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들개의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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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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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8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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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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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3장 10화 – 양읍현(5)

DUMMY

“범이라, 범.”


산중대호라 하니 젊은 어사의 표정이 제법 볼만해졌다.


그래, 그래야지. 제가 그리했던 것처럼 저 젊은 어사 또한 같은 일을 겪어야 덜 억울하지.


‘사람이 범을 마주하고서도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는 거요. 내가 늑대라면 진실로 그는 범이었으니까.’


차마 제 입으로 낼 수 없을 말을 속으로 삼키며 무의식중에 산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하후연은 그렇게 심간에 자리한 기억 한 조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제가, 두려움에 떨며 저도 모르게 그 눈을 돌려야만 했던 그 불편한 기억의 한 조각을 말이다.


* * *


스륵-


“여기다!”


팽호의 수하들이 산채 밖을 이 잡듯이 뒤지다 어설프게 덮여있는 흙더미를 발견했다.


이에 흙더미를 파낸 이들은 그곳에서 나온 무복을 보며 당혹스러운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너무 손님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했지? 허면 이젠 주인 쪽 입장도 따져봐야지. 자, 주인입장에서 사람 죽이려고 자리를 마련해놨는데 어디서 자꾸만 피 냄새가 난다치자. 뭔가 불길하지? 큰일을 앞두고 원래 피를 보지 않잖아? 행여라도 부정탈까봐 무의식적인 행동 하나 조심하는 것이 사람이란 말이야. 하물며 종교나 신앙을 믿는 이들은 그보다 더하고. 허니 불안하겠지? 해서 그 냄새의 흔적을 찾을 거야. 제 심간에 불안을 지워버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란 말이지.’


수풀 속에 숨어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하후연은 맨 처음 제가 일을 벌였을 때와 같이 다시금 그 고개를 끄덕이며 이 모든 것을 기획한 어사의 지모에 감탄을 해야만 했다.


‘헌데 사람이란 게 또 그래요. 언제고 제가 생각하는 정해진 범위 내에서부터 뭔가를 시작한단 말이지. 그러다 거기서 답을 찾지 못하거나 실마리가 되어줄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면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범위를 넓혀. 제 사고, 감각, 예측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게지. 그리고 그러다 대박을 건지게 되면.......’


실제로 저들이 산채 밖을 튀어나오기 전, 제가 쏘아둔 살과 함께 묶인 넝쿨을 발견하면서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로인해 산채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짐은 물론, 팽호로 추정되는 큼지막한 목청을 지닌 이의 목소리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산채의 문을 열고 나와 그 바깥을 수색하던 지금, 하필 그들이 발견한 것은 산채의 목책 아래 급히 이를 숨기고자 묻어둔 것만 같은 무복이었으니 이로 인해 그들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이 없는 착각을 저도 모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 이제 일은 터졌어. 아니, 그때 가서 확인해 봐야 될 일이지만 지금은 가정이니, 그냥 터졌다 치자고. 어쨌든, 누가 봐도 산채에 잠입했을 가능성을 논하지 않을 수 없지. 더해진 피 냄새는 마치 이곳에 오기 이전에 누군가를 처리한 것 같고, 발견된 의복은 마치 급히 숨겨져야만 했던 무언의 증좌 같단 말이지. 이것이 산채에 들어오기 위해 제 옷을 벗어둔 것이 되었든, 혹시나 탈출할 때를 대비해 준비한 것이 되었든, 그도 아님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 피 냄새와 함께 묶어 처리한 누군가의 옷이 되었든.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매한가지야. 이미 때는 늦었고, 수백에 달하는 이들이 평소에 저를 따르던 제 수하들도 아니잖아? 도리어 저들이 팽씨를 불러들였으니, 그 안면도 모두 익힌 사이가 아닌데 어찌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제는 제 수하라고 제게 협조하는 이들이라고 마냥 볼 수만도 없는 거야. 허면 또 다시 그에 대한 머리를 굴리겠지?’

