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흑마법사가 되어 엑스트라 그만두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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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나라
작품등록일 :
2020.01.3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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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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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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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47화 이름이 뭐냐?

DUMMY

“여기요 여기!”


박이현의 몸은 흙으로 엉망진창이었다.

함정을 빠져나가려고 기공을 운용해 봤지만 기는 움직일 미동도 보이지 않았고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가기 습격해오는 목각인형과의 전투까지 치러야 했다.


“헉헉.”


목각인형에게서 승리는 했지만 여전히 처량하기만 했다.


“이런 함정 때문에 빠져나갈 수가 없다니. 흐우.”


낙심한 이현이 둘러보았지만 여전히 빠져나갈 길은 없었다.


“포기할 수는 없어!”


그렇다면 남은 수단은 하나뿐.

허공에 대고 외치는 것으로 도움을 구할 수밖에는 없었다. 누군가가 나타나 도와달라고 간절한 진심을 담아 소리쳤다.

그러나 꽤 많은 시간이 지나도록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고요해져만 갔다.


‘이대로 탈락하는 거야? 이대로?’


처음 산에 오를 때만 해도 누구보다 앞서리라 마음먹었던 자신감은 어디가고 한쪽 구석에 힘이 빠진 개 마냥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암울함이 몰려온다.


“포기할 수는 없엇!”


이현은 다시 한 번 힘을 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부터가 모험이나 마찬가지였다.

기껏 합격한 아카데미의 첫 번째 시련부터 포기하고 싶은 맘은 없었다. 다시 한 번 천천히 벽에 박힌 돌을 밟으며 올라가기 시작한다.


“크아. 조금만 더.”


반 이상 올라갈 때부터 위기는 찾아왔다. 악력을 있는 힘껏 써도 도저히 잡을 수 없을 만큼 미끄러운 돌.

결국 또 다시 미끄러진다.


“아, 안 돼에.”


쿵!


다시 한 번 떨어져 다리가 아파온다.


스윽.

스윽.


밖을 향한 이현의 간절한 마음에 하늘이 응답했을까.

암울함을 뚫고 나타난 한 줄기의 빛. 아니, 누군가가 풀을 헤치며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이쪽이에요. 이쪽!”


이현은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외쳤다.

곧 누군가가 구멍을 향해 얼굴을 들이미는 것이 보인다.

눈만 빼꼼히 나와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반갑기 그지없다.


정체모를 사람이 다리를 슬쩍 대 볼 때만 해도 빠져나갈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갇혀 있던 이 지긋지긋한 구멍에서 빠져나갈 수 있단 희망이 무럭무럭 샘솟았다.


그러나 기대와는 무색하게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은 박이현의 예상과는 정 반대의 결과를 불러왔다.


다리를 넣어보던 인물이 무언가를 잡고 버둥거리다 구멍 안으로 직행해 버린 것이다.

기껏 한껏 부푼 기대는 곧 먼지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이현으로써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 어째서 미끄러지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도와 달랬지. 왜 빠져요!”


벽을 타고, 목각인형과의 전투를 하면서 힘을 다 쏟았다고 생각했건만 어디서 이런 힘이 남아 있던 것일까. 커다란 소리가 상대를 향했다.


너무 큰 외침이었다. 당연히 윽박지르는 소리를 들은 유성의 심기 또한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크윽. 이 자식이 어디서 소리를 질러!”


괜히 아픈 엉덩이를 문지르며 일어선 유성의 눈에 들어온 작은 키의 꼬마.

분명 입은 교복하며 1학년을 상징하는 엠블럼이 왼쪽 가슴에 박혀 있었지만 귀여워 보이는 인상에 반말을 해버리고 만다.


“아니, 그니까 왜 빠져요...”


박이현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어딘가 소심하기 그지없는 모습.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박이현은 애초에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였다. 당장은 희망이 무너져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상대의 기백에 당황하고 말았다.

고개를 밑으로 내리고는 힐끗하며 상대의 얼굴을 살핀다.


“이, 이유성?”


박이현은 곧 상대의 정체를 깨달았다.

상대가 떨어져 엉덩이를 쓰다듬었을 때야 흥분해서 제대로 살피지도 못했지만 꽤 진정된 지금은 알아챌 수 있었다.

그만큼 이유성은 유명한 인물이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측되지만, 기공과에 들어온 돌연변이 같은 인물로써 말이다.


게다가 연무장에 모이라 했을 때도 유성을 주목한 인물 중 하나였다.

