셔 술이 도는지 상용이 한방에 훅 가려고 하자 준영은 차를 한잔 시켰고 엘레나는 기쁜 마음으로 상용에게 강제로 차를 쑤셔넣었다.

차의 해독작용으로 알콜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상용은 잠깐 멍하니 눈만 깜박거리다 흥분이 가라앉았는지 다시 가발을 주섬주섬 머리에 쓰며 말했다.

“그런데 이 발모제 의약품으로 팔건 아니지?”

“나중에 제약쪽도 할거지만 아마 회사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갈거에요. 그게 더 빠르니까.”

“그러면 스타트업으로 시작하고 특허는?”

“딱히? 어차피 우리 아니면 못 만들어요.”

“하긴. 만드는 방법은 모르겠지만 다른 세상의 기술이니까. 보안 걱정없겠네. 독점이라······”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상용은 곧바로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 발모제가 대체불가의 독점상품인건 좋은데 한가지 문제가 있어.”

“뭔데요?”

“이 발모제가 유명해질수록 사람들은 노벨상을 탈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해 할거야.”

“······발모제가 노벨상을 탈 정도에요?”

이해할수 없단 준영의 반응에 상용은 발끈하며 소리쳤다.

“당연하지! 이건 고통 받는 모든 탈모인들의 인생과 꿈과 희망을 되돌려 주는거라고! 그런 사람이 노벨상을 안받으면 누가 받아! 노벨 평화상 뿐만 아니라 받을수 있는 모든 상은 다 받아야 돼!”

“······그게 문제가 되나요? 만약 준다고 하면 형이 받을텐데?”

“그게 문제야. 난 과학자가 아니라 변호사라고. 회사를 세우는건 할수 있지만 이 자손만대가 칭송받을 물질을 변호사가 만들었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어줄거 같냐? 변호사가 교묘하게 계약해서 모든 권리를 다 빼앗아 왔다고 생각하지?”

“그건 걱정 안해도 돼요. 발모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상품들을 발표할 연구소을 만들거니까요.”

“······방금 떠오른 건데 연구소장은 그 겁쟁이놈이지?”

“문과가 있으면 이과도 있어야죠.”

“뭐야? 또 만날 사람 있어?”

“내가 아는 사람중에 가장 똑똑한 사람이야.”

그 말에 플로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용을 가르켰다.

“그 말 대머리한테도 하지 않았냐?”

“나 이제 대머리 아니야!”

준영은 발끈하는 상용의 외침을 한 귀로 흘러 들으며 말했다.

“이쪽은 문과. 그쪽은 이과.”

전시용. 준영과 보육원 생활을 같이 한 형이자 문과로서 상용이 하버드를 갔다면 시용은 그 유명한 MIT에 입학한 공돌이였다.

“근데 이거 소문나면 숟가락 얹어 볼거라고 덤벼드는 놈들 많을거 알지?”

상용은 자본주의 사회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이 동네에서 기업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던 머리카락들을 희생시키며 이 빌어먹을 돈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겪었다.

특히 아이디어만 가지고 돈은 없는 열정호구들을 털어먹던 투자자들이 주 고객이었다. 계약서에 장난질 치거나, 터무니 없는 헐값에 지분을 매수하거나, 사업이 성공하자마자 경영권을 빼앗아 소송을 당하면 찾는 로펌이 바로 상용의 회사였으니까.

그렇기에 특허도 필요없는 독점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으며 영원히 수익을 뽑아먹을수 있는 이런 상품은 단 1주의 주식이라도 확보하겠다고 영화에서처럼 납치, 감금, 폭행, 협박 및 암살사건도 벌어질수 있었다.

“그래서 필요한게 시용이 형이죠. 시용이 형을 개발자로 놔두고 제조방법도 시용이 형만 알고 있다고 하면 형은 신경 안쓸걸요?”

“하긴. 나랑 찢어놓으면 그깟 순진한 공돌이 얼마든지 휘두를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근데 걔가 할려나 모르겠다.”

