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칼 전사의 이세계 평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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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작품등록일 :
2020.01.2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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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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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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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리오 던젼 (1)

DUMMY

[피치리오 던젼 - 1]




피치리오 산맥의 숲은 깊고 거대했다.

멀리서 볼 때 그저 커다란 산이였는데 안으로 들어오니 완전히 다른 세계로 입장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거대한 규모를 과시하는 산과 숲은 북부 대륙의 서북부 지역을 온통 뒤덮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백년은 너끈히 그 자리에 서있을 성 싶은 나무들이 검을 쥔 기사처럼 포진하고 있었다.

그 수백년 묵은 기사들을 거느린 왕이 또한 곳곳에 버티고 있었다.

수백년짜리 나무도 초라하게 만들어버리는 거목이 왕처럼 숲 안에 각자의 영지를 만들어놓고 그 영지 위에서 우뚝 솟아있었다.


왕처럼 군림하는 거목과 거목 사이에는 이름모를 잡풀과 잡목이 영지에 거주하는 농민들처럼 빽빽히 들어차 있었다.


그 숲 속에 사냥꾼이나 인근 촌락의 주민들이 닦아놓은 좁은 오솔길을 따라서 우리 일행은 걷고 또 걸었다.


나와 페두락, 스톰 블러드, 유나. 피터 이외에도 길잡이 스킬리치, 마법사 헤즐링, 여검사 헤더 등 총 8명이었다.

우리는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험난한 산길을 걷느라 지쳐있었다.


“이봐 페두락. 나는 방금 결정했네.”


우람한 덩치 전체로 숨을 뿜어내며 피터가 앞서 걷고 있는 페두락에게 말했다.


“만약 그 정보가 틀린 거라면, 그래서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이 지긋지긋한 산행이 물거품으로 판명난다면, 나는 탄치오로 돌아가서 린넨천 상인의 그 자라같은 면상을 반으로 쪼개버릴거라구.”


여자임에도 키가 180이 넘고 거칠고 화끈한 성정 탓에 ‘암사자’ 로 불리는 스톰 블러드가 그 이름에 걸맞게 붉게 상기된 얼굴로 피터를 응원했다.


“면상이 반으로 쪼개질 때 그자의 목아지를 잘라내는 수고는 내가 담당하지. 피터.”


- 짝.


피터와 스톰이 서로를 응원하며 손뼉을 마주쳤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단아한 얼굴 생김새를 가지고 있어서 용병보다는 유랑가극단의 배우가 더 어울리는 유나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


“틀린 정보를 넘긴 상인이 피터와 스톰 니들이 올 때까지 탄치오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까?”


페두락이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고개만 뒤로 돌려서 큰소리로 말했다. 중키에 다부진 체격, 금발 곱슬머리에 조각처럼 잘 생긴 페두락의 얼굴 옆선이 드러났다.


“그 상인은 믿을만한 작자라는데 내 명예를 걸지. 어설픈 정보를 파는 자에게 나와 헤즐링이 피같은 돈을 뭉태기로 줬겠는가, 친구들.”


키가 크고 깡마른 몸매의 마법사 헤즐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린넨천 상인 챕스는 나랑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일세. 믿어도 된다네.”


이세계로 넘어와 3년을 박박기면서 인간성의 바닥을 수도없이 목격한 나는 한마디 안 할수가 없었다.


“정보가 맞다해도 그 상인을 믿고 안 믿고는 더 두고 볼 문제요.”


무슨 의미냐는 얼굴로 헤즐링이 날 바라봤다.


“그 상인이 우리한테만 정보를 팔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듯해서 하는 말이요. 또 그 장소에 관한 정보를 그 상인만 입수했다는 보장도 없구.”


마법사 헤즐링이 흥미롭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일리있는 의심이요, 무코.”


헤즐링은 순순히 인정했다. 마법사들은 대게 고집이 센편인데 헤즐링은 자신의 빈틈을 부정하지않았다.

헤즐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도하듯 중얼거렸다.


