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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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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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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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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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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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4. 황금의 괴도-액셀러레이터, 해산(1)

DUMMY

“여긴 무슨 일이시죠?”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연 아미.


“이상 세계 현상이 일어났는데, 안 올 수는 없었다.”

고속도 마찬가지로 시선을 돌렸다.


“왜 절 구한 거죠?”

“구한 적 없는데?”

이내 피식거리는 고속. 아미는 울컥한 마음에 그를 노려보았다.


“그럼 당신 몸에서 나는 연기는 뭔가요.”

“가속을 많이 사용하면 이렇게 되긴 하는데, 그쪽에서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않아?”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조금 잦아든 연기를 보며 한숨을 쉰 아미. 점점 그에게 시선을 둘 수 없었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잠잠해진 공간. 단기간이었지만, 자칫 이 주변을 시작으로 혜성의 전체가 소멸될 수도 있었다.


이상 세계 현상은 D-Zero의 여파답게 위협적이었고, 그 현상에 가장 가까이 있던 아미는 이미 기억의 한 구석에 두려움이 각인되었다.


아마 1초라도 늦었다면 분명 소멸되었을 것이다. 그걸 알기에 아미는 고속에게 복잡한 마음을 느꼈다.


“당신도 위험해질 수 있었잖아요.”

“그 정도는 감수한 것 아닌가.”

“네?”

고속의 대답은 의외였다. 조금 지쳐 보이는 그가 내뱉는 숨소리 때문에라도 아미는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널 두 번이나, 이번으로 세 번이군. 어쨌든 널 구한 건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당신도 위험해질 수 있었잖아요.”

“이미 그때부터 위험할 거라는 건 각오했었지.”

고속은 한숨을 쉬었다.


“그때부터?”

“넌 들어도 모를 거야. 내가 어떤 각오로 달려왔는지.”

고속은 지그시 아미를 바라보았다. 아미는 그와 눈을 마주치며 긴장을 삼켰다.


“각오라면 저도 했어요.”

“그런가.”

고속의 눈동자 속으로 차마 바라보기 민망한 아미의 몰골이 들어왔다. 새벽부터 상처투성이였지만, 그녀는 방금 겪은 일 때문에라도 안쓰러운 걸 넘어 심각해진 몰골이 되었다.


“그러니 말해주세요. 대체 왜 절 구했죠? 새벽에도 그랬고, 아까도 그랬고, 그리고 지금도···”

한편, 아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가 자신을 구할 이유는 없었다. 그는 자신의 경고를 무시했고, 그 때문에 시영이 다쳐버렸다. 적이나 다름없는 그가 한두 번도 아닌 세 번씩이나 자신을 구할 이유는 단 한 가지도 없었다.


그걸 너무나도 잘 알았던 아미였기에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별 이유는 없었는데···”

거짓말이었다. 고속은 단지 순수한 동기에서 그녀를 구했을 뿐이었지만, 어차피 신뢰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적당한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유 없이 사람을 구한다고요?”

아미는 다시 긴장을 삼켰다. 평소 생각하던 그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달라서일까, 일종의 혼란까지 오는 기분이었다.


“그냥, 오해만 풀어줬으면 해서.”

“오해?”

그 순간, 아미는 어제 그와 싸웠던 일이 떠올랐다.


“난 그쪽을 방해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 진심이야.”

“···정말인가요?”

“어차피 뭘 말했어도 안 믿었을 거잖아.”

눈을 감은 고속은 지그시 고개를 저었다.


“사람 의심하는 거 진짜 부질없는 짓이야.”

이내 조용히 뜬 눈으로 아미를 바라보았다.


“뭐, 이렇게 말해도 안 믿겠지만.”

고속은 피식거리며 몸을 돌렸다. 그렇게 세 걸음쯤 옮겼을 때 아미가 입을 열었다.


“그럼 어제 제 경고를 무시한 이유는 뭐죠?”

“얼굴 없는 가희의 정체를 밝혀야 했거든. 공교롭게도 시영이랑 같은 목표였고, 난 시영이를 그전까지 싫어했어.”

“뭐라고요?”

아미는 처음 알게 된 사실에 눈을 크게 떴다. 생각지도 못한 진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마술사 때문에 그런 건 맞아. 하지만 얼굴 없는 가희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선 네 경고를 무시할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얼굴 없는 가희가 누구인지는 알게 됐나요?”

“대충은 알게 됐어. 뭐 때문에 그런 건지도 알게 됐지.”

“누가 알려줬죠?”

“시영이 말고 누가 있겠어?”

고속은 한숨을 쉬었고, 아미는 고개를 숙였다.


“그 녀석, 너한테 많이 미안해하더라.”

“시영 씨가요?”

아미는 고개를 들었다.


