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명가 막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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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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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3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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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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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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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다.(1)

시작합니다.




DUMMY

4화 만났다(1)






황제가 세이라의 굴에서 나오자 애마 ‘카옌’이 주인을 알아보고는 울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칼리아 산.

정상과는 다르게 산의 대부분은 얼음과 눈으로 이루어진 얼음산이다.

카옌은 그 삭막한 산에서 고대 때부터 서식한 야생마다.

이 야생마를 할레아스 고대왕이 길들여 황가의 말로 키웠다.


이후 세이라의 오러를 나눠 받은 카옌은 최고의 괴수마로 각성해 황실과 운명을 같이 했다. 카옌은 적의 말을 물어 죽일 정도의 전투력도 있었다.

카옌의 주변에 설범의 털들이이 수북했다.

범을 잡아먹은 흔적이었다.


“가자!”


말에 올라탄 그는 빙풍을 몰고 산을 내려왔다.

현 사르페니아 황제는 역대 어느 선대 왕들보다 강했다.

1000년 동안 축적된 가문의 영광이 현 가문에 깃들어 있었다.

황제는 4대륙 전부를 통일할 계획을 세웠다.

할레아스 왕의 숙원이자 세계를 발아래 두고 싶은 황제의 욕심이었다.


지상에서는 황제를 기다리고 있던 기사들이 설산의 빙풍을 발견하자 뿔나팔을 불었다.


“폐하가 돌아오셨다!”


정예의 기사 10명이 황제의 무사 귀환을 확인하고는 환호했다.

카옌이 거친 투레질을 하며 기사 캠프로 들어섰다.

기사들이 정렬하여 황제에 대한 예를 갖췄다.


“오랜만이구나, 나의 친우들이여.”


황궁을 떠난 3개월.

그동안 세이라와 함께한 황제의 용안에 찬연한 빛이 흐른다.

그는 더욱 강해져서 나타났다.

이렇게 세이라와 함께 한 후면 황제는 사람의 느낌이 들지 않았다. 주신의 신비한 영기 때문이리라.


“급히 황궁으로 가야겠다.”


서두르는 황제를 물을 세도 없이 기사들은 급히 그를 따랐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황제가 서두르는 이유가 막내 쟝을 만나기 위해서라는 것을.


***



“3황자께서요? 신...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황제와 가장 가까운 마키아경에게 발라투레아는 알렉 대공의 편지 내용을 얘기해 주었다.

마키아는 황자 교육을 맡게 될 기사 중 하나다.


“쟝 황자님을 뵌 적은 없지만, 소문으로는 무척 유약하신 분이라 들었습니다. 그런 분이 위른님을 혼내주었다고요?”


이야기를 들은 마키아경도 쟝에게 흥미가 생겼다.

위른은 황실에서도 유명한 악동이었다.

황제가 애정하는 후궁의 소생이기도 하고 서열 1위인 마벨과 브리엘과 친하니, 그 거만함이 하늘을 찔렀다.

3황자가 그런 위른을 건드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쟝을 좀 유심히 봐주게.”

“예?”

“세이라가 막내를 언급한 게 예사롭지 않아.”


‘세이라가 막내 황자님을?

이상한 일이다.

여태껏 한 번도 황제는 쟝의 이름이 입에 올린 적이 없었다. 게다가 주신까지 3황자를 언급했다니...


어쨌든 이건, 좋은 일 아닌가.

쟝이 말리의 소생이라는 것만으로도 마키아는 무작정 쟝의 편에 서고 싶었다.

그는 말리 황후를 기억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의로웠던 그녀는 안타깝게 요절하고 말았다.

황실 내 정치질이란, 복잡하고 미묘한 것이어서 겉으로는 엘리아나를 찬양해도 속으로는 달랐다.

기사 중 몇 명은 아직도 말리 황후를 몰래 추모했다.

마키아경도 그중 한 명이었다.


“알겠습니다. 폐하. 신, 할레아스 성을 가진 그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경만 믿겠네.”


이로써 혹시, 무존재였던 쟝이 황실에 입지를 다지게 되는 건 아닐까.

말리 황후의 아들이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황실 내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물론, 아직은 그런 이변을 바란다는 건 무리지만.

하지만 마키아경의 마음은 은근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어서 빨리 쟝을 만나보고 싶었다.


***



“황자님. 어쩌자고 연무장부터 향하시는 겁니까. 알렉 대공과의 약속은 어쩌시고요! 다짜고짜 고집을 피우시니 이 유모가 참으로 난처합니다.”


결국, 알렉 대공과의 약속 시간을 어기고 말았다.


“상관없잖아. 어차피 대공이 일방적으로 잡은 약속인데. 난, 미리 연무장 구경을 하고 싶을 뿐이고.”


