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귀족은 평민들과 함께 민병대에 합류하게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판타지

완결

hunglela1765
작품등록일 :
2020.01.21 13:31
최근연재일 :
2020.04.13 05:28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480
추천수 :
19
글자수 :
297,117

작성
20.03.14 07:00
조회
30
추천
0
글자
17쪽

29. 약탈물 분배

DUMMY

성이 함락되고서 시간은 빨라 1주일이 흘렀다. 물에 잠겨진 성은 먹을 것이 부족해져 금방 함락이 되었고, 뒤를 이어 2차로 공격을 했을 때는 첫번째와 같은 격렬한 저항은 벌어지지 않았다.




쉽게 공격해 수몰된 성을 함락시킨 뒤에는, 그곳에는 굶주려 쓰러진 적이 늘어서 시체로 장식된 채로 눕어 있었다.




성을 둘러보며 사방으로 수색을 벌여 생존자를 확보했으나, 모두 죽거나 자결하여 살아 있는 적이 없었다.




지휘관들은 제각각 병사들에게 시체에 불을 지르라고 명령하고 물러났다. 그 후로 100일 동안 시체가 타오르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그간 정부에서 사신이 도착해 현장을 순시하고는 병사 전원에게 연금이 지불되었다.




전쟁터로는 배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금은 가족한테 일괄적으로 전해졌다. 편지로 가족이 감사함을 전달하자 전쟁으로 지친 병사들 얼굴에서 뜻하지 않은 미소가 흘러나와 메르나는 흐뭇하게 느꼈다.




그도 연금을 받았으나, 가족이 없었기에 은행계좌를 대리 개설하여 그곳으로 넣었다. 전사자 가족에게는 세자가 손수 집필한 육필편지와 동시에 손자까지도 죽을 때까지 연금이 지급되도록 손을 보았다고 했다. 잠시 기다려 추가적인 병력충원이 동원되었고, 그동안 병사들에게는 파티가 벌어졌다. 궁중요리사가 투입된 행렬 끝에 병사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막대한 인력으로 음식상이 펼쳐졌다.




술이 오랜만에 내어졌다. 지휘관급도 손을 놓고 기뻐했다.




“전쟁에선 남아도는 게 인력이라고, 보통은 병사를 시켜 본인이 먹을 잔칫상은 자기 손으로 일궜을 텐데······. 이렇게 궁중에서 사람을 보내고 우리 병사는 쉬다가 먹게 배려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이 말은 헤브리 바냐가 눈시울을 붉히며 한 말이었다. 그녀가 울다니 신기한 일이다.




조용한 마리나 에드핀을 살펴보았더니 울고 있었다.




손에 술병을 쥐고는 땅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보는 이가 서글프도록 울고 있었다. 무기를 사전에 소개시킨 덕분인지, 그녀가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었다. 가슴을 펴서 자랑스러워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마리나 에드핀으로부터 누군지 모를 운 나쁜 사람을 살렸다. 술에 취해 사고가 날까봐 무기를 치우자고 우긴 덕분이니, 그녀가 날뛰는 현장을 접해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아티나는 불쾌한 표정으로 혀를 차고 있었다. 그녀를 보니 한숨을 내쉬었다.




“기분이 안 좋은 일이라도?”




앞서 시간을 잠깐 당겨본다. 시각은 헤브리 바냐가 존댓말을 쓰는 때이다. 그녀는 반말로 평소 사람들을 무례하게 대했다. 존댓말을 못 배운 사람처럼 느껴질 사람이었다. 그러나 헤브리 바냐는 기쁨에 겨워 존댓말로 기쁨을 표현했다. 그녀에게 존대를 받으려면 그녀를 기쁘게 만들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비싸다. 존댓말을 듣기 어렵다. 그냥 존대를 안 받고 살겠다. 조용한 다짐을 한 메르나였다.