얼마나 기공사로써의 기량이 뛰어나기에, 마법가문의 자식이 기공과로 왔는지 궁금증도 있었다.

하지만 연무장에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해 각반을 차는 것을 보고는 살짝 불쾌하기도 했다. 대체 실력도 떨어지는 인물을 왜 기공과가 받아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론은 전혀 도움 안 될 것 같은 인물이 함정에 빠진 것이다. 번뜩하며 이현의 마음속에 걱정이 앞섰다.


‘안 돼. 이 남자까지 내가 책임져야 되잖아.’


어쨌든 자신 때문에 함정에 빠지게 된 인물. 어떻게든 함께 탈출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기고 말았다.


잠깐사이 혼자만의 걱정으로 울상이 돼버린 박이현에 유성은 한숨을 푹 쉬었다.


‘대체 뭐지 이 녀석은.’


자기 혼자 화내더니 갑자기 혼자 울상이 돼 버린 녀석은 이상했다.

그렇다고 신경 써주기도 뭐하다. 지금은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먼저 무슨 일인지 설명이나 해 봐. 기공사면 이 정도 굴은 빠져나갈 수 있을 텐데 왜 못 나갔는지도.”


박이현은 그제야 말을 천천히 꺼내기 시작했다.


처음 1등으로 신나게 달리다 함정이 발동되었던 점, 거기서 잘못하다 이 곳에 빠져버렸던 일, 마지막으로 목각인형이 계속 나타난다는 것까지 모든 것을 말했다.

조용히라기보다 아주 들릴 듯 말 듯 말하는 모양새에 답답했지만 억지로 참으며 들었다.


유성이 눈에 주위에 흩어진 목각인형들이 보였다. 잘 갈려진 나무로 만들어진 재료들이 왜 있나 싶었더니 모두가 목각인형의 몸체였던 모양이다.


“휴우. 그냥 올라가면 되잖아.”


“아니, 그게 말이죠. 끄러워요.”


“뭐라고?”


“돌이. 미끄...요.”


“제대로 못 말해?”


“돌이 미끄러워요!”


앙칼지게 소리치는 조그마한 학생. 답답하게 말하는 녀석이 버럭 화를 내자 유성은 이현의 머리를 한 번 콩 하고 때렸다.


“시끄러워 이 자식아. 어우 귀가 아프다 아파.”


먹먹한 귀를 양손으로 한번 틀어막고는 유성은 벽에 붙어 있는 돌을 살피기 시작했다. 녀석의 말은 거짓이 없었다. 생각보다 미끄러운 정도가 덜하다.


“이 정도라면 괜찮지 않아?”


괜히 아프지도 않은 머리를 매만지며 이현이 대답했다.


“위로 가면 갈수록 더 미끄러워 진다고요.”


유성은 아마 눈앞의 꼬맹이의 말이 사실일 거라고 판단했다. 애초에 아카데미에 들어올 정도라면 어느 정도 초입은 지난 기공사들.

저 꼬맹이가 아무리 귀엽고 조그맣다 하더라도 일반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초인 중 하나다.

그런데, 녀석이 통과할 수 없다라.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몇 번이나 떨어진 거지?”


“한, 30번은 될 거예요.”


흠칫.


유성은 깜짝 놀란다. 눈앞의 녀석의 의지가 대단하게 여겨진다.

그리고는 주위를 살피기 시작한다.


부르르르.


“어?”


“네?”


“저거 움직이는 것 같은데.”


주위를 둘러보던 유성의 눈에 무언가 움직임이 포착됐다. 흩어져 있던 잘 갈린 나무들, 아니 목각인형의 잔해라 추측되는 것들이 떨리고 있었다.


“저건 또 왜 저래.”


“앗! 또 살아나려 해요.”


“또?”


“네. 놈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맞춰져서 다시 살아나요.”


거대한 함정에 빠진 것도 모자라 죽지 않는 목각인형까지. 유성의 머리는 골치가 아파오는 것을 느낀다.


곧 박이현의 말대로 목각인형들은 재생을 시작했다.


터더덕!


턱.


자석이라도 붙여놓은 듯 알아서 제자리를 찾는 목각인형의 부품들.


‘하나, 둘, 셋.... 열.’


곧 10마리나 되는 목각인형이 제 모습을 되찾아 삐걱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한다. 아무리 봐도 공격해 올 기세다.


‘여기서도 싸우게 될 줄이야.’