고분고분했던 황자가 막무가내다.

최근 여러모로 변화무쌍해진 황자였다.

율마는 3황자의 변화가 반가우면서도 한편 불안했다.


“하지만, 대공이 목이 빠지라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아니라니까? 그냥, 수업 전 면담일 뿐인데? 내가 안 나타나면 미련 없이 돌아가겠지.”


쟝은 무슨 배짱인지 담담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황제의 귀에 들어갈 걸 뻔히 알 텐데도 저런다.

알렉은 황실 최고 원로이자, 황제의 작은 아버지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

그런 사람에게 밉보여서는 손해다.


게다가 갑자기 연무장이라니. 위른을 때려눕힌 용기치고는 아직은 일렀다.

설마, 불가사의한 힘을 얻은 도취감에 저러는 건지?

만일 황자가 마법을 부릴 수 있는 마나를 지니고 있는 게 발각된다면 위험해진다.

마법은 황제가 가장 경계하는 힘이었다.


“쟝 황자님! 대체 연무장의 위치는 누가!”


율마가 숨 가쁘게 황자의 뒤를 따랐다.

쟝이 저만치 앞장 서 있었다.

발걸음을 쫓아가기도 벅찰 정도로 황자는 날쌨다.

쟝은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바삐 걸음을 옮겼다.


번개를 닮은 활.

땅을 가르는 검.

심장을 보호하는 강철 방패.

어떤 무기도 뚫지 못하는 황금 거미줄의 사슬 갑옷.

쟝은 그것들이 그리웠다.


대륙을 떠돌던 7년간, 쟝 발루스 할레아스는 자신을 따르는 기사들과 함께 군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떠돌이 용병단이라 불렀고 그들 스스로는 칼리아 설산의 설매단이라 이름 붙였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함께한 기사들이 생각이 났고, 친우들을 만났던 황궁의 연무장도 기억났다.


기사의 신분으로 만난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어린 시절부터 연무장을 드나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쯤 몇 살이나 되었을까.

연무장이 가까워져 오자 쟝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연무장에 들어서자마자 청년들이 맨몸으로 격투를 하고 있었다. 혹한의 겨울, 얇은 바지만 입은 채.


“와...”


쟝의 눈이 흥미롭게 빛났다.

그는 율마와 조용히 자리 잡고 연무장 수련 풍경을 구경했다.

청년들과 나이 든 기사, 그리고 어린 소년들까지 무예를 익히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어째, 소년들이 싸우는 모양새가 수상했다.

어른에 비해 소년들은 훨씬 험악하게 싸우고 있던 것이다.


“이 노예 새끼가 어디, 귀족에게 덤벼드는 거야!”

“노예 새끼가 네놈보다 낫지. 사기꾼 귀족 주제에 노예를 상대로 잘난 척이냐! 죽어봐라, 이 망할 귀족아!”

“이 새끼가, 뒤지려고!”


두 소년은 서로를 물어뜯지 못해 으르렁거린다.

흡사 맹수 새끼들 같다.


“아하하하, 누군지 알겠다.”

“네?”


율마의 물음에 쟝이 갑자기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도 이상했지만, 쟝은 마치 소년들을 아는 사람처럼 말하고 있었다.


율마는 그 소년들을 주시했다.

온몸에 피와 흙을 뒤집어쓴, 평범한 여인이라면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었다.

쟝은 여유롭게 그 광경을 구경했다.

율마의 눈에는 참으로 이상하게 보였다.

어린 황자가 저런 잔인한 광경을 보고 좋아하니, 너무도 이상한 일이다.


쟝이 한 소년에게 집중했다.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다부진 체격의 소년.

쟝의 눈이 소년을 따랐다.

아이손이다.

마지막 죽음까지 함께했던 친우.

쟝은 그 아이를 보고 흐믓하게 웃었다.

미래의 아이손도 지금의 어린 쟝을 본다면 똑같은 표정을 지었겠지.

청년 아이손도 살기 어린 그 눈빛이 일품이었는데, 어린 아이손도 그러했다. 쟝은 그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아이들, 소문의 그 소년 야수단, 황제의 비밀병기잖아.”

“아, 정말? 아, 황제가 은밀하게 키운다던?”


등 뒤에서 기사들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맞다. 이아손은 야수단 출신이었지.

황제는 대륙 주변에 득실대는 마물들을 이길 인간 야수를 키울 생각이었다.

아이손이 그 첫 번째 기수였다.


야수단의 소년들은 몰락가문의 자제들이거나, 놀음판에서 노는 싸움 노예거나, 변방의 국가에서 지원한 가난한 소년병이었다.

