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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팔각권의 챔피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완결

quine880..
작품등록일 :
2020.01.22 11:41
최근연재일 :
2022.04.0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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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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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0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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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 설명하는, 챔피언

DUMMY

현석은 어느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좁은 복도 좌우에는 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각 룸들은 문이 꼭 닫힌채였다.


어느 룸에서는 노래방기계가 작동하며 시끄러운 소리가 났고, 다른 룸에서는 끙끙대는 남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현석의 손은 지명녀의 손에 붙잡힌 채였다.


"야, 어디까지 가는거야?"


현석이 물었다.


"맨 끝에."


현석의 손을 붙잡고 질질 끌고 가는 그녀는 한 손으로 맨 끝의 룸을 가리켰다.


이윽고 문이 끼익-하고 열렸다.


지명녀는 현석을 쇼파에 대충 내동댕이치더니 문을 꼭 닫았다.


"아휴 피곤해..."


현석이 쇼파에 앉아 널부러지며 말했다.


"시합 끝난 직후인데..."


현석은 투덜대며 뒷목을 주물렀다.


"그러니깐 그 피곤을 풀어주려고 오빠를 데려온 거잖아."


지명녀는 현석의 옆에 앉으며 현석의 어깨를 주물주물 주물렀다.


현석도 싫지는 않은지 일단 어깨 안마를 받으며 노곤노곤해졌다.


"설명해줘."


지명녀가 갑자기 뜬금없는 소릴 했다.


"뭘?"


현석이 냉담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오늘 쉽게 이긴거야? 설명해줘."


그녀는 술잔에 고급 위스키와 탄산음료를 담아 블렌딩한 즉석 칵테일을 현석에게 건넸다.


"뭐 그럼 나의 무용담을 들려주지."


현석은 잔을 받더니 한모금 냠냠 들이켰다.


1라운드 1분 40초 살인KO승.


현석이 이번 시합에서 세계랭킹 2위를 상대로 거둔 쾌거였다.


더구나 예정보다 시합일정이 아주 많이 앞당겨졌는데도, 그리고 연습부족으로 컨디션이 엉망이었는데도.


모두가 궁금해할만한 일이었다.


"영광인 줄 알어."


현석이 으스대며 말했다.


"이번 시합에서 이긴 비밀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건, 너가 세계최초니깐."


현석은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술잔을 기울이며 입을 축였다.


그 때, 캐나다에서 가장 저명한, 여자 중학생이, 잠깐 짬을 내어, 브래지어를 교체착용하는 동안에, '물체압력의 값은, 물체 힘의 값을 물체 면적의 값으로 나눈 값이다'라는, 물리공식을, 5초간 심적으로 표상한, 그 사건이, 캐나다에서 가장 저명한, 개신교 계통의 실천신학자가, 힘 10000뉴턴, 면적 250센티미터제곱, 압력 10000/250 = 40파스칼로 짓누르는 택배박스 더미에 깔려서, 좌측전두부 손상으로 인한 언어장애 발생 및 과다출혈로 사망한, 그 사건을 야기했다...



현석은 테이블에 놓여있는 안주를 주섬주섬 집어 냠냠 씹어먹었다.


지명녀는 여전히 현석의 한쪽 팔을 끌어앉고 칵테일을 마시며 현석의 말을 듣느라 오감을 집중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번 시합 승리의 비밀이 있는고하니..."


현석은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 별다른 비밀은 없어."


의외로 싱거운 대답이었다.


"아잉 뭐야 그게. 재밌게 말해봐 좀."


지명녀가 현석의 팔을 붙잡고 흔들며 졸랐다.


"아, 알았어."


현석은 말해놓곤 술잔을 입에 기울였다.


"사실은 연습 부족, 준비기간 부족 등등 다 맞는 말이야."


현석이 말했다.


"그런데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연구를 많이 했기 때문이야."


"연구?"


"응응."


"무슨 연구?"


지명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연구긴, 상대방에 대한 연구지."


현석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원래 시합 전에 상대방 선수의 기술, 패턴, 체격, 습관 등을 집요하게 연구하는 게 정석이야."


현석의 말에 지명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엔 트레이닝과 연구의 비율을 9대1정도로... 기술 연습 및 체력 강화 프로그램에 집중했고, 상대방 선수에 대한 연구는 게을리했었지."


현석은 술을 한모금 더 쭈욱 들이켰다.


"그런데 이번엔 애석하게도... 텔레비전 출연하느라, 그리고 너랑... 놀았더니... 트레이닝에 시간을 투자하기 힘들었지. 그래서 연구의 비중을 높여볼까 했는데, 시합일정이 앞당겨졌단 말을 듣고선... 아-이번엔-진짜-연구에-몰두해야-겠다-라고 생각했지."