그 얼굴이 굳어진 이들이 급히 무복을 들고 산채의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들려온 것은 한 사내의 시끄러운 괴성을 비롯해 온갖 자기가 깨지는 소리들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소음이 더는 들리지 않았을 때 산채의 분위기는 더더욱 뒤숭숭해져있었다.


‘지금 이 산채 안에 간세가 있다. 허면 대관절 그 간세를 누가 보낸 것일까?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이번 일과 관련된 이는 극히 적은데 과연 간세를 부릴만한 이는 또 누가 있을까? 이쯤 되면 알아서 아귀가 맞물리게 되어있지. 사람마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이야기의 구상은 다르겠지만 대관절 저와 그 사이가 좋지 않으면서도 아주 가까운 있을 수밖에 없는 이들부터 하나둘씩 후보가 되는 거야. 내 말했잖아? 언제고 정해진 범위 내에서부터 무언가를 시작한다고. 그리고 그 와중에 저와 악연이면서도 가장 가까운 이는 전위밖에 없음을 알게 될 것이란 말이지. 그리고 그 전위가 제 아무리 무용이 뛰어나다지만 고작 수십의 이들만 이끌고 제가 자리한 산채를 찾아오는데 그 또한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겠어? 저도 머리를 쓰는데 상대도 머리를 쓰지 말란 보장도 없고 말이야.’


- 지금 당장 수하들을 풀어라! 전위 그 놈이 어디 쯤 도착했는지 알아오란 말이야!


‘그리고 그때 즈음이 되면 이미 결론은 내려져있지. 도둑이 제 발 저리는 이유도 그런 맥락이랄까? 알아서 제 목숨을 귀히 여기게 될 거야. 제 목을 노리는 자객이 이 안에 있다 여기게 되겠지. 저들도 유씨 가지고 장난질하다 못해 지금 전위를 죽이려 하는 거잖아, 그지? 저도 하는데 남들도 그러지 말란 법이 세상에 어디 있어? 선도 제가 먼저 넘었는데. 그러니 전위를 죽이고 싶어도 죽일 수가 없다는 거야. 자칫하다간 제가 그 자객에게 암살당할 수도 있고, 지금에서부터 전위를 맞아들이려는 그 짧은 시간에 수백에 달하는 이들 중 누가 간세인지 구별해 낼 수도 없잖아?’


흉악한 사내의 일갈에 온 산채가 진동한 것도 잠시, 산채의 문이 열리며 또 다시 대여섯에 달하는 이들이 급히 산채 아래에 자리한 오솔길을 뛰어 내려가고 있었다.


‘허면 그 상황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지지부진하게 시간 끌면서 되도 않는 머리 굴리다 일을 그르치거나 전위를 돌려보내는 것으로 오늘을 끝내기로 할 거야. 적어도 오늘은 넘겨야 다른 생각도 들 것이고 다른 방안도 갈구해보겠지. 근데 이건 너무 좋게 끝나는 거고,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뒤집기 위해 존재하는 우리는 그리 움직이면 아니 되겠지? 믿는다, 허니 잘해. 더불어 스스로에 대한 증명도 하고, 쌓인 응어리도 풀고.’


“그래, 내려진 명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증명이기도 하지. 그 응어리를 풀 기회이기도 하고.”


조심스레 수풀을 헤치고 나온 하후연은 그 길로 산채의 옆에 자리한 큼지막한 나무에 제 발을 올렸다.


그리고는 두 팔을 뻗어 제 머리 위에 자리한 두툼한 가지를 붙잡아 힘껏 제 몸을 끌어당겼다.


원숭이가 나무를 타는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체격에 맞지 않은 준수한 움직임이었다.


허리에는 시복을 두르고 등에는 활을 멘 채 그렇게 나무를 타기 시작한 그는 어느 정도 높이를 확보하자마자 제법 얇아지며 뻗어나가기 시작한 가지 하나를 골라 이를 제 가랑이에 걸친 채 조심스레 자세를 바로잡고 있었다.


“얼추 삼십 장에서 삼십오 장,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놓치지 않을 거리다.”


언뜻 보아도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 살이 목표에 닿지 못할 거리는 아니었다.


