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명가 막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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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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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3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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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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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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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너의 목소리가 들려(2)

시작합니다.




DUMMY

19화. 너의 목소리가 들려(2)








“야! 어딜 보냐! 여기야, 여기!”

“대체 누구야!”


쟝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황자들이 놀래서 쳐다봤다.

쟝은 멋쩍어했다.


‘응? 진짜 안 들리나?’

“크흠...너희들... 정말, 정말로 아무것도 안 들려?”

“네. 황자님. 저희는 안 들리는데요...”


서자들 6명이 쟝을 뚫어지게 봤다.


“아, 요즘 잠을 설쳐서 환청이 들리는가 보다...”

“황자님, 어디 아프세요?”


서자들이 걱정스레 쟝을 보고 있을 때 칼로스가 소리쳤다.


“위른! 연습 안 하고 뭐 하고 있어?”


연무장 입구에서 위른의 모습이 보였다.

위른은 화단 근처에 쪼그리고 앉아 뭔가를 관찰하고 있었다.


“위른! 쟝 황자님이 오셨어!”


그 소리에 위른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예를 차렸다.


“그거 뭐야?”

“네?”


녀석의 손에 뭔가가 들려 있다.


“황자 저하. 무슨 일로 이곳까지!”


17세인 위른은 퉁퉁한 몸에 비해 키가 많이 자라지 못했다. 이제는 쟝 보다도 키가 작았다. 성인식을 치른지 한참이 지나도 위른은 무예나 창술 같은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봐도 알 수 있었다.

마상 창술 연습에 한창이라는 녀석이 딴짓을 하고 있다.

쟝이 쯧쯧 소리를 내려는데, 주근깨 가득한 녀석이 쟝을 보고 씨익 웃었다.

녀석은 이제 마벨이나 브리엘보다 쟝을 더 따랐다.

물론 쟝이 위른에게 잘해준 적은 전혀 없었다.


“황자님 이걸 좀 보세요.”


위른이 두 손을 펼쳤다.

작고 통통한 솜털이 가득한 아기새가 위른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었다.


“우와...귀엽다.”


서자들이 달려와서 새를 구경했다.


“와, 이런 새는 처음 보는데...참새도 아니고, 까마귀도 아니고 직박구리도 아니고 대체 뭘까요?”


새는 정말 희안하게 생긴 새였다.

깃털이 뽀얀 것이 눈송이 같았는데 털을 만질 때마다 은사(銀絲)처럼 털이 반짝였다. 눈과 부리가 무척 검고 발톱이 새끼임에도 날카로웠다.


“혹시 비둘기?”

“에잇, 비둘기는 아녜요. 비둘기 새끼는 이렇게 귀엽지 않아요. 징그럽던데.”


새가 그렇다는 듯 푸드덕 날갯짓을 했다.


“다쳤나 보네.”

“외상은 없는데, 어디가 안 좋은가 봐요. 신기해서 가지고 놀다가 매의 먹이로 주려고요.”


황실에서 기르고 있는 통신 매가 상공을 날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새가 시끄럽게 짹짹거렸다.


“녀석, 말귀 알아듣나?”


위른이 아기새의 꽁지털을 뽑았다.

새는 꽁지 쪽에 긴 깃털을 몇 가닥 가지고 있었다.


“아야! 이 새끼가 또 뽑네! 그만 좀 해라!”


‘으응?’


쟝의 눈이 커졌다.

분명 새가 말을 하고 있었다.


“야, 너, 니 귀에는 내 말 들리지? 마나가 그득 한 걸 봐서 너는 내 말이 들릴 것이다. 이 마법사야. 나 좀 구해줘라!”


쟝은 당황했다.

그렇다고 쟝이 새에게 말을 하다간 미친놈이 될 게 뻔했다.

잠시 머뭇거리다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뭘 머뭇거리고 있어! 비겁하게 이럴 거야?”

“싫은데? 내가 무슨 상관?”


쟝은 저도 모르게 대꾸를 하고 말았다.


“네? 황자님 방금 저보고 하신 말씀입니까?”

“아, 아니. 통신 매의 먹이로 던져 주면 딱이겠다고.”


이런...

마력을 얻으니 이런 일도 생긴다.

마법사들이 동물과 교감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제는 새 소리까지 들리다니.


“위른, 너의 창술 연습을 보러 왔다.”

“아...네, 저하.”

“그 새 때문에 창술 연습은 하지 않은 거냐.”


위른이 머뭇거렸다.


“다 큰 성인이 어린 동물을 가지고 놀다니, 보기에 좋지 않아. ”

“네. 저하, 그냥 풀어 주겠습니다.”

“될 수 있으면 풀숲에다 버려. 길에다 버려, 병사들의 발에 밟히기라도 하면 병사들에게도 재수 없는 일일거다.”

“알겠습니다. 저하.”


쟝은 위른과 함께 연무장으로 걸어갔다.



위른의 실력은 형편없었다.