현석의 말이 흥미있는지 지명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술을 한모금 들이켰다.


"다른 때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시간을 투자했어... 랭킹2위의 전 시합을 동영상으로 전부 다 봤어. 어떤 기술이 특기인지, 체력, 스테미너는 어느 정도인지, 주로 이기는 라운드가 몇 라운드인지, 시합 도중에 안 좋은 습관, 버릇이 있는지 등등... 시합 일정이 앞당겨지고 나서부터 시합당일 스타디움으로 출발하기 직전까지, 면밀히 연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어."


술이 제법 진하게 도는지, 현석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음냐음냐... 아마도 연구하느라 피곤해하는 내 모습을 보고선, 연습생들은 내가 시합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생각했을꺼야."


그렇게 말하더니 현석은 술을 한 모금 더 쭈욱 들이켰다.


"카아... 암튼 이번 시합 준비는 트레이닝과 연구가, 거꾸로 1대9의 비율로 이뤄졌다는... 뭐 그런 스토리 전개야."


현석은 그렇게 말하더니 술잔의 나머지 술을 쭈욱 들이켰다.


"근데 정말 트레이닝 거의 없이도 그렇게 이길 수 있었단 말이야?"


지명녀가 반문했다.


"왜 운동하는 오빠들 하는 그런 근육트레이닝 있잖아. 이런거 많이 안 해도 세계랭킹 2위를 이길 수 있었다고?"


현석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수 만 번... 아니..."


현석은 술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수 천만 번 휘두른 기가팔각권인데..."


현석은 술잔에 위스키를 따른 다음에 그 위에 탄산음료를 부었다.


"기가팔각권은 내 몸에 완전히 배어있는 기술이라고."


술잔에 위스키와 탄산음료가 골고루 섞이자, 맛있는 칵테일이 완성되었다.


현석은 자신이 손수 만든 칵테일을 한모금 들이키며 입을 쩝쩝 다셨다.


"음. 내가 만든 게 더 맛있네. 너가 만든 거보다. 킥킥."


현석은 자신이 배합한 칵테일이 지명녀의 것보다 더 맛있어서 으쓱거렸다.


지명녀는 슬슬 눈이 풀리는 듯한 표정으로 현석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암튼 말이야."


현석이 말했다.


"펀치, 회피 동작, 스텝 등등... 모든 기술들이 수 천만 번 반복연습한 것들이야. 단순히 한달쯤 놀고먹는다고 그렇게 쉽게 망각되진 않는다구. 뭐 말하자면... 이미 시합전에 승부는 결정되어 있었어. 실력차가 명백해. 3위였던 내가 2위였던 그놈보다 압도적으로 쎘어. 한달정도 내가 연습 안 하고 놀았다고 해서 나에게 큰 위기는 없었던 셈이지. 단지 다른 시합 때는 그런 압도적 실력차에도 불구하고 내가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일 뿐..."


현석이 그렇게 말하자, 지명녀가 갑자기 현석을 옆에서 와락 덮쳤다.


현석과 지명녀가 쇼파 위에서 엉켜서 바둥거리는 동안에 지명녀의 핸드백에서 지명녀의 운전면허증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운전면허증에 다음과 같이 그녀의 인적사항이 적혀 있었다.


---

지명녀

Family Name JI

Given Name Myung-Nyeo

---


그렇게 이름이 '지명녀'인 여자가 현석과 함께, 온난화되어가는 밀폐된 유흥업소 룸 안에서, 오랜만에 꿀맛나는 연애를 했으리라.


그 때, 미국 동부에서 가장 저명한, 여자 고등학생이, 잠깐 짬을 내어, '물체전압의 값은 물체전류의 값을 물체저항의 값에 곱한 값이다'라는 물리공식을 6초간 심적으로 표상한, 그 사건이, 미국 서부에서 가장 저명한, 개신교 계통의 신약신학자가,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50센티미터, 60센티미터, 70센티미터이고 부피가 50x60x70 = 210000센티미터세제곱인, 신약개발물질이 가득 담긴 택배박스에 쎄게 부딪히면서 전류 500앰프, 저항 100옴, 전압 50000볼트가 흐르는 파이프에 다시 쎄게 부딪혀, 좌측전두부 손상으로 인한 언어장애 발생 및 과다출혈로 사망한, 그 사건을 야기했다...



창밖에서 참새들이 짹짹거리는 소리가 났다.


현석은 눈을 잠시 깜빡거리다가 떴다.


"으응...? 아침인가...? 또 업소에서 놀다가 잠들었네...? 응?"


현석은 눈을 들어 주변을 봤다.


테이블 위에 어질러져 있는 안주, 이미 비어있는 위스키 병과 탄산음료 페트병이 널부러져있었다.


그리고 현석의 몸통을 두 손으로 붙잡고 끌어안은채 잠들어있는 지명녀가 보였다.


