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낭만아치
작품등록일 :
2020.01.09 21:58
최근연재일 :
2020.02.19 12: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5,778
추천수 :
201
글자수 :
247,894

작성
20.02.13 12:00
조회
34
추천
1
글자
11쪽

44화. 백요의 도술.

DUMMY

남정훈은 가족은 있었지만 만난지 오래됐고 게다가 이성에도 큰 관심이 없는 오로지 마수만을 바라보는 남자였다.


하루 전에 있었던 협회의 사건으로 밤을 지새웠고 거기서 길드원도 2명이나 잃었다. 다른 길드에 비하면 적은 수였지만 그만큼 만만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기억해도 다시 떠올리려고 해도 왜 그들이 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잠이 부족한가 보군···.”


오전 6시 정도에 끝났던 차원 공략으로 인한 피로라고 생각했던 그는 잠시 눈을 붙였다. 그리고 12시가 조금 넘은 오후 그를 다급하게 깨운 건 비서였다.


“그래서 누가 찾아왔다고?”


“강현우 구원자님이십니다.”


“강현우가 여길 찾아왔다고?”


“네. 무슨 일인지는 입을 다물고 있지만 길드장님을 뵙고 싶답니다.”


“어어. 당장 올려 보내.”


“알겠습니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나갔는데 그 평화를 깨고 찾아온 건 강현우였다.


‘아니, 수십 번도 거절했던 놈이 갑자기?’


남정훈은 비공식적으로 계속해서 현우에게 물어왔다. 그의 생각으론 매우 친절하게 제의한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았다.


그는 망상이 있는 일그러진 영웅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엄청났다.


다짜고짜 찾아온 그의 용무는 의외의 것이었다.


“내가 쓰는 대검?”


“네. 염치없지만 어디서 얻으셨는지 알고 싶어서요.”


“그것 때문에 찾아온 거냐?”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그였다. 그런데 갑자기 정훈의 대검에 대해서 묻다니 솔직히 의심이 갔다.


“왜 그게 궁금한 거지?”


“어제 큰 사건이 있었죠. 협회에 다량의 차원 균열이 생기는···.”


“그런데?”


“연맹 길드장님의 일화가 대단했습니다. 곳곳에 쫙 퍼질 정도로요. 갑주를 착용한 그 구원자가 무엇이든지 막아낼 것 같은 방패와 성스러운 검을 들고 전투를 벌이는 건 꼭 그림과도 같았죠.”


“크흠. 내가 대단하긴 하지.”


헛기침을 하면서도 그는 매우 흡족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말입니다. 저도 남정훈 구원자님을 본받고 싶습니다. 그 기초는 당연히 구원자를 지탱할 무기죠.”


“그런가?”


“그래서 가장 쉬운 이것부터 알아보기로 했고 그게 바로.”


“무기다. 그렇지?”


“네.”


정훈은 기분이 좋은 듯 이야기를 펼쳐 나가기 시작했다.


“흠. 네 마음은 알지만 그 검은 다시 구할 수 없어. 만들지도 않는다고 하더군.”


“···.”


그는 정훈의 말을 경청했다.


“지금은 이미 부서져서 쓸 수 없지만 그건 선물 받은 거야. 대검의 이름은 ‘프레지디움’이었지. 선물해준 건 영국이었나? 아티펙트 제작 명인인 ‘가트’에게서 받았지.”


“그렇군요.”


“궁금한 게 해결됐나? 네 마음은 알겠지만 안됐군.”


“괜찮습니다.”


“그건 그렇고 길드 생각이 아예 없는 거야? 안정적인 보수, 안전, 명예까지 거머쥘 수 있다고?”


“아, 괜찮습니다. 하하.”


“에잉. 싱거운 녀석. 그러고 보니 너 유성도 거부했다며?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이런 3대 길드가 눈독 들이는 경우는 드물다고.”


***


연맹의 마스터인 남정훈의 느낌은 딱 이랬다.


‘사람을 귀찮게 하는 스타일인데···뭔가 직설적인 걸 좋아하는 거 같네.’


다시 말해 단순하다는 것. 나이도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많아야 40대 초 정도로 추정됐다.


‘영국의 아티펙트 제작 명인 가트라···.’


산 넘어 산이었다. 꼭 가지고 싶은 기술이었지만 그 명인은 다시는 아티펙트를 만들지 않는다고 분명히 들었다.


게다가 영국이라는 곳이 그렇게 가까운 거리도 아니었다. 영어 자체는 대화가 가능할 정도였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기회가 나면 찾아봐야겠다. 지금은 보류···.’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평소와 같이 검을 들고 다녀야 했다.


‘아 그러고 보니···. 백요님은 아시지 않을까?’


연맹 길드 건물에서 일을 끝마친 현우는 작은 희망을 품고 바로 백요에게 향했다.


***


터널을 지나 비밀의 장소로 향하자 백요가 그를 반겼다.