평소 반말로 하대하는 사람조차도, 오히려 존대를 할 정도로 기쁜 날이 오늘이다. 그토록 기쁜 날에 아티나는 상태가 이상했던 것이다.




걱정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마에 손을 대었다.




“뭐, 뭐하는 짓이야!”




폴짝 뛰어오르며 손을 뿌리쳤다. 따가웠다.




메르나는 상처 이상으로 아픈 표정으로 눈을 찔끔거렸다. 아티나는 스스로도 손바닥을 매만지더니 연기적인 표정으로 부끄럽듯 뺨을 감쌌다. 귀엽게 느껴지지 않은 것도 아니었으나, 눈치가 평범한 메르나라도 그런 표정은 가식적인 낌새가 드러났다.




그녀는 필요 이상으로 귀가 붉어져 있었다.




“열이 나면 쉬라고 온도를 잰 거야. 내 손은 36.5도니까, 내가 느끼기에 뜨겁다면, 그건 체온이 정상이 아니라는 거니까.”




우리 신체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다.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어 뜨겁다면, 정상치에 비교하여 체온이 뜨겁다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추위에 손이 차갑게 식는다는 외부효과가 존재하기에 정확한 건 체온계를 써야 오진을 방지하겠으나, 메르나는 의사가 아닌 덕에 휴대하진 않는다.




걱정하는 메르나를 뿌리치고 아티나는 뒷걸음으로 물러났다.




“별다른 일은 아니야.”




새빨간 표정으로, 귀가 붉어진 아티나는 강하게 고개를 휘저었다. 메르나는 그녀가 연심을 품은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이를 부정했다.




‘나는 못생겼다. 스스로도 본인이 추남이라 여성이 싫어한다는 자각은 충분히 존재한다. 그녀처럼 미녀가 나를 좋아할 리가 없지. 하늘이라도 무너지지 않는다면 말이야.’




메르나는 스스로 느껴 연심일 가능성은 부정했다. 그건 그가 느끼기에 스스로에게 잘생긴 자신이 없어서 그랬으면서, 동시에 일정부분은 사실이었다.




그가 못생겼다는 점은 진실이었기에, 적어도 그가 느끼기에 그녀가 연심일 리가 없다는 점에 한해서는 모두 진실이었다.




아티나, 그녀 연심은 앞으로도 남자에게 전해지려면 긴 만리장성을 건너야 할 일이다.




겨울바람이 쌀쌀하게 모닥불로 둘러싼 일행을 얼어붙게 만든다.




술에 취한 동료 사이를 가로지르는 메르나는 손을 밟게 될까봐 겁을 먹었다. 주변으로 땅에 돗자리를 펴서 앉은 병사는 손으로 땅을 짚으며 사이로 가로질러 지나는 메르나에게 곤란함을 자아냈다.




발을 내딛으며 손등을 짓밟게 될 것을 두려워하며 힘겹게 나아간다. 목덜미로 팔이 감싸이며 휘청거린 그는 화들짝 놀라 뒤를 보았다. 아티나는 술병을 쥐고 코까지 붉게 물들었다.




입에서 알코올향기가 흘러나와 코를 썩히도록 풍겼다.




“우리 꼬마영웅님? 술에 취해보지 않겠어요?”




혀가 꼬인 아티나를 부축하며, 메르나는 돗자리가 흩어진 사이로 가로질러 지휘관이 모인 장소로 이동했다. 짐짝을 끌며 지휘관석으로 도달하니 헤브리 바냐가 묘한 눈빛으로 일어났다.




그녀는 메르나를 살짝 흐르듯 보더니 손을 잡아끌었다.




단단한 힘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아티나는 벌겋게 취기가 오른 얼굴로도 끌려가는 메르나를 붙잡았다.




두 여자 사이에서 끼인 메르나는 뺨을 긁었다.




“나야? 저 여자야? 둘 중에 하나, 골라.”