거기다 울창한 나뭇잎 덕에 이쪽의 모습이 쉬이 보이지도 않으니 조심스레 그 거리를 가늠하며 척후를 나섰던 이들이 돌아오는 것을 목표 삼아 살대에 살을 매기는 연습을 하는 그였다.


저벅저벅-


그리고 때마침,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언뜻 보아도 그 숫자가 적어보이는 이들, 그리고 그러한 그들의 앞에 자리한 거구의 사내.


제가 풍긴 피 냄새를 맡은 그는 잠시 동안 망부석이 되어 그 걸음을 멈추었는데 덕분에 하후연은 그런 그를 보다 세밀히 관찰할 수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거인의 등을 장식하는 쌍철극이라......”


그리 짧아보이지도 않은 장병을 무려 두 자루나 걸치고 있으니 절로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허나 이를 더 위압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것은 다름이 아닌 그 옆에 자리한 이들이 어깨에도 닿지 못하는 그의 큼지막한 체구에 때문이었다.


“팔 척? 팔 척 삼촌? 설마 구척이라도 되는 건 아니겠지?”


저 또한 적잖이 큼지막한 체구다. 팔 척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엇비슷하다 할 수 있는 신장에 두툼한 팔뚝과 단단한 허벅지를 지닌 무골이다.


조가를 비롯한 하후씨의 이들 중에서도 이런 저와 체구에 비견되는 이들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으니 저 또한 타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신체를 지녔다, 이 말이다.


헌데 지금 제 눈에 담겨있는 이는 가히 그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였다.


물론, 저라고 살면서 저보다 큰 이를 전혀 아니 본 것은 아니지만, 그 대부분이 멀대 마냥 마르고 길쭉한 것이 제 팔다리를 다 제대로 펴지 못하는 기형적인 이들이었지, 저리 건강하다 못해 뼈 속까지 튼실해 보이는 강골을 보게 되는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혹시나 했던 것이니, 정녕 진실이 될 줄은 몰랐군.”


하후연은 나오는 헛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정작 이곳으로 방향을 잡았을 적, 젊은 어사의 입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 또 그가 보여준 내용들을 애초부터 믿지 않았던 제가 아니었는가?


헌데 이제와 이리 그 대상을 확인하고 나니 도리어 과장이라 생각했던 것이 전혀 과장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멈춰서있던 그가 다시 그 걸음을 내딛으며 자신을 따르는 이들과 함께 산채에 들어설 때까지 하후연은 단 한시도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가 산채에 들어서다 못해 산채 한 가운데에 당당히 자리하는 그 와중에도 그에게서 시선을 떼려 해도 뗄 수가 없었다.


“산중대호가 따로 없구나, 수백에 달하는 이들이 모두 저 짐승이 내뿜는 눈길을 피하고 있다.”


사람의 기운이나 분위기라는 것이 이 멀리까지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이를 대신 제게 전달해주고 있었다.


“일평생 듣도 보도 못한 범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허면 이를 맞이해야 하는 팽호 또한 그 모습을 드러내야......!”


전위에 대한 감탄과 더불어 제 목표를 하염없이 찾던 찰나, 산채 안에 자리한 저택의 문이 열리며 우악스럽게 생긴 사내하나가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두터운 가죽이 덧대어진 평복과 가죽신 그리고 전위만큼은 아니라 하나 저와 비견될 것 같은 체구는 제 귓전을 스쳐지나간 살을 날린 그놈의 체형과 정확하게 겹쳐져 보였다.


“그래, 그때에 그놈이다. 저놈만 못해도 한 체구를 자랑하던 네놈이 바로 그놈이었어.”


하후연은 저도 모르게 시위에 살을 걸고는 묵직하게 활을 당겼다.


어느새 당겨지다 못해 만곡을 그리게 된 활은 비명을 지르며 떨리기 시작했고, 그 위로 걸쳐진 살을 한계를 넘어 더더욱 뒤로 멀어져만 가고 있었다.


“이것으로 오늘의 일을 지워버릴 것이야.”


비록 허공을 가르고 제 목표를 꿰뚫을 단 한 대의 화살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제 응어리는 묵직하다 못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 같이 무거웠다.


