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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아치
작품등록일 :
2020.01.09 21:58
최근연재일 :
2020.02.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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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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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일그러진 운명.

DUMMY

“저 차원은 그대로 두면 소멸할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다시 돌아와 제 정신을 차린 그는 대원들을 돌봤다.


“심한 부상을 입은 구원자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도록. 나머지는 중간 합류 지점으로 향한다.”


‘중간 합류지점?’


현우는 처음 듣는 소리였다. 어차피 협회에 들어올 때도 음취살을 써서 몸을 숨기고 들어왔지 않는가.


현우는 살며시 물었다.


“중간 지점이라면···?”


“아, 20층 대형 홀을 말하는 겁니다. 현재 지원한 길드는 저희와 범아, 연맹 길드입니다. 곧 20층이군요.”


지금 이 층은 13층이었다. 협회의 왼쪽 부분을 돌아 통유리가 보이는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힘들 법도 했지만 그들은 약한 인간의 ‘인’자를 벗어난 구원자들. 아무도 토를 달거나 힘들어하지 않았다.


13층 이후로는 마수나 혈적자가 등장하지 않았다. 너무나 평화로웠기에 위화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들은 다행히 20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20층의 4/5가 중앙 홀이었기에 계단을 오르고 바로 벽을 넘으면 즉시 중앙홀로 이어졌다.


“여어, 왔나? 잠꾸러기? 천하의 유성이 연맹보다 늦다니 말이야. 이거 잘못된 거 아니야?”


“말조심하시죠. 연맹 길드장님. 상황 좀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만. 현재 협회가 습격당한 상황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아니, 내가 애도 아니고 그런 건 알지···.”


주위의 모든 눈동자가 그에게 내리 박히자 그는 목소리가 줄어갔다.


‘전투 때는 누구보다 뒤처지지 않는 분인데···이럴 때만.’


대다수의 연맹 길드원은 이런 생각이 가득했다. 너무나 기폭이 심하면서도 도와줄 때는 확실한 이상한 스타일이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평소 모습을 보면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아직 그렇다할 놈은 나오지 않았죠?”


“네. 우선 20층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나 걸리는 점이 있더군요. 강력하긴 했지만 순식간에 점령할 정도의 화력은 없어보였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희 유성에서 마주한 혈적자는 마수를 소환하고···”


“네? 마수를 소환했다고요?”


유성의 우정혁의 말을 끊으며 말하는 건 바로 범아 길드의 서희정이었다.


“네···. 그렇습니다만?”


“마수를 어떻게···?”


“차원문을 소환하더군요.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서희정과 조용히 말을 경청하는 남정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렇게 힘든 상대는 아니더군. 마력 무효화가 거슬렸지만···.”


“응?”


“네?”


모두 다른 혈적자를 마주하며 각각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존의 혈적자와는 심각한 힘의 차이가 느껴졌었다.


“이게 끝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내가 보기엔 뭔가 있다고 생각해.”


“저도 동감입니다.”


“얼마나 강하다는 건가···.”


모두가 잠시 휴식을 가지며 열띤 토론을 나누는 동안. 현우는 중앙 홀의 한쪽 계단에 앉아 있었다.


“벌써 12시네.”


중앙 홀 기둥의 꼭대기에 있는 거대한 시계를 현우는 보고 말했다.


“그렇네.”


“뭐, 느껴지는 건 없어?”


“모르겠어.”


설아는 현우의 옆에 앉아있었다. 비록 영체긴 해도 이상하게 현우만 그녀의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는 보이지도 않고 존재한다는 개념조차 달랐지만 설아가 옆에 앉으면 그 느낌이 들었다. 흔히 무언가의 힘이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그래?”


왠지 모르게 불안해하는 설아를 보고는 그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괜찮아. 네가 말해줬잖아?”


“···.”


“진정으로 내 뜻이라면 혜성은 나를 위해 희생해 줄 거라고 말이야. 네가 말했었잖아.”


“응.”