중간에 혀를 씹어 표정을 일그러트린 아티나는 트림을 뱉으면서도 말을 이어갔다. 혀가 어눌한 말투에 비틀거리는 그녀를 보고, 헤브리 바냐는 강한 힘으로 떼어내 돗자리에 누웠다.




딱딱한 지면에 쓰러져 아파하는 아티나를 내버려두고, 헤브리 바냐는 심각한 표정으로 잡아 끌었다. 끌려가며 메르나는 머리를 굴렀다.




살인인가?




반란이 생겨난 것일 가능성을 생각했다. 헤브리 바냐는 축제분위기를 틈타 사변이 발생할 점을 생각하는 것일지 모른다.




정치적인 압박이 가해졌을 가능성은 없을까?




국왕이 사람을 시켜 축제를 열어줄 정도로 신경을 쓰는 문제라면,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압력을 행사했을지도 모른다. 메르나는 그 가능성을 생각했다.




인적이 드문 장소로 이동해 막사 뒤편으로 걸어갔다. 횃불이 타오르고는 있지만 병사는 없다.




경계 병력을 모두 회군시켜 보이는 것이라고는 어둠이었다.




시체를 잡아먹을 어둠이 적막하게 깔린 구석에서 헤브리 바냐는 굳게 다문 입을 열었다.




“마리나 에드핀 막사를 가본 적이 있나?”




취기가 달아났다.




의도치 못한 이름이 예상외로 드러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상대가 사내연애관계를 의심하고 있다고 여긴 메르나는 동료와 부적절한 관계를 추궁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어깨가 무거워졌다. 자신이 요새 여자애와 친해졌다고 생각했더니 폭력적인 사태를 직면했다. 스스로 인기가 많아졌다고 자신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해 메르나는 뺨이 화끈하게 달았다.




“없다. 나는 여성과 관계에서 깨끗해. 아무런 뒤탈은 없다.”




헤? 그게 뭔 소리야, 라고 말하는 듯이 헤브리 바냐는 얼빠진 표정으로 눈을 깜빡거렸다. 귀엽게 고개를 갸웃대더니 뺨이 붉게 타올라 몸을 떨었다.




폭소하고 배를 움켜쥐고 허리를 숙였다. 웃음소리가 허공으로 연기처럼 솟아올랐다.




“뭐야. 아무것도 모르고 끌리니까 따라온 거야?”




눈물을 훔치고 헤브리 바냐는 목소리를 깔았다.




반전된 분위기에 메르나는 침을 삼켰다. 상대방은 눈을 사방으로 건네며 숨어듣는 존재를 파악하려했다.




숨결이 거칠어졌다.




“그녀가 월급으로는 설명될 수 없을 정도로 호화로운 생활을 벌인다는 것이 파악되었다. 그것만으로는 소문이 사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자기가 버는 수입에 비교하여 과분한 지출은 의심스럽다.”




메르나는 뺨을 씰룩거리고는 눈에 핏발이 섰다.




손이 떨렸다.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었다.




“헤브리 바냐가 전리품을 빼돌려 팔아치운다는 소문을 믿는 거야? 그녀가 지출을 하는 것이야 본인 자유로운 행동이잖아? 지휘관은 그런 것까지 판단하고 다니는 건가?”




뒤돌아서는 메르나를 당황한 헤브리 바냐가 불렀다.




화가 난 메르나는 무시하려고 했으나, 등에 풍기는 달콤한 향기에 몸이 멎었다. 알 수 있었다. 느껴지는 감촉에 숨을 삼켰다.




머리카락, 여성에게 맡기는 페로몬향기, 단단한 근육질에 비할 수 없는 가녀린 피부가 느껴졌다.




등에 안겨진 헤브리 바냐가 몸을 떨고 있었다.




메르나는 생각을 굴렸다. 이런 경험이 처음일 뿐 아니라, 여태까지는 전쟁밖에 모르던 사람이었다. 우는 여자를 어찌 해야 할까?