“ 그 부분은 태양신에게 맡겨봅시다.”


내가 파티원들의 불안을 자극해버리 탓일까. 페두락이 모두에게 들리도록 큰소리로 외치듯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되도록 빨리 움직여야하네. 정보를 입수한 다른 용병 파티들이 당도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털어먹어야지.”


대열의 선두에서 길잡이 역활을 하고 있는 키가 작고 검정 곱슬머리를 한 스킬리치가 힘을 돋구기 위해 외쳤다.


“피치리오 고원의 던젼아 기다려라. 니 보물은 다 우리 꺼다!”


피치리오 고원의 던젼.


우리 일행은 지금 피치리오 산맥 내부의 고원에 자리잡고 있는 던젼을 향하고 있었다.

피치리오 고원의 던젼은 최근에 발견된 몬스터 소굴이였다.

페두락과 마법사 헤즐링이 대륙을 오가며 린넨천을 거래하는 상단의 상인에게 꽤나 거금을 주고 구입한 정보였다.


린넨천 상인 챕스의 정보에 따르면 피치리오 고원의 던젼은 지역 주민들에게 그닥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여서 영주의 토벌대나 대규모 용병대에게 공략을 당하지 않았다.


던젼 인근 지역의 용병들이 파티를 꾸려서 몇번 들어갔을 뿐이다.


그렇다는 건 던젼 내에 보물이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꽤나 크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 판자촌의 동료들은 이번 던젼 공략으로 한탕 크게 땡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출발했다.


한몫 땡겨서 판자촌을 벗어나자.

판자촌이 아니라 도시 주택가에 우리의 거처를 마련하자. 가 이번 원정의 모토였다.


그리고 나의 모토는 피치리오 고원의 던전에서 미션 식재료를 구하자, 였다.


이세계로 넘어 온지 3년의 시간동안 나는 단 한건의 음식 미션도 성공하지 못했다.

피치리오 산맥의 숲이 깊고 넓어서 이곳을 산행하며 지나가는 동안 미션 식재료를 발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내심 있었는데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역시 미션 식재료는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둥지나 소굴이 아니면 발견할 수 없는 듯 했다.


음식 미션에 관해서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고 있지만 검술의 수련 발전이라는 과목에서는 나름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그래봐야 이세계의 용병이나 직업 병사 정도의 무력이었지만 그래도 몬스터 사냥 팀의 어엿한 일원이 되어 사냥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일행들은 몇일간 이어진 고된 산행으로 숨을 헐떡이면서도 누구하나 쉬어 가자는 소리를 내밷지 않았다.


이 거대한 숲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다는 던젼.

그 던젼 안에 있으리라 예상되는 보물들.


한 몫 단단히 챙겨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우리의 지친 종아리에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 *


목적지까지는 몇일을 더 가야했다.

우리는 숲 근처의 마을에 들려서 식량을 보급했다.

산맥 근처의 한적한 마을이라 음식을 구입할 수 있는 장소가 여관밖에 없었다.


싸구려 육포와 건과일, 건빵, 치즈를 구입해서 배낭에 우겨넣는 우리들을 보며 여관 주인은 심심했던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들 모험가들이요?”


다들 험한 산길을 타기위해 장비를 재정비하고 배낭을 추리느라 대꾸가 없었다.

주인장은 그런 무반응에 익숙한 편인지 게의치않고 다시 말을 걸었다.


“혹시 피치리오 고원에서 새로 발견됐다는 던젼으로 가는 길이신가?”


우리는 모두 하던 행동을 멈추고 여관 주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걸 어떻게 알았소?”


장화의 밑창을 손질하고 있던 페두락이 주인에게 물었다.


“몇일 전에도 당신같은 모험가들 몇이 지나갔소. 피치리오 고원에 던젼이 새로 발견됐다면서 한몫 단단히 챙기겠다며 떠났지.”

“안 좋은 소식이군.”


역시 우리 파티 말고도 정보를 입수한 패거리들이 있었다.

