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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아치
작품등록일 :
2020.01.09 21:58
최근연재일 :
2020.02.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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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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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1화. 재앙의 서막.

DUMMY

몸이 폭발하면서 마력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건 물리적으로 큰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현우는 단도를 버리고 팔을 'X‘자로 교차해서 모든 마력을 응집시켰다.


‘저놈이 마력을 다 빨아들여서 부족해···.’


마치 산소가 없는 공기처럼 그 공간은 마력이 희박했다.


‘어쩔 수 없다.’


현우는 폭발하는 마력을 일부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었다.


‘마력을 정화시켜 내 것으로 만든다.’


산불이 나면 맞불로 끈다고 하지 않았나. 현우도 그 방법을 이용했다.


물론 성공의 여부는 보장하지 못한 채.


건물을 뒤덮던 통유리가 모조리 깨지고 밝았던 층이 어두워졌다. 아마 마력으로 인한 전체 정전이 일어난 것일 거다.


몸이 뜯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 팔이 온전한지 궁금했다.


‘버텨. 버텨야 해.’


흡수를 하며 몸을 스쳐지나가는 마력 폭풍. 그것은 10분이 지나서야 사라졌다.


‘휴. 죽을 뻔 했다.’


그는 주저앉았다.


‘그 폭풍에 휘말렸으면 사라졌겠지.’


일반인이라면 사라졌을 것이다. 마력을 흡수할 수 없으니 독인 것이다.


‘그, 그러고 보니 소은. 그 사람은?’


현우가 여기에 온 이유는 그녀가 불러서였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어.’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여기는 이상한 기운이 훌훌 풍겨오고 있었다.


-또각또각.


그 순간 비상구 쪽 계단에서 들려오는 구두의 소리.


‘누가 온다.’


현우는 몸을 기둥에 숨겼다. 마력 폭풍에 휘말렸을 텐데 온정신인 사람이 있다니 말이 되지 않았다.


‘소은. 인가?’


소리가 멈추자 현우는 고개를 살며시 돌려 기둥 밖을 살폈다.


‘없어?’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의 흔적 따윈 발견할 수 없었다.


‘어, 어디 갔지?’


그리고 고개를 다시 돌리는 순간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쳐다보는 여자. 그 여자는 금소은이었다.


‘어, 어떻게···?’


아무런 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전식의 호흡은 기척감지에 뛰어난 호흡법이다. 아무리 상태가 좋지 않아도 체력이나 기력 회복에 좋기에 항상 그것으로 호흡한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마치 로렘 사원 내부의 거대 마수와 같은 느낌.


육중한 무게를 가지고 있음에도 기척이 없었다.


“안녕?”


온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흉포함을 넘어서 현우 그를 삼켜버릴 듯한 끔직한 마력이다.


‘금소은이 아니다.’


그녀는 백발을 했다. 평소의 갈색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났다. 현우는 몸이 굳어버렸다.


“혈적자? 아니, 아닌데? 넌 뭐야?”


“···.”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가까이 기대어 냄새까지 킁킁 맡아댔다.


“아 설마 네가 이 여자가 말하는 강현우라는 인간?”


확실히 그녀는 금소은이 아니었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일이 현실로 변하자 뭔가 현실감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백발에 적안(赤眼)으로 변한 소은은 평소와 비슷한 차림이었지만 기운은 완전히 달랐다.


‘빙의 같은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치기엔 그녀의 외모까지 바꿔버렸다.


“말을 못하는 거야? 아님 겁을 먹은 거야?”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소은은 다시 환하게 웃었다.


“나는 ‘셀’이라고 해.”


‘셀?’


“모든 혈적자를 만든 장본인이라고 생각하면 돼.”


“···.”


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너 혜성이구나? 처음 봤어!”


‘혜성’이라는 단어를 아는 그녀는 뭔가를 더 알고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부작용은 극복 못했나보네. 아니다 이걸 과정이라고 해야 하나?”


‘과정?’


그녀가 현우의 머리에 손을 얹자 그는 고개를 돌려 피했다.


“음, 거부하지 마. 어차피 움직이지도 못하잖아?”


정말이었다. 마력 폭풍의 여파는 물론 그녀의 존재감만으로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하, 미치겠네.’


갑작스럽게 사라진 설아가 보고 싶었다. 만약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를 벗어나게 해줄 수 있게 하지 않을까라고.