대부분 이리저리 팔려 온 가엾은 영혼들이다.

아이손의 어린 시절을 당연히 쟝은 알지 못했다.

잘나가던 기사였던 아이손의 과거가 저 정도 일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인간 무기는 인간성을 버리고 오로지 황제에게만 복종한다.

마치, 괴수마 카옌처럼.


“쟤들 싸우는 거 보니까, 어른들 싸움은 영 시시하네.”


단지 수련을 위해 벌이는 격투와 순수한 살기로 무장된 아이들의 격투는 분위기가 달랐다. 어느새, 연무장을 드나들던 시종과 귀족, 기사들까지 모여들어 싸움 구경에 빠졌다.


“짐승 새끼라더니, 그 말이 딱이로군.”

“쟤 좀 봐라. 눈알을 뽑을 기세로 덤벼드는군.”


늙은 기사 하나가 감탄을 연발했다.


“걸자.”

“걸어?”

“걸어야지. 모처럼 해볼 만한 놀이잖아?”


그들은 각자 금화 한 닢을 꺼냈다.


“나도 껴도 되나? 판이 크군.”


쟝이 기사들의 틈에 끼어들었다.

단정한 외투 차림을 한 어린아이가 늙은 기사에게 말을 걸자, 기사들이 일제히 신기하게 그를 쳐다봤다.

차림새로 보아 귀족 아이 같은데 말투가 영 시건방졌다.


“귀한 집 아들 같은데, 애들은 가라.”

“하.”


쟝이 피식, 웃었다.


“나도 금화를 걸지. 아니, 그것보다. 이건 어때.”


쟝에게 금화가 있을 리 만무했다.

대신 황가의 문장이 새겨진 은장 팬던트를 꺼냈다. 세이라의 모습이 섬세하게 양각된 황가의 보물이었다.


“저, 저건!”


황가의 문장을 본 기사들은 혼비백산이 되어 황자를 바라봤다.


“어때? 이런 건 돈 주고 살 수 없잖아?”

“화,황자 저하!”


기사 셋이 서둘러 예를 표했다.


“나는 쟝 발루스 할레아스다.”

“저하! 저, 저희들은 제 3기사단! 그러니까 3급 기사들입니다. 세이라의 영광이 저하와 함께 하시길!”


기사들은 차례로 소속과 이름을 말하며 기사의 예를 갖췄다.

황자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그들도 처음이었다.

그란트라는 이름의 노기사가 황자를 보더니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신, 이제야 알겠습니다. 황자님은 말리 황후님의 아드님이 아니십니까!”

“내 어머니를 알아?”

“알지요! 아주 잘 알지요.”


노기사의 눈이 반짝인다.


“아주 훌륭한 분이셨죠. 우리는 그분의 은혜를 입은 늙은이들입니다. 황자님은...정말이지 말리 황후님과 똑같이 생기셨군요!”


노기사가 무릎을 꿇고 황자의 발에 입 맞췄다.

쟝은 좀 어색했다.

친어머니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사 그란트가 말리 황후의 얘기를 하자, 주변 기사들이 다시 쟝을 주목했다.


눈처럼 하얀 피부, 심해의 빛깔을 닮은 짙고 푸른 눈. 빛에 따라 변하는 흑발과 적발의 오묘한 머리칼.

말리 황후를 기억하는 이들은 그 신비한 외모에 넋을 잃었다.

여기 황후와 똑같이 닮은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야말로 말리의 분신이 아닌가!


“그럼, 나도 껴도 되는 거지?”

“물론이지요, 저하!”


주변에서 돈을 걸겠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금화 30개가 모였다.

물론 그 모든 걸 다 합쳐도 황가의 팬던트보다 값지지 못했다.


“난. 저 노예에게 걸지.”

“저, 저하...”


사람들은 대부분 귀족 아이에게 돈을 걸고 있었다.

노기사 그란트의 표정이 근심 어린다.


“이왕이면 황자 저하. 저 노예보다는 귀족 아이에게 거십시오. 70년을 산 노기사의 눈썰미를 믿으십시오.”

“그렇습니다, 황자님. 아무리 노예가 멍청하다 해도 귀족 아이를 이길 바보는 없습니다.”


기사들이 일제히 쟝을 말렸다.


“아니, 난 저 아이에게 걸겠어. 만일 진다고 해도 승패는 인정 할테니, 걱정하지 말게.”

“하, 하오나...”

“아무튼, 난 저 아이로.”


쟝이 씽끗 웃으며 격투에 열중하는 아이손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속으로 비웃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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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만났다.(2) 20.02.03 1,819 32 13쪽
» 만났다.(1) 20.02.02 1,993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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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회귀했다.(2) 20.02.01 2,283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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