"에휴... 또 돈 많이 들겠네."


현석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요금(?)이 많이 나올까봐 걱정했다.


지명녀를 살며시 쇼파에 눕혀놓으며 현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둘러 속옷과 옷을 다시 차려입는 동안에 지명녀는 쌔근쌔근-거리며 쇼파에 그대로 누워 계속 자고 있었다.


"응?"


현석이 뭔가 바닥에 있는 것을 주웠다.


"이거 뭐야? 운전면허증이네? 쇼파 위에서 뒹굴다가 실수로 핸드백에서 떨어진건가?"


현석은 운전면허증을 자세히 살펴봤다.


"뭐야? 진짜로 이름이 '지명녀'야? 성은 '지'가요, 이름은 '명녀'? 뭐 이런..."


현석이 기가막혔는지 다시 운전면허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럴 때가 아니라, 체육관에 아침부터 좀 출근을 해야 하는데..."


현석은 고개를 약간 좌우로 흔들며, 술에서 깨려고 노력했다.


티링-!


그 때 '티링'(T-ring)이라는 발음을 연상시키는 문자메시지 착신음이 테이블 위에서 일어났다.


현석은 자신에게 문자메시지가 들어왔음을 알고, 그의 5G스마트폰을 집어들었는데...


그 때, 네덜란드에서 가장 저명한, 여자 대학생이, 잠깐 짬을 내어 생리대를 교체착용하는 동안에, '1.99 + 3.89 = 5.88'이라는 소수점의 덧셈 문제를, 암산으로 3초만에 푼, 그 사건이, 미국 남부에서 가장 저명한 개신교 계통의 구약신학자가, 미국 중부에서 가장 저명한, 메탈코어 보컬리스트가 휘두르는 스윙 느낌의 레프트 롱 훅 펀치에 맞고, 두개골 골절 및 좌측 전두부 손상으로 인한 언어장애 발생 및 과다출혈로 인해 사망한, 그 사건을 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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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에필로그, 기가팔각권의 챔피언 (완결) 22.04.03 51 2 5쪽
155 주먹의 최고정점을 찍는, 챔피언 22.03.27 37 1 11쪽
154 것보다 조금 더 센 중간보스급과 대결하는, 챔피언 22.03.20 21 1 10쪽
153 조금 더 센 중간보스급과 대결하는, 챔피언 22.03.13 21 1 10쪽
152 중간 보스급과 대결하는, 챔피언 22.03.06 24 1 11쪽
151 일단 집단 격투를 벌이는, 챔피언 22.02.27 19 1 10쪽
150 모험을 떠나는, 챔피언 22.02.20 24 1 11쪽
149 간만에 특훈에 나서는, 챔피언 22.02.13 17 1 11쪽
» 친절하게 설명하는, 챔피언 22.02.06 16 1 10쪽
147 의외로 너무 쎈, 챔피언 22.01.30 20 1 8쪽
146 우여곡절 끝에 시합에 출전하는, 챔피언 22.01.23 17 1 11쪽
145 오랜만에 텔레비전에 잠시 출연한, 챔피언 22.01.16 20 1 11쪽
144 예상 외로 랭킹매치를 준비하게 된, 챔피언 22.01.09 15 1 10쪽
143 용감한 시민상을 받는, 챔피언 22.01.02 14 1 12쪽
142 의외로 쉽게 시합을 결정짓는, 챔피언 21.12.26 15 1 13쪽
141 느닷없이 다음 대전상대와 미리 만난, 챔피언 21.12.19 16 1 9쪽
140 일단 승자 릴레이 참가준비를 하는, 챔피언 21.12.12 19 1 10쪽
139 오랜만에 길에서 싸우는, 챔피언 21.12.05 23 1 10쪽
138 승자 릴레이에 참가하게 된, 챔피언 21.11.28 18 1 11쪽
137 복귀전 일정이 확정된, 챔피언 21.11.21 20 1 9쪽
136 스마트폰으로 시합을 관전하는, 챔피언 21.11.14 19 1 10쪽
135 반격을 모색하는, 챔피언 21.11.07 22 1 10쪽
134 사상초유의 위기에 빠진, 챔피언 21.10.31 17 1 10쪽
133 아수라장에 빠진, 챔피언 21.10.24 17 1 10쪽
132 대표팀 합숙훈련에 참가하는, 챔피언 21.10.17 18 1 12쪽
131 잠시 정보교류하는, 챔피언 21.10.10 22 1 14쪽
130 잠시 사투를 일단락시키는, 챔피언 21.10.03 19 1 10쪽
129 비밀을 파헤쳐나가는, 챔피언 21.09.26 20 1 10쪽
128 약간 더 수세에 몰리는, 챔피언 21.09.19 2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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