“왔나?”


“네.”


“그럼 이리 오게. 도술을 배우기 위해선 최적의 장소가 될 거네.”


백요는 그렇게 말하고는 도화지 속으로 들어갔다. 대나무를 비롯한 나무가 빼곡한 낮은 언덕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배경의 중심에는 아름다운 기와집이 한 채 놓여있었다.


‘뭐, 뭐야?’


도화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곤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직접 손을 가져다 대며 들어간 현우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와.”


그림이라고는 하지만 도화지 내부의 세계는 완벽했다. 무엇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장소이면서도 백요 특유의 기운이 풍부하게 뿌리내려 있었다.


“이곳에서 자네는 도술을 배우게 될 거네.”


“감사합니다.”


현우는 거의 직각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네. 그럼 기본기부터 해볼까?”


모든 것에는 기초가 중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건물을 지을 때도 기반을 잘 다져야 단단한 건물이 되듯이 모든 것에는 처음이 존재한다.


그 처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잘 만들어 나가느냐에 따라 향후 능력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기와집이 놓여있는 언덕의 중심은 초원처럼 텅 비어있었고 그 주위를 원으로 나무와 대나무가 감싸고 있었다.


매우 포근하고 희망찬 느낌이 가득했다. 천국이라면 과연 이런 곳을 칭하는 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만드는 곳이었다.


“잠시 기다리게.”


백요는 지시하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 가져오는 건 차 한잔.


그것도 백요가 평소에 먹는 현우에게도 대접해주었던 그 차였다.


“이건···.”


“자네도 이미 알거네. 이 차의 효능이 뭔지.”


“네.”


“한번 설명해보게.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얻어가는 법이라네.”


현우는 그 기억을 떠올렸고 풍부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백요가 기대에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더욱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실수록 더욱 감미로운 향이 나요. 이게 설명을···하지 못할 맛인데. 결정적으로는 더욱 맛있어집니다.”


“그리고?”


“치유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 폐가 회복되는 걸 느꼈거든요.”


“그리고?”


“···음.”


“과연. 그 정도인가. 역시 혜성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존잴세.”


평가한다고 내린 말이기도 칭찬을 한 말이기도 애매한 그의 말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이 차의 이름은 ‘신록차(身綠綠)’라고 하네. 수인들은 원래 차를 즐겨 마시지만 이건 특별한 힘이 내재되어 있다.”


현우는 그가 건네준 신록차를 바라봤다.


“어원은 몸을 푸르게 한다. 자연과의 조화. 새로운 마음가짐이라는 뜻이지. 기존의 차와는 다르게 이 차는 도술을 익히는 기(氣)의 양을 늘려준다.”


“기?”


처음 듣는 말이었다. 세상은 오래전부터 아니 마수가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마력의 힘이 세상을 좌우한다고 알아왔다.


하지만 ‘기(氣)’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지구에서 사용하는 마법과 능력의 기반을 마력이라고 한다면 도술의 기반은 기다. 기를 통해 몸을 다루고 도술을 창조해 내지.”


“그렇군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자연의 힘을 빌리는 도술은 총 네 가지의 능력이 있지만 선천적인 것이라 하나를 쓸 수도 모두를 쓸 수도 아무것도 쓰지 못할 수도 있다, 자신이 창조해 나가는 거지.”


도술의 근원은 기였다. 기는 종합 네 가지의 능력으로 구분되는데 각각 수(水), 화(火), 풍(風), 토(土)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우선은 이 신록차를 완벽한 맛을 찾아내게. 그전까지 도술은 없네.”


“···네?”


“두 번 말해주진 않아. 기에 대한 적성이 없으면 자신만의 도술은 배울 수 없어. 차는 저 집에 넘쳐나니 찾아서 연구해 보시게.”


그날을 시작으로 현우는 배가 터질 만큼 신록차를 마셨다.


매일 마다 백요가 찾아와 신록차에 대해 물었지만 현우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맛있어?”


“응. 맛있어.”


신기한 듯이 바라보는 설아 였지만 한편으로 심심했는지 투정을 부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맛이라도 있다는 거다. 대신에 물배를 채우는 것과도 같았기에 살짝 거리감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괜찮았다.


“현우야. 수인을 믿는 거야?”


“응.”


“그렇다면 네 생각을 존중해줄게. 나는 항상 네 편이니까.”


그녀는 한 번씩 이런 말을 해왔다. ‘왜 물어보는 거지?’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냥 하는 말은 절대로 아니었다.


“대신에 얼마나 해야 하는 거야? 나 지루해지려고 해.”


“맞다. 지금쯤이면 다되지 않았을까?”


“응?”


“파편. 백요가 오늘이라고 하지 않았어?”


“아. 그랬지. 이제 곧 오시지 않을까? 저녁이니까.”


현우는 계속해서 신록차를 마셨다. 남이 본다면 너무나 어리석다고 하겠지만 현우는 백요를 믿었다.