“자기가 아니었다면 그런 일은 안 일어났을 거라는데, 솔직히 그건 아니잖아. 걔가 뭔 잘못이 있냐고.”

“맞아요. 시영 씨는 잘못 없어요.”

“뮤즈의 정체를 알려주면서도 꽤 말을 아끼던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잘 해결된 거겠지?”

“···사실, 저 때문에 큰일이 생겼어요.”

아미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큰일?”

고속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아미는 조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괴도가 사용하는 분신술은 저 때문이에요.”

“뭐라고?”

한순간 찌푸려지는 고속의 미간.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섣불리 반응할 수 없었다.


“시영 씨에게 들었다면 This Illusion이 정확히 무슨 기술인지는 못 들었을 거예요.”

“맞아.”

“그건 시영 씨와 만나며 천천히 가르치려고 했어요.”

“왜지?”

“그건 This Illusion의 특수성 때문이에요.”

“특수성이라니, 이유가 있나?”

고속은 긴장을, 아미는 평온하게 한숨을 뱉었다.


“광대는 기술을 숨겨야만 했어요. 광대에게 전해져오는 말인데, This Illusion, 즉, [이 환상]이라는 이유는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이에요.”

“영문을 모르겠군.”

“당연히 모르겠죠. 이건 광대 중에서도 일부밖에 모르는 이야기니까요.”

아미는 은근슬쩍 시선을 돌렸다.


“어쨌든 그 분신술이 This Illusion이고, 그쪽 때문에 괴도가 그걸 사용하게 됐다는 건가.”

“결론적으로는 그래요. 하지만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해도 그 결론 때문에 괴도는 조금 더 강해졌어.”

아미는 차마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This Illusion의 파훼법은 뭐지?”

“단순해요. 본체를 공격하면 돼요.”

“본체라···”

“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야.”

고속은 피식거렸다.


“어쨌든 다음부터는 조금 생각하고 일을 저지르도록 해. 위험하지는 않았을지라도 결국엔 사고가 터져버렸으니까.”

“···죄송합니다.”

“사과는 시영이나 다른 사람들한테 해. 나야 뭐, 상관없으니까.”

고속은 슬쩍 아미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정보를 받았으니, 나도 하나 넘겨야 하는데···”

“필요 없어요.”

아미는 단호했고, 그럴수록 고속은 오기가 생겼다.


“시영이 정보인데, 안 궁금해?”

“···무슨 정보죠?”

언제 그랬냐는 듯 집중한 아미. 고속은 콧바람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시영이는 피자를 좋아해.”

“피자요?”

아미는 의외의 사실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인가요? 제가 그동안 봐왔는데, 시영 씨가 피자를 먹는 모습은 한 번도 못 봤어요.”

“나도 그래. 어? 잠깐만, 그동안 봐왔다고?”

“예?”

아미는 어깨를 움찔거렸고, 고속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감시한 건 아니지?”

“···어, 어쨌든 왜 피자죠? 한 번을 못 봤는데.”

“나도 몰라. 하지만 믿어도 돼. 그건 동료들이 알아 온 사실이거든.”

“동료들이요?”

아미는 조심스럽게 숨을 쉬었다.


“그래, 내 훌륭한 동료들이지. 녀석들 덕분에 그동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거든.”

“정확한가요?”

“나는 몰라도 내 동료들은 믿어도 돼. 내 모든 걸 걸고 장담할 수 있어.”

“하지만 피자는 한 번도 못 봤는데···”

“어차피 넌 시영이를 만나야 하잖아.”

고속은 아미를 가리켰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시영 씨를 볼 수 없어요.”

한순간 침울해진 아미. 고속은 몇 시간 전, 시영을 내친 그녀를 생각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영이는 그 일 때문에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시영 씨 잘못이 아니에요.”

“알아. 근데 적어도 오해는 풀어야 하잖아.”

“···전 시영 씨의 소중한 스크롤을 빼앗겼어요.”

아미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괴도한테 뺏겼어?”

“네.”

“그래서 죽일 듯이 쫓으려 했군.”

고속은 그제야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저는 시영 씨의 앞에 설 수 없어요.”

“정말 그럴까?”

“시영 씨는 절 믿고 소중한 기억이 담긴 스크롤을 주셨어요. 그런 물건을 잃어버린 제가 무슨 자격으로···”

“걔는 적어도 그런 일로 사람을 싫어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무슨 근거로 그렇게 확신할 수 있죠?”

아미의 눈은 다시 축축해졌다. 일렁이는 눈동자 속 눈물은 금방이라도 위태롭게 흐르려 했다.


“남을 믿는 건 어려운 일이래. 시영이가 그랬어.”

“시영 씨가요?”