걱정은 안 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더 가혹한 전투를 벌였다. 그 전투에 비하면 저런 목각인형 따위야 가벼울 정도다.

박이현은 권법을 사용하는지 앙증맞은 손에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유성도 전투에 앞서 무언가를 꺼낸다.


바로 프렌타인의 지팡이.


마법을 사용하려고 꺼낸 것일까?

아니 반대다.

지팡이를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꺼낸 것이다.


아직 정식으로 어떤 무기술을 익힐까 고민하던 유성에게는 별다른 무기가 없었다.


프렌타인의 스태프가 단순히 흑마법을 사용하기 좋은 지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지팡이는 무려, 어둠을 지배하는 자가 만들었다는 지팡이 중 하나. 그 강도는 상상 이상이다.

가문에서 여러 가지로 확인해 본 결과로는 웬만한 고위험군 몬스터의 피부를 웃도는 강도를 가지고 있었다.


‘고작 나무로 만들어진 목각인형 따위야 우습지.’


유성은 프렌타인의 지팡이를 멋지게 들어 보인다.


“혹시 싸우시게요?”


“그럼 내가 이걸 왜 꺼냈겠어.”


“흐움. 그냥 가만히 계시지. 방해하시지 말구요.”


“꼬맹이가 무시하네. 내가 이래봬도 한 실력 한다고.”


유성의 허세가 작렬한다. 마법이 주 기술이긴 해도 자신에겐 며칠 배웠던 삼재검법이 있다. 그렇다고 삼재검법을 믿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손에 들린 프렌타인 스태프의 강도를 믿고 있다.

이 무기만 있다면 저런 목각인형 따위야 질 리가 없다.


왠지 무시당한 것만 같은 유성이 짜증을 풀기 위해 먼저 시범을 보이기로 한다. 목각인형 중 하나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유성은 거기에 맞서 빠르게 달려 나갔다.


“으아압!”


강력한 기합과 함께 무엇인가를 쪼갤 것 같이 내려쳐지는 프렌타인의 지팡이.

지팡이가 노리는 것은 목각인형의 머리였다.


딱.


커다란 타격음.


부르르.


그리고 떨리는 유성의 몸.


‘크억. 찌릿해.’


정작 느끼는 것이라고는 손을 통해 오르는 찌르르하게 전기가 통하는 느낌뿐이었다. 금속배트로 철을 강하게 내려쳤을 때의 그 느낌이 팔 전체를 관통했다.


“이 나무 녀석들. 강도가.”


먼저 공격해 들어온 것부터가 실책이었다. 전기가 통하는 찌르르한 감각이 사라지기도 전에 목각인형의 따로 노는 주먹이 유성을 향해 날아왔다.

따로 논다는 말이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러하다. 상체가 머리와 하체를 가만히 둔 채로 홀로 팽이처럼 회전하더니 유성의 가슴을 때려 버린다.


“크억!”


강력한 타격. 순간적으로 숨이 막혀 버린 유성은 붕 떠 있음을 깨달았다.

유성이 꽤 멀리까지 날아가 버렸다.


이 모습은 모니터를 통해 생생히 비춰지고 있었다.


“호호호. 다른 아이가 들어오니 재밌네요.”


발을 턱 하니 올려놓고 과자를 씹으며 관전하고 있던 김소영은 깔깔대고 있었다. 함정을 발동하고 아이들의 괴로운 모습을 보며 즐기는 것이 꽤 즐거웠다.

그녀의 얼굴에는 화사한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곧 그 미소는 천천히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사라져 버렸다.


“저 아이한테는 먹히는데, 왜 저 아이에게는 먹히지 않는 걸까요?”


김소영은 의문을 담은 말을 뱉어낸다.

그녀의 눈은 뒤로 나가떨어진 유성이 일어서는 모습에서, 다른 누군가에게로 시선을 옮긴 뒤였다.

거기에는 조그마한 몸체로 날렵하게 움직이고 있던 박이현이 비춰지고 있다.


유성은 뒤로 나가떨어져 버린 자신이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프렌타인의 지팡이보다 강력하다고? 이 미친 자식들. 어떤 놈이 이따위 밸런스의 장난감을 만들어놓은 거야. 이걸 클리어 하라고 만든 거긴 하냐?”


욕지거리를 뱉어버린 유성.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프렌타인의 지팡이와 맞먹는 강도라니.

저 움직이는 목각인형은 보기와는 다르게 무시무시한 것들이었다.