뒤돌아서 감싸도 괜찮을까? 즉석에서 체포되어 추행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지는 않을까?




손이 떨려왔다.




“친구가 죽었어. 나랑 전쟁터에 함께 왔지만, 병사로 참여한 노예가 죽었다. 남들 없는 장소에서는 이름을 놓고 친구로 지냈다. 말해줘. 어떻게 죽었는지 말해줘.”




눈물이 옷에 떨어져 차갑게 식었다. 몸이 떨리는 것이 옷을 건너 뒤로 느껴왔다. 목소리가 잠겼다. 목소리에 물기가 띄었다.




메르나는 할 수 있는 행동이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머리를 내맡기고 숨결을 가쁘게 토해냈다.




숨소리가 귀에 거슬리도록 들렸으나, 메르나는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당신을 따라 성 밖으로 강을 타고 이동했다. 그 뒤로 소식이 끊어졌다.”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메르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기에 뇌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무엇이라 이해하여야 할까? 내가 기억해야만 할, 그래야할 조각은 무엇일까? 기억나지 않는 망각된 뒤편으로 가루가 떨어진 파편조각을 뒤집어 찾을 것이 무엇일까?




토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위가 아프다.




등에 따끈따끈한 피붙이를 달아 매미처럼 붙은 여자를 억지로 떼어낼 수도, 위로하자니 추행이라는 혐의로 잡혀갈 것이 두려웠다. 솔직히 말해 메르나는 머리를 쓰다듬은 사실로도 자신이 체포되어 재판으로 넘어갈 것이 가슴이 떨리도록 무서웠다. 침을 삼켰다.




한숨이 깊게 토해내진 헤브리 바냐는 풍선처럼 쪼그라든 듯이 보였다.




“미안해. 내 친구에게는 당신을 감시해달라고 했거든. 그래서 네한테 살해당한 것은 아닐지, 하는 상상을 했다.”




메르나는 숨이 흐트러졌다. 뭐라고? 입 밖으로 피가 토해질 기분을 억눌렀다. 입술이 떨렸다. 표정이 푸르게 질리듯, 얼굴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창백함이 느껴졌다.




짐작이 가는 것이 있었다.




피부건너로 고개를 든 헤브리 바냐와 눈길이 마주쳤다.




노란색 눈동자가 어둠에서 어슴푸레 발견되었다. 윤곽으로 간신히 보이는 그녀 눈동자가 계곡을 떨어트린다.




“짐작되는 게 있어? 당신이 눈으로 말하고 있어. 『나는 짐작된다. 생각난다.』 말하고 있다.”




거짓말을 하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이, 양팔에 힘을 주었다.




메르나는 그녀가 양손으로 본인 팔을 쥐어 억누르자 피부가 터지도록 아팠다. 알고 있다.




화를 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메르나를 배려하여 눈물을 멈췄다.




곤란해 하는 모습에 슬픔까지도 참고 있다. 배려심을 악의적으로 해석하면 미안하다. 헤브리 바냐는 눈치가 좋다. 거짓말을 하면 들킨다.




메르나는 진실을 일정하게 담아야 그녀가 믿을 것이란 것을 알았다. 그러나 사실을 이야기하면 여기서 살해당할 것도 알았다.




눈물이 멈췄던 눈동자가 축축하고 양팔을 강하게 움켜쥐어 메르나는 붙잡힌 팔이 아프다.




대검이 허리춤에 차여진 그녀는 칼을 빼면 메르나는 죽는다.




“내 눈앞에서 죽은 사람이 있었다. 여자였는데, 내게 유언을 남기려고 애쓰려다가 죽었다.”




헤브리 바냐가 펄쩍 뛰었다.




“정말인가? 유언은 못 들었지만, 내 친구를 만난 것은 확실하지?”