“사실 자세하게는 모르겠어. 아직 혜성이라는 게 뭔지도 정확히 모르겠고···. 하지만 걱정하고 있다는 마음이 느껴졌어.”


“···.”


“걱정하지 마. 무리하지 않을게.”


그와 동시에 아래에서 서희정이 언성을 높였다.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모두 힘냅시다.”


***


안개가 자욱한지 매우 습한 곳이었다. 불쾌감 지수가 상승하는 매우 끔찍한 느낌이란 감각이 온 몸을 휘감았다.


하지만 이내 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위에는 결계처럼 무언가가 덧씌워져 있었고 그게 무엇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다.


눈을 지그시 뜬 동우는 상황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분명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면···. 그 분들이 맞아.’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시기 실종되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자세히는 S급이라는 높은 칭호를 가지고 몇 달간 리드 기기를 사용하지 않아서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철이 없었던 동우는 S급이 죽겠냐는 어리석은 생각을 품은 채 인터뷰를 나온 뉴스 기자들에게도 대충 대답했었다.


머릿속에서 떠오른 실종 명단의 이름 두 개. 그 이름이 생각났다.


‘하선일과 선유민. 분명 그랬어···.’


‘버서크 워리어’라는 칭호라고 불렸던 불굴의 구원자 ‘하선일’과 마력을 통해 자신만의 강화 마법을 만들어낸 ‘선유민’이었다.


현재 그는 어딘지 모를 곳에 갇혀있었다. 밖이라고 하기도 안이라고 하기에도 알 수 없는 장소.


-꼴깍.


동우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러던 순간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래층 녀석들이 올라오고 있어. 제법인 걸?”


“몇 놈들은 잡아서 데려가자. 그 분이 좋아하실 거다.”


“아니, 그건 안 돼. 무조건 되는 건 아니니까.”


“그렇나?”


동우는 잠자코 그 소리를 들었다. 어차피 이상한 기운에 속박되어있어 움직이지도 못했다.


‘협회 안인가?’


하지만 이내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어?”


‘뒤?’


분명 앞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방금 그 소리는 바로 뒤에서 들렸다.


“역시 A급이야. 단숨에 죽지도 않고.”


“···.”


그 사람은 선유민 이었다. 유민은 얼굴을 들이밀며 물어왔다.


“자, 강현우를 알잖아? 어디 있지?”


“선유민 구원자님···맞으시죠?”


“···.”


그 이름을 듣자마자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동우는 말을 계속했다.


“왜 혈적자가 된 거죠? 그리고 왜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겁니까. 왜 이런 일을···”


“닥쳐. 나는 린이다.”


섬뜩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그녀의 존재감에 동우는 몸을 떨었다.


“강현우는 어디 있지?”


“모릅니다.”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몰랐고 알려주면 안 될 것 같았다.


3초간의 정적이 일다가 유민이 멀어졌다.


“뭐, 상관없어. 언젠가는 여기 오게 되어있으니까.”


그 말을 하면서 유민은 뒤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돌?’


그냥 일반적인 돌의 잔해처럼 밖에 보이지 않는 평범한 돌이다.


그 돌을 바라본 건 동우뿐만이 아니었다. 선일도 그것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걸 할 생각인가.”


“그래, 그 분이 시험해 봐도 괜찮다고 하셨어. 이 혜성의 파편은 조금 다르거든.”


그녀가 무언가 시동을 걸었는지 그 돌이 창백한 붉은빛을 내기 시작했다. 선일은 그걸 보고는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과연. 그 분의 힘이 새겨져 새로이 창조된 것이란 말인가.”


“나도 살짝 탐이 나긴 하지. 그렇지만 우리는 그분을 위해 혈선(血腺)을 새겼다.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


“···.”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지?’


동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 혜성의 파편은 뭐고 혈선은 또 뭐란 말인가.


혈적자가 나타난 후 정신을 차리며 모든 곳에 신경 쓰기 시작했지만 부족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순간 그때 현우가 구출되고 만났을 때의 혈적자의 느낌과 유민의 현재 모습이 겹쳐보였다.