그동안 얼마나 수련을 게을리했는지 한눈에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저 실력으로 토너먼트 대회에 나갔다가는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

물론, 이 대평화의 시대에 기사들의 사기를 높여주려는 황제의 배려였다. 게다가 툴리아 시민들에게 황실 기사에 대한 경외심을 깨우치기도 좋은 경기였다.

그만큼 황제가 황실의 권위를 뽐내는 자리기도 했다.

이 경기는 무척 중요한 행사였다.


그런데, 저런 실력이라면?

아무리 서자라고 해도 시민들의 실망이 커질 것이다.


“위른, 백번을 강조해도 중요한 건 노력이다. 무예 수업을 게을리 한 건 너의 책임이니, 창피는 알아서 당하도록 해. 하지만 말에서 만큼은 절대 떨어져서는 안 된다. 넌 그날로 황제의 눈에 벗어나게 돼.”


위른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황자님! 요즘 생각보다 말을 타는 일이 너무 힘듭니다!”


울기 직전이었다.


“혹시 넌, 새를 괴롭히는 마음으로 말을 대한 것이 아니냐. 말은 예민한 동물이다. 너와 호흡이 맞다면 절대 말에서 떨어질 리가 없어.”

“네...”


위른이 침울해졌다.

하긴, 저 아이는 무예쪽 보다는 세 치 혀가 발달한 쪽이었다. 뚱뚱하고 둔하긴 했지만, 머리는 비상하고 절대로 손해 보는 성격이 아니었다. 후에 마벨에게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머리를 쓰다 죽임을 당했다.

그러고 보니, 위른은 장사치에 가까운 성품이 아닌가.


장사치. 위른.


‘어쩐지 어울리네.’


저 오렌지 색 머리에 상인들이 쓰는 모자를 씌우면 딱이겠네.



“노오오오오력.”


쟝이 위른에게 다시 강조했다.


“노력을 하라고. 말이든, 검술이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

“오늘부터 죽을 힘을 다하겠습니다!”

“살아보니, 인생 별거 없더라. 노력만 하면 중간은 가더라.”


14살짜리가? 이런 말을?

쟝은 본인이 말하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위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황자님! 그 말씀 평생 가슴에 새기면서 살겠습니다. 저를 이렇게나마 생각해주시는 분은 황자님이 처음이십니다!”


이거 원. 위른이 이 정도로 소심한 녀석이었나.

볼수록 장사꾼에 더 어울리는 녀석이다 싶었다.



새의 말을 알아들은 건 일종의 마나 부작용인가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점이 있었다.

카옌과는 인간의 언어로 소통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붉은 뱀 몹티와는 사람의 말을 주고받았다.

몹티는 신이 되지 못한 사령 동물이었다.

그렇다면?

아니, 아니다.

그 작은 아기 새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



황궁의 봄은 짧다.

길면 두 달 짧으면 한 달.

그 짧은 봄을 만끽하기 위해 수많은 축제가 열렸다.


황궁을 벗어난 인근 마을에서 시민들을 위한 토너먼트 경기가 열렸다.

시민들을 위한 축제에 황제는 생색내듯 큰 신경을 썼다.

장장 3개월이 넘게 봄을 위한 축제를 준비했다.

겨우내 숨죽였던 도시가 활기를 띠었다.


이 틈을 타 율마와 쟝이 툴리아 황궁의 남쪽 문을 나섰다.

상단을 팔겠다는 사람과 접선을 위해서다.

율마는 델루나를 통해 상단을 가지고 있는 귀족을 소개받았다. 오늘이 그 접선의 첫날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병사들의 눈치는 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황자가 황궁 밖을 나가는 일은 일반적으로 금지였기에 병사의 동의가 필요했다.


쟝은 평민 복장을 하고 카옌을 타고 나타났다.

생긴 게 너무나 개성적인 카옌에게 안면 마스크를 씌우고 말안장의 아래에 긴 빌로드를 씌웠다. 놈의 개성적인 얼굴이 가려지니 그나마 평범한 말처럼 보였다.

그래도 일반말 보다 훨씬 커 이목을 끌 테지만 말이다.

율마도 자신의 말에 올랐다.


“나갔다가 오늘 밤. 돌아오겠다.”

“황자 저하, 수호 기사 한 명도 없이 시녀분하고만 동행하시는 겁니까. 저희가 모셔다드릴까요.”

“아니, 됐어. 그리고 이 시녀가 너희들보다는 강할 거다.”

“네? 아, 네. 하하하.”


병사들은 그저 황자가 농담하는 거로 알아들었다.

저녁에 돌아오겠다는 말은 물론 거짓이었다.

루발라드라는 지역으로 가야했다.


이곳에서 약 하루 정도는 쉼 없이 달려야 한다.


“달리자 카옌!”


물론 카옌은 무척이나 빠른 말이라 열심히 달린다면 반나절이면 가능하다. 문제는 율마였다.