“왜요?”

“갑자기 뭔 바람이 들었는지 잘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텍사스 촌구석에 대학 교수로 갔어. 그겄도 정교수가 아니라 계약직으로.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니까.”

상용의 말에 준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차를 한모금 마셨다. 한적한 곳에서 유유자적하게 사는건 회귀자들의 행동 특성중 하나다 준영이 알기로 시용이 형은 개학교수가 아니라 돈 잘벌고 혜택 빵빵한 기업 연구실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근무했었으니까.

“시용이도 끌어들이려는거 보면 쌍둥이들도 만날 거야?”

“맞다. 쌍둥이 형들은 요즘 뭐해요? 해병대 갔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둘이 몇 번 파병 나갔다 돌아온뒤 모은 돈으로 LA어딘가에 술집하나 열었어. 미친놈들 장사 안되서 죽을거 같다고 뉴욕에서 LA로 술 한잔하러 오라는게 말이냐?”

그 형들도 회귀했네. 미 정부가 망할때 까지 군에 남아 충성하던 양반들인데.

“잘됐네요 어차피 그 형들도 필요한데.”

“걔네는 어디다 쓰려고?”

“일단 시용이형 경호일 시키다가 나중에 PMC하나 만들려고요.”

“나는 발모제로 꼬셨다 치고 그놈은 뭘로 꼬실건데?”

“에이. 시용이 형이 원하는거야 뻔하죠.”

“하긴 그놈은 너랑 계약만 해도 좋아 죽으려고 하겠다.”

쉽게 납득하는 상용을 보고 준영은 조용히 입다물었다. 발모제를 시작으로 다이어트 음료에 화상 치료제, 불치병 치료제등등 간절히 원하지만 아직 이 세상에는 없는 물건들은 아주 많았고 이걸 독점으로 공급하는 만큼 절대 갑으로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었다.

그 만큼 원한이나 욕심내는 자들에겐 암만 난 바지사장이에요 떠들어 봤자 위협에 시달리는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테지만 굳이 지금 지적할 필요는 없겠지.

아니지? 목숨보다 머리털을 소중히 여기는거 같으니까. 생명의 위협에도 발모제만 있으면 시키는건 뭐든 할려나?

“일단 형은 서류 쪽 완벽하게 처리해 주세요. 자본을 가진 법인으로 시작하는게 아니라 친구의 탈모가 안타까워 개발한 발모제가 너무 효과가 좋아 친구를 설득해 사표내고 발모제 사업을 시작한다는게 기본 시나리오에요.”

“홍보는? 생산지는? 거기에 필요한 자금은?”

“생산관련해선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홍보와 사업자금을 동시에 모을수 있는 수단이 하나 있죠.”

“설마 크라우딩 펀딩을 하려고? 그쪽도 사기쳐서 한방 땡기고 튀려는 놈들이 많아져서 요즘은 아무나 안받아줘. 특히 발모제 같은건 색안경을 끼고 볼걸?”

“매일 아침 이 발모제를 바르는 영상을 올리는 거에요. 그러면 한달만에 짜잔! 머리카락이 나오기 시작하는거죠. 그리고 그 영상을 토대로 펀딩을 받는거고요.”

어차피 회사설립하고 이것저것 서류업무 처리하는데 한달정도 걸린다. 그 사이 이 발모제를 매일매일 바르면서 행복하게 거울만 바라보고 살면 된다는 거다. 그보다 중요한건 따로 있었다.

“한달! 한달만 바르면 된다 이거지!”

“음······ 한달이 아니라 평생 꾸준히 발라야 해요. 안그럼 다시 사라져요.”

“그건 당연한거고! 아무튼 한달만 바르면 머리카락이 나온다 이거 아냐!”

“······그렇죠?”

좋아죽는 상용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살짝 미안해 졌지만 뭐 본인이 저렇게 좋아하니 상관없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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