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먹고 무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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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구리
작품등록일 :
2020.01.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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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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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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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꼬라

DUMMY

무려 B급에 이르는 최강의 오크 종족.

세로쉬는 그 붉은 오크의 대족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강해져라, 세로쉬!"


그러나 세로쉬는 남들과 달리 유난히 병약했다.

일단 덩치부터 눈에 띄게 작았으며 싸움 실력도 붉은 오크에 걸맞지 않게 형편없었다.

무엇보다 그 피부색이 상당히 연했는데 이는 세로쉬에게도, 그의 아비인 대족장에게도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한심한 놈······!"


세로쉬는 노력했다.

어떻게 하면 아버지처럼, 아니 하다못해 다른 평범한 붉은 오크들처럼이라도 될 수 있을까!

하루에도 열 번씩 싸우고 몸에 좋다는 영약도 달여 먹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히려 성인에 가까워질수록 피부빛이 변색되고 그 힘의 차이가 커졌을 뿐.

그런 세로쉬에게도 남달리 우월한 점이 딱 하나 있긴 했다.

지능.

그는 머리가 좋았다. 오크들 역사상 최고의 두뇌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한번은 던전에 침입한 인간을 보고 사흘만에 그들의 언어를 깨우치기도 했다.

물론 그 모든 것은 오크들의 세계에선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들이었다.


"너는 더이상 내 아들이 아니다!"


결국 세로쉬는 버림받았다.

대족장의 아들로 태어나 최하위 종족인 녹빛 오크가 되어서.

그는 돌연변이로 태어난 자신의 피부색을 저주했다.

어째서 나는 붉은 피부 대신 쓸데없는 지능을 타고났는가!

그러나 하늘을 탓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그 똑똑한 세로쉬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가야 할 곳으로 가서 자신이 할 일을 해야 한다.

오히려 대족장의 아들이기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음을 그는 모르지 않았다.


'녹빛 오크 던전으로 가자······!'


그는 결국 자신의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



"그전에 하나만 묻자."


보스 오크가 짜증난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말 많은 놈이군. 뭐냐."

"너는 어떻게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 거지?"


내 물음을 듣자 놈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뭘 잘못 물어본 건가?

나름대로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아니, 말해주기 곤란하면 굳이 얘기 안 해도 되고······."

"곧 죽을 놈이 궁금한 것도 많구나."


보스 오크가 수진의 어깨에 박힌 도끼를 거칠게 빼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는 기절해서 통증을 더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결론은 나 혼자 저 녀석을 해치워야 한다는 건데.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주저해선 안 된다.

선빵필승이란 말도 있으니까.

나는 보스 오크가 그랬던 것처럼 대뜸 화염구를 날렸다.


"음!"


지근거리에서 날린 화염구를 보스 오크가 한 팔로 막아냈다.

불이 붙긴 했지만 충분한 데미지를 준 것 같진 않다.


'이러면 곤란한데.'


약간의 피해를 입힌 거 같긴 한데 파이어 볼을 막아냈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나에겐 다른 공격 기술이 없으니까!


"흐압!"


놈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동작으로 도끼를 내질렀다.

감히 몸을 틀어 피하거나 막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

유체화를 사용해 무지막지한 도끼질을 회피했지만 마력이 바닥나는 순간 내 몸뚱이는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이게 E+급 보스라고?'


뭔가 이상하다.

아무리 보스몹이라곤 하지만 놈은 그보다 등급이 높은 마랑보다도 강하다. 체감상 전투력은 C등급 마수에 육박할 정도였다.


"추잡한 잡기술을 쓰는구나. 마랑이 사용하는 스킬을 네 놈이 어떻게 구사하는 거지?"

"알려주면 살려줄래?"

"고작 이깟놈에게 굴복하다니. 어리석은 놈들!"


놈이 납작 엎드려 있는 부하 오크들에게 화를 냈다.

이정도면 거의 인간 수준의 지능인데.

당장 중요한 건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느냐다.


'유체화로 피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3분.'


그 안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마나가 남아 있을 때 유체화를 사용해 도망친다?

그러면 수진이 죽게 될 것이고 혼자 남은 나는 이곳에서 나갈 수 없게 된다.

유체화를 쓰지 않고 파이어 볼만 사용한다?

그나마 이길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한 대라도 잘못 맞는 순간 황천길에 오르게 될 것이다.


'아니, 나는 왜 가는 곳마다 죽을 고비인 거지?'


뭐가 좀 풀릴 것 같으면 계속해서 위기가 찾아온다.

생각해보자. 그동안 나는 어떻게 죽을 고비를 넘겼더라?

마랑의 경우엔 수진을 믿고 살을 내어줘서 뼈를 쳤다.

수진이 없으니 패스.

킹 고블린은 고블린들을 선동해서 사냥에 성공했다.

긍지 높은 오크들에게 선동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굶어 죽을 뻔할 땐?

고블린 고기를 먹었다.


'일단 뭘 먹을까?'


마수를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버프 효과를 받을 수 있다.

마침 마법 배낭에 마랑 고기를 먹기 좋게 조리해두었으니 이를 먹으면 생존 확률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어?'


마랑 고기를 꺼내려고 배낭을 열었더니 잊고 있던 물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슬라임 워터]

[붉은 슬라임에게서 추출한 진액으로 만들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대부분의 마수들이 매우 좋아하며 위급 상황에 미끼로 투척하여 시간을 벌 수 있다.

가격 : 100

주의 사항 : 절대 사람의 피부에 접촉하거나 복용하지 말 것.]


이런 게 있었지.

위급한 상황에 시간을 벌 수 있다라······.

바로 지금 쓰라고 만들어둔 물건이잖아?

고민할 것 없이 꺼내서 놈에게 집어던지려다 문득 다른 생각이 스쳤다.


'시간을 벌어서 뭐해?'


이곳이 비던전이라면 수진을 데리고 튀면 그만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했다. 어쨌든 보스를 잡지 못 하면 나갈 수 없는 곳이 던전이니까.


'마시는 게 낫겠지?'


차라리 자연 상태 그대로라면 주저 없이 마셨을 테지만.

한 차례 가공되었기에 오히려 마시기가 꺼려졌다.

농약친 과일 주스를 먹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깊게 고민해볼 필요도 없이 지금은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유리병의 뚜껑을 열고 시원하게 한 입 목구멍에 집어 넣었다.

사과로 만든 죽이 있다면 이런 맛이 아닐까?

내 취향은 아니었다.


[가공된 붉은 슬라임 진액(D+)을 섭취하셨습니다.]

[첫 번째 슬라임 포식! 추가 스탯을 획득합니다.]

[초당 체력 회복량이 7 증가합니다.]

[초당 마나 회복량이 8 증가합니다.]

[최대 마나량이 7% 증가합니다.]

[먹어치운 붉은 슬라임의 고유 스킬 중 하나를 무작위로 획득합니다.]

['슬라임류-변형'을 배우셨습니다.]

[슬라임들의 적대감이 25 오릅니다.]

[허기가 5 사라집니다.]


자세한 맛 평가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은 스킬 확인이 먼저다.


[슬라임류-변형 (Lv.1) : 소모값 x]

[시전자의 신체를 변형시킬 수 있다. 스킬 레벨에 따라 변형할 수 있는 한계가 늘어나니 꾸준히 연마해보자. 변형 정도에 따라 마나 소비량이 늘어난다.

현재 가능한 변형 : 탈색]


망했다.

슬라임의 변형은 탄성력이 없기로 유명하다. 가령 신체 일부를 치타처럼 변형한다 해도 실제 치타처럼 빠르게 달리는 것이 불가능하단 소리다.

분명 희귀한 스킬이긴 했지만, 지금 당장은 쓸데가 없는 스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결투 도중에 뭘 처 마시는 거냐?"


보스 오크가 이런 내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쏘아붙였다.


"······."


한 번 써보기나 해볼까.

어차피 답 없는 상황인 건 마찬가지다.

스킬을 시전하자 내 몸이 꼭 술 취한 사람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실제로 열기가 오르거나 하진 않고, 딱 피부색만 바뀔 뿐이었다.

유체화와 함께 사용하니 몸에서 붉은 기체가 흘러나오는 정도?


'어휴, 마나 아깝네.'


이건 뭐 홍익인간 코스프레도 아니고 낭비가 따로 없다.

변형을 취소하려는 순간.


"······!!"


보스 오크의 두 눈이 놀란 토끼 마냥 번쩍 뜨였다.

뭐지? 귀신이라도 본 건가?

그러나 놈의 시선 끝에는 귀신이 아니라 내가 서 있었다.


"너, 너······ 어떻게······."


놈이 말까지 더듬어가며 주춤댔다.

나를 가리키는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내가 쓴 건 변형밖에 없는데?


"어, 어떻게 한 거냐."

"뭘?"

"피부색이 바뀌었잖아. 그건 인간들이 쓰는 기술인가?"

"슬라임들이 쓰는 거긴 한데······."


조금 알 것 같다.

아직 그 이유까진 모르겠지만.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너도 나처럼 되고 싶구나?"

"아니, 너······ 방금 뭘 마신 거지?"


역시 똑똑하긴 하다.

마수답지 않게 인과관계를 명확히 보고 있었다.


"특수한 영약이다. 이걸 마시면 나처럼 될 수 있지."


반쯤 남은 슬라임 워터를 꺼내 살짝 흔들어주었다.

맛없어서 먹다 말았는데 그게 내 목숨을 살리게 될 줄이야.


"맛이 아주 좋아."

"냉큼 이리 내놓아라."


놈이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으름장을 놓았다.

물론 아직까진 유체화를 사용할 마나가 남아 있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히 해야 한다.


"그냥 달라고? 이게 얼마나 귀한 건데······."

"좋아. 네 놈의 목숨은 살려주지. 어서 내놔."

"흐음······ 내 동료도 살려야겠는데?"

"좋을대로 하고, 어서 그거나 내놔!"


이게 뭐라고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협상하기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진행됐다.

문제는 놈이 이걸 마셔봤자 아무런 효능도 없을 거라는 것인데.


"우릴 바깥으로 내보내 줄 수 있나? 그걸 확인해야 내가 믿고 줄 수 있지 않겠어?"

"건방진 놈이, 이 세로쉬가 거짓말 따위를 한다는 것이냐?"

"으음. 믿을 수가 있어야지······."


뚜껑을 열고 냄새를 음미했다.

세상 황홀한 표정을 지어준 다음.


"역시 안 돼, 무조건 바깥으로 나가고 나서 줄 거니까 싫음 말어."


사실 놈이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전혀 통하지 않을 배짱부림이었다.

더 급한 건 목숨이 달린 나니까.

하지만 내 손에 들린 이 슬라임 워터는 보스 오크의 냉정함을 잃게 만들기 충분했다.


"나더러 네 놈들을 위해 이 던전을 깨란 말이냐?"

"뭐, 방법은 니 알아서 하시고."


본인이 죽어서 포탈을 내어줄 게 아니라면 방법은 하나 뿐이다.

던전 브레이크.

말 그대로 던전을 깨버리는 것이다.

보스가 던전을 깨면 그곳에 있는 마수들이 바깥으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다른 말로 집을 잃어버리게 되는 셈.


"······."


이걸 고민한다고? 대체 얼마나 이걸 마시고 싶은 거야?

그러나 놈에게 고민할 시간을 줘선 안 된다.

유체화가 풀리는 순간 나에겐 이걸 가지고 협박할 수단이 없어진다.


"30초 준다. 그 안에 결정 못 하면 내가 다 마셔버릴 거야."

"자, 잠깐! 그전에 확인해야 할 게 있다. 내가 그걸 마시면 네 놈처럼 붉게 변할 수 있는 게 확실한 거지?"


확실하지 않다.

아니, 아마 아무런 효과도 없을 것이다. 마수가 마수를 먹는다고 나처럼 스킬을 배우진 않으니까.

애초에 슬라임 워터는 시간 끌기용 미끼로 만들어진 1회성 아티팩트다.


"아, 보고도 몰라? 직빵이라고."

"······좋다. 던전을 깨는 즉시 그걸 넘겨라. 도망갈 생각하면 쫓아가 사지를 찢어줄 테니."

"걱정 말어. 나한텐 더 필요없는 물건이니까."

"······잠시 기다려라."


보스 오크가 잠시 정신을 집중하더니 그의 마력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됐다. 이곳에서 나갈 수 있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던전 내부가 크게 흔들렸다. 그렇게 10초 정도 지났을까. 빈 공간에 균열이 생겼다.

브레이크가 시작된 것이다.


'일단 오수진부터 확실히 챙기고.'


던전이 깨지면 슬라임 워터를 집어 던진 뒤 바로 수진을 데리고 튀어야 한다.

효능이 없다는 것을 놈이 깨닫는 순간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니까.

허공에 생긴 균열이 점차 커졌다. 근처에 있던 부하 오크들부터 하나둘씩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지금!'


기절한 수진을 꽉 껴안은 채로 균열 속에 몸을 내던졌다.

1초가 채 지나지 않아 도착한 곳은 처음 던전에 들어갔던 포탈 앞이었다.

곧이어 보스 오크도 포탈 속에서 튕기듯 떨어져 나왔다.


"옜다!"


유리병이 깨지든 말든 반대 방향으로 휙 집어 던졌다.

마지막으로 할 일은 하나뿐이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수진을 챙겨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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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던전 순찰 (1) +1 20.02.02 343 6 12쪽
2 끼에에엑! +3 20.02.01 40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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