“그렇다고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놈들과도 싸웠던 유성이다.


‘젠장. 마법을 써?’


북한산에 들어왔을 때부터 무언가 이상하단 사실은 깨달았다. 기가 동결되는 그 느낌. 마력이 봉인된 것이다.

하지만, 유성의 기운은 흑마력에 기초하고 있었다. 마력을 동결하는 그 힘이 유성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아니, 그럴 수는 없지. 남들보다 뒤쳐졌는데 꼼수로 이길 수는 없어.’


훈련에서만큼은 꼼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마음을 다 잡은 유성은 다시 한 번 프렌타인의 지팡이로 삼재검법의 기수식을 잡고는 기다리고 있었다.

그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때, 무언가 이상함을 깨닫는다.


“근데, 저 녀석들을 꼬맹이 자식은 어떻게 이긴 거지?”


유성의 고개가 궁금증을 참지 못해 옆으로 돌아갔다.


“억?”


거기에 보이는 건 믿기지 않는 광경.


퍼서서석!


박이현의 주먹에 부딪칠 때마다 목각인형이 부서져 땅으로 흩어지고 있다.


“미친. 저게 가능하다고?”


유성은 자신의 손에 들린 프렌타인의 지팡이와 꼬맹이 녀석의 주먹을 비교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주먹이 틀림없다.


그러면 도대체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누구지? 저 놈을 키운 것은.”


온전히 박이현의 실력, 아니 육체의 단단함이 원인일 수밖에는 없다. 저 조그마한 몸집에 이 강함. 분명 이름 높은 누군가가 키웠음이 틀림없다.


고민은 오래 갈 수가 없었다. 어느새 유성의 공격 범위 안으로 목각인형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유성의 지팡이가 다시 한 번 목각인형을 향해 쇄도한다.

그에 맞춰 박이현의 주먹도 다른 목각인형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빡!


푸석!


같은 일격. 그리고 명백히 다른 결과물.


그렇다고 유성은 실망하지 않았다. 실력자들이야 유성의 주위에도 널리고 널렸다. 그들과 하나하나 비교하는 짓이야말로 멍청한 일이었다.


계속해서 방어를 하며 목각인형의 약점을 찾는다. 매끈한 부분은 절대 부술 수 없을 것 같고, 결국 노려야 할 곳은 한 군데밖에 없다.


바로 관절.


천천히 목각인형의 움직임을 살피려 했지만 목각인형의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타, 타타탁!


‘공격할 틈이 안 보여.’


퍼석!


열심히 공격을 막고 있던 와중에 박이현이 또 다른 녀석을 부숴버렸다.


“도와드릴까요?”


공격을 막는 것만 해도 힘겨울 때 들려온 꼬맹이의 외침은 혹할 만 했다.

그만큼이나 어설픈 모습과는 반대되는 강한 녀석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아니! 됐어.”


유성은 의지하는 일은 최후에 가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는 것이 최선.


‘놈의 공격을 막으면서 멈출 수는 없어. 그렇다면. 이거밖에 없다.’


파악!


공격을 간결하게 막아오던 것과 달리 크게 휘둘러지는 지팡이. 그와 함께 목각인형의 주먹이 빈틈을 노리고 뻗어온다.


“흐아압!”


유성은 그대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어차피 이 빠른 공격을 다 막으면서 시간을 보내다간 지치는 것은 자신이었다.

결국 생각해낸 방법은 상대의 공격을 허용하는 대신 자신도 공격하는 것.



빠각!


퍽!


목각인형과 유성의 몸에서 함께 울리는 소리. 유성은 배를 잡은 채 뒤로 날아가고, 목각인형은 왼팔이 떨어져 밑에서 뒹굴고 있었다.


“크윽. 젠장. 여기서 피를 볼 줄이야.”


결국 입가에서 피가 흐른다.


목각인형이 삐걱거리며 다가온다.


다가오는 적에 유성은 아픔을 참고 다시 한 번,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채 일어나 반격하기도 전에 목각인형의 뒤에 누군가 나타난다.


퍼석!


바로 박이현. 그의 주먹이 목각인형을 박살내 버렸다.

이미 남은 9개의 목각인형은 부셔진 상태였다.

유성은 흐르는 피를 손으로 닦아내고는 다가오는 박이현을 노려보았다.


“제가 도와드린 게 잘못이었나요? 흐우.”


자신이 실수를 했나 하며 고개 숙이는 모습.