‘사람 사는 세상이 재미있는 연유가 뭔지 알아? 내가 받은 그대로를, 고대로 되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야. 그것이 좋은 것이든, 그도 아님 나쁜 것이든 아주 공평하고, 아주 이기적으로 말이지. 그 때가 오면 너는 어떻게 할래?’


더는 견디지 못할 것 같은 그 무게와 함께 부들대며 떨려오는 활시위가 팽호의 목을 향해 무언의 울음을 토했다.


제 뇌리를 떠다니는 젊은 어사의 말도 더는 떠올릴 필요가 없었다. 저는 선택을 마쳤고 각오를 다졌으니, 이제는 이 모든 것을 날려 홀가분해질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이것으로 너는......!”


피이잉-!


- 자객이다! 자객이 대형의 목숨을 노렸다!


하지만 자신의 손을 떠나간 그 화살은 팽호의 목을 꿰뚫지 못했다.


- 감히 대형을 죽이려한 놈들이다! 단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베어라!


삼십 오장이 넘는 그 거리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전위의 시선을 마주하게 된 하후연은 본능적으로 잡았던 시위의 방향을 비틀어 팽호가 아닌 그를 향해 살을 날렸다.


“제기랄......”


대체 왜 그랬을까?


자책으로 일그러지다 못해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에는 잠시 야차가 자리하는 듯 했지만, 정작 제 위로 덧씌워진 야차는 다시금 전위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저를 내버려두고 도망치듯 사라져버렸다.


하나의 점으로 일축된 시꺼먼 동공과 그 주변을 감싸며 뻗어나가는 붉은 흰자.


그리고 그 위로 흩날리는 핏방울들과 더불어 그 모든 것을 만들어낸 검붉은 혈선 한 가닥.


사람이 아닌 짐승이 지닐 법한 눈이었다.


사람이 아닌 짐승이 내보일 법한 몸놀림이었다.


어느새 팽호라는 사냥감을 사냥한 것인지, 그 얼굴이 반쯤 찢겨진 시신이 허망한 표정으로 그의 아래 나뒹굴고 있었고 그 위로 자리한 핏기 어린 철극은 그 시신의 뱃가죽 위에 박혀 검붉은 핏방울들을 분수마냥 솟구치게 만들고 있었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그 주변에 자리한 모든 이들이 그렇게 생전 처음 마주하게 되는 공포에 잠식되고 있었다.


복수는커녕 제 앞가림조차 쉽지 않을 두려움에 빠져들고 있었다.

“후우우우-.”


떨림이 멈추지 않는 제 팔을 다른 손으로 부여잡은 하후연은, 부들대는 제 팔 위로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신이 살을 날렸던 활대를 어깨에 걸었다.


이미 공포에 젖은 제가 더는 활을 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고, 또 행여나 제 손아귀에 쥐어진 활을 떨어트려 자신의 위치가 다른 이들에게 발각될까 불안하기도 했던 것이다.


하후연은 그렇게 제 몸에 활을 걸친 채 제 뒤에 자리한 나무 등걸 위로 쓰러지듯 제 몸을 뉘어버렸다.


“이거 진짜, 죽을 뻔 했군.”


진정되지 않는 심장과 더불어 저를 노려보던 그 무심하면서도 매서운 눈길이 쉬이 잊혀지지 않았다.


자신은 분명 무의식적으로 행동했다.


자신을 노려보는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살대를 비틀어 정작 아무런 관련도 없는 전위에게 살을 날렸다.


“적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이쪽을 노려보는 그 눈길이 두려워 실수를 저질렀다.”


순간이었다.


자신 또한 육감이나 다를 바 없는 찰나에 전위의 시선을 읽고 본능적으로 행동한 것이었고, 그 순간에 제가 느꼈던 것은 소름과 더불어 자신이 누군가에게 노려지고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다행이 일이 틀어지진 않았지만 다시는, 다시는 이러한 일을 도맡고 싶지 않군. 제 아무리 호위라도, 그래도 이런 일은 앞으로는 사절이야.”


이는 진심이었다.