“어쨌든 너는 나를 따라와야겠어.”


그녀가 현우를 들어 올리려고 하자 현우는 발악했다.


가뜩이나 마력 폭발로 근처에 마력이 없는데 거기다가 힘을 주니 온 몸이 터질 것 같았다.


“저항하지 마. 어차피 가게 돼있다니까?”


현우는 나지막하게 성대에서 소리를 냈다.


“꺼져.”


“흠. 그래?”


그리고 셀은 피처럼 붉은 눈으로 현우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버텨!’


한계에 도달한 그는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뻗어져 나온 흰 줄기는 그녀를 현우에게서 떼어놨다.


셀은 볼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으며 깨져버린 유리창을 바라봤다.


“방해를 하다니···.”


셀과 현우가 바라본 곳에는 키가 작은 노인이 서있었다.


‘누, 누구지?’


알 수는 없었으나 모자를 깊숙이 쓰고 있어서 알 수 없었다.


-회색의 빛을 가로막는 붉은 빛은 사라지리라.


그 노인은 그렇게 소리치더니 손을 위아래로 겹쳤다. 현우는 그 노인이 하려는 걸 알고 있었다.


‘진명···인가?’


“색적소추(色赤消追).”


‘어떻게 저렇게 빠르게.’


현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 최상의 상태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것이 진명이었다. 그도 암광참멸(暗光滅斬)이라는 진명이 있었지만 무(無)가 아니라면 도달할 수 없다.


순간 회색빛의 기운이 현우를 감쌌다. 마력과는 조금 다른 기운의 느낌은 셀에게서 그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회색빛에서 스파크처럼 튀더니 셀을 떼어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셀이 말했다.


“칫. 이 영감탱이 언제까지 방해할 생각이지?”


“네가 죽을 때까지다,”


“내가 죽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건 너잖아?”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짓는 셀과 누구보다도 진지한 표정을 하는 그 노인.


그러다가 그녀는 눈을 돌려 다시 현우를 바라봤다.


“조금만 기다려 언젠간 다시 만날 기회가 생길거야.”


셀의 소름이 돋는 말에 현우는 어깨를 떨었지만 기운에 보호되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느낌이 덜했다.


그렇게 말한 셀은 온몸이 안개처럼 흩어지더니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안개를 손으로 저으며 다가오는 그 노인은 현우에게 말했다.


“괜찮나? 자네?”


“가, 감사합니다.”


현우는 그 노인도 소은에게 빙의한 셀이라는 여자 그 이상의 힘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깊이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상이었다.


셀이 앞에 있었을 때와 노인이 있었을 때와의 기운은 완벽히 달랐으니까.


“따라오게.”


“네.”


왠지 모르지만 현우는 그를 따라가고 있었다. 거의 1층에 다다르기 시작했을 때 노인은 다시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나. 안정해야 하네.”


“네. 그런데 어르신은···도대체.”


“우선 이걸 쓰게.”


그가 건네는 건 돌이었다.


“뭔지는 알지? 자네도 하나 가지고 있으니.”


“이걸 어떻게···.”


“그건 내가 임의로 창조한 돌이네. 혜성의 파편과는 다르지만 비슷해.”


“···.”


“아무튼 그걸 절반으로 부수면 내재된 기록을 흡수할 수 있을 거네.”


그는 즉시 돌을 반으로 갈랐다. 그러자 돌 사이에서 희미한 마력들이 현우의 몸에 자리하며 무언가를 각인하기 시작했다.


“그건 기척을 없애는 스킬 음취살(音臭殺)이다. 은신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지. 그걸 쓰고 따라와라.”


기척이라는 스킬을 배운다는 건 어떻게 쓰고 활용할지를 배우는 것과 같았다.


‘음.’


몸은 그대로지만 발소리나 숨소리마저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대로 그곳에 존재한다는 걸 부정하듯이 사라지는 스킬인 것이다.


그 노인이 왜 구해줬는지 왜 이런 스킬을 준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써는 따라야했다.


1위 길드라고 칭송받던 유성의 중심인 금소은의 실종과 공격받은 길드 건물. 이건 너무나 컸다.


***


유성 건물을 교묘하게 빠져나오고 근처 건물 사이의 터널으로 향하자 교묘하게 숨겨진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여긴···나도 한 번씩 지나가는 곳인데···.’