메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를 수가 없을 그 얼굴을 떠올렸다.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혹시나, 그 친구를 특정할 장신구가 있을까?”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귀걸이, 손톱에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다. 그 외에는 따로 없다.”




메르나는 뒤돌아서 걸어갔다. 뒤로 헤브리 바냐가 떨어져서 온기가 식었다. 따스하게 붙은 손난로가 떨어진 듯, 메르나에게는 식혀진 등이 싸늘해졌다.




걸어갔다. 멀리 왁자지껄한 소리가 가까워졌다. 메르나는 먼저 마리나 에드핀을 찾았다.




그녀는 맨얼굴로, 화장도 하는 일이 없었다.




메르나는 그녀가 장신구로 치장하고, 머리카락을 다듬는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려운 일이었다. 전쟁터이기는 하지만, 택배가 잘 이어져서 전쟁터에서도 택배가 정상적으로 운송되고 있었다.




편지가 가교를 띄워 병사들과 고향으로 연결했다. 그 길을 따라 선물꾸러미가 운반되고, 여기에는 돈을 주는 상품이 오갔다.




메르나는 신경질적으로 마리나 에드핀 천막을 뒤집었다. 입구를 젖히니 촛대가 보였다.




금도금된 촛대, 천장에는 크리스털이 꼽힌 샹들리에가 걸리고, 탁자에는 와인이 놓여있었다.




‘나는 딱딱한 빵을 스프에 찍어먹는 동안, 마리나 에드핀은 와인을 마신단 말이지? 그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




그녀가 받은 임금은 메르나와 동일하다. 그가 가난하여 상품을 무기구입 및 수리로 쓰면 남지를 않듯, 마찬가지로 마리나 에드핀이 그에 비교하여 고급진 생활을 즐긴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디서 돈이 나왔을까?




희한한 일이다. 메르나는 헛웃음을 내질렀다.




축재어린 환한 밤공기로 광란어린 황당한 웃음이 밤에 소음을 더해갔다.




입구에 선 메르나를 발견한 병사들이 그를 불렀다. 뒤편에서 앳된 소년이 술잔을 쥐고 서있었다.




포도주를 빼앗아야할지 고민되는 광경이었다.




“부사령관님은 여기 안계세요. 무엇 때문에 찾으시나요? 것보다. 사령관님은 축재가 안 즐거우세요?”




메르나는 뺨을 긁었다. 곤란해 하는 연기를 했다. 연기였다.




소년을 속인다는 죄악감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미안해. 그런데 시체안치소가 어디야? 뭘 확인할 것이 있다.”




소년은 갈색 머리카락을 입김으로 불어 올리는 놀이를 시작했다. 바람에 쓸려 올라간 머리카락은 중력에 잡아당겨 떨어졌다.




손가락으로 건너편 천막을 가리켰다. 냉기가 흘러나오는 듯이 음산한 분위기가 흘렀다.




메르나는 소년에게 가볍게 감사를 표하고, 다른 텐트로 이동했다. 시체가 넓은 탁자에 가지런히 뉘여 있었다. 다리가 떨어지고, 팔이 잘리고, 목이 없는 시체가, 몸통이 없는 머리가, 어떠한 측면에서도 죽은 사람이 뉘어져 있었다.




음산한 공기가 눅눅했다. 목표로 하는 시체는 쉽게 발견되었다. 매니큐어, 장신구.




······ 매니큐어, 장신구.




발견했다. 원하는 시체가 눈에 보였다.




‘너였구나. 스파이로 몰려 죽은 얘가. 우리가 너를 죽여서 미안해.’




메르나는 여전히 눈이 떠진 시체를 감겼다.




입김이 떠올랐다. 손이 떨렸다. 그가 스파이로 몰아 즉결처분했던 여자였다.




강물을 등지고, 죽였다.




주머니에 종기가 튀어나와 있었다. 꺼내들었다. 방수편지였다.