“그래, 어려운 일이라고 했지. 하지만 녀석은 그 어려운 일을 쉽게 해냈어. 내가 걜 의심하고 싫어했어도 끝까지 날 믿어줬어.”

고속은 당시를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입꼬리에 미소가 생기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런 나도 믿어줬는데, 널 싫어할까? 하물며 넌 그 녀석의 의뢰인이었잖아.”

“당신···”

입술을 앙다문 아미는 눈을 질끈 감고 흐르려는 눈물을 닦았다.


“어쨌든, 녀석이 피자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널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직접 만나서 알아봐. 난 관심 없으니까 엮일 생각 없어.”

고속은 단호하게 말했고, 아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어날 수 있어?”

“해볼게요.”

아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풀려있던 마음을 다시 잡은 덕분일까. 그녀는 조금씩이나마 일어날 수 있었다.


“저, 반고속 씨.”

“왜?”

고속은 아미를 바라보았다.


“이번 일은 제가 죄송해요.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힘겹게 일어난 아미는 고속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까도 말했지만, 사과는 시영이나 다른 사람들한테 해.”

“그리고 구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 아미. 고속은 지그시 미소를 지으며 그녀와 같이 고개를 숙였다.


“나도 편견 때문에 평소 행동거지를 잘못해서 미안하다.”

그렇게 동시에 고개를 든 두 사람.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나저나 저 때문에 괴도를 놓쳐서 어떻게 하죠?”

“그건 걱정하지 마.”

“짐작 가는 곳이라도 있어요?”

아미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녀석은 도구가 거의 다 망가졌고, 마술은커녕, This Illusion을 사용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야. 그런 녀석이 갈만한 곳은 단 한 곳이지.”

“거기가 어디죠?”

“알면, 따라갈 건가?”

고속의 물음에 아미는 주춤거렸다.


“그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건 네가 제일 잘 알고 있겠지.”

“부정할 수 없네요.”

아미는 아쉬움의 콧바람을 내쉬었다.


“알면 시영이한테 가. 괴도는 내가 쫓을 거다.”

“이유가 뭔가요?”

“···너, 너한테 궁금한 게 그렇게 많았어?”

고속은 긴장하며 그녀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저야 물건을 빼앗겼다는 이유가 있고, 소인이네는 습격을 당했다는 이유가 있어요. 그럼 당신의 이유는 뭐죠?”

“이유는 그래야 하기 때문이지.”

“그래야 하기 때문? 당신이 뭔데요?”

“액셀러레이터, [가속하는 전사]라고 하지. 녀석을 잡을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야.”

“할 수 있어요?”

“아미, 네가 시영에게 다가갈 때, 실패할 걸 생각했나?”

고속은 정색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뇨, 그런 생각 따윈 안 했어요.”

“나도 그래. 이 정도면 이해가 됐나?”

“네.”

“그럼, 몸조심 잘하길 바라지.”

고속은 그렇게 건물 아래로 내려갔다. 혼자 남은 아미는 그를 바라보며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단,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네.”




녀석의 위치는 대충 파악되었다. SNS에서도 찾을 수 없는 괴도의 행방이었지만, 그 이유 덕분에 고속은 괴도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가속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아미를 구하기 위해 억지로 달린 탓에 과열에 가까워지고 말았다.


여기까지 와서 절대로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녀석이 도망칠 수 있는 수단이 대부분 망가진 지금이 녀석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와 다름없었다.


그렇게 녀석이 분명히 있을 그곳으로 달려가던 고속은 동료들의 연락을 받았다.


이 상황에 동료들의 연락이 오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만약 부상이 아니었다면 수시로 연락이 왔을 테고, 오히려 소란이 한창이 지금에야 오는 연락이 특이한 편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받았을 연락이었겠지만, 이들의 걱정이 앞선 나머지 차마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받지 않을 이유조차 없었기에 고속은 한숨을 쉬고 힘겹게 연락을 받았다.


“무슨 일이야?”

“괴도 때문에 난리 났다면서?”

분명 이들은 퇴원 수속도 어렵게 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들이 이 문제에 끼어드는 것 자체가 안타까웠다.


“그래서 우리가 널 도와주려고···”

“얘들아.”

“으, 응?”

사뭇 날카로운 고속의 목소리. 동료들은 말이 끊긴 그대로 긴장을 삼켰다.


“말 꾸미는 재주는 없으니까 결론만 말할게.”

“뭔데 그래?”

“여기서 팀은 해체야.”

“뭐?”

당연하게도 동료들은 반발했다. 고속은 당연한 반응에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동료 모두의 소리를 들었다.


새삼 이렇게 단합이 잘 되는 친구들인지 깨닫게 되었다. 오래 지내왔지만, 이제야 깨달은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하지만 아쉬워 할 시간은 없었기에 고속은 입을 열었다.