게다가 그 효과는 점점 나타나고 있었다.


신록차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체내에 무언가가 쌓이는 느낌이었다. 마력과는 조금 다른 차분한 느낌이었고 그것이 기라는 사실을 현우는 배우게 되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차분함과 믿음이었다.


백요는 매일 마다 같은 시각에 나타났다. 그리고 하나의 질문을 했는데 그건 모두 같았다.


“현우 군. 오늘은 무엇을 얻었나. 그 차로 말이야.”


“기라는 것에 이해가 가는 것 같습니다.”


“호. 기라···. 기라는 것이 인간의 몸으로 그것도 홀로 금방 터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닐 터···.”


“마력과 비슷한 것 같은데···.”


“흐흠. 완전히 다르진 않지만. 그 정도까지 알았다면 얼마 남지 않았네. 오늘은 거기까지 하도록 하지.”


그 순간 설아가 불만스러운 듯 말을 내뱉었다.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백요야.”


하지만 백요는 동요하지도 않고 대꾸했다.


“허허허. 한낮 혜성의 수호자 따위가 다른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려는 건가.”


“그냥 그렇다는 거잖아 바보야.”


“허허허. 그건 보면 되겠지. 하지만 현우 자네는 꽤 신비하군. 이해력이 빨라. 이건 단순히 이해를 잘한다고 해서는 불가능하네.”


“그렇습니까···?”


“혜성은 혜성이라는 건가.”


“당연하지. 무려 내가 수호자라고?”


“알겠네. 그럼 내일부터 제대로 기를 익혀보도록 하지. 거의 한 달 내내 신록차만 마셨으니.”


“그래도 이 차 정말로 맛있습니다.”


“아 그리고 이거 받게나.”


깜빡 잊고 있었는지 백요는 다시 뒤를 돌아 파편을 건네주었다.


“상당하더군. 오염 되서 일부는 손실 됐지만 그래도 엄청난 양이야.”


의외의 소리였다. 고칠 수 있었다는 말을 비롯해 그의 입에서 대단하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전에 얻었던 혜성의 파편보다 훨씬 좋다는 사실이 당연했다.


“대신 알아 둬야할게 있네. 인간에게 있었던 파편인 모양이군. 그래서 인지 아니면 혈적자의 영향이어서 인지 정식적인 오염은 피할 수 없을 거네.”


“아, 그거라면···괜찮습니다.”


“그런가? 그럼 잘 사용해주게.”


현우의 신체능력 정신 수치는 압도적이었다. 그 사실을 아는 그는 당연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오타가 있거나 문맥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레시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0 50화. 이제 고생은 그만. 20.02.19 66 1 12쪽
49 49화. 천재적인 재능의 구원자. 20.02.18 47 1 11쪽
48 48화. 어떻게 되더라도 괜찮을 것 같아. 20.02.17 25 1 11쪽
47 47화. 도술을 익히다. 20.02.16 45 1 11쪽
46 46화. 아무리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려도 회복되는 세상. 20.02.15 48 1 11쪽
45 45화. 또 다른 제자. 20.02.14 42 1 11쪽
» 44화. 백요의 도술. 20.02.13 35 1 11쪽
43 43화. 강해져야 할 이유. 20.02.12 30 1 11쪽
42 42화. 망각(忘却). 20.02.11 36 1 11쪽
41 41화. 필연적인 만남. 20.02.10 34 0 11쪽
40 40화. 시들어버린 꽃처럼 꺾여버린 긍지. 20.02.09 49 1 11쪽
39 39화. 린과 시우. 20.02.08 40 1 11쪽
38 38화. 끊어진 동아줄. 20.02.07 46 1 11쪽
37 37화. 혼란. 20.02.06 40 1 11쪽
36 36화. 일그러진 운명. 20.02.05 52 2 11쪽
35 35화. 인간이 아닌 혈적자. 20.02.04 55 2 11쪽
34 34화. 협회 습격 사건. +1 20.02.03 59 3 11쪽
33 33화. 직면. 20.02.02 64 2 11쪽
32 32화. 예언가 백요. 20.02.01 71 3 11쪽
31 31화. 재앙의 서막. 20.01.31 80 3 11쪽
30 30화. 미약한 기운. 20.01.30 92 3 11쪽
29 29화. 레시드 사용법. 20.01.29 84 4 11쪽
28 28화. 인식. +1 20.01.28 97 3 12쪽
27 27화. 활동 재개. 20.01.27 91 3 11쪽
26 26화. 부정. +1 20.01.27 97 4 11쪽
25 25화. 현실. +1 20.01.27 101 3 11쪽
24 24화. 진정한 스승. 20.01.26 103 5 11쪽
23 23화. 레시드. +1 20.01.26 119 4 11쪽
22 22화. 오해. 20.01.26 103 2 11쪽
21 21화. 뒤틀린 운명. +1 20.01.25 106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