‘뭐가 다른 거지?’


그의 눈으론 볼 수 없었다. 모두 혈적자 같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또 왜 S급인 선일과 유민이 실종된 후 혈적자로 변해서 나타났는지도 말이다.


“자, 준비됐지?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실험할 수도 있으니까.”


‘···응?’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그 순간 그 돌을 동우의 몸에 억지로 박아 넣기 시작했다. 살을 파고드는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졌고 이내 돌로부터 이상한 것이 꿈틀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을 조여 오는 고통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동우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


임시로 결성된 공격대는 잠시 걸음을 멈칫했다.


멈칫한 이유는 다름 아닌 선봉으로 걷던 공격대장과 길드장들이 걸음을 멈췄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혹한 표정을 짓는 서희정이 말했다.


“저, 혹시나 해서 그런데···. 저만 비명소리 들은 거 아니죠?”


“나도 들었네.”


“무슨 소리요? 대장님 무슨 소리 들으셨습니까?”


대부분이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현우도 또렷하게 들었다.


‘이 소리는···누가? 위층?’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엄청난 고통 속에서 나온 소리였다. 마치 고문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기도 했다.


현재 공격대는 중앙 홀을 벗어나 40층에 다다랐다. 그 사이 만난 마수나 혈적자는 없었다.


아무것도 없다는 무의식 속 공포감과 이런 평화로운 상황 속에서 언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몇몇의 구원자는 민감해지기까지 했다.


당연하게도 협회 건물이 습격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게다가 혈적자의 유무와 능력 또한 대부분이 처음 목격한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공격대1팀이라고 해도 불안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 계속 움직이죠.”


“지나가는 동안 시체하나 보이지 않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늦은 저녁이라곤 해도 협회는 절대 닫히지 않기에 조금이라도 사람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생존자는커녕 시체조차 보이지 않았기에 사태는 심각해져만 갔다.


“이 근처에 혜성의 파편이 있어. 느껴져.”


‘응? 그게 무슨 소리야. 혜성의 파편이 있다고?’


“응. 그런데 조금 이상해. 마력이 폭주하고 있어. 원래 혜성의 파편은 혜성이 아니라면 발현시킬 수 없어.”


‘그럼 다른 혜성이 있다는 거야?’


“그거랑은 너무 달라.”


설아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마치 붉은색으로 도배된 느낌이야.”


‘누구에게 흡수된 것처럼? 그때 내가 죽였던 암살 능력에 특화된 마수처럼 말이야,’


“맞아.”


41층. 42층. 43층을 넘어 드디어 48층에 도착했다. 하지만 하나의 큰 문제점이 있었다.


몇몇 낮은 등급의 구원자들이 갑작스럽게 구토 증세를 보이거나 정신이 나간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농도의 마력을 지니다니···. 느껴져?”


“네. 아마 이 앞부터 B급 이하 아니 A급의 일부는 갈 수 없을 겁니다. 억지로 간다고 해도 몰살될 뿐이죠. 이 상태라면.”


남정훈은 그 소리를 듣고는 구원자들에게 소리쳤다.


“버티지 못한다면 물러서도 좋다. 단련이 부족한 것이지 자네들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우리를 믿고 기다려주도록!”


“호오,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줄 알다니. 이상한 걸?”


서희정이 뜻밖이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흠,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닌가. 난 그리고 이렇게 모여서 움직이게 만들어준 혈적자 놈들에게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다.”




오타가 있거나 문맥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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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화. 일그러진 운명. 20.02.05 5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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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직면. 20.02.02 64 2 11쪽
32 32화. 예언가 백요. 20.02.01 7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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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부정. +1 20.01.27 97 4 11쪽
25 25화. 현실. +1 20.01.27 10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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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오해. 20.01.26 103 2 11쪽
21 21화. 뒤틀린 운명. +1 20.01.25 10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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