“내가 대장은 아니지만, 그동안 다들 고생했다.”

“고속아,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무슨 일 있었어?”

“많은 일이 있었지. 그러니까 너희를 위해서 팀을 해체할 거야.”

“그건 우리를 위하는 길이 아니야. 우리도 티가 때문에···”

“앞으로 더 위험해질 거야.”

고속은 탄식하며 일어날 것만 같은 미래를 말했다.


“앞으로 어떤 위험에 닥칠지 아무도 몰라. 더 위험해진다는 건 기정사실이야.”

“우리만 위험하겠어? 고속이 너는 아닐 것 같아?”

“차라리 나만 다치고 끝났으면 좋겠어.”

진심이었다. 반박할 거리는 충분했지만, 화면 너머 들려오는 진심을 느꼈기 때문에 차마 동료들은 반박은커녕 대꾸조차 할 수 없었다.


“우리는 동등하지만, 그렇기에 말할 수 있어. 내가 소중하듯 너희도 소중한 사람들이야. 누나의 생사를 모르는 지금 상황에선 너희가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야. 내 마음 알지?”

“고속아,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너희가 아니라 우리라고.”

“···몸조심해라. 가끔 만나면 아는 척해주고.”

고속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마지막 전화에서 보일 예의는 아니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기껏 다짐한 각오를 지키지 못할 것 같았다.


새삼 이터널이 말한 독행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언젠가 후회할 수도 있다는 말이 틀림없었다. 그것은 동료들과 헤어진 그가 할 수 있는 마음을 담은 조언임이 확실했다.


벌써 후회할 것 같았지만, 고속은 그대로 앞만 보고 달렸다. 그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반드시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역시 와줬네.”

혜성에서 가장 높은 건물 옥상. 괴도는 이곳에 있었다.


“어떻게 찾았어?”

“네 녀석이 높은 곳을 좋아한다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

“내가 여기 없을 수도 있었잖아?”

“김의도라는 사람이 괴도임을 들킨 시점에서 돌아갈 수 있는 곳은 없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은 건 의외로군.”

고속의 되물음에 괴도는 반 가면을 벗으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액셀, 이제는 도망칠 곳도 없어. 너라면 알고 있지 않아?”

“몰라, 관심도 없다. 네 녀석이 도망치면 쫓을 뿐이고, 멈추면 잡을 뿐이다.”

“여전히 재밌는 녀석이야.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

“무슨 생각이지?”

고속은 정색했다.


“날 만족시킬 수 있는 건 너뿐이야.”

“돌았군.”

이내 정색이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진심인데, 서운하네.”

“서운할 것도 없지 않나?”

“우리가 나름 친해졌다고 생각했거든.”

“지랄도 그쯤이면 대단하군.”

고속은 감탄 아닌 비방과 함께 동전 한 개를 튕겼다.


“이건, 금화잖아?”

금화를 받은 괴도는 그 반짝이는 자태에 고속을 바라보았다.


“하늘의 왕국의 금화다. 하나에 십만 원 정도의 가치를 가졌지.”

“그건 아는데, 갑자기 이걸 주는 이유가 뭐야?”

비싼 가치를 아는지, 찬란하게 반짝거리기 때문인지. 괴도는 기뻐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네 녀석에게 내 돈 한 푼이라도 들어가는 건 아깝지만, 알아야 할 게 있다.”

“그게 뭔데?”

“왜 그들을 습격했지?”

“누구?”

“뮤즈, 제미니, 아이시클, 그리고 현 가문의 사람.”

“아, 그 사람들 말이야?”

괴도는 미소와 함께 금화를 하늘로 튕겼다.


“아미 선배 빼고는 다 생명의 돌과 관련이 있어.”

“대체 네가 왜 생명의 돌을···”

“알잖아, 난 반짝이는 걸 좋아한다고.”

괴도는 떨어지는 금화를 잡았다.


“그리고 여기까지만 알려줄게. 내 정보는 조금 비싸서 말이야.”

“···역겹군.”

어쩌면 소민이 말한 짠돌이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일까. 고속은 혐오의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액셀, 널 쓰러뜨리고 돌아올 거야.”

“유감이군. 오늘 넌 내 손에 잡힌다.”

“미안하지만, 아미 선배가 쓰러진 지금 날 막을 수 있는 건 없어.”

“한 사람이 남았지. 바로 나다.”

“오호?”

괴도는 고속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고속을 향해 금화를 튕겼다. 날아간 금화가 그에게 다다랐을 때 폭발이 일어났다.


“이 세상 위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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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Episode 14. 깨어난 용-미르(3) 21.06.19 21 0 14쪽
250 Episode 14. 깨어난 용-미르(2) 21.06.18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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