점자가 찍힌 종이였다. 그녀는 방수되는 점자편지를 주머니에 꽂고 있었다.




- “가족이 저한테 편지를 보냈기 때문에 간직하고 있던 거예요.”




메르나는 주저앉았다.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친구야. 여기에 누워 있었구나.”




뒤에서 헤브리 바냐가 나타났다. 유령처럼 창백한 얼굴이었다.




미친 사람처럼 웃어버리기 시작했다. 헤브리 바냐는 웃으면서 시체에 매달려 부둥켜안았다.




그녀는 점자편지를 빼앗아 본인이 읽었다.




“여기 봐봐. 당신이 멋진 남자래. 나만 아니었으면 자기가 채어갔을 거래.”




헤브리 바냐는 점자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메르나. 본인이 첫사랑에 빠진 남자래. 들려? 이봐? 네가 이 녀석에게 첫사랑이래.”




심장에서 핏물이 흘러 강이 흐르는 기분으로, 메르나는 허망하게 서있었다.




주저앉았다.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봐. 내 친구가 칼에 찔려 죽었고, 메르나가 자기 사랑이래.”




메르나는 아무런 말도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헤브리 바냐는 발작하고 웃으며 한동안 그러고 있었다. 이 일은 지도부 귀에 들어가고, 다른 여자 두 명이 의심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몰락한 귀족은 평민들과 함께 민병대에 합류하게되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공지사항입니다. 20.05.04 47 0 -
공지 연재 공지사항입니다. +1 20.02.08 83 0 -
44 결말 : 마지막 전투지휘에 대한 이야기 - 完 20.04.13 60 0 12쪽
43 43화 : 산책하는 나들이. 20.04.11 19 0 15쪽
42 42화 : 꽃피는 사랑에 목이 마른다. 20.04.08 22 0 13쪽
41 41화 : 캠핑은 전쟁터에서 함께 20.04.06 79 0 12쪽
40 40화 : 병력 교대작전, 고향으로 돌아가는 자와, 죽은 자, 그리고 싸우는 자. 20.04.04 34 0 15쪽
39 39화 : 탈출자는 배로 도망간다. (2) 20.04.01 18 0 13쪽
38 38화 : 탈출자는 배로 도망간다. (1) 20.03.30 23 0 14쪽
37 37화 : 오르락내리락하는 등산객 20.03.28 51 0 16쪽
36 36화 : 매복을 분쇄하는 세심한 공격자 20.03.27 24 0 15쪽
35 35화 : 거리에 접어들면 시체와 피로 물든다. 20.03.25 39 0 12쪽
34 34화 : 생존자는 역전을 기대한다. 20.03.23 18 0 16쪽
33 33화 : 기만 도하작전 20.03.21 22 0 17쪽
32 32화 : 도망자 20.03.19 26 0 18쪽
31 31화 : 도하 공격계획 20.03.18 43 0 22쪽
30 30. 북으로, 바깥으로 20.03.16 26 0 14쪽
» 29. 약탈물 분배 20.03.14 31 0 17쪽
28 28. 장사 공방전(18) +2 20.03.11 34 0 14쪽
27 27. 장사 공방전(17) 20.03.09 29 0 12쪽
26 26. 장사 공방전(16) 20.03.07 29 0 13쪽
25 25. 장사공방전(15) 20.03.04 32 0 13쪽
24 24. 장사공방전(14) 20.03.02 30 0 13쪽
23 23. 장사공방전(13) 20.02.29 45 0 15쪽
22 22. 장사공방전(12) 20.02.26 26 0 13쪽
21 21. 장사공방전(11) 20.02.24 27 0 15쪽
20 20. 장사공방전(10) 20.02.22 35 0 13쪽
19 19. 장사공방전(9) 20.02.19 36 0 12쪽
18 18. 장사공방전 (8) 20.02.17 82 0 12쪽
17 17. 장사공방전 (7) 20.02.15 41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