우리는 시선을 주고받으며 장비를 정리하던 손놀림에 속도를 가했다.


“슬프게도 무코의 예측이 적중해버렸군. 그 상인이 페두락과 헤즐링한테만 정보를 판 게 아니였어.”


피터가 배낭에 식량을 우겨넣으며 투덜거렸다.


“린넨천 상인 챕스가 아구창 열대를 적립했네!”


스톰이 주먹에 입김을 불면서 말했다.


“파티 하나야. 그 정도는 봐줄수 있잖아. 스톰.”


페두락이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를 썼다.


“그 파티가 우리 앞에서 보물을 다 쓸어먹지만 않는다면 너그럽게 봐주지. 아구창 열대에서 다섯대로.”


우리가 반응을 보이자 주인장은 신이 나는지 더 크게 떠들었다.


“조심하시요들!”


피치리오 산맥의 길잡이 스킬리치가 소드의 손잡이에 붕대를 감다가 주인장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왜요? 피치리오 던젼을 향하는 모험가 파티가 한 팀이 아니라 열두 팀으로 늘어났답니까?”

“이 양반들 이 지역 소식에 영 깜깜하시구만. 솔리 푼타 자치령에 차원문이 생겼는데 거기서 오크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소.”

“50년 넘게 아무일도 안 생기던 솔리 푼타의 차원문에서 말이요?”

“그렇소. 도시 근교의 상공에 보름달처럼 떠 있기만 하던 그 차원문에서 오크가 튀어나왔지.”


솔리 푼타는 피치리오 산맥의 동쪽에 위치한 도시였다.

말이 동쪽이지 한달을 넘게 말을 타고 가야 당도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피치리오 산맥도 탄치오에서 꽤나 먼 거리인데 그곳에서 다시 말을 타고 한달을 가야하는 거리에 있는 도시의 소문이 쉽사리 탄치오에 닿기는 힘들었다.


“멀리 벌판이나 깊은 숲속도 아니고 도시 근방에 오크가 나타나는 바람에 아주 한바탕 난리가 났었지. 솔리 푼타 병력으로는 감당이 안되서 모투 제국의 군대까지 출동했었다고 합디다.”


솔리 푼타에서 멀지 않는 곳에 모투 제국의 직할령이 있었다.

직할령에는 제국의 군대가 일정 비율로 상주하고 있기 마련이었다.


피터는 주인장이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에 불신의 눈초리를 보냈다.


“오크를 소탕하자고 모투 제국의 군대가 출동했다고? 흠... 믿기 힘들군.”


주인장은 송충이처럼 굵은 두 눈썹을 움직여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중에 제일 심성이 착한 유나가 주인장의 억울함을 달래주려 나섰다.


“오크들이 도대체 얼마나 강하고, 얼마나 많았기에 제국의 군대까지 왔다는건가요?”


주인장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도록 유나가 멍석을 깔아줬다.


“여기 너무 벽촌이라 아쉽게도 그런 자세한 정보는 들어오지를 않았소. 나도 궁금해서 여행객이나 순례자라도 지나갈라 치면 붙잡고 물어봤는데 솔리 푼타의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르더군.”


유나가 멍석을 깔아줬지만 이야기 보따리에 내용물이 없었다.

그래도 주인장의 저 오지랖을 봐서는 거짓말같지는 않아보였다.

내가 물었다.


“그런데 그 멀리서 벌어진 일을 여기 있는 우리가 왜 조심해야되는거요?”

“아 그게.. 소탕당한 오크들 중에 일부가 살아남아서 피치리오 산맥으로 도주했다는 소문이 있다오.”


- 스릉.


“좋았어!”


주인장의 말을 들은 스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검을 뽑아들고 외쳤다. 180에 육박하는 그녀의 체격을 보며 주인장은 감탄했다.


“조심할게 아니라 환영할 일이네. 도시를 털어먹다가 달아난 오크들이면 그 주머니에 금화랑 보석께나 들어있겠는걸.”