유성은 이내 무슨 말을 꺼내려다 천천히 고개를 흔든다. 어차피 여기서 오기를 부려봤자, 목각인형과의 전투에서 패배하는 것은 자신이었을 것이다.


분함이 유성의 가슴을 채운다.


‘더, 더 강해지고 싶다.’


마법뿐만이 아니라, 기공으로써도 누군가에게 지고 싶지 않은 욕구가 치솟고 있다.

그보다 앞서 할 것도 있었다.


“고마웠어. 이름이 뭐냐?”


유성은 부셔져 흩어진 잔해보다 결과를 만들어낸 꼬맹이가 궁금해졌다.


“저, 저요? 저는 박이현이에요.”


‘박이현? 대체 누구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녀석이다. 이 정도 녀석이라면 소설에 등장하고도 남을 만한 놈이다. 유성의 눈에 부셔진 목각인형과 그 앞에 서 있는 순진무구한 작은 학생의 모습이 함께 들어왔다.


“일단 나가고 생각해야겠다.”


“네? 뭘요?”


“이제부터 너는 내 옆에 붙어있어. 알겠지?”


“네에? 그게 무슨 말인가요?”


어느 쪽이던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유성의 눈에는 이 꼬맹이 놈의 가치가 확연히 보이고 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파괴력만 보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남들들 웃도는 수련을 했건, 아니면 타고났던 간에 끝내주는 실력을 지닌 녀석이다.


꼬맹이에 대한 욕심이 난다. 어느 순간부터 인재에 대한 욕심이 이리 강해졌는지 스스로도 모르겠지만,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재를 거두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번에는 내가 한 번 올라가 보고 올게.”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 박이현을 두고 벽을 살핀다.

일단 여기서 나가는 게 급선무다. 직접 올라가 보기로 했다.


‘빌어먹을 각반.’


유성은 각반의 무게를 실감하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반의 반 정도는 올라갔을까.


미끌.


돌의 미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떨어져 내린다.


쿵!


“으악.”


어쩔 수 없는 충격에 아파오는 엉덩이를 주무르며 옆을 본다.


“좀 받아주면 덧 나냐?”


“남의 몸에 손을 대는 건 좀...”


목각인형을 상대했을 때의 터프한 모습은 어디가고 여린 학생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유성은 휴 하는 한숨과 함께 주위를 살핀다.

도저히 저 돌을 잡고는 탈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이 있는지 확인해 본다.


“어, 어?”


유성이 사방을 살피던 도중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네? 왜 그러세요?”


“너 저거 보이냐.”


“뭐, 뭐가요?”


“저거 말야.”


유성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박이현의 고개도 자연스레 그 쪽으로 향한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흙으로 된 벽 뿐.


“제대로 봐. 저 구멍들이 보이냐고.”


박이현은 눈을 저 찌푸린 채 구멍을 찾았다.


“아! 보여요!”


그제야 무언가를 보았단 확신에 크게 소리쳤다.

유성은 그런 녀석을 뒤로한 채 벽 쪽으로 다가간다.


“이 구멍은...”


무언가 일정한 간격으로 파여진 구멍이 벽 이곳저곳에 파여 있다.


“무언가를 넣어야 하는 것 같은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넣을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뭐 다른 거 없었어? 무슨 막대라든지 그런 거 말야.”


“없었어요.”


“어떻게 된 거지. 이게 힌트 같은데.”


유성의 이마는 찌푸리며 생각에 잠겨든다. 사방을 천천히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있는 것이라곤 넓은 구멍에 흩어져 있는 돌멩이와 흙.


그리고,


‘그리고?’


그 때 유성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저거다 저거!"


“네?”


“저거라고!”


유성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것은 바로 목각인형의 잔해였다.


박이현의 동그란 눈이 놀라움으로 크게 떠진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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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경매장을 구경하다. +1 20.03.03 562 12 15쪽
30 29화 절대 질 자신이 없다 +2 20.03.02 602 11 16쪽
29 28화 그 놈도 한산이가의 핏줄입니다. +1 20.02.28 653 13 12쪽
28 27화 거짓말은 잘하면 도움이 된다. +1 20.02.27 655 12 14쪽
27 26화 질문도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 한다. +1 20.02.26 659 16 15쪽
26 25화 살려줄 필요는 없다. +1 20.02.25 664 14 15쪽
25 24화 제대로 말해야지. +6 20.02.25 710 18 14쪽
24 23화 내 앞에 꿇려. +2 20.02.22 732 1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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