“율마, 나 먼저 가서 분위기 좀 살피고 있을게.”

“황자님! 위험합니다. 같이 가시지요!”


저런 말을 하는 율마를 볼 때면 혹시 율마가 진짜 엄마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이렇게 강한 날 왜 저렇게 걱정하지?

쟝이 말했다.


“설마, 율마가 무서운 거야? 율마도 황궁 밖은 오랜만이잖아.”

“아니, 아닙니다.”

“길을 표식해줄 테니 따라와라. 먼저 가겠다.”

“대체 루발라드가 어딘지나 알고 혼자서 가십니까!”


카옌이 박차를 가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쟝은 뒤도 보지 않고 달렸다.


“저럴 때보면 발라투레아를 똑 닮았지!”


율마는 쟝의 뒤를 열심히 쫓으며 혼잣말했다.


“정말, 피는 못 속인다니까.”




***




저녁쯤에 루발라드에 도착했다.

지금부터 찾아야 할 상단의 이름은 프뢸레 상단이다.

루발라드는 인근에 항만을 끼고 있어 상업이 발달한 도시였다. 지역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거칠고 귀족이 상단을 가지고 장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기도 했다.


프뢸레 상단은 이 지역의 중소 상단이라 했다.

상단을 넘기는 값으로 제시한 금액은 250만 골드.

쟝은 이중 50만 골드를 흥정해 볼 참이다.


델루나가 영리하게도 황자가 원하는 조건의 상단을 찾아 주었다.

델루나는 사르페니아 최고의 상단인 루스앙 가문의 장녀였다. 그녀의 집안을 모르는 장사꾼은 없었다.

위른을 보고 장사꾼을 떠올린 건 어쩌면 집안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집채만 한 말을 타고 다니는 쟝을 보고 사람들의 이목을 쏠렸다.

슬금슬금 피하는 사람도, 말을 빤히 구경하는 인간들도 있었다. 카옌의 호전성을 잠재우기 위해 쟝은 불꽃 여인의 불새의 냄새를 카옌의 콧등에 묻혔다.

겁을 먹은 일반 말은 난폭해지지만 카옌은 그 반대였다.

오히려 겁먹어 순해졌다.

쟝을 제외한 모든 인간을 개나, 고양이 혹은 보잘것없는 짐승으로 여기는 카옌이었다. 이런 놈이 애초에 사람에게 길들어졌다는 게 신기한 노릇이다.


“잠깐, 말 좀 물읍시다.”


지나가던 노인을 불렀다.


“말한테 물을 좀 먹이고 싶은데.”

“저기 저쪽 식당 골목에 들어서면 여관이 하나 보일 거요. 거기 가면 여물통에 물이 있을 거니까 가보시오. 공짜니까.”

“그리고 노인. 혹시 프뢸레 상단이 어딘지 아시오?”

“프뢸레라. 알다마다요.”


노인이 쟝을 올려다봤다.


“그 여물통 여관이 프뢸레가의 것이라오. 마침 딱이구랴.”


노인은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의 얼굴을 보려 했지만 쟝은 슬쩍 얼굴을 가렸다.


“고맙소.”


쟝은 서둘러 떠났다.

노인은 사라져가는 쟝의 모습을 한참을 보았다.

뒤가 신경쓰였다.



노인이 가르쳐 준 여관에 도착했다.

무척 오래된 여관이었다. 상호 옆에는 설립 연도가 적혀있었다. 족히 100년은 넘은 여관이었다.

외관은 기괴할 정도로 낡았지만 한 때는 고급 여관임을 알 수 있었다. 외관이 전부 대리석으로 장식돼 있었다.


실내로 들어서 하인으로 보이는 이에게 말을 걸었다.


“루스앙 가문의 장녀 델루나의 소개로 온 사람이다. 프뢸레가의 상단주를 만나고 싶다.”


쟝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하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프뢸레 가의 집사입니다. 델루나님의 부탁은 소인이 직접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으리,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음에 오시겠습니까.”

“난, 바쁜 사람이다. 그리고 분명 약속을 하였는데...”

“그, 그게 말입니다. 갑자기 프뢸레 님께 급한 일이 생기셔서요.”

“급한 일....”


그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어렵게 온 길인데 허탕을 치라니.


“목숨이 위태로운 사정이 아니면 나와의 약속은 지키는 게 좋을 텐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2층에서 굉음이 들렸다.


“우르르 쾅쾅!!!”

“으아악, 또 시작됐다!”


집사가 귀를 막았다.


“무슨 소리냐!”


쟝이 소리쳤다.


“나으리! 그냥, 다음에 오시라니까요. 방금 나으리가 말 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을 지금 프뢸레님이 겪고 계십니다!”

“뭐?”


쟝이 2층을 노려봤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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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만났다.(1) 20.02.02 1,993 32 12쪽
4 회귀했다(3) 20.02.01 2,047 34 12쪽
3 회귀했다.(2) 20.02.01 2,283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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