협회와 그의 집 사이에 조금 다른 길로 가면 이 터널을 꼭지난다. 하지만 그런 익숙한 길에 새로운 길이라니.


놀라웠지만 입을 다물고 따랐다.


‘그러고 보니 설아는 어딜 간 거지?’


유성 길드 건물에 들어서기 전 갑자기 그녀는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거의 다 왔네.”


그리고 얼마 뒤 커다란 정원이 나왔다. 지하로 향한 것 같은데 정원이라니 게다가 하늘은 쨍쨍하고 포근한 태양빛이 내리쬐었다.


‘차원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떤 힘으로 인해 유지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백요는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차를 가져왔다.


“떠오르는 혜성을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네. 나는 ‘백요’라고 하네.”


“강현우 입니다. 방금은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그런데···”


이어진 백요의 말에 현우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우선은 자네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도록 하지. 들을 수 없는 말도 있겠지만 새겨듣게.”


“알겠습니다.”


백요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의 원래 모습은 키가 아주 작은 반은 동물 반은 인간의 모습을 닮아있었다. 그는 자신을 수인이라고 했다.


놀라는 현우를 보고 너털웃음을 하며 설명을 이어나가는 백요.


그는 ‘차원이탈자’라고 불리는 존재임과 동시에 ‘미래예지’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거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진명을 보고는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떠오르는 혜성을 비롯해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차원이탈자는 무엇이며 왜 이 상황이 벌어졌는지 묻고 싶었지만 아직 그의 말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긴 이야기가 될 터인데 들어 주겠나?”


“물론입니다.”


백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한잔 더 부어주었다.


그 시각 유성 길드를 비롯한 협회 셀럼에서는 비상이 일었다. 그 중심에는 김동우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협회장인 ‘금수혁’도 마찬가지다.


김동우를 비롯하여 협회장인 금수혁이 주도한 대대적인 조사와 여러 길드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남은 결과물은 실종자 명단과 마치 폐허로 변한 것만 같은 유성 길드 건물이었다.


꼬박 하루 조사해서 완벽한 게 알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유성 길드 건물이 습격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날 긴급 뉴스에선 대한민국 1위 길드인 유성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부터 몇몇 구원자들의 실종을 주로 이루었다.


혈적자의 소행이 크다고 추정되는 한편 이상하게도 금소은의 실종 소식은 보도되지 않았다.




오타가 있거나 문맥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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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화. 도술을 익히다. 20.02.16 45 1 11쪽
46 46화. 아무리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려도 회복되는 세상. 20.02.15 48 1 11쪽
45 45화. 또 다른 제자. 20.02.14 42 1 11쪽
44 44화. 백요의 도술. 20.02.13 34 1 11쪽
43 43화. 강해져야 할 이유. 20.02.12 30 1 11쪽
42 42화. 망각(忘却). 20.02.11 36 1 11쪽
41 41화. 필연적인 만남. 20.02.10 34 0 11쪽
40 40화. 시들어버린 꽃처럼 꺾여버린 긍지. 20.02.09 49 1 11쪽
39 39화. 린과 시우. 20.02.08 40 1 11쪽
38 38화. 끊어진 동아줄. 20.02.07 46 1 11쪽
37 37화. 혼란. 20.02.06 40 1 11쪽
36 36화. 일그러진 운명. 20.02.05 52 2 11쪽
35 35화. 인간이 아닌 혈적자. 20.02.04 55 2 11쪽
34 34화. 협회 습격 사건. +1 20.02.03 59 3 11쪽
33 33화. 직면. 20.02.02 64 2 11쪽
32 32화. 예언가 백요. 20.02.01 71 3 11쪽
» 31화. 재앙의 서막. 20.01.31 80 3 11쪽
30 30화. 미약한 기운. 20.01.30 92 3 11쪽
29 29화. 레시드 사용법. 20.01.29 84 4 11쪽
28 28화. 인식. +1 20.01.28 97 3 12쪽
27 27화. 활동 재개. 20.01.27 91 3 11쪽
26 26화. 부정. +1 20.01.27 97 4 11쪽
25 25화. 현실. +1 20.01.27 101 3 11쪽
24 24화. 진정한 스승. 20.01.26 103 5 11쪽
23 23화. 레시드. +1 20.01.26 119 4 11쪽
22 22화. 오해. 20.01.26 103 2 11쪽
21 21화. 뒤틀린 운명. +1 20.01.25 10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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