비록 제가 무인이긴 하지만 장수가 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죽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 * *


그렇게 불편한 한 조각의 기억을 접고 현실로 돌아온 하후연은 말을 아낀 채 젊은 어사를 향한 씁쓸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니 나는 이쯤하고 물러나 지켜보겠소. 남은 것은 어사나리께서 하셔야 할 일이지. 어차피 본인이 원해서 벌인 일이니 부디 잘 해내길 바라지만 말이오.’


스윽-


이기적이라면 이기적이라지만 저와 같은 기억을 지닌 이라면 그 누구라도 저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어디 진심으로 제가 모시는 주인도 아니고, 고작 호위를 도맡은 남을 위해 죽어줄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이런.”


제가 활을 쥐었던 팔에 미세한 떨림은 여전히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진정할 때가 되었는데, 이제는 시간도 제법 흘렀는데 고작 몇 시진 전의 과거를 끄집어내었다고 벌써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너.......”


이러한 제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할 젊은 어사가 아니었다.


졸지에 떨고 있는 이쪽을 바라본 그의 안면이 굳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젊은 어사의 시선과는 달리 자신은 이쪽을 걱정하는 어사가 아닌 어사의 뒤편에 자리한 산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말하지 않았소? 두 눈으로 마주하게 되면 알게 될 것이라고. 허니......”


끼이이이익-


“.......어디 산중대호를 앞에 두고서도 잘 해낼 수 있을지 두고 봅시다.”


그리고 드디어, 사냥을 위해 스스로 우리의 문을 닫아버렸던 짐승이 다시금 그 우리의 문을 제 스스로 열어젖히고 있었다.


저 젊은 어사의 뒤로 느릿하게 열리기 시작하는 산채의 문소리가 다시금 자신을 긴장과 두려움으로 얼룩지게 만들고 있었다.


작가의말

아,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월요일 분량을 겨우 만들어 올리고 한숨을 돌렸는데, 막상 들개의 머리 업로드를 깜빡하고 말았군요.


죄송합니다. 신작 오늘치 분량 올려놓고 깜빡 잠드니까 금방 12시 지나고 다음날이라 오늘이 어제가 되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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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소설에 관하여 +4 20.01.30 2,839 0 -
427 5장 34화 – 설사, 봄이 찾아와도 그것이 봄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없게 +2 21.11.18 388 7 20쪽
426 5장 33화 – 더는 이 땅에 봄이 찾아들 수 없게 21.11.12 165 4 17쪽
425 5장 32화 – 되찾은 황건의 봄(2) 21.11.08 152 6 22쪽
424 5장 31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2) 21.11.06 155 7 30쪽
423 5장 30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1) 21.11.02 152 8 21쪽
422 5장 29화 – 되찾은 황건의 봄(1) 21.10.29 161 5 18쪽
421 5장 28화 – 견원지간(犬猿之間) 21.10.26 169 5 25쪽
420 5장 27화 – 걱정 속의 격동(2) 21.10.25 159 7 25쪽
419 5장 26화 – 걱정 속의 격동(1) 21.10.23 171 6 21쪽
418 5장 25화 – 스승과 제자(2) 21.10.21 155 7 27쪽
417 5장 24화 – 스승과 제자(1) +2 21.10.20 206 7 30쪽
416 5장 23화 – 죽은 이와의 재회, 산 자와의 이별 21.09.29 204 6 17쪽
415 5장 22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2) 21.09.25 174 6 20쪽
414 5장 21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1) 21.09.16 180 8 20쪽
413 5장 20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3) 21.09.10 168 7 18쪽
412 5장 19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2) 21.09.06 154 7 24쪽
411 5장 18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1) 21.09.02 155 7 20쪽
410 5장 17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3) 21.09.02 147 8 22쪽
409 5장 16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2) 21.09.02 138 7 23쪽
408 5장 15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1) 21.08.26 171 7 20쪽
407 5장 14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2) 21.08.26 165 7 23쪽
406 5장 13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1) 21.08.26 155 7 19쪽
405 5장 12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을 넘어선 변수 21.08.23 167 7 21쪽
404 5장 11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이 마주한 전장 21.08.23 178 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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