주인장이 스톰을 향해 엄지를 치켜올렸다.


“아가씨, 체격만큼이나 배포가 큼지막하구만.”


스톰의 영혼의 동반자라 할 수 있는 피터가 맞장구를 쳤다.


“일석이조로군. 던젼의 보물을 털어먹고 오크의 보석도 털어먹고. 아주 반가운 소식이야.”


기꺼워하는 피터를 보며 길잡이 스킬리치가 냉소했다.


“웃기는 소리. 피치리오 산맥이 탄치오 영주의 뒷동산쯤 되는 줄 아나.”


마법사 헤즐링만이 조심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주인장 말대로 조심하는게 좋겠소. 모투 제국의 군대까지 출동해야할 정도면 우리가 흔히 아는 일반적인 오크는 아닌 듯 합니다.”

“자. 다들 출발합시다.”


페두락의 출발 신호에 우리는 모두 짐을 꾸려 여관을 나왔다.


우리는 다시 피치리오 산맥의 거친 숲속으로 들어갔다.


적당히 너른 풀밭이 나오자 야영을 했다.

막 모닥불을 피우려고 할 때 쯤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폭우였다.


이세계에 3년을 지내면서 이곳의 날씨는 정말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이세계 원주민들도 나와 동일한 생각임이 분명했다. 날씨와 기후를 관장하는 신을 섬기는 종교단체의 세력이 강대한 것만 봐도 알수있다.


폭우는 내내 계속됐다.


우리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걷고 야영하고, 걷고 야영하면서 서서히 지쳐갔다.

폭우와 합쳐진 피치리오 산맥의 숲은 그 자체로 거대한 몬스터였다.


그렇게 몇일을 폭우와 싸우며 숲을 헤치고 나간 뒤에 우리는 마침내 피치리오 산맥의 고원지대에 당도했다.


고원지대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길목의 산 아래 숲에서 덩쿨이 우거진 던젼의 입구를 발견했다.


빗줄기는 더 거세졌다.


이전의 폭우는 그저 맛보기에 지나지 않다는 듯 비와 바람의 신이 손을 잡고 그들의 분노를 땅에 내리 꽂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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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다시 세상 속으로(2) 20.03.18 10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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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드레곤과의 동거 (9) +1 20.03.12 107 0 12쪽
22 드레곤과의 동거 (8) +1 20.03.11 101 0 12쪽
21 드레곤과의 동거 (7) 20.03.10 116 0 12쪽
20 드레곤과의 동거 (6) +2 20.03.06 120 0 13쪽
19 드레곤과의 동거 (5) 20.03.05 111 0 13쪽
18 드레곤과의 동거 (4) 20.03.04 126 0 12쪽
17 드레곤과의 동거 (3) 20.03.03 134 0 12쪽
16 드레곤과의 동거 (2) +1 20.03.02 121 1 12쪽
15 드레곤과의 동거 (1) +1 20.02.28 134 0 13쪽
14 오염된 섬 (4) 20.02.27 125 0 13쪽
13 오염된 섬 (3) +1 20.02.25 132 1 13쪽
12 오염된 섬 (2) +1 20.02.24 127 0 12쪽
11 오염된 섬 (1) 20.02.21 134 0 13쪽
10 피치리오 던젼 (10) +1 20.02.20 137 1 14쪽
9 피치리오 던젼 (9) 20.02.19 130 0 13쪽
8 피치리오 던젼 (8) 20.02.18 135 1 13쪽
7 피치리오 던젼 (7) +1 20.02.17 145 2 13쪽
6 피치리오 던젼 (6) 20.02.16 155 2 13쪽
5 피치리오 던젼 (5) +1 20.02.15 159 3 13쪽
4 피치리오 던젼 (4) 20.02.07 172 3 12쪽
3 피치리오 던젼 (3) 20.02.06 181 3 12쪽
2 피치리오 던젼 (2) +1 20.02.05 228 3 14쪽
» 피치리오 던젼 (1